황당한 P2P 계좌 관리…‘벌집 구조’에 속수무책

입력 2019.03.17 (21:19) 수정 2019.03.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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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장 피해가 컸던 금융기관은 농협이었는데, 알고 보니까 P2P 계좌를 관리하는 구조 자체도 문제였습니다.

거래정지를 어렵게 만드는 은행들의 P2P 계좌관리, 이어서 서영민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P2P금융의 가상계좌는 일종의 벌집구조입니다.

하나의 실제 계좌에 수많은 가상계좌가 연결된 방식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이 지급정지할 수 있는 계좌는 이 하나의 실제 계좌뿐.

한 건의 사기 피해 막으려면 연결된 계좌 전체를 마비시켜야 하는 구조입니다.

은행들이 가상계좌를 통한 피해 신고를 받아도 섣불리 계좌 정지를 할 수 없는 겁니다.

[가상계좌 취급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대부분 업체는) 정상거래인데. 극히 일부는 보이스피싱일 수 있고요. 전화 소리만 듣고 거래제한을 하자니 은행들도 리스크가 있는 거죠. 잘못하면 소송에 (걸릴 수도 있고요)."]

게다가 피해가 가장 컸던 농협은 거래하는 P2P금융 업체 16곳의 돈 전부를 단 하나의 계좌에 합쳐놨습니다.

금융사기에 노출될 경우 수백, 수천 계좌를 모두 정지하지 않고서는 돈 빼 나가는 걸 막을 수 없는 황당한 금융설계를 해놓은 겁니다.

[농협 디지털전략 담당자/음성변조 : "통합적으로 하는 게 왜 이유가 있다 이거는 아니에요. 왜냐면 그게 어디에도 가이드라인은 없으니까... 설계 자체가 업무 편의성 때문에 (그렇게 된 거죠.)"]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경남과 신한도 계좌 전체를 지급정지해야 하거나 지연인출제가 없는 등 대책이 불완전하고 제각각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사기 담당자/음성변조 : "(규제대책은) 구체적인 얘기는 없는 거 같고요. 그런 거는 p2p업체라든지 결제하는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내부적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은행계좌처럼 입출금은 자유로운데도 피해를 막을 기준은 없는 P2P 가상계좌.

금융 당국은 아직까지도 업체들 자율에 맡겨놓고 있습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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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당한 P2P 계좌 관리…‘벌집 구조’에 속수무책
    • 입력 2019-03-17 21:21:38
    • 수정2019-03-17 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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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장 피해가 컸던 금융기관은 농협이었는데, 알고 보니까 P2P 계좌를 관리하는 구조 자체도 문제였습니다.

거래정지를 어렵게 만드는 은행들의 P2P 계좌관리, 이어서 서영민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P2P금융의 가상계좌는 일종의 벌집구조입니다.

하나의 실제 계좌에 수많은 가상계좌가 연결된 방식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이 지급정지할 수 있는 계좌는 이 하나의 실제 계좌뿐.

한 건의 사기 피해 막으려면 연결된 계좌 전체를 마비시켜야 하는 구조입니다.

은행들이 가상계좌를 통한 피해 신고를 받아도 섣불리 계좌 정지를 할 수 없는 겁니다.

[가상계좌 취급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대부분 업체는) 정상거래인데. 극히 일부는 보이스피싱일 수 있고요. 전화 소리만 듣고 거래제한을 하자니 은행들도 리스크가 있는 거죠. 잘못하면 소송에 (걸릴 수도 있고요)."]

게다가 피해가 가장 컸던 농협은 거래하는 P2P금융 업체 16곳의 돈 전부를 단 하나의 계좌에 합쳐놨습니다.

금융사기에 노출될 경우 수백, 수천 계좌를 모두 정지하지 않고서는 돈 빼 나가는 걸 막을 수 없는 황당한 금융설계를 해놓은 겁니다.

[농협 디지털전략 담당자/음성변조 : "통합적으로 하는 게 왜 이유가 있다 이거는 아니에요. 왜냐면 그게 어디에도 가이드라인은 없으니까... 설계 자체가 업무 편의성 때문에 (그렇게 된 거죠.)"]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경남과 신한도 계좌 전체를 지급정지해야 하거나 지연인출제가 없는 등 대책이 불완전하고 제각각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사기 담당자/음성변조 : "(규제대책은) 구체적인 얘기는 없는 거 같고요. 그런 거는 p2p업체라든지 결제하는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내부적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은행계좌처럼 입출금은 자유로운데도 피해를 막을 기준은 없는 P2P 가상계좌.

금융 당국은 아직까지도 업체들 자율에 맡겨놓고 있습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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