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성범죄 마약 ‘물뽕’ 비상…클럽에서만 유통?

입력 2019.03.22 (08:27) 수정 2019.03.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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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클럽 버닝썬 사건 이후 유명해진 마약이 있습니다.

이른바 '물뽕'으로 알려진 GHB입니다.

성범죄를 목적으로 여성에게 몰래 투약하면서 '데이트 레이프 드러그'라고도 하는데요.

최근 수백 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사들인 일당이 검거됐는데, 이제 SNS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어 그야말로 비상입니다.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승합차 안 냉장고 안에 투명한 액체가 든 작은 병들이 보입니다.

병 안에 든 액체는 GHB. 주로 성범죄에 이용되는 이른바 '물뽕'입니다.

차량에서 발견된 건 10ml 10여 병.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정용민/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GHB 3.6리터 7천2백만 원 상당을 차량 및 주거지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압수된 양은 최근 10년 새 최대 규모입니다.

마약을 유통시킨 주범은 30살 A씨.

지난 1월, 지인을 통해 GHB 4리터 800명이 동시 투여할 수 있는 양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용민/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대량의 GHB를 처분하기 위해 직장 동료들을 중간 판매책으로 영입하고, 이들과 판로 개척 등을 논의하는 등 치밀하게 판매망 형성을…."]

물뽕을 유통하기 위해 끌어들인 중간 판매책은 2명, 직장 동료였다고 합니다.

[정용민/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A씨가 내가 이제 GHB를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회사가 어렵고 하니까 돈 되는 일을 해 보자고…."]

이들은 판매자와 직접 만나지 않고 지하철 물품 보관함을 이용하는 등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은밀히 거래를 하는 한편,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를 위해 이런 수법을 썼습니다.

[정용민/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성인용품점을 한번 확보해 보겠다 해서 실제로 성인용품점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당 3명은 위장 거래로 접근한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경찰은 A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지인과 마약 구매자들을 추적하고 있는데요.

특히 A씨의 거주지와 마약 판매 지역이 서울인 점으로 미뤄 버닝썬을 비롯한 클럽에 유통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용민/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버닝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약물임에는 동일합니다. 약물과 동일한데 (휴대전화) 대화 내용을 복구해서 거래처를 좀 더 추적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닝썬 폭행 시비로 실체가 알려지게 된 마약 유통.

[버닝썬 前 직원/음성변조 : "바닥에 주사기 같은 것도 한번 떨어진 걸 본 적이 있거든요. 이게 약이 아니고서는 거기서 주사기가 있을 필요가 없잖아요. 한번은 여성 분이 테이블에 진짜로 온몸에 힘이 다 빠져서 침 흘리면서 발라당 누워 있었어요. 눈은 뜨고 있는데 초점이 하나도 없었어요."]

이렇게 클럽 전 직원들의 증언 등 이번 사태로 조직적인 유통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요.

마치 범죄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6개월간 잠입 취재로 강남 클럽의 이면을 책으로 써낸 주원규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주원규/소설가 :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실 물뽕의 흡입이나 그런 현장들이 목격되는 건 그렇게 어렵게 목격되지는 않았습니다. 간혹 남성 고객들이 술에 몰래 타서 그걸로 여성의 정신을 잃게 하고 그걸 통해서 강제적 성관계를 이뤘던 것을 무용담처럼 과시하고 그런 일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클럽과 경찰과의 유착으로 의심되는 현장 역시 목격했다는데요.

