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과 ‘흰색’ 구별 못해 허공으로 날아간 15억 원…‘천궁’ 공중분해 사연

입력 2019.03.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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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강원도 춘천의 한 공군부대 인근 지역 주민이 KBS에 제보 사진을 보냈다. 파란 하늘에 흰색 띠를 길게 그리며 날아간 이 물체의 정체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 유도탄'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공군부대에서 천궁 발사대를 정비하고 있었는데, 천궁 유도탄 1발이 비정상적으로 발사된 뒤 해당 부대를 기준으로 북쪽 2.8㎞ 지점, 약 7.6㎞ 상공에서 공중 폭발했다. '철매 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 천궁이 군에 배치된 이후 첫 사고였다.

천궁 유도탄이 터지면서 여기저기 파편이 튀었지만, 주변에 민가가 없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 군 당국 조사 착수…알고 보니 '정비 실수'

군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천궁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전력으로서 현재 전력화 및 작전배치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만약 구조적인 기술 문제가 발견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공군은 사고 직후 즉각 사고조사반을 구성해 천궁 유도탄이 비정상적으로 발사된 경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흘 뒤, 사고의 원인이 파악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군 정비요원의 정비 실수 때문이라는 게 조사단의 입장이다.

공군은 오늘(21일),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천궁 발사대 정비 작업을 할 때는 유도탄에 연결된 '작전용 케이블'을 분리하고 '시험용 케이블'을 연결한 후 점검을 해야 하는데, 정비요원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작전용 케이블이 꽂힌 상태에서 발사대 기능 점검을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점검용 노트북을 통해 입력된 발사 신호가 유도탄으로 갔고, 천궁 유도탄은 비정상적으로 발사된 뒤 자동 폭발 시스템에 의해 3.5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 '황색'과 '흰색' 케이블 구별 못 해…15억 원짜리 천궁 '공중분해'

요약하면 천궁 발사대 정비 과정에서 작전용 케이블을 빼고 시험용 케이블을 꽂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건데,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납득하지 못한 기자들은 '다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그러나 공군 관계자는 "작전용 케이블은 '황색', 시험용 케이블은 '흰색'"이라며 "케이블의 색깔이 워낙 명확히 구분돼 어려운 절차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전용 케이블이 분리됐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데 집중력이 저하된 것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걸 확인 안 해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천궁 발사대를 근접 거리에서 정비 작업한 정비요원은 공군 원사와 상사 2명으로 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 군인이었지만 케이블 색깔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15억 원짜리 천궁 유도탄은 공중분해 됐다.

공군은 "두 사람 다 명백하게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했다"며 "비정상발사와 관련된 인원들은 규정에 따라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공군 "유사 사고 재발 안 되도록 보완책 마련하겠다"

모든 유도무기 체계와 마찬가지로 천궁 유도탄도 목표물 좌표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작전용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에서 발사 신호를 입력하면 발사가 가능하므로 이번처럼 사람이 실수하면 사고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공군은 천궁 유도탄에 연결된 케이블 교체 여부를 확인할 때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등 정비 절차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목표 좌표 설정이 안 될 경우 발사 신호가 가면 경보를 한다든지 발사를 못 하도록 시스템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천궁 개발 업체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궁 시스템 개발에만 국방 예산 4천억 원 이상이 투입됐는데 만약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걸로 확인될 경우 2023년까지 천궁 7개 포대를 전력화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뻔했다. 군 당국은 정비요원의 실수로 결론 난 만큼 다시 천궁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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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색’과 ‘흰색’ 구별 못해 허공으로 날아간 15억 원…‘천궁’ 공중분해 사연
    • 입력 2019-03-21 17:50:27
    취재K
지난 18일 오전, 강원도 춘천의 한 공군부대 인근 지역 주민이 KBS에 제보 사진을 보냈다. 파란 하늘에 흰색 띠를 길게 그리며 날아간 이 물체의 정체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 유도탄'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공군부대에서 천궁 발사대를 정비하고 있었는데, 천궁 유도탄 1발이 비정상적으로 발사된 뒤 해당 부대를 기준으로 북쪽 2.8㎞ 지점, 약 7.6㎞ 상공에서 공중 폭발했다. '철매 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 천궁이 군에 배치된 이후 첫 사고였다.

천궁 유도탄이 터지면서 여기저기 파편이 튀었지만, 주변에 민가가 없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 군 당국 조사 착수…알고 보니 '정비 실수'

군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천궁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전력으로서 현재 전력화 및 작전배치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만약 구조적인 기술 문제가 발견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공군은 사고 직후 즉각 사고조사반을 구성해 천궁 유도탄이 비정상적으로 발사된 경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흘 뒤, 사고의 원인이 파악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군 정비요원의 정비 실수 때문이라는 게 조사단의 입장이다.

공군은 오늘(21일),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천궁 발사대 정비 작업을 할 때는 유도탄에 연결된 '작전용 케이블'을 분리하고 '시험용 케이블'을 연결한 후 점검을 해야 하는데, 정비요원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작전용 케이블이 꽂힌 상태에서 발사대 기능 점검을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점검용 노트북을 통해 입력된 발사 신호가 유도탄으로 갔고, 천궁 유도탄은 비정상적으로 발사된 뒤 자동 폭발 시스템에 의해 3.5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 '황색'과 '흰색' 케이블 구별 못 해…15억 원짜리 천궁 '공중분해'

요약하면 천궁 발사대 정비 과정에서 작전용 케이블을 빼고 시험용 케이블을 꽂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건데,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납득하지 못한 기자들은 '다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그러나 공군 관계자는 "작전용 케이블은 '황색', 시험용 케이블은 '흰색'"이라며 "케이블의 색깔이 워낙 명확히 구분돼 어려운 절차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전용 케이블이 분리됐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데 집중력이 저하된 것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걸 확인 안 해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천궁 발사대를 근접 거리에서 정비 작업한 정비요원은 공군 원사와 상사 2명으로 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 군인이었지만 케이블 색깔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15억 원짜리 천궁 유도탄은 공중분해 됐다.

공군은 "두 사람 다 명백하게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했다"며 "비정상발사와 관련된 인원들은 규정에 따라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공군 "유사 사고 재발 안 되도록 보완책 마련하겠다"

모든 유도무기 체계와 마찬가지로 천궁 유도탄도 목표물 좌표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작전용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에서 발사 신호를 입력하면 발사가 가능하므로 이번처럼 사람이 실수하면 사고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공군은 천궁 유도탄에 연결된 케이블 교체 여부를 확인할 때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등 정비 절차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목표 좌표 설정이 안 될 경우 발사 신호가 가면 경보를 한다든지 발사를 못 하도록 시스템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천궁 개발 업체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궁 시스템 개발에만 국방 예산 4천억 원 이상이 투입됐는데 만약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걸로 확인될 경우 2023년까지 천궁 7개 포대를 전력화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뻔했다. 군 당국은 정비요원의 실수로 결론 난 만큼 다시 천궁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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