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권 타율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입력 2019.03.21 (17:24) 수정 2019.04.0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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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권 타율은 주자가 2루 이상 있을 때의 타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른바 찬스에 강한 타자라는 이미지를 가진 기록이다. 2018시즌 득점권 타율 1위는 LG 김현수로 0.419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했다. KIA 안치홍이 0.403으로 2위, KT 유한준이 0.385로 3위에 올랐다. 삼성 구자욱이 0.378로 4위, 두산 박건우가 0.373으로 5위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SK 최정이 0.388로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KIA 이명기가 0.383으로 2위, KIA 김선빈이 0.382로 3위, 삼성 러프가 0.379 4위, 한화 로사리오가 0.373으로 5위를 차지했다.

2016년을 보면 NC 박민우가 0.434라는 경이적인 득점권 타율을 기록했는데, 시즌 타율인 0.343과 비교하면 9푼 1리나 높다. KIA 김주찬이 0.421로 2위, 한화 김태균이 0.417로 3위에 올랐고, 롯데 황재균이 0.411로 4위, 히어로즈 고종욱은 0.409로 5위에 자리했다.


득점권 타율, 표본 늘어나면 평균 타율에 수렴하는 경향

최근 3년 동안 득점권 타율 상위 5명을 놓고 보면, 단 한 명도 겹치는 선수가 없다. 이처럼 득점권 타율은 상위 5명의 주인공이 거의 매년 바뀌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른 기록 중에서 홈런이나 타점의 경우는 타이틀의 주인공은 바뀌더라도 그 면면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타율 자체가 야구에서 '운'이라는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데다 득점권이라는 한정된 상황에서의 기록만 따지는 것이 통계적으로 큰 의미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화요일에 강한 선수나 일요일에 강한 선수가 분명 존재한다. 이 경우 화요일의 남자 또는 일요일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지만 한 시즌 정도로 한정될 뿐 프로 생활 내내 이런 기록이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득점권이라는 한정되는 상황은 특정 요일이나, 특정 TV방송사가 중계 방송할 때의 성적처럼 단기간에만 의미가 있을 뿐 통계적으로 의미를 갖기 어려운 기록이다.

물론 NC 박민우나, LG 박용택, KT 유한준처럼 몇 년간의 누적 기록에서 득점권 타율이 높은 선수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들의 경우는 예외일 뿐 대부분은 타율 높은 선수가 득점권 타율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로 1번 타자로 나오는 NC 박민우의 경우는 득점권 상황 자체가 중심 타선에 위치한 선수보다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박민우가 중심 타선에 포진했더라도 평균보다는 높은 득점권 타율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표본이 쌓일수록 평균에 수렴하는 통계의 법칙을 감안하면 박민우의 타수가 더 많았다면, 득점권 타율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KBO 시즌 전체 타율은 득점권 타율과 큰 차이 없어

실제 2018년 전체 KBO 타율은 0.286인데, 득점권 타율은 0.291이다. 2017년에는 전체 타율 0.286에 득점권 타율 0.292였으며 2016년에는 전체 타율 0.290에 득점권 타율은 0.293이었다. 2015년에는 전체 타율 0.280에 득점권 타율 0.279였으며 2014년에도 전체 타율 0.289에 득점권 타율은 0.288로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표본이 클수록 평균에 수렴한다는 통계의 기본 원리를 득점권 타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가지의 문제는 득점권 타율이 실제 팀 승리 기여도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8년 득점권 타율이 낮았던 박병호와 김재환

넥센 박병호는 WPA(Win Probability Added : 플레이마다 얼마나 승리확률을 높였는지 나타내는 수치)기록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만 따지면 박병호는 0.312로 30위에 그친다.

2018시즌 홈런왕이자 MVP인 두산 김재환은 지난 시즌 득점권 타율이 0.295로 리그 평균 수준보다 조금 높을 뿐이었다. 상대 팀 입장에서 득점권 타율이 그리 높지 않은 박병호나 김재환을 상대하는 것이 덜 위협적일까를 생각하면 현실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 강한 클러치 히터가 야구에서 존재하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지만, 결국 평소 잘 치는 선수가 위기에서도 잘 칠 가능성이 높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득점권 타율은 참고할 만한 기록이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기록이 아닐 수도 있다.

