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9단’ 박지원도 어렵다는 선거제 개편안, 알기 쉽게 설명드립니다!

입력 2019.03.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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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만 이해할 수 있는 선거제 개편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주말 사이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큰 틀만 놓고 보면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253:47에서 225:75로 조정하고, 비례대표 75석 가운데 절반을 연동형을 적용해 뽑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적용 방식을 놓고는 곳곳에서 "어렵다"는 얘기들이 터져 나옵니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선거판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의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오늘(18일) 의원총회에서 정개특위 간사인 천정배 의원으로부터 여야 4당이 잠정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난 뒤 기자들에게 "이걸 이해하는 의원이 있을까"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당 최경환 의원도 "대한민국 천재 의원(천정배 의원)이 설명을 하는데 나는 한 50% 정도 이해했다, 국민들은 얼마나 어렵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의원들도 어렵다는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국회의원을 뽑겠다는 건지 최대한 쉽게(?) 풀어 알려드리겠습니다.

1. 지역구 253→225로 축소…농촌 지역구 우선 통폐합?

우선 지역구는 앞서 언급한 대로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이 줄어듭니다. 지역구의 증감 여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구가 통폐합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인구수에 따라 수도권 10석, 영남 8석, 호남 7석, 강원 1석이 통폐합 우선 대상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이 통폐합될지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지역구 간 인구 비율이 2:1을 넘을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긴 하지만 최대 인구수를 몇 명으로 하느냐에 따라 통폐합 지역도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역구가 줄어들게 된다면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보다는 인구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농촌 지역의 지역구가 더 많이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2. 비례대표 선출 방식, ‘병립형 100%’에서 ‘연동형+병립형’으로

현행 선거법은 국회의원 비례대표 47석을 이렇게 배분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선거에서 유효투표수의 3% 이상을 득표했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이 '의석 할당 정당'이 됩니다. 이 '의석 할당 정당'에게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선거에서 얻은 득표비율(정당별 득표수/의석 할당 정당의 득표수)에 따라 47개 의석을 나눠줍니다. 20대 총선의 경우를 보면, 의석 할당 정당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모두 4개였습니다. 새누리당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선거에서 796만 272표를 얻었는데 이를 의석 할당 정당의 전체 득표수 2천2백10만 5,479표로 나누면 약 36%의 득표비율이 나옵니다. 이는 전체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17석에 해당하는 비율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민주당은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은 4석을 각각 배분받았습니다. 이를 선거법에서는 병립형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은 이 병립형 방식을 전체 비례대표(75석)의 절반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나머지 절반을 '연동형 비례'에 우선 배분한다는 방침입니다. 다시 말해,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을 연동형(신규 방식)+ 병립형(기존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3. 연동형 비례대표, 어떻게 뽑나?

선거제 개혁안 설명이 어려워지는 건 지금부터입니다. 그렇다면 연동형 비례대표를 어떻게 뽑을지부터 살펴봅시다. 100% 연동형 비례라면 이렇습니다. A라는 정당이 지역구에서 10석을 얻고 전국 정당 득표율 20%를 얻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럴 경우 전체 300석 가운데 20%인 60석을 기준으로 지역구에서 얻은 10석을 제외한 50석을 비례대표로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연동률이 50%이기 때문에 그 절반인 25석을 가져가게 됩니다.

단, 이때 비례대표 명부는 현행처럼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별로 작성합니다. 서울/인천·경기/대전·충남북·세종·강원/광주·전남북·제주/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이렇게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연동형 비례대표를 각각 배분하는 겁니다.

복잡하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B라는 정당이 전체 의석수가 60석인 '가' 권역에서 지역구 10석, 정당 득표율 30%를 얻었다면 60석*0.3=18석을 기준으로, 지역구에서 얻은 10석을 제외하고 남은 8석에 대해 연동형 50%를 적용받아 1차로 비례대표 4석을 배분받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B 정당은 가 권역의 지역구에선 정당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정당 득표율에 의해 권역별 비례대표를 4명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석을 많이 확보했다면 권역별 비례대표 배분은 기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구 경쟁력이 취약한 소수 정당에게 다소 유리한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남은 비례대표 의석수는 병립형으로 배분

일단 이런 식으로 연동형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배분하면 대략 비례대표 의석수의 절반 정도는 배분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는 다시 현행 방식대로 정당별 득표에 의한 '병립형'으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각 정당이 나눠 갖게 됩니다.


5. 석패율 적용

연동형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배분할 때, 각 권역별로 2명 이내에서 석패율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석패율제는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요. 석패율 적용을 받기 위해선 후보자의 지역구 득표율이 5%를 넘어야 하고, 권역별로 30% 이상의 지역구를 확보했다면 그 정당의 후보자는 석패율제 적용 대상에서 배제됩니다. 석패율은 낙선자 득표수/당선자 득표수로, 당선자와의 표차가 적을수록 높아지게 됩니다.


