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임신 시도에만 차 한 대 값”…속 타는 난임 부부들

입력 2019.03.21 (21:31) 수정 2019.03.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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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물론,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출산을 꺼리는 분들이 적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일텐데요.

하지만 그 반대로, 아이를 낳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난임 부부들 역시 많습니다.

게다가 경제적 고통도 만만치 않다는데요.

홍진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4년 전 결혼 직후 바로 아이를 가지려고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미 마흔이 가까운 나이, 박 모 씨 부부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박OO/난임 환자 : "지나가는 아기들 볼 때요. 그때가 제일 힘들어요. 신랑이랑 같이 가다가 아기들 보면 그게 제일 힘들어요. 제일 마음 아프고…."]

난임 진단을 받고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7차례 받았지만 번번이 실패였습니다.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습니다.

[박OO/난임 환자 : "일하다가도 만약에 병원에 다녀야 하면 눈치가 보이고 수시로 병원을 가야 하는데 그게 힘들거든요."]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의 평균 성공률은 30% 남짓, 어쩔 수 없이 여러 번 시도해야 합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 시술비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OO/난임 환자/음성변조 : "(임신에 성공한 이웃 난임 부부는) '쏘나타'예요, 태명이. 이유가 '쏘나타' 1대 값이 들었다는 거죠. 저는 지금 거의 경기도 외곽에 있는 아파트 1채 정도의 비용이 들었어요."]

인공수정에는 보통 70만 원, 시험관에는 최고 5백만 원이 듭니다.

["포장 나왔어요."]

3년 전 마흔 넘어 결혼한 임 모 씨 부부는, 요즘 눈 돌릴 틈 없이 식당일에 매진합니다.

한 번이라도 더 임신을 시도하려면 서둘러 비용을 모아야만 합니다.

만 45살이 넘은 올해부터는 정부 지원이 끊겼습니다.

[임OO/난임 환자 : "지원되던 것이 (만 45살을 넘으면) 그냥 같이 없어지는 거라고 (했어요). 그때 되게 속상했죠. 많이 울었어요."]

누구에게는 평범한 삶인 엄마와 아빠.

난임 부부에게는 절박한 소망입니다.

[김OO/난임 환자 : "왜 저 사람들은 애가 다 있는데 나는 없을까? 나는 이렇게 해도 왜 안 되는 거지?"]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앵커]

이런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병원에서 난임 치료를 받은 환자만 따져도 해마다 21만 명이 넘습니다.

정부는 2006년부터 난임 시술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요,

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기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는 건강보험도 적용해서, 난임 환자는 시술비의 30%만 부담하면 됩니다.

인공수정 세 번, 시험관 시술 일곱 번, 모두 열 차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지원을 늘렸다지만 정작 난임 부부들은 여전히 정책의 빈 구석을 지적하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박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험관 시술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수정된 배아를 바로 자궁에 착상시키는 '신선배아 이식'과 남은 배아를 얼렸다가 나중에 사용하는 '냉동배아 이식'입니다.

정부는 두 가지 시술을 각각 4번과 3번, 지원합니다.

40살 김 모 씨는 그 중 신선배아 이식 4번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지원이 남은 건 냉동배아 이식뿐.

하지만 워낙 배란이 적은 김 씨는 냉동배아 이식을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김OO/난임 환자/음성변조 : "인공수정 3번이든 냉동(배아 이식) 3번이든 못 쓰고 있으니 이거라도 신선(배아 이식)으로 좀 할 수 있게끔 해 달라고 하면 그냥 답변은 '노'인 거예요. "안 된다.""]

결국, 김 씨는 남은 지원을 포기하고 모두 자기 돈을 들여 신선배아 이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임신은커녕 수정조차 안 되어도 일단 시도만 하면 지원했다고 치는 것도 난임 환자들을 답답하게 합니다.

[황OO/난임 환자/음성변조 : "수정이 안 돼서 이식까지 못 감에도 불구하고 횟수는 차감된다. 그 횟수 차감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나게 큰 거예요."]

자궁 안에 이식된 배아가 잘 착상하게 돕는 호르몬 주사도 난임 시술 여성의 고통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두 달간 거의 매일 맞아야 하는데 웬만한 병·의원에선 부작용을 우려해 외면합니다.

[이OO/난임 환자 : "다 거절을 당하다 보니까 제시간에 못 맞는 두려움 때문에 길바닥에서 많이 (울었어요.)"]

