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패션위크를 ‘주도할’ 색상은? vs ‘누구 맘대로?’

입력 2019.03.20 (14:57) 수정 2019.03.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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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색채 연구소 팬톤 사 홈페이지 캡처

어제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2019 서울패션위크>가 열리고 있다. 패션계는 한 시즌을 앞서 가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봄맞이 준비가 한창이지만, 이번 쇼에서는 올 가을/겨울을 겨냥한 의상들을 선보이게 된다. 올해는 어떤 디자인이 선보일 것인가 못지 않게 어떤 색상이 주를 이룰까 또한 관심 깊게 지켜볼 포인트 중 하나이다.

요즘은 개개인에게 어울리면서 그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퍼스널 컬러(자기에게 맞는 색)' 컨설팅이라는 게 유행할 정도로 색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색'이란 '시각'에 호소하는 것으로, '시각'은 사람의 감각 가운데서도 가장 의존도가 높은 감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업체가 있으니 바로 세계 최대 색채 연구소이자 색상회사 미국의 '팬톤(Pantone)'이라는 곳이다.

화학을 전공한 로렌스 허버트가 개발한 팬톤 매칭 시스템(Pantone Matching System, PMS). 팬톤은 이를 이용하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색상의 기준을 만들었다.화학을 전공한 로렌스 허버트가 개발한 팬톤 매칭 시스템(Pantone Matching System, PMS). 팬톤은 이를 이용하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색상의 기준을 만들었다.

팬톤은 매해 12월 첫째주 이듬해를 겨냥한 '올해의 색상(Color of the Year)'을 발표한다.(1999년 말 2000년을 겨냥한 '올해의 색상'을 발표한 것이 시초였다.) 흔히 업계에서 '올해에는 무슨 무슨 색상이 유행할 것이다'라고 하고 패션·디자인 쪽 대부분의 회사가 약속이나 한 듯이 특정 색상의 제품들을 대거 선보이는 경우들을 접하게 되는데 바로 이 같은 팬톤의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례로 지난 2016년 팬톤이 정한 '올해의 색'은 '로즈 쿼츠Rose quartz'라는 '연한 살구빛이 도는 장미색'이었고, 애플의 아이폰 6s와 아이폰 6s플러스는 '로즈 골드' 색상으로도 출시돼 예약 3초만에 품절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그만큼 '올해의 색상'은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들의 선택과도 직결됨을 보여준다.

2016 올해의 색이었던 로즈 쿼츠와 그를 반영한 아이폰 6s 모델2016 올해의 색이었던 로즈 쿼츠와 그를 반영한 아이폰 6s 모델

그렇다면 대체 '올해의 색상'이라는 것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결정 주체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팬톤'이라는 업체이다. 팬톤에서는 심리학자와 경제학자 등 사회·경제·문화 방면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 어떤 색상이 유행할 것인지를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5년 정도 앞서 예측한다. 그러한 '유행(색상) 예측 전문가'들은 현재 어떤 색상이 유행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각종 패션 원자재 무역 쇼 등에 참가해 유행의 흐름을 면밀히 관찰한다. 이런 과정에서 현재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살피는 것은 물론이다. 팬톤의 한 관계자는 "패션계를 지배할 색상을 선택할 때 우리는 거시적 유행의 흐름을 두루 살핀다. 그리고 그것은 패션계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디자인 업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이렇게 빅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가장 주목받는 색상을 가려내고, 그 후보 색상이 '올해의 색'으로 선정될 타당한 이유와 판단 근거들을 리서치한 후 예측 전문가들의 직관을 더해 해마다 '올해의 색'을 발표하게 된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팬톤이 선정·발표한 ‘올해의 색’들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팬톤이 선정·발표한 ‘올해의 색’들