[주원규/소설가 : "성추행이나 성폭행 미수 사건이 벌어지는데 경찰이 출동한 경우 사실 내부 안에 들어와서 진술을 받거나 CCTV를 확인하는 작업이 있어야 되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했지만 클럽 밖에서 클럽 관계자의 말을 듣고 돌아가는 경우를 2~3번을 목격한 다음엔 그런 유착 관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촬영된 동영상이 족쇄가 되고, 오히려 피해자 스스로 마약을 흡입했다는 죄책감에 신고를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

막상 피해 신고를 하더라도 수사가 어려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나해란/여의도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무색무취하기 때문에 자기가 먹으면서도 이 약을 하는지 모르는 것이 특징이죠. 그리고 반감기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1시간 이내로 어떤 검사를 하려고 해도 이미 체내에서는 빠져나가서 검출이 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최근 물뽕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피해를 경험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회사원/음성변조 : "아는 동생한테 들었는데 클럽에서 주는 술을 먹었는데 술이 되게 세요. 걔가. 그런데 한 잔 마시고 한 시간 동안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고…."]

[대학생 : "인터넷 같은 데 보면 클럽을 갔다가 눈뜨고 올라갔는데 모르는 호텔에서 누워 있었다."]

클럽 자체에 대한 경계심,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학생 : "제 친구 중에 클럽 되게 좋아하는 애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이 사건 터지고 나서 무서워서 클럽 못 가겠다고…."]

인터넷과 SNS을 통해 거래가 쉽다 보니 불안감은 더욱 크다는데요.

[대학생 : "친한 친구들끼리 놀러 간 상황이어도 그 사이에서 누가 물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남들이 주는 술은 최대한 안 받으려고 하고 의심부터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학생 : "이게 꼭 클럽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사람 만나는 게 약간 더 조심스러워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시위 참가자 : "여성들이 죽어가도 법률 개정 나 몰라라!"]

[시위 참가자 : "여성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거래하는 문화가 만연한 클럽의 폐쇄를 요구한다."]

[대학생 : "유통에 있어서 엄밀하게 이제 단속을 해야 할 것 같고,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될 것 같아요."]

이번 버닝썬 사건 이후 마약 청정국이란 그동안의 자평은 무색해졌습니다.

여기에 성범죄 사건까지 잇따르면서 시험대에 오른 수사 당국의 마약 척결 의지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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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성범죄 마약 ‘물뽕’ 비상…클럽에서만 유통?
    • 입력 2019-03-22 08:31:15
    • 수정2019-03-22 10: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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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클럽 버닝썬 사건 이후 유명해진 마약이 있습니다.

이른바 '물뽕'으로 알려진 GHB입니다.

성범죄를 목적으로 여성에게 몰래 투약하면서 '데이트 레이프 드러그'라고도 하는데요.

최근 수백 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사들인 일당이 검거됐는데, 이제 SNS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어 그야말로 비상입니다.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승합차 안 냉장고 안에 투명한 액체가 든 작은 병들이 보입니다.

병 안에 든 액체는 GHB. 주로 성범죄에 이용되는 이른바 '물뽕'입니다.

차량에서 발견된 건 10ml 10여 병.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정용민/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GHB 3.6리터 7천2백만 원 상당을 차량 및 주거지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압수된 양은 최근 10년 새 최대 규모입니다.

마약을 유통시킨 주범은 30살 A씨.

지난 1월, 지인을 통해 GHB 4리터 800명이 동시 투여할 수 있는 양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용민/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대량의 GHB를 처분하기 위해 직장 동료들을 중간 판매책으로 영입하고, 이들과 판로 개척 등을 논의하는 등 치밀하게 판매망 형성을…."]

물뽕을 유통하기 위해 끌어들인 중간 판매책은 2명, 직장 동료였다고 합니다.

[정용민/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A씨가 내가 이제 GHB를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회사가 어렵고 하니까 돈 되는 일을 해 보자고…."]

이들은 판매자와 직접 만나지 않고 지하철 물품 보관함을 이용하는 등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은밀히 거래를 하는 한편,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를 위해 이런 수법을 썼습니다.

[정용민/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성인용품점을 한번 확보해 보겠다 해서 실제로 성인용품점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당 3명은 위장 거래로 접근한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경찰은 A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지인과 마약 구매자들을 추적하고 있는데요.

