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도심 주차 시 50% 돈 더 내라”…우리나라는?

입력 2019.03.2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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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중심부에 디젤차를 주차할 경우 추가로 주차료 50%를 더 받습니다."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시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따라 중심부에서는 2015년 이전에 생산된 디젤차의 경우 시간당 £7.35, 우리 돈 1만 원 정도의 주차요금을 받는다. 일반 차량보다 추가로 50%가량을 더 받는 것이다. 디젤차 운전자는 이미 경유세와 톨비에 부과되는 요금에 더해 주차비까지 추가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정책으로 약 950만 대의 경유차가 영향을 받고 있다. 영국의 다른 지역인 버밍엄, 배스, 맨체스터 등에서도 유사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런던 중심부와 버밍엄의 '클린 에어 존'에서는 대부분의 디젤차량에 하루 최고 £12.50, 우리 돈 1만 8천 원가량의 톨비도 부과된다. 이 톨비는 이미 부과되는 혼잡통행료 £11.50에 더해 부과되는 것이며 이들 도시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도시들이 곧 같은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시 디젤차 주차료 공지 글영국 웨스트민스터시 디젤차 주차료 공지 글

프랑스 파리에선 배출가스 등급라벨제도에 따라 차량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도심을 달려야 한다.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은 벌금을 내야 한다. 또, 프랑스 자동차 등록대수의 6%를 차지하는 1997년~2000년 등록 디젤과 가솔린 자동차는 5등급으로 구분돼 파리시 진입이 금지돼 있다. 전체 차량의 14%인 2001년~2005년 등록 디젤 차량도 진입 금지 등 과정을 거쳐 2025년부터는 모든 경유차의 도심운행을 금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 베를린,쾰른,하노버 등지에서는 이미 2008년부터 도심지역에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의 진입을 통제해 왔다. 2018년 2월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 시 당국이 대기질을 유지하기 위해 연방 규제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기대오염도가 심한 날에는 디젤차의 운행을 금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비록 이 판결은 특정 도시에 대한 판결이지만 이후 함부르크가 일부 구간에 한해 일부 디젤차의 주행금지 계획을 밝히는 등 경유차 제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유럽국가의 적극적인 경유차 제한 조치로 유럽 내 경유차 비중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1년 55.7%에 달했던 유럽 내 디젤차 신차 등록 비중이 2017년 44.4%로 떨어졌고 앞으로 더 급격히 떨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경유차 규제 어디까지?

현재 우리나라 경유차 규제는 유럽 국가처럼 선제적 조치가 아닌 사후적 조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2월‘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비상저감조치 때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을 운행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높은 미세먼지로 대기가 안 좋아질 경우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고,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한해서만 서울 시내 운행이 금지된다. 유럽국가 도시처럼 경유차의 도심 금지나 주차비 50% 할증 등의 조치는 없다. 비상저감조치 시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은 서울에 이어 인천과 경기도가 올 상반기 중 관련 조례를 마련해 시행하고, 그 외 지역은 올 하반기부터 순차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유럽국가처럼 강력한 경유차 규제책을 시행하지 못하는 것은 경유차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이 많아 섣불리 정책을 펴기 어렵다고 정책당국이나 지자체가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물차 등 대형 경유차의 경우 생계형과 산업용이 많아 유럽처럼 강력한 정책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그동안 경유차는 유럽국가처럼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지난 2012년 700만 대였던 국내 경유차 등록대수는 2015년 862만 대, 지난해엔 993만 대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차의 점유율 역시 2012년 36.4%에서 2015년 39.5%, 지난해 42.8%로 해마다 늘었다.

'강제 차량 2부제' 언제 도입될까?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강화방안 논의(13일 서울특별시청)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강화방안 논의(13일 서울특별시청)

