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가 분석한 방용훈 인터뷰 수락 이유

입력 2019.03.19 (11:59) 수정 2019.04.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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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방송된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 35화 <조선일보는 사주의 일탈을 어떻게 비호했나> 편을 본 시청자들은 "화가 난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습니다.

앞서 지난 5일 PD 수첩은 故 이미란 씨 죽음 등을 사법 당국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요.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故 이미란 씨를 집에서 강제로 내쫓은 이 씨의 자녀들을 이 씨 친정 식구들이 고소했는데 자녀들에 대해 적용된 혐의는 '공동존속상해'에서 '강요'로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또 방용훈 사장 부자의 이 씨 언니집 침입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술에 취한 큰아들을 아버지 방용훈 사장이 말리러 간 것이라며 방용훈 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서정문 PD는 J에 출연해 "일반인 상식에서 봤을 때 정반대의 수사 결과로 이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이건 취재해서 있는 그대로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명백한 물증이 있는 사건에서도 방용훈 사장과 그 아들은 저렇게 쉽게 법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구나. '대체 사법기관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말을 가장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유력 언론사 사주집안으로 대표되는 '권력'의 내부에서 벌어진 석연찮은 자살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석연찮은 사건 처리...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3년 가까이 지속된 데 시청자들의 분노가 특히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감정은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故 장자연 씨 사건,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폭력 의혹 사건의 본질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방용훈 사장 일가 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핍박 받고 불이익을 당했을지..."(ID 황**)

"방송 끝나면 바로 자야 하는데 방송 보면서 너무 화가 나서...조선일보를 언론이라고 할 수 있나요"(ID 김**)

"방송 보는 내내 답답하고 분노 때문에 혈압이 오르네요." (ID ***Kim)


시청자들은 또 서 PD가 풀어놓은 방용훈 사장과의 인터뷰 뒷얘기를 듣고서도 화가 났다고 말했는데요. PD 수첩 취재 당시 미국에 머무르고 있던 방용훈 사장은 서 PD와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다 지금 녹음되는 거 알고 있는데 그러니까 확실하게 이거 편집하지 마시고 확실하게 하시라고 서 선생. 내가 당신을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니까 평생 살아가면서. 이건 겁주는 것도 아니고 협박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예요" -방용훈 사장, PD 수첩 인터뷰 중-

