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월드컵 진출 ‘중국몽(夢)’ 카타르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입력 2019.03.19 (11:36) 수정 2019.03.19 (11:3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반드시 중국팀을 올려놓을 것입니다."

지난해 6월, 월드컵이 한창이던 러시아를 다녀온 중국 축구협회 부주석이 한 말이다. 당시 러시아 월드컵은 중국이 주요 스폰서와 관람객을 도맡았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월드컵 사랑은 대단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 대표팀은 본선 진출을 하지 못해(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유일하게 출전) 관영 CCTV의 진행자인 바이옌쑹(白岩松)은 "중국 축구팀만 빼고 모든 것이 러시아에 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자국 팬들조차 꿈 깨라며 리 부주석의 말을 비웃었다. 그런데 중국에 본선 진출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FIFA, 중국 위한 포석"…中 축구 팬 "2202년에나 본선 가능"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평의회에서 애초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예정됐던 48개국 출전 계획을 4년 앞당기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축구연맹을 비롯해 개최국인 카타르조차 확대안을 마뜩잖아하는 가운데 최종 결정은 오는 6월 총회에서 내려진다.

FIFA가 조기 확대안을 강행하려는 데는 축구 시장의 '큰손' 중국을 위한 포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 중앙인민라디오방송의 인터넷판인 양광망(央廣網)등을 보면 FIFA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개 나라를 더 출전시키게 되면 중계권료와 스폰서 계약 등으로 한화 약 4천5백억 원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이 되면 아시아 지역의 출전권도 현행 4.5장에서 8장 정도로 늘어나는데, 중국의 FIFA 순위(2월 7일 기준)는 현재 아시아 8위. 축구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이 FIFA의 최우선 고려 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FIFA의 노력에 비해 중국 내 반응은 냉소적이다. 양광망 등 일부 매체만이 관련 소식을 전하며 "48개국 확대는 중국 축구에 큰 호재다"라고 할 뿐이다. 상당수 축구 팬들은 인터넷상에서 "본선 진출은 2022년이 아니라 2202년에나 가능" "본선을 96개 나라로 확대한다면 모를까…" "FIFA가 재벌 2세(중국 축구팀)를 입학시키기 위해 정말 애쓰는구나!" 등 비판 일색이다.

시진핑 주석도 좋아하는 축구…중국은 왜 축구에 약할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스스로 축구광이라고 밝혀왔다. 중국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이른바 '축구 굴기(축구로 우뚝 일어섬)'를 내세우며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를 해 왔다. 하지만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내세우고도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여준 중국 축구 대표팀. 왜 중국은 유독 축구에 약한 것일까?

2012년 2월 아일랜드 방문 당시 더블린의 크로크 파크 경기장에서 ‘킥 솜씨’를 선보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2012년 2월 아일랜드 방문 당시 더블린의 크로크 파크 경기장에서 ‘킥 솜씨’를 선보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젊은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선수들은 지나치게 자유분방해 감독들의 통제가 잘 통하지 않는다. 더구나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 리그만 뛰어도 자신의 실력에 비해 수억, 수십 억 원의 연봉을 쉽게 버는 환경은 프로 정신의 부족을 더 키웠다. 이와 관련해선 중국에서 연봉 100억 원대를 받던 우레이 선수가 연봉을 절반 이상 낮춰 스페인 에스파뇰 팀으로 간 것이 도전 정신으로 찬사받을 정도다.

그래서 한 위원은 본선 진출국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중국 대표팀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현 상태로는 아시아에 배분될 8장 티켓 중 하나를 손에 쥐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영표 "중국 축구 10년 뒤쯤 무서운 수준 될 수도"

이영표 전 KBS 축구 해설위원 역시 중국 선수들의 프로답지 못한 의식 수준을 문제로 지적했다. 다만 이 전 위원은 중국 유소년 축구의 성장에 주목했다. 과거 한 자녀 정책이던 중국에서 축구선수는 부모와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아니었다. 중국이 인구는 많지만 축구하는 사람은 적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축구를 통해 세계적 명성과 부를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고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양성하면서 지금 중국의 유소년 축구는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중국이 약 10년 전부터 뿌린 씨가 15년~20년 뒤에 열매를 맺어, 즉 지금 양성되는 유소년들이 성장하는 10년 뒤쯤에는 중국 축구 수준이 '아주 무서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이 막대한 자금으로 대륙에 불러들인 해외 유명 감독과 선수들의 영향력도 언젠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지도자들도 중국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상비군 코치진에 합류한 이운재는 지난달 국내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국 선수들이 특히 약한 정신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축구 굴기'를 위한 시간표는 진행 중

오는 21일 중국 난닝(南寧)에서는 A매치 중국컵(中國杯)이 열린다. 중국컵은 자국 축구팀이 세계 공식 경기 참가 기회가 적어 국제 대회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중국 최대 그룹인 완다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이 창설한 대회이다. 중국 축구협회는 중국컵 등을 통해 선수들의 옥석을 가리고 체계적으로 2022년 카타르 본선 진출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기도 한 이영표 전 해설위원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는 땀을 10방울 흘리면 10방울 만큼 발전한다. 9방울이나 11방울은 없다." '축구 굴기'를 노리는 중국이 축구에 쏟아부은 돈과 땀의 결과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월드컵 진출 ‘중국몽(夢)’ 카타르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 입력 2019-03-19 11:36:17
    • 수정2019-03-19 11:37:04
    특파원 리포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반드시 중국팀을 올려놓을 것입니다."