“자동차 운전할 때 엔진 작동 원리까지 알아야 하나”

여기까지가 여야 4당이 잠정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의 대강 내용입니다. 여전히 어렵다고요? 이번 합의 과정에 참여한 정개특위 위원에게 '선거제 개편안의 작동 원리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더니 이런 답을 하더군요. "자동차를 운전할 때 엔진의 작동 원리까지 알고 운전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선거제도 마찬가지이다. 현행 선거제보다 비례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것만 이해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우리나라 선거제가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쉬운 편이다, 독일식은 정말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내가 행사한 표가 어떤 제도적 원리에 의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출입기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선거제 개편안을 선뜻 받아들일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요.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좀 더 친절하고 성실한 설명이 뒤따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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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9단’ 박지원도 어렵다는 선거제 개편안, 알기 쉽게 설명드립니다!
    • 입력 2019-03-19 14:25:29
    취재K
“천재만 이해할 수 있는 선거제 개편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주말 사이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큰 틀만 놓고 보면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253:47에서 225:75로 조정하고, 비례대표 75석 가운데 절반을 연동형을 적용해 뽑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적용 방식을 놓고는 곳곳에서 "어렵다"는 얘기들이 터져 나옵니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선거판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의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오늘(18일) 의원총회에서 정개특위 간사인 천정배 의원으로부터 여야 4당이 잠정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난 뒤 기자들에게 "이걸 이해하는 의원이 있을까"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당 최경환 의원도 "대한민국 천재 의원(천정배 의원)이 설명을 하는데 나는 한 50% 정도 이해했다, 국민들은 얼마나 어렵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의원들도 어렵다는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국회의원을 뽑겠다는 건지 최대한 쉽게(?) 풀어 알려드리겠습니다.

1. 지역구 253→225로 축소…농촌 지역구 우선 통폐합?

우선 지역구는 앞서 언급한 대로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이 줄어듭니다. 지역구의 증감 여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구가 통폐합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인구수에 따라 수도권 10석, 영남 8석, 호남 7석, 강원 1석이 통폐합 우선 대상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이 통폐합될지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지역구 간 인구 비율이 2:1을 넘을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긴 하지만 최대 인구수를 몇 명으로 하느냐에 따라 통폐합 지역도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역구가 줄어들게 된다면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보다는 인구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농촌 지역의 지역구가 더 많이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2. 비례대표 선출 방식, ‘병립형 100%’에서 ‘연동형+병립형’으로

현행 선거법은 국회의원 비례대표 47석을 이렇게 배분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선거에서 유효투표수의 3% 이상을 득표했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이 '의석 할당 정당'이 됩니다. 이 '의석 할당 정당'에게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선거에서 얻은 득표비율(정당별 득표수/의석 할당 정당의 득표수)에 따라 47개 의석을 나눠줍니다. 20대 총선의 경우를 보면, 의석 할당 정당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모두 4개였습니다. 새누리당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선거에서 796만 272표를 얻었는데 이를 의석 할당 정당의 전체 득표수 2천2백10만 5,479표로 나누면 약 36%의 득표비율이 나옵니다. 이는 전체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17석에 해당하는 비율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민주당은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은 4석을 각각 배분받았습니다. 이를 선거법에서는 병립형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은 이 병립형 방식을 전체 비례대표(75석)의 절반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나머지 절반을 '연동형 비례'에 우선 배분한다는 방침입니다. 다시 말해,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을 연동형(신규 방식)+ 병립형(기존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3. 연동형 비례대표, 어떻게 뽑나?

선거제 개혁안 설명이 어려워지는 건 지금부터입니다. 그렇다면 연동형 비례대표를 어떻게 뽑을지부터 살펴봅시다. 100% 연동형 비례라면 이렇습니다. A라는 정당이 지역구에서 10석을 얻고 전국 정당 득표율 20%를 얻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럴 경우 전체 300석 가운데 20%인 60석을 기준으로 지역구에서 얻은 10석을 제외한 50석을 비례대표로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연동률이 50%이기 때문에 그 절반인 25석을 가져가게 됩니다.

단, 이때 비례대표 명부는 현행처럼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별로 작성합니다. 서울/인천·경기/대전·충남북·세종·강원/광주·전남북·제주/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이렇게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연동형 비례대표를 각각 배분하는 겁니다.

복잡하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B라는 정당이 전체 의석수가 60석인 '가' 권역에서 지역구 10석, 정당 득표율 30%를 얻었다면 60석*0.3=18석을 기준으로, 지역구에서 얻은 10석을 제외하고 남은 8석에 대해 연동형 50%를 적용받아 1차로 비례대표 4석을 배분받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B 정당은 가 권역의 지역구에선 정당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정당 득표율에 의해 권역별 비례대표를 4명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석을 많이 확보했다면 권역별 비례대표 배분은 기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구 경쟁력이 취약한 소수 정당에게 다소 유리한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남은 비례대표 의석수는 병립형으로 배분

일단 이런 식으로 연동형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배분하면 대략 비례대표 의석수의 절반 정도는 배분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는 다시 현행 방식대로 정당별 득표에 의한 '병립형'으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각 정당이 나눠 갖게 됩니다.


5. 석패율 적용

연동형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배분할 때, 각 권역별로 2명 이내에서 석패율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석패율제는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요. 석패율 적용을 받기 위해선 후보자의 지역구 득표율이 5%를 넘어야 하고, 권역별로 30% 이상의 지역구를 확보했다면 그 정당의 후보자는 석패율제 적용 대상에서 배제됩니다. 석패율은 낙선자 득표수/당선자 득표수로, 당선자와의 표차가 적을수록 높아지게 됩니다.


“자동차 운전할 때 엔진 작동 원리까지 알아야 하나”

여기까지가 여야 4당이 잠정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의 대강 내용입니다. 여전히 어렵다고요? 이번 합의 과정에 참여한 정개특위 위원에게 '선거제 개편안의 작동 원리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더니 이런 답을 하더군요. "자동차를 운전할 때 엔진의 작동 원리까지 알고 운전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선거제도 마찬가지이다. 현행 선거제보다 비례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것만 이해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우리나라 선거제가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쉬운 편이다, 독일식은 정말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내가 행사한 표가 어떤 제도적 원리에 의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출입기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선거제 개편안을 선뜻 받아들일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요.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좀 더 친절하고 성실한 설명이 뒤따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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