방용훈 사장에 따르면 방 사장의 말은 '협박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상 협박입니다. 서 PD는 PD수첩 방송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방용훈 사장으로부터 "애가 있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고백했습니다. 'PD 수첩'이 방송된 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조폭 같다", "이런 사람이 언론사 사주라는 게 너무 무섭다"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서 PD는 "방용훈 사장이 전화로 대화를 할 때 '편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내보내라'면서 '이건 협박도 뭐도 아니라고 이야기 했기 때문에, 편집하지 말라고 하니까 맥락 그대로 살려서 방송을 내보냈다"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기자나 PD들은 압니다. 취재원으로부터 저런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을. 게다가 그 취재원이 힘도, 권력도 있을 경우 가중되는 압박을. 머리로는 '저건 그냥 말일 뿐이다', '저렇게 말해도 나한테 실질적인 위협을 줄 수는 없다', '만에 하나 안 좋은 일을 당한다고 해도 나는...괜찮다'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같은 언론인 입장에서 봤을 때 방용훈 사장의 말은 충분히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J 패널인 독일 기자 안톤 숄츠는 "저는 누구한테도 '이거 위협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본 적이 없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원래 사람들을 위협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할 필요도 없는 거죠"라면서 방용훈 사장이 스스로 '이건 협박이다'라는 걸 시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숄츠 기자의 지적대로 방 사장은 서 PD에게 정말 협박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방용훈 사장이 PD 수첩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방 사장이 PD 수첩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표면적으로는 故 이미란 씨 사건에 대한 본인의 해명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해명을 들은 시청자들은 故 이미란 씨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의문점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답답해졌고 오히려 다른 메시지를 읽었다고 말합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은 "심지어 녹취 중인 것을 안다고 말을 하면서...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무소불위의 000", "방송국 PD한테 저럴 정도면 일반인한테는 어떻게 할지 상상이 안 가네요.", "공중파 프로그램인데 대놓고 아이를 대상으로 공갈 협박을 하는데 그저 지켜봐야만 하다니..."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 교수는 방용훈 사장이 PD 수첩과의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단순한 입장 표명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준희 교수는 "방용훈 사장이 인터뷰를 수락한 기저에는 '내가 인터뷰에 응해야 상대가 약해 보인다'는 판단과 'PD수첩이 파봤자 얼마나 팔 수 있겠나'하는 심리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방용훈 사장의 태연한 인터뷰 태도에 미뤄 짐작해 보면 '이 판은 내가 지금 관리하고 있다'는 관점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 PD 역시 "故 이미란 씨가 생전에 33년 동안 방용훈 사장과 결혼 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을 힘, 그 힘이 저와 방용훈 사장의 대화에 은연중에 드러나 있다고 생각해 방용훈 사장과의 전화 대화를 그대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방용훈 사장이 PD 수첩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그 '힘'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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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널리즘토크쇼J가 분석한 방용훈 인터뷰 수락 이유
    • 입력 2019-03-19 11:59:54
    • 수정2019-04-12 14:05:04
    저널리즘 토크쇼 J
지난 17일 방송된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 35화 <조선일보는 사주의 일탈을 어떻게 비호했나> 편을 본 시청자들은 "화가 난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습니다. 앞서 지난 5일 PD 수첩은 故 이미란 씨 죽음 등을 사법 당국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요.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故 이미란 씨를 집에서 강제로 내쫓은 이 씨의 자녀들을 이 씨 친정 식구들이 고소했는데 자녀들에 대해 적용된 혐의는 '공동존속상해'에서 '강요'로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또 방용훈 사장 부자의 이 씨 언니집 침입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술에 취한 큰아들을 아버지 방용훈 사장이 말리러 간 것이라며 방용훈 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서정문 PD는 J에 출연해 "일반인 상식에서 봤을 때 정반대의 수사 결과로 이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이건 취재해서 있는 그대로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명백한 물증이 있는 사건에서도 방용훈 사장과 그 아들은 저렇게 쉽게 법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구나. '대체 사법기관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말을 가장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유력 언론사 사주집안으로 대표되는 '권력'의 내부에서 벌어진 석연찮은 자살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석연찮은 사건 처리...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3년 가까이 지속된 데 시청자들의 분노가 특히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감정은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故 장자연 씨 사건,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폭력 의혹 사건의 본질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방용훈 사장 일가 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핍박 받고 불이익을 당했을지..."(ID 황**) "방송 끝나면 바로 자야 하는데 방송 보면서 너무 화가 나서...조선일보를 언론이라고 할 수 있나요"(ID 김**) "방송 보는 내내 답답하고 분노 때문에 혈압이 오르네요." (ID ***Kim) 시청자들은 또 서 PD가 풀어놓은 방용훈 사장과의 인터뷰 뒷얘기를 듣고서도 화가 났다고 말했는데요. PD 수첩 취재 당시 미국에 머무르고 있던 방용훈 사장은 서 PD와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다 지금 녹음되는 거 알고 있는데 그러니까 확실하게 이거 편집하지 마시고 확실하게 하시라고 서 선생. 내가 당신을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니까 평생 살아가면서. 이건 겁주는 것도 아니고 협박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예요" -방용훈 사장, PD 수첩 인터뷰 중- 방용훈 사장에 따르면 방 사장의 말은 '협박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상 협박입니다. 서 PD는 PD수첩 방송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방용훈 사장으로부터 "애가 있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고백했습니다. 'PD 수첩'이 방송된 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조폭 같다", "이런 사람이 언론사 사주라는 게 너무 무섭다"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서 PD는 "방용훈 사장이 전화로 대화를 할 때 '편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내보내라'면서 '이건 협박도 뭐도 아니라고 이야기 했기 때문에, 편집하지 말라고 하니까 맥락 그대로 살려서 방송을 내보냈다"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기자나 PD들은 압니다. 취재원으로부터 저런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을. 게다가 그 취재원이 힘도, 권력도 있을 경우 가중되는 압박을. 머리로는 '저건 그냥 말일 뿐이다', '저렇게 말해도 나한테 실질적인 위협을 줄 수는 없다', '만에 하나 안 좋은 일을 당한다고 해도 나는...괜찮다'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같은 언론인 입장에서 봤을 때 방용훈 사장의 말은 충분히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J 패널인 독일 기자 안톤 숄츠는 "저는 누구한테도 '이거 위협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본 적이 없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원래 사람들을 위협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할 필요도 없는 거죠"라면서 방용훈 사장이 스스로 '이건 협박이다'라는 걸 시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숄츠 기자의 지적대로 방 사장은 서 PD에게 정말 협박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방용훈 사장이 PD 수첩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방 사장이 PD 수첩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표면적으로는 故 이미란 씨 사건에 대한 본인의 해명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해명을 들은 시청자들은 故 이미란 씨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의문점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답답해졌고 오히려 다른 메시지를 읽었다고 말합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은 "심지어 녹취 중인 것을 안다고 말을 하면서...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무소불위의 000", "방송국 PD한테 저럴 정도면 일반인한테는 어떻게 할지 상상이 안 가네요.", "공중파 프로그램인데 대놓고 아이를 대상으로 공갈 협박을 하는데 그저 지켜봐야만 하다니..."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 교수는 방용훈 사장이 PD 수첩과의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단순한 입장 표명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준희 교수는 "방용훈 사장이 인터뷰를 수락한 기저에는 '내가 인터뷰에 응해야 상대가 약해 보인다'는 판단과 'PD수첩이 파봤자 얼마나 팔 수 있겠나'하는 심리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방용훈 사장의 태연한 인터뷰 태도에 미뤄 짐작해 보면 '이 판은 내가 지금 관리하고 있다'는 관점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 PD 역시 "故 이미란 씨가 생전에 33년 동안 방용훈 사장과 결혼 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을 힘, 그 힘이 저와 방용훈 사장의 대화에 은연중에 드러나 있다고 생각해 방용훈 사장과의 전화 대화를 그대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방용훈 사장이 PD 수첩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그 '힘'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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