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 후보자, 장인이 산 땅이 10억 넘게 올랐다는데…

입력 2019.03.21 (07:00) 수정 2019.03.2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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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조동호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지명됐을 때, 국회 주변에선 이런 얘기가 흘러나왔다. “교수들이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재산은 정리가 제대로 안 됐을 수 있다…” 예상이 적중했기 때문일까? 조동호 장관 후보자 일가의 땅 투기 의혹과, 그에 따른 농지법 위반·위장전입 관련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조 후보자 가족의 땅 문제를 취재했다.

조 후보자 가족의 땅은 크게 두 곳이다. 배우자가 친정 아버지(후보자의 장인)로부터 증여받은 경기도 양평 땅과, 모친이 사서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안성의 땅이다.

양평 땅 매입가 7700만 원 → 현재가 10억 4000만 원

조 후보자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는 양평 땅은 총 8필지. 1만 5,930㎡에 달하는 논밭으로 공시지가로만 10억 원을 넘는다. 8필지 중 7필지는 조 후보자 장인 오 모 씨가 91년과 95년에 집중적으로 매입해 99년 딸에게 증여한 땅이다. 나머지 1필지는 배우자가 2000년에 사들였다.


장인 오 씨가 땅을 매입할 당시 공시지가로 ㎡당 5,000원 안팎이었던 땅값은 현재 6만 7,000원 수준. 공시지가로 13배 정도 올랐다. 공시지가로 따진 양평 땅 8필지의 매입가는 총 7,700만 원인데 현재 이 땅의 가격은 10억 4,000만 원을 넘는다. 아직 팔지 않아 ‘차익’을 논할 수는 없지만, 공시지가 기준 10억 원 가까운 차익이 기대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90년대 초반 시세는 ㎡당 1만 원정도 했을 텐데 지금은 16만 원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시가로는 더 많이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양평땅 매입 당시 장인 위장전입 의혹 불거져

해당 토지의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땅을 산 후보자의 장인 오 모 씨는 1991년 마룡리에, 1995년 다문리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해 마룡1리 이장 윤 모 씨는 "대대로 이 지역에 살고 있는데, 최근 기자들이 많이 찾아와 확인해보니 95년에 오 씨가 살았다는 주소지에 오 씨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았던 적은 없다"며 "위장전입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1991년은 해당 주소지에 6개월 이상 거주한 후에만 농지를 살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강화돼 있었다. 위장전입을 통해 편법으로 땅을 취득했던 것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95년 오 씨가 주소를 뒀던 집은 오 씨의 조카사위 이 모 씨가 80년대부터 계속 사는 집이다. 이 씨는 "(외삼촌이) 90년대에 5년가량 농사일이 있을 때마다 여기서 거주하며 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이 씨의 집은 유치원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오 씨의 배우자는 신림동에 계속 거주했으며, 정작 오 씨는 경기도 고양에 있는 농협대학에 강의를 다녔다는 점 등을 미루어보면, 오 씨가 이 집에 지속해서 거주했다는 이 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최근 9년간 농사짓는 것 본 적 없다"

조 후보자 배우자 오 모 씨는 양평 땅 7필지를 부친에게 증여받은 이듬해인 2000년 1필지를 더 사들였다. 총 8필지 1만 5,930㎡의 땅을 20년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논밭에 최근 농사를 지은 흔적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논밭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가져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토대로 농지 소유자는 직접 농사를 짓도록 하고 있다. 논밭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1년 이내에 처분하거나, 매입가의 20%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19일 KBS가 직접 찾은 오 씨의 양평 땅은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오 씨의 땅은 고랑이나 이랑이 있는 주변 밭과 달리 평평한 땅에 갓 심은 듯한 묘목만 드문드문 서 있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이 땅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마룡1리 주민 김 모씨(62)씨는 “9년간 지나다니면서 봤지만 농사짓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지 바로 위쪽 주유소에서 근무해 조 후보자 농지 인근을 자주 오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주민 윤 모씨(62)도 “3년 전 이 마을에 들어왔는데, 여태까지 한 번도 그 땅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2년 전 중장비를 동원해 대대적으로 제초작업 하는 모습만 한 번 봤다”고 전했다.