지난해 6월, 월드컵이 한창이던 러시아를 다녀온 중국 축구협회 부주석이 한 말이다. 당시 러시아 월드컵은 중국이 주요 스폰서와 관람객을 도맡았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월드컵 사랑은 대단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 대표팀은 본선 진출을 하지 못해(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유일하게 출전) 관영 CCTV의 진행자인 바이옌쑹(白岩松)은 "중국 축구팀만 빼고 모든 것이 러시아에 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자국 팬들조차 꿈 깨라며 리 부주석의 말을 비웃었다. 그런데 중국에 본선 진출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FIFA, 중국 위한 포석"…中 축구 팬 "2202년에나 본선 가능"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평의회에서 애초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예정됐던 48개국 출전 계획을 4년 앞당기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축구연맹을 비롯해 개최국인 카타르조차 확대안을 마뜩잖아하는 가운데 최종 결정은 오는 6월 총회에서 내려진다.

FIFA가 조기 확대안을 강행하려는 데는 축구 시장의 '큰손' 중국을 위한 포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 중앙인민라디오방송의 인터넷판인 양광망(央廣網)등을 보면 FIFA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개 나라를 더 출전시키게 되면 중계권료와 스폰서 계약 등으로 한화 약 4천5백억 원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이 되면 아시아 지역의 출전권도 현행 4.5장에서 8장 정도로 늘어나는데, 중국의 FIFA 순위(2월 7일 기준)는 현재 아시아 8위. 축구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이 FIFA의 최우선 고려 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FIFA의 노력에 비해 중국 내 반응은 냉소적이다. 양광망 등 일부 매체만이 관련 소식을 전하며 "48개국 확대는 중국 축구에 큰 호재다"라고 할 뿐이다. 상당수 축구 팬들은 인터넷상에서 "본선 진출은 2022년이 아니라 2202년에나 가능" "본선을 96개 나라로 확대한다면 모를까…" "FIFA가 재벌 2세(중국 축구팀)를 입학시키기 위해 정말 애쓰는구나!" 등 비판 일색이다.

시진핑 주석도 좋아하는 축구…중국은 왜 축구에 약할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스스로 축구광이라고 밝혀왔다. 중국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이른바 '축구 굴기(축구로 우뚝 일어섬)'를 내세우며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를 해 왔다. 하지만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내세우고도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여준 중국 축구 대표팀. 왜 중국은 유독 축구에 약한 것일까?

2012년 2월 아일랜드 방문 당시 더블린의 크로크 파크 경기장에서 ‘킥 솜씨’를 선보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젊은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선수들은 지나치게 자유분방해 감독들의 통제가 잘 통하지 않는다. 더구나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 리그만 뛰어도 자신의 실력에 비해 수억, 수십 억 원의 연봉을 쉽게 버는 환경은 프로 정신의 부족을 더 키웠다. 이와 관련해선 중국에서 연봉 100억 원대를 받던 우레이 선수가 연봉을 절반 이상 낮춰 스페인 에스파뇰 팀으로 간 것이 도전 정신으로 찬사받을 정도다.

그래서 한 위원은 본선 진출국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중국 대표팀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현 상태로는 아시아에 배분될 8장 티켓 중 하나를 손에 쥐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영표 "중국 축구 10년 뒤쯤 무서운 수준 될 수도"

이영표 전 KBS 축구 해설위원 역시 중국 선수들의 프로답지 못한 의식 수준을 문제로 지적했다. 다만 이 전 위원은 중국 유소년 축구의 성장에 주목했다. 과거 한 자녀 정책이던 중국에서 축구선수는 부모와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아니었다. 중국이 인구는 많지만 축구하는 사람은 적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축구를 통해 세계적 명성과 부를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고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양성하면서 지금 중국의 유소년 축구는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중국이 약 10년 전부터 뿌린 씨가 15년~20년 뒤에 열매를 맺어, 즉 지금 양성되는 유소년들이 성장하는 10년 뒤쯤에는 중국 축구 수준이 '아주 무서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이 막대한 자금으로 대륙에 불러들인 해외 유명 감독과 선수들의 영향력도 언젠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지도자들도 중국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상비군 코치진에 합류한 이운재는 지난달 국내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국 선수들이 특히 약한 정신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축구 굴기'를 위한 시간표는 진행 중

오는 21일 중국 난닝(南寧)에서는 A매치 중국컵(中國杯)이 열린다. 중국컵은 자국 축구팀이 세계 공식 경기 참가 기회가 적어 국제 대회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중국 최대 그룹인 완다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이 창설한 대회이다. 중국 축구협회는 중국컵 등을 통해 선수들의 옥석을 가리고 체계적으로 2022년 카타르 본선 진출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기도 한 이영표 전 해설위원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는 땀을 10방울 흘리면 10방울 만큼 발전한다. 9방울이나 11방울은 없다." '축구 굴기'를 노리는 중국이 축구에 쏟아부은 돈과 땀의 결과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