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對 검찰 강공 속…후배 판사들 ‘당혹’

입력 2019.03.19 (17:56) 수정 2019.03.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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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웃지 마세요"

이른바 '사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오늘(19일)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한 말입니다. 지난 11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을 '미세먼지'에 빗대며, 강하게 몰아붙이던 기조를 이어간 겁니다. 임 전 차장은 공판 내내 변호인에 의지하지 않고 "행정법 교과서를 읽어보라"든가 "검찰 유도에 따른 주관적 진술에 불과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직접 검찰을 겨냥했습니다.

언뜻 임 전 차장의 반응이 감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이 속에 임 전 차장의 재판 전략이 숨어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당했다'는 것을 부각해 재판부의 동정심을 자극한단 겁니다. 1차 공판 당시 푸른 수의를 입은 채 출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임 전 차장은 한편으로는 전 현직 법관 100명 이상의 진술조서를 부동의했습니다. 때문에 임 전 차장이 부동의한 진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법관들이 무더기로 법정에 나오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재판은 필연적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재판이 임 전 차장의 구속만기일인 오는 5월 13일을 넘기게 되면 임 전 차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됩니다. 또 오는 25일 첫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보다 선고를 늦춰, 자신이 일종의 '판결 기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임 전 처장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재판 지연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느냔 의심이 나오는 이윱니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임 전 처장 요청대로 증인 심문을 하려면 소환장을 보내는 절차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만일 양 전 대법원장보다 늦게 선고가 되면 양 전 대법원장이 주범이 되고 임 전 처장은 시켜서 한 꼴이 된다. 이런 상황을 의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법관 재직 당시 '재판 선수'로 불렸던 실력을 뽐내고 있단 겁니다.

하지만 현직 후배 판사들 사이에선 당황스러운 기색이 읽힙니다. 현직 판사들까지 우르르 재판에 증인을 서게 되면, 법원 전체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도 있단 우려입니다. 여기에 지난달 보석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에 선 양 전 대법원장 역시 "검찰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듯 사실을 왜곡해 수사했다"고 밝힌 바 있어 임 전 차장과 비슷한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은 상황. 현직 판사들의 당혹스러움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현직 판사 한 명은 KBS와 통화에서 "임 전 처장의 모습이 후배된 입장에서 안타깝다" 면서도 "대규모 증인신청이 현실화되면 업무에 영향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의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던 선배가 자기만 살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앞서 1차 공판에서 임 전 차장은 "제가 행정처에서 일한 것이 사법농단으로 평가돼 저와 무관하게 사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검찰 수사에 단초를 제공한 사람으로서 마음에 상처받았을 동료 법관과 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동료, 후배 판사들이 불만을 가지는 건 단순히 검찰 수사에 단초를 제공해서만은 아니어 보입니다. 사법부는 가뜩이나 전 대법원장과 전 현직 판사들이 검찰에 기소된 초유의 일이 벌어져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태입니다. 임 전 처장의 계속되는 검찰을 향한 강공이 이를 치료해 주기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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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헌 對 검찰 강공 속…후배 판사들 ‘당혹’
    • 입력 2019-03-19 17:56:18
    • 수정2019-03-21 09: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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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웃지 마세요"

이른바 '사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오늘(19일)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한 말입니다. 지난 11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을 '미세먼지'에 빗대며, 강하게 몰아붙이던 기조를 이어간 겁니다. 임 전 차장은 공판 내내 변호인에 의지하지 않고 "행정법 교과서를 읽어보라"든가 "검찰 유도에 따른 주관적 진술에 불과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직접 검찰을 겨냥했습니다.

언뜻 임 전 차장의 반응이 감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이 속에 임 전 차장의 재판 전략이 숨어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당했다'는 것을 부각해 재판부의 동정심을 자극한단 겁니다. 1차 공판 당시 푸른 수의를 입은 채 출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임 전 차장은 한편으로는 전 현직 법관 100명 이상의 진술조서를 부동의했습니다. 때문에 임 전 차장이 부동의한 진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법관들이 무더기로 법정에 나오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재판은 필연적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재판이 임 전 차장의 구속만기일인 오는 5월 13일을 넘기게 되면 임 전 차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됩니다. 또 오는 25일 첫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보다 선고를 늦춰, 자신이 일종의 '판결 기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임 전 처장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재판 지연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느냔 의심이 나오는 이윱니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임 전 처장 요청대로 증인 심문을 하려면 소환장을 보내는 절차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만일 양 전 대법원장보다 늦게 선고가 되면 양 전 대법원장이 주범이 되고 임 전 처장은 시켜서 한 꼴이 된다. 이런 상황을 의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법관 재직 당시 '재판 선수'로 불렸던 실력을 뽐내고 있단 겁니다.

하지만 현직 후배 판사들 사이에선 당황스러운 기색이 읽힙니다. 현직 판사들까지 우르르 재판에 증인을 서게 되면, 법원 전체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도 있단 우려입니다. 여기에 지난달 보석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에 선 양 전 대법원장 역시 "검찰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듯 사실을 왜곡해 수사했다"고 밝힌 바 있어 임 전 차장과 비슷한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은 상황. 현직 판사들의 당혹스러움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현직 판사 한 명은 KBS와 통화에서 "임 전 처장의 모습이 후배된 입장에서 안타깝다" 면서도 "대규모 증인신청이 현실화되면 업무에 영향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의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던 선배가 자기만 살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앞서 1차 공판에서 임 전 차장은 "제가 행정처에서 일한 것이 사법농단으로 평가돼 저와 무관하게 사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검찰 수사에 단초를 제공한 사람으로서 마음에 상처받았을 동료 법관과 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동료, 후배 판사들이 불만을 가지는 건 단순히 검찰 수사에 단초를 제공해서만은 아니어 보입니다. 사법부는 가뜩이나 전 대법원장과 전 현직 판사들이 검찰에 기소된 초유의 일이 벌어져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태입니다. 임 전 처장의 계속되는 검찰을 향한 강공이 이를 치료해 주기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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