안성 땅도 위장전입‧농지법 위반 문제 드러나

1980년대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살던 조 후보자는 1990년 일가족이 안성으로 전입신고를 한다. 그리고 10개월 후 다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주소지를 옮긴다.

1990년 조 후보자의 가족이 전입신고 된 집은 안성시 금산동의 한 단독주택이다. 문제는 이 집에 조 후보자가 실제로 거주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집 주인 송 모 씨는 KBS 취재진과 만나 “89년부터 이 땅에 직접 집을 지어서 가족끼리만 살았다”며 “조동호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송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조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19일 “당시 부친의 임종이 임박해 급히 묘소를 마련"하게 됐다며, "급하게 가등기한 묘소를 불안한 상태로 놓아둘 수 없어 안성으로 주소이전을 했다"며 위장전입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면서 "효도를 한다는 심정으로 개인적 입장만 고려했지만, 관련 규정을 소홀히 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취재진이 이 땅을 찾아가 본 결과, 조 후보자의 부친 묘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친이 97년에 매입한 7,190㎡ 규모의 사흥리 밭에서는 최근 농사를 지었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흥리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KBS와 만나 “후보자 모친이 예전에는 농사를 직접 지었다가 2004년경부터 내가 대신 경작을 해줬다”며 “5년 전부터는 나도 몸이 안 좋아 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모친이 부친 묘소 가까이 가고 싶다고 해서 안성으로 내려왔고, 평소 농업에 관심이 있어 사흥리 인근에서 경작을 계속하다 최근 연로해 경작이 어려운 상태”라고 해명했다.

30년 전 장인이 산 땅, 20년 전 어머니가 산 땅은 장관의 결격 사유일까?

이 물음에 섣불리 답을 하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전입과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방식으로 장인과 모친이 매입한 땅에 대해, '잘못된 부의 대물림'이란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 공시지가로만 10억 원이 넘는 땅을 판다면, 그 혜택은 후보자와 가족들이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장관 후보자라고 해도 부모님들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 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장인이 땅을 살 당시 조 후보자는 37살이었다. 이 물음에 대한 판단은 어디까지나 주권자,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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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3-21 07:15:56
    취재K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조동호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지명됐을 때, 국회 주변에선 이런 얘기가 흘러나왔다. “교수들이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재산은 정리가 제대로 안 됐을 수 있다…” 예상이 적중했기 때문일까? 조동호 장관 후보자 일가의 땅 투기 의혹과, 그에 따른 농지법 위반·위장전입 관련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조 후보자 가족의 땅 문제를 취재했다.

조 후보자 가족의 땅은 크게 두 곳이다. 배우자가 친정 아버지(후보자의 장인)로부터 증여받은 경기도 양평 땅과, 모친이 사서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안성의 땅이다.

양평 땅 매입가 7700만 원 → 현재가 10억 4000만 원

조 후보자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는 양평 땅은 총 8필지. 1만 5,930㎡에 달하는 논밭으로 공시지가로만 10억 원을 넘는다. 8필지 중 7필지는 조 후보자 장인 오 모 씨가 91년과 95년에 집중적으로 매입해 99년 딸에게 증여한 땅이다. 나머지 1필지는 배우자가 2000년에 사들였다.


장인 오 씨가 땅을 매입할 당시 공시지가로 ㎡당 5,000원 안팎이었던 땅값은 현재 6만 7,000원 수준. 공시지가로 13배 정도 올랐다. 공시지가로 따진 양평 땅 8필지의 매입가는 총 7,700만 원인데 현재 이 땅의 가격은 10억 4,000만 원을 넘는다. 아직 팔지 않아 ‘차익’을 논할 수는 없지만, 공시지가 기준 10억 원 가까운 차익이 기대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90년대 초반 시세는 ㎡당 1만 원정도 했을 텐데 지금은 16만 원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시가로는 더 많이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양평땅 매입 당시 장인 위장전입 의혹 불거져