한편 '직관'이라는 것이 결국 자의적이지 않으냐는 질문에 팬톤 관계자는 이렇게 답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유행할 색을 예측해내는 것은 결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시대를 반영하는 일이기도 하다. 역사가들은 세월이 흐른 후에 특정한 때에 유행했던 색상을 보고서 그때 사회가 어떠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을 유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카키색이 유행했다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으로 이해되듯이 말이다." 다시 말해 팬톤이 나름의 기준으로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색에는 이른바 그 해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팬톤은 “2019년에는 기술과 소셜미디어의 맹공 속에서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열망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따뜻하며 낙관적이고 자연적이며 보충적인’ 리빙 코랄 색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양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서식지가 되는 산호초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산호색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팬톤은 “2019년에는 기술과 소셜미디어의 맹공 속에서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열망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따뜻하며 낙관적이고 자연적이며 보충적인’ 리빙 코랄 색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양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서식지가 되는 산호초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산호색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하다. 아니 '반발'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팬톤의 색상 선정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의 사회상을 보여주며, 미래의 소비 트렌드와 기술변화 등을 반영하는 색상을 선정한다"는 팬톤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고 비판한다. 또, 지나친 상업화와 관련된 비판도 있다. 실제로 팬톤사의 홈페이지에 가면 여러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상품을 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직접 구매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은 그 해 디자인 업계에 광범위하게 반영되고 마케팅에 활용된다.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은 그 해 디자인 업계에 광범위하게 반영되고 마케팅에 활용된다.

창의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디자이너 집단이 팬톤이 정한 '올해의 색'을 따라 디자인을 풀어낸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좀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 어떤 해에는 '올해의 색'이 흥행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해도 있다. 노골적으로 '올해의 색만큼은 피하겠다'고 선언하는 디자이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대 인식과 사회적 상황에 기반한 대중 선호도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소비자들의 색상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미래 취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낸 결과라는 측면에서는 '나만 몰라라'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과거의 팬톤이 색에 기준을 제시해 그것을 언어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색에 의미를 부여해 유행을 일으킨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게 아닐까? 이번 2019 F/W 서울 패션위크에서도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이 어떻게,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관심 깊게 지켜볼 일이다.

2018 올해의 색이었던 ‘울트라 바이올렛’이 국내 업체들과 콜라보를 하거나 한정판 제품에 반영돼 출시된 사례들2018 올해의 색이었던 ‘울트라 바이올렛’이 국내 업체들과 콜라보를 하거나 한정판 제품에 반영돼 출시된 사례들

*팬톤
미국의 색채 연구소이자 색상 회사로 1962년 설립되었다. PMS(팬톤 매칭 시스템-특정한 색상에 일련번호와 이름을 붙여 어디서나 정확한 색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팬톤만의 시스템)라는 자체 색 체계화 시스템을 통해 1만 가지가 넘는 색에 표준 코드(고유 번호)를 부여했다. 매년 연말 그 다음해를 타깃으로 선정·발표하는 '올해의 팬톤 컬러'는 패션과 뷰티 산업, 디자인 등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마케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해당 연도의 유행을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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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0 14:57:55
    • 수정2019-03-20 16:23:32
    취재K
▲ 세계 최대 색채 연구소 팬톤 사 홈페이지 캡처

어제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2019 서울패션위크>가 열리고 있다. 패션계는 한 시즌을 앞서 가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봄맞이 준비가 한창이지만, 이번 쇼에서는 올 가을/겨울을 겨냥한 의상들을 선보이게 된다. 올해는 어떤 디자인이 선보일 것인가 못지 않게 어떤 색상이 주를 이룰까 또한 관심 깊게 지켜볼 포인트 중 하나이다.

요즘은 개개인에게 어울리면서 그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퍼스널 컬러(자기에게 맞는 색)' 컨설팅이라는 게 유행할 정도로 색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색'이란 '시각'에 호소하는 것으로, '시각'은 사람의 감각 가운데서도 가장 의존도가 높은 감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업체가 있으니 바로 세계 최대 색채 연구소이자 색상회사 미국의 '팬톤(Pantone)'이라는 곳이다.

화학을 전공한 로렌스 허버트가 개발한 팬톤 매칭 시스템(Pantone Matching System, PMS). 팬톤은 이를 이용하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색상의 기준을 만들었다.
팬톤은 매해 12월 첫째주 이듬해를 겨냥한 '올해의 색상(Color of the Year)'을 발표한다.(1999년 말 2000년을 겨냥한 '올해의 색상'을 발표한 것이 시초였다.) 흔히 업계에서 '올해에는 무슨 무슨 색상이 유행할 것이다'라고 하고 패션·디자인 쪽 대부분의 회사가 약속이나 한 듯이 특정 색상의 제품들을 대거 선보이는 경우들을 접하게 되는데 바로 이 같은 팬톤의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례로 지난 2016년 팬톤이 정한 '올해의 색'은 '로즈 쿼츠Rose quartz'라는 '연한 살구빛이 도는 장미색'이었고, 애플의 아이폰 6s와 아이폰 6s플러스는 '로즈 골드' 색상으로도 출시돼 예약 3초만에 품절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그만큼 '올해의 색상'은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들의 선택과도 직결됨을 보여준다.