최근 3년 동안 득점권 타율 상위 5명의 면면이 계속 바뀐 것처럼, 2019년에도 새로운 얼굴들이 득점권 타율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지, 올 시즌엔 과거 득점권 타율이 높았던 선수들이 또다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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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득점권 타율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 입력 2019-03-21 17:24:51
    • 수정2019-04-03 0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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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권 타율은 주자가 2루 이상 있을 때의 타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른바 찬스에 강한 타자라는 이미지를 가진 기록이다. 2018시즌 득점권 타율 1위는 LG 김현수로 0.419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했다. KIA 안치홍이 0.403으로 2위, KT 유한준이 0.385로 3위에 올랐다. 삼성 구자욱이 0.378로 4위, 두산 박건우가 0.373으로 5위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SK 최정이 0.388로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KIA 이명기가 0.383으로 2위, KIA 김선빈이 0.382로 3위, 삼성 러프가 0.379 4위, 한화 로사리오가 0.373으로 5위를 차지했다. 2016년을 보면 NC 박민우가 0.434라는 경이적인 득점권 타율을 기록했는데, 시즌 타율인 0.343과 비교하면 9푼 1리나 높다. KIA 김주찬이 0.421로 2위, 한화 김태균이 0.417로 3위에 올랐고, 롯데 황재균이 0.411로 4위, 히어로즈 고종욱은 0.409로 5위에 자리했다. 득점권 타율, 표본 늘어나면 평균 타율에 수렴하는 경향 최근 3년 동안 득점권 타율 상위 5명을 놓고 보면, 단 한 명도 겹치는 선수가 없다. 이처럼 득점권 타율은 상위 5명의 주인공이 거의 매년 바뀌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른 기록 중에서 홈런이나 타점의 경우는 타이틀의 주인공은 바뀌더라도 그 면면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타율 자체가 야구에서 '운'이라는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데다 득점권이라는 한정된 상황에서의 기록만 따지는 것이 통계적으로 큰 의미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화요일에 강한 선수나 일요일에 강한 선수가 분명 존재한다. 이 경우 화요일의 남자 또는 일요일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지만 한 시즌 정도로 한정될 뿐 프로 생활 내내 이런 기록이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득점권이라는 한정되는 상황은 특정 요일이나, 특정 TV방송사가 중계 방송할 때의 성적처럼 단기간에만 의미가 있을 뿐 통계적으로 의미를 갖기 어려운 기록이다. 물론 NC 박민우나, LG 박용택, KT 유한준처럼 몇 년간의 누적 기록에서 득점권 타율이 높은 선수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들의 경우는 예외일 뿐 대부분은 타율 높은 선수가 득점권 타율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로 1번 타자로 나오는 NC 박민우의 경우는 득점권 상황 자체가 중심 타선에 위치한 선수보다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박민우가 중심 타선에 포진했더라도 평균보다는 높은 득점권 타율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표본이 쌓일수록 평균에 수렴하는 통계의 법칙을 감안하면 박민우의 타수가 더 많았다면, 득점권 타율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KBO 시즌 전체 타율은 득점권 타율과 큰 차이 없어 실제 2018년 전체 KBO 타율은 0.286인데, 득점권 타율은 0.291이다. 2017년에는 전체 타율 0.286에 득점권 타율 0.292였으며 2016년에는 전체 타율 0.290에 득점권 타율은 0.293이었다. 2015년에는 전체 타율 0.280에 득점권 타율 0.279였으며 2014년에도 전체 타율 0.289에 득점권 타율은 0.288로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표본이 클수록 평균에 수렴한다는 통계의 기본 원리를 득점권 타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가지의 문제는 득점권 타율이 실제 팀 승리 기여도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8년 득점권 타율이 낮았던 박병호와 김재환 넥센 박병호는 WPA(Win Probability Added : 플레이마다 얼마나 승리확률을 높였는지 나타내는 수치)기록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만 따지면 박병호는 0.312로 30위에 그친다. 2018시즌 홈런왕이자 MVP인 두산 김재환은 지난 시즌 득점권 타율이 0.295로 리그 평균 수준보다 조금 높을 뿐이었다. 상대 팀 입장에서 득점권 타율이 그리 높지 않은 박병호나 김재환을 상대하는 것이 덜 위협적일까를 생각하면 현실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 강한 클러치 히터가 야구에서 존재하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지만, 결국 평소 잘 치는 선수가 위기에서도 잘 칠 가능성이 높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득점권 타율은 참고할 만한 기록이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기록이 아닐 수도 있다. 최근 3년 동안 득점권 타율 상위 5명의 면면이 계속 바뀐 것처럼, 2019년에도 새로운 얼굴들이 득점권 타율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지, 올 시즌엔 과거 득점권 타율이 높았던 선수들이 또다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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