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0원’인데, 자녀들은 억대 예금…문제 없나?

입력 2019.03.21 (09:08) 수정 2019.03.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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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영화계는 박 후보자가 대기업에 편향돼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정통 관료 출신입니다. 참여정부 당시 '최연소 문체부차관'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가 '문화비전 2030' 공약을 심화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밝혔습니다.

박 후보자를 강하게 반대하는 진영은 영화계입니다.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 등은 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박 후보자가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CJ E&M의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대기업 논리에 충실한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자녀 예금 1억 8천, 2억…증여세는 제대로?

KBS는 박 후보자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확인했습니다. 박 후보자가 자녀에게 자산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냈을까 하는 점입니다. 박 후보자가 자녀에게 적지 않은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증여세는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료제공 :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인숙 의원자료제공 :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인숙 의원

박 후보자의 딸은 셋입니다. 첫째 딸은 결혼한 이후 재산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둘째는 연봉 3천만 원대의 직장인입니다. 3년가량 일해왔는데, 예금액은 1억 8천만 원입니다. 셋째는 억대 연봉의 외국계 회사에 재직 중입니다. 1년 반 정도 일했고 예금액은 2억 원입니다.

예금액의 원천은 여러 곳일 수 있습니다. 급여보다 예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는 아닙니다. 양보해서 주식 투자의 귀재라면 월급을 잘 불렸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급여액과 차이가 너무 난다면 '합리적 의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딸이 직장에서 번 급여액을 모두 합산하면 총 1억 2천만 원 가량입니다. 돈을 매우 아껴 저축에 열을 올렸다 해도 예금이 1억을 넘으면 좀 어색합니다. 그런데 예금액은 1억 8천만 원입니다. 아버지가 돈을 보태준 게 아닌가 의심할만한 대목입니다.

의심의 근거는 더 있습니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박 후보자가 차관으로 재직했을 당시 재산공개 내역을 확인해봤습니다. 20대 초반이었던 첫째 딸의 예금액이 1년 만에 4천만 원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의혹은 또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같은 날에 같은 은행에서 부인과 둘째, 셋째 두 자녀 명의로(결혼한 첫째 딸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 정기 예금이 개설됩니다. 예금 총액은 총 1억 3천만 원. 역시 박 후보자가 부인과 자녀들에게 목돈을 증여한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자료제공 :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인숙 의원자료제공 :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인숙 의원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도 줄 수 있는 거잖아요?”…사랑하는 자녀도 증여세 대상

박 후보자가 자녀에 대한 증여를 이유로 낸 세금은 0원입니다. KBS는 박 후보자 측에 여러 차례 질의했습니다. 증여를 한 적이 없느냐, 세금은 왜 안 냈느냐. 박 후보자 측은 처음엔 "증여가 아니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질의가 계속되자 "박 후보자는 공직 생활을 오래 해 취재할 만한 큰 문제는 없다"며 "부모가 자식에게 용돈을 주거나 예금을 들어 주는 등 보통 가정의 사정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보태주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입장이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자산을 증여하는 건 보통의 일입니다. 문제 있는 재산이 아니라면 비난받을 일도 아닙니다. 법에 따른 증여세를 납부했다면 말입니다. 아무리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자녀에게 돈을 주는 행위는 분명 '증여'입니다.

하지만 세법도 인정(人情)이 있습니다. 친족끼리는 일정한 범위까지는 증여세를 물리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미성년 자녀는 2천만 원까지, 성년 자녀는 5천만 원까지 비과세입니다. 2014년 이전에는 이 한도가 각각 1천5백 만 원, 3천만 원이었습니다.


열흘 넘는 검토 끝에 “용돈을 준 것 같다”…청문회 답변은?

박 후보자가 자녀들에게 얼마를 증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만약 비과세 한도를 초과했다면 초과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납부하면 될 일입니다. 박 후보자는 KBS의 거듭된 질의에 최종 답변을 이렇게 전해왔습니다.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용돈을 줬고, 본가와 외가에서 자녀 앞으로 예금을 들어주는 등 현재의 소득과 섞여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가족 공동체의 경제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또, "세무사 등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얻어 증여세 여부에 대해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관 후보자가 된 지 열흘이 훌쩍 지났는데 국민께서 원하는 답변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다음 주 화요일(26일)에 열릴 인사청문회에서는 좀 더 책임 있는 답변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에 서는 사람은 아버지 박양우가 아니라 장관 후보자 박양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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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1 09:08:43
    • 수정2019-03-21 0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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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영화계는 박 후보자가 대기업에 편향돼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정통 관료 출신입니다. 참여정부 당시 '최연소 문체부차관'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가 '문화비전 2030' 공약을 심화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밝혔습니다.