2016 올해의 색이었던 로즈 쿼츠와 그를 반영한 아이폰 6s 모델
그렇다면 대체 '올해의 색상'이라는 것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결정 주체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팬톤'이라는 업체이다. 팬톤에서는 심리학자와 경제학자 등 사회·경제·문화 방면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 어떤 색상이 유행할 것인지를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5년 정도 앞서 예측한다. 그러한 '유행(색상) 예측 전문가'들은 현재 어떤 색상이 유행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각종 패션 원자재 무역 쇼 등에 참가해 유행의 흐름을 면밀히 관찰한다. 이런 과정에서 현재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살피는 것은 물론이다. 팬톤의 한 관계자는 "패션계를 지배할 색상을 선택할 때 우리는 거시적 유행의 흐름을 두루 살핀다. 그리고 그것은 패션계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디자인 업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이렇게 빅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가장 주목받는 색상을 가려내고, 그 후보 색상이 '올해의 색'으로 선정될 타당한 이유와 판단 근거들을 리서치한 후 예측 전문가들의 직관을 더해 해마다 '올해의 색'을 발표하게 된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팬톤이 선정·발표한 ‘올해의 색’들
한편 '직관'이라는 것이 결국 자의적이지 않으냐는 질문에 팬톤 관계자는 이렇게 답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유행할 색을 예측해내는 것은 결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시대를 반영하는 일이기도 하다. 역사가들은 세월이 흐른 후에 특정한 때에 유행했던 색상을 보고서 그때 사회가 어떠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을 유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카키색이 유행했다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으로 이해되듯이 말이다." 다시 말해 팬톤이 나름의 기준으로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색에는 이른바 그 해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팬톤은 “2019년에는 기술과 소셜미디어의 맹공 속에서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열망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따뜻하며 낙관적이고 자연적이며 보충적인’ 리빙 코랄 색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양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서식지가 되는 산호초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산호색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하다. 아니 '반발'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팬톤의 색상 선정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의 사회상을 보여주며, 미래의 소비 트렌드와 기술변화 등을 반영하는 색상을 선정한다"는 팬톤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고 비판한다. 또, 지나친 상업화와 관련된 비판도 있다. 실제로 팬톤사의 홈페이지에 가면 여러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상품을 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직접 구매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은 그 해 디자인 업계에 광범위하게 반영되고 마케팅에 활용된다.
창의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디자이너 집단이 팬톤이 정한 '올해의 색'을 따라 디자인을 풀어낸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좀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 어떤 해에는 '올해의 색'이 흥행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해도 있다. 노골적으로 '올해의 색만큼은 피하겠다'고 선언하는 디자이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대 인식과 사회적 상황에 기반한 대중 선호도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소비자들의 색상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미래 취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낸 결과라는 측면에서는 '나만 몰라라'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과거의 팬톤이 색에 기준을 제시해 그것을 언어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색에 의미를 부여해 유행을 일으킨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게 아닐까? 이번 2019 F/W 서울 패션위크에서도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이 어떻게,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관심 깊게 지켜볼 일이다.

2018 올해의 색이었던 ‘울트라 바이올렛’이 국내 업체들과 콜라보를 하거나 한정판 제품에 반영돼 출시된 사례들
*팬톤
미국의 색채 연구소이자 색상 회사로 1962년 설립되었다. PMS(팬톤 매칭 시스템-특정한 색상에 일련번호와 이름을 붙여 어디서나 정확한 색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팬톤만의 시스템)라는 자체 색 체계화 시스템을 통해 1만 가지가 넘는 색에 표준 코드(고유 번호)를 부여했다. 매년 연말 그 다음해를 타깃으로 선정·발표하는 '올해의 팬톤 컬러'는 패션과 뷰티 산업, 디자인 등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마케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해당 연도의 유행을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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