박원순 서울시장은 13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의 미세먼지 대책 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차량 강제 2부제와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요청했다. 박 시장은 "현재의 비상저감조치로는 획기적인 저감은 어렵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특히 강제 차량 2부제에 대한 강한 실천 의지를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조례로 가능하게 만들어놨는데 수도권, 전국적으로 같이 해야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후적 조치로 비난을 받고 있는 비상저감조치에 대해서도 "이미 대기질이 악화된 상태에서는 조치를 해도 효과가 없다"라며 "비상저감조치를 시즌제로 운영했으면 한다"고 시즌제를 제안했다. 강제 차량 2부제는 이미 조명래 장관이 가능성을 언급한 터라 정부차원에서 조율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 장관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비상저감조치 둘째 날까지는 5등급, 3∼4일째에는 4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일주일 이상 지속하면 전국적으로 자발적 2부제를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이 강력히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다른 자치단체와의 조율을 정부차원에서 도와준다면 차량 2부제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다. 지난해 6월 서울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를 봐도 시민 10명 가운데 8명이 더 강력한 차량 운행 제한을 요구했다. 서울시민 다수가 원하는 차량 2부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적극적인 시민들의 참여도 물론이거니와 생계형 차량 운행자들에 대한 세밀한 보완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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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유차 도심 주차 시 50% 돈 더 내라”…우리나라는?
    • 입력 2019-03-20 11:14:22
    취재K
"런던 중심부에 디젤차를 주차할 경우 추가로 주차료 50%를 더 받습니다."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시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따라 중심부에서는 2015년 이전에 생산된 디젤차의 경우 시간당 £7.35, 우리 돈 1만 원 정도의 주차요금을 받는다. 일반 차량보다 추가로 50%가량을 더 받는 것이다. 디젤차 운전자는 이미 경유세와 톨비에 부과되는 요금에 더해 주차비까지 추가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정책으로 약 950만 대의 경유차가 영향을 받고 있다. 영국의 다른 지역인 버밍엄, 배스, 맨체스터 등에서도 유사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런던 중심부와 버밍엄의 '클린 에어 존'에서는 대부분의 디젤차량에 하루 최고 £12.50, 우리 돈 1만 8천 원가량의 톨비도 부과된다. 이 톨비는 이미 부과되는 혼잡통행료 £11.50에 더해 부과되는 것이며 이들 도시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도시들이 곧 같은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시 디젤차 주차료 공지 글
프랑스 파리에선 배출가스 등급라벨제도에 따라 차량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도심을 달려야 한다.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은 벌금을 내야 한다. 또, 프랑스 자동차 등록대수의 6%를 차지하는 1997년~2000년 등록 디젤과 가솔린 자동차는 5등급으로 구분돼 파리시 진입이 금지돼 있다. 전체 차량의 14%인 2001년~2005년 등록 디젤 차량도 진입 금지 등 과정을 거쳐 2025년부터는 모든 경유차의 도심운행을 금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 베를린,쾰른,하노버 등지에서는 이미 2008년부터 도심지역에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의 진입을 통제해 왔다. 2018년 2월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 시 당국이 대기질을 유지하기 위해 연방 규제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기대오염도가 심한 날에는 디젤차의 운행을 금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비록 이 판결은 특정 도시에 대한 판결이지만 이후 함부르크가 일부 구간에 한해 일부 디젤차의 주행금지 계획을 밝히는 등 경유차 제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유럽국가의 적극적인 경유차 제한 조치로 유럽 내 경유차 비중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1년 55.7%에 달했던 유럽 내 디젤차 신차 등록 비중이 2017년 44.4%로 떨어졌고 앞으로 더 급격히 떨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경유차 규제 어디까지?

현재 우리나라 경유차 규제는 유럽 국가처럼 선제적 조치가 아닌 사후적 조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2월‘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비상저감조치 때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을 운행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높은 미세먼지로 대기가 안 좋아질 경우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고,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한해서만 서울 시내 운행이 금지된다. 유럽국가 도시처럼 경유차의 도심 금지나 주차비 50% 할증 등의 조치는 없다. 비상저감조치 시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은 서울에 이어 인천과 경기도가 올 상반기 중 관련 조례를 마련해 시행하고, 그 외 지역은 올 하반기부터 순차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유럽국가처럼 강력한 경유차 규제책을 시행하지 못하는 것은 경유차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이 많아 섣불리 정책을 펴기 어렵다고 정책당국이나 지자체가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물차 등 대형 경유차의 경우 생계형과 산업용이 많아 유럽처럼 강력한 정책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그동안 경유차는 유럽국가처럼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지난 2012년 700만 대였던 국내 경유차 등록대수는 2015년 862만 대, 지난해엔 993만 대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차의 점유율 역시 2012년 36.4%에서 2015년 39.5%, 지난해 42.8%로 해마다 늘었다.

'강제 차량 2부제' 언제 도입될까?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강화방안 논의(13일 서울특별시청)
박원순 서울시장은 13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의 미세먼지 대책 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차량 강제 2부제와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요청했다. 박 시장은 "현재의 비상저감조치로는 획기적인 저감은 어렵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특히 강제 차량 2부제에 대한 강한 실천 의지를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조례로 가능하게 만들어놨는데 수도권, 전국적으로 같이 해야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후적 조치로 비난을 받고 있는 비상저감조치에 대해서도 "이미 대기질이 악화된 상태에서는 조치를 해도 효과가 없다"라며 "비상저감조치를 시즌제로 운영했으면 한다"고 시즌제를 제안했다. 강제 차량 2부제는 이미 조명래 장관이 가능성을 언급한 터라 정부차원에서 조율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 장관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비상저감조치 둘째 날까지는 5등급, 3∼4일째에는 4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일주일 이상 지속하면 전국적으로 자발적 2부제를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이 강력히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다른 자치단체와의 조율을 정부차원에서 도와준다면 차량 2부제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다. 지난해 6월 서울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를 봐도 시민 10명 가운데 8명이 더 강력한 차량 운행 제한을 요구했다. 서울시민 다수가 원하는 차량 2부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적극적인 시민들의 참여도 물론이거니와 생계형 차량 운행자들에 대한 세밀한 보완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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