박 후보자를 강하게 반대하는 진영은 영화계입니다.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 등은 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박 후보자가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CJ E&M의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대기업 논리에 충실한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자녀 예금 1억 8천, 2억…증여세는 제대로?

KBS는 박 후보자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확인했습니다. 박 후보자가 자녀에게 자산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냈을까 하는 점입니다. 박 후보자가 자녀에게 적지 않은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증여세는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료제공 :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인숙 의원
박 후보자의 딸은 셋입니다. 첫째 딸은 결혼한 이후 재산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둘째는 연봉 3천만 원대의 직장인입니다. 3년가량 일해왔는데, 예금액은 1억 8천만 원입니다. 셋째는 억대 연봉의 외국계 회사에 재직 중입니다. 1년 반 정도 일했고 예금액은 2억 원입니다.

예금액의 원천은 여러 곳일 수 있습니다. 급여보다 예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는 아닙니다. 양보해서 주식 투자의 귀재라면 월급을 잘 불렸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급여액과 차이가 너무 난다면 '합리적 의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딸이 직장에서 번 급여액을 모두 합산하면 총 1억 2천만 원 가량입니다. 돈을 매우 아껴 저축에 열을 올렸다 해도 예금이 1억을 넘으면 좀 어색합니다. 그런데 예금액은 1억 8천만 원입니다. 아버지가 돈을 보태준 게 아닌가 의심할만한 대목입니다.

의심의 근거는 더 있습니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박 후보자가 차관으로 재직했을 당시 재산공개 내역을 확인해봤습니다. 20대 초반이었던 첫째 딸의 예금액이 1년 만에 4천만 원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의혹은 또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같은 날에 같은 은행에서 부인과 둘째, 셋째 두 자녀 명의로(결혼한 첫째 딸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 정기 예금이 개설됩니다. 예금 총액은 총 1억 3천만 원. 역시 박 후보자가 부인과 자녀들에게 목돈을 증여한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자료제공 :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인숙 의원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도 줄 수 있는 거잖아요?”…사랑하는 자녀도 증여세 대상

박 후보자가 자녀에 대한 증여를 이유로 낸 세금은 0원입니다. KBS는 박 후보자 측에 여러 차례 질의했습니다. 증여를 한 적이 없느냐, 세금은 왜 안 냈느냐. 박 후보자 측은 처음엔 "증여가 아니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질의가 계속되자 "박 후보자는 공직 생활을 오래 해 취재할 만한 큰 문제는 없다"며 "부모가 자식에게 용돈을 주거나 예금을 들어 주는 등 보통 가정의 사정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보태주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입장이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자산을 증여하는 건 보통의 일입니다. 문제 있는 재산이 아니라면 비난받을 일도 아닙니다. 법에 따른 증여세를 납부했다면 말입니다. 아무리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자녀에게 돈을 주는 행위는 분명 '증여'입니다.

하지만 세법도 인정(人情)이 있습니다. 친족끼리는 일정한 범위까지는 증여세를 물리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미성년 자녀는 2천만 원까지, 성년 자녀는 5천만 원까지 비과세입니다. 2014년 이전에는 이 한도가 각각 1천5백 만 원, 3천만 원이었습니다.


열흘 넘는 검토 끝에 “용돈을 준 것 같다”…청문회 답변은?

박 후보자가 자녀들에게 얼마를 증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만약 비과세 한도를 초과했다면 초과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납부하면 될 일입니다. 박 후보자는 KBS의 거듭된 질의에 최종 답변을 이렇게 전해왔습니다.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용돈을 줬고, 본가와 외가에서 자녀 앞으로 예금을 들어주는 등 현재의 소득과 섞여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가족 공동체의 경제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또, "세무사 등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얻어 증여세 여부에 대해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관 후보자가 된 지 열흘이 훌쩍 지났는데 국민께서 원하는 답변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다음 주 화요일(26일)에 열릴 인사청문회에서는 좀 더 책임 있는 답변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에 서는 사람은 아버지 박양우가 아니라 장관 후보자 박양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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