특히 A씨의 거주지와 마약 판매 지역이 서울인 점으로 미뤄 버닝썬을 비롯한 클럽에 유통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용민/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버닝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약물임에는 동일합니다. 약물과 동일한데 (휴대전화) 대화 내용을 복구해서 거래처를 좀 더 추적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닝썬 폭행 시비로 실체가 알려지게 된 마약 유통.

[버닝썬 前 직원/음성변조 : "바닥에 주사기 같은 것도 한번 떨어진 걸 본 적이 있거든요. 이게 약이 아니고서는 거기서 주사기가 있을 필요가 없잖아요. 한번은 여성 분이 테이블에 진짜로 온몸에 힘이 다 빠져서 침 흘리면서 발라당 누워 있었어요. 눈은 뜨고 있는데 초점이 하나도 없었어요."]

이렇게 클럽 전 직원들의 증언 등 이번 사태로 조직적인 유통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요.

마치 범죄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6개월간 잠입 취재로 강남 클럽의 이면을 책으로 써낸 주원규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주원규/소설가 :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실 물뽕의 흡입이나 그런 현장들이 목격되는 건 그렇게 어렵게 목격되지는 않았습니다. 간혹 남성 고객들이 술에 몰래 타서 그걸로 여성의 정신을 잃게 하고 그걸 통해서 강제적 성관계를 이뤘던 것을 무용담처럼 과시하고 그런 일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클럽과 경찰과의 유착으로 의심되는 현장 역시 목격했다는데요.

[주원규/소설가 : "성추행이나 성폭행 미수 사건이 벌어지는데 경찰이 출동한 경우 사실 내부 안에 들어와서 진술을 받거나 CCTV를 확인하는 작업이 있어야 되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했지만 클럽 밖에서 클럽 관계자의 말을 듣고 돌아가는 경우를 2~3번을 목격한 다음엔 그런 유착 관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촬영된 동영상이 족쇄가 되고, 오히려 피해자 스스로 마약을 흡입했다는 죄책감에 신고를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

막상 피해 신고를 하더라도 수사가 어려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나해란/여의도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무색무취하기 때문에 자기가 먹으면서도 이 약을 하는지 모르는 것이 특징이죠. 그리고 반감기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1시간 이내로 어떤 검사를 하려고 해도 이미 체내에서는 빠져나가서 검출이 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최근 물뽕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피해를 경험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회사원/음성변조 : "아는 동생한테 들었는데 클럽에서 주는 술을 먹었는데 술이 되게 세요. 걔가. 그런데 한 잔 마시고 한 시간 동안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고…."]

[대학생 : "인터넷 같은 데 보면 클럽을 갔다가 눈뜨고 올라갔는데 모르는 호텔에서 누워 있었다."]

클럽 자체에 대한 경계심,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학생 : "제 친구 중에 클럽 되게 좋아하는 애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이 사건 터지고 나서 무서워서 클럽 못 가겠다고…."]

인터넷과 SNS을 통해 거래가 쉽다 보니 불안감은 더욱 크다는데요.

[대학생 : "친한 친구들끼리 놀러 간 상황이어도 그 사이에서 누가 물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남들이 주는 술은 최대한 안 받으려고 하고 의심부터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학생 : "이게 꼭 클럽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사람 만나는 게 약간 더 조심스러워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시위 참가자 : "여성들이 죽어가도 법률 개정 나 몰라라!"]

[시위 참가자 : "여성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거래하는 문화가 만연한 클럽의 폐쇄를 요구한다."]

[대학생 : "유통에 있어서 엄밀하게 이제 단속을 해야 할 것 같고,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될 것 같아요."]

이번 버닝썬 사건 이후 마약 청정국이란 그동안의 자평은 무색해졌습니다.

여기에 성범죄 사건까지 잇따르면서 시험대에 오른 수사 당국의 마약 척결 의지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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