보건소에서 주사를 맞게 해달라는 난임 환자들의 요구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적 부부에게만 시술 지원을 하는 것도, 동거 부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느는 사회 변화를 거스르는 한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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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임신 시도에만 차 한 대 값”…속 타는 난임 부부들
    • 입력 2019-03-21 21:36:16
    • 수정2019-03-21 21: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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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물론,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출산을 꺼리는 분들이 적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일텐데요.

하지만 그 반대로, 아이를 낳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난임 부부들 역시 많습니다.

게다가 경제적 고통도 만만치 않다는데요.

홍진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4년 전 결혼 직후 바로 아이를 가지려고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미 마흔이 가까운 나이, 박 모 씨 부부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박OO/난임 환자 : "지나가는 아기들 볼 때요. 그때가 제일 힘들어요. 신랑이랑 같이 가다가 아기들 보면 그게 제일 힘들어요. 제일 마음 아프고…."]

난임 진단을 받고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7차례 받았지만 번번이 실패였습니다.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습니다.

[박OO/난임 환자 : "일하다가도 만약에 병원에 다녀야 하면 눈치가 보이고 수시로 병원을 가야 하는데 그게 힘들거든요."]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의 평균 성공률은 30% 남짓, 어쩔 수 없이 여러 번 시도해야 합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 시술비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OO/난임 환자/음성변조 : "(임신에 성공한 이웃 난임 부부는) '쏘나타'예요, 태명이. 이유가 '쏘나타' 1대 값이 들었다는 거죠. 저는 지금 거의 경기도 외곽에 있는 아파트 1채 정도의 비용이 들었어요."]

인공수정에는 보통 70만 원, 시험관에는 최고 5백만 원이 듭니다.

["포장 나왔어요."]

3년 전 마흔 넘어 결혼한 임 모 씨 부부는, 요즘 눈 돌릴 틈 없이 식당일에 매진합니다.

한 번이라도 더 임신을 시도하려면 서둘러 비용을 모아야만 합니다.

만 45살이 넘은 올해부터는 정부 지원이 끊겼습니다.

[임OO/난임 환자 : "지원되던 것이 (만 45살을 넘으면) 그냥 같이 없어지는 거라고 (했어요). 그때 되게 속상했죠. 많이 울었어요."]

누구에게는 평범한 삶인 엄마와 아빠.

난임 부부에게는 절박한 소망입니다.

[김OO/난임 환자 : "왜 저 사람들은 애가 다 있는데 나는 없을까? 나는 이렇게 해도 왜 안 되는 거지?"]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앵커]

이런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병원에서 난임 치료를 받은 환자만 따져도 해마다 21만 명이 넘습니다.

정부는 2006년부터 난임 시술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요,

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기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는 건강보험도 적용해서, 난임 환자는 시술비의 30%만 부담하면 됩니다.

인공수정 세 번, 시험관 시술 일곱 번, 모두 열 차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지원을 늘렸다지만 정작 난임 부부들은 여전히 정책의 빈 구석을 지적하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박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험관 시술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수정된 배아를 바로 자궁에 착상시키는 '신선배아 이식'과 남은 배아를 얼렸다가 나중에 사용하는 '냉동배아 이식'입니다.

정부는 두 가지 시술을 각각 4번과 3번, 지원합니다.

40살 김 모 씨는 그 중 신선배아 이식 4번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지원이 남은 건 냉동배아 이식뿐.

하지만 워낙 배란이 적은 김 씨는 냉동배아 이식을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김OO/난임 환자/음성변조 : "인공수정 3번이든 냉동(배아 이식) 3번이든 못 쓰고 있으니 이거라도 신선(배아 이식)으로 좀 할 수 있게끔 해 달라고 하면 그냥 답변은 '노'인 거예요. "안 된다.""]

결국, 김 씨는 남은 지원을 포기하고 모두 자기 돈을 들여 신선배아 이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임신은커녕 수정조차 안 되어도 일단 시도만 하면 지원했다고 치는 것도 난임 환자들을 답답하게 합니다.

[황OO/난임 환자/음성변조 : "수정이 안 돼서 이식까지 못 감에도 불구하고 횟수는 차감된다. 그 횟수 차감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나게 큰 거예요."]

자궁 안에 이식된 배아가 잘 착상하게 돕는 호르몬 주사도 난임 시술 여성의 고통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두 달간 거의 매일 맞아야 하는데 웬만한 병·의원에선 부작용을 우려해 외면합니다.

[이OO/난임 환자 : "다 거절을 당하다 보니까 제시간에 못 맞는 두려움 때문에 길바닥에서 많이 (울었어요.)"]

보건소에서 주사를 맞게 해달라는 난임 환자들의 요구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적 부부에게만 시술 지원을 하는 것도, 동거 부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느는 사회 변화를 거스르는 한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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