해당 토지의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땅을 산 후보자의 장인 오 모 씨는 1991년 마룡리에, 1995년 다문리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해 마룡1리 이장 윤 모 씨는 "대대로 이 지역에 살고 있는데, 최근 기자들이 많이 찾아와 확인해보니 95년에 오 씨가 살았다는 주소지에 오 씨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았던 적은 없다"며 "위장전입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1991년은 해당 주소지에 6개월 이상 거주한 후에만 농지를 살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강화돼 있었다. 위장전입을 통해 편법으로 땅을 취득했던 것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95년 오 씨가 주소를 뒀던 집은 오 씨의 조카사위 이 모 씨가 80년대부터 계속 사는 집이다. 이 씨는 "(외삼촌이) 90년대에 5년가량 농사일이 있을 때마다 여기서 거주하며 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이 씨의 집은 유치원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오 씨의 배우자는 신림동에 계속 거주했으며, 정작 오 씨는 경기도 고양에 있는 농협대학에 강의를 다녔다는 점 등을 미루어보면, 오 씨가 이 집에 지속해서 거주했다는 이 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최근 9년간 농사짓는 것 본 적 없다"

조 후보자 배우자 오 모 씨는 양평 땅 7필지를 부친에게 증여받은 이듬해인 2000년 1필지를 더 사들였다. 총 8필지 1만 5,930㎡의 땅을 20년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논밭에 최근 농사를 지은 흔적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논밭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가져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토대로 농지 소유자는 직접 농사를 짓도록 하고 있다. 논밭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1년 이내에 처분하거나, 매입가의 20%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19일 KBS가 직접 찾은 오 씨의 양평 땅은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오 씨의 땅은 고랑이나 이랑이 있는 주변 밭과 달리 평평한 땅에 갓 심은 듯한 묘목만 드문드문 서 있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이 땅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마룡1리 주민 김 모씨(62)씨는 “9년간 지나다니면서 봤지만 농사짓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지 바로 위쪽 주유소에서 근무해 조 후보자 농지 인근을 자주 오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주민 윤 모씨(62)도 “3년 전 이 마을에 들어왔는데, 여태까지 한 번도 그 땅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2년 전 중장비를 동원해 대대적으로 제초작업 하는 모습만 한 번 봤다”고 전했다.

안성 땅도 위장전입‧농지법 위반 문제 드러나

1980년대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살던 조 후보자는 1990년 일가족이 안성으로 전입신고를 한다. 그리고 10개월 후 다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주소지를 옮긴다.

1990년 조 후보자의 가족이 전입신고 된 집은 안성시 금산동의 한 단독주택이다. 문제는 이 집에 조 후보자가 실제로 거주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집 주인 송 모 씨는 KBS 취재진과 만나 “89년부터 이 땅에 직접 집을 지어서 가족끼리만 살았다”며 “조동호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송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조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19일 “당시 부친의 임종이 임박해 급히 묘소를 마련"하게 됐다며, "급하게 가등기한 묘소를 불안한 상태로 놓아둘 수 없어 안성으로 주소이전을 했다"며 위장전입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면서 "효도를 한다는 심정으로 개인적 입장만 고려했지만, 관련 규정을 소홀히 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취재진이 이 땅을 찾아가 본 결과, 조 후보자의 부친 묘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친이 97년에 매입한 7,190㎡ 규모의 사흥리 밭에서는 최근 농사를 지었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흥리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KBS와 만나 “후보자 모친이 예전에는 농사를 직접 지었다가 2004년경부터 내가 대신 경작을 해줬다”며 “5년 전부터는 나도 몸이 안 좋아 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모친이 부친 묘소 가까이 가고 싶다고 해서 안성으로 내려왔고, 평소 농업에 관심이 있어 사흥리 인근에서 경작을 계속하다 최근 연로해 경작이 어려운 상태”라고 해명했다.

30년 전 장인이 산 땅, 20년 전 어머니가 산 땅은 장관의 결격 사유일까?

이 물음에 섣불리 답을 하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전입과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방식으로 장인과 모친이 매입한 땅에 대해, '잘못된 부의 대물림'이란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 공시지가로만 10억 원이 넘는 땅을 판다면, 그 혜택은 후보자와 가족들이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장관 후보자라고 해도 부모님들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 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장인이 땅을 살 당시 조 후보자는 37살이었다. 이 물음에 대한 판단은 어디까지나 주권자,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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