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위기 속에 빛난 38세 ‘벼락 총리’

입력 2019.03.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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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잡을 쓴 채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뉴질랜드에서 반자동 소총 등의 판매가 금지됐다. 외신은 어제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뉴질랜드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대량 살상이 가능한 군대식 돌격용 자동소총 및 반자동 소총의 판매를 즉각 금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총기 테러 방지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아던 총리는 또 일반인들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총기를 정부가 사들이는 이른바 '바이백' 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구 약 5백만의 뉴질랜드에는 150만 정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16세부터 총기 소유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18세부터 반자동 소총을 소유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가 발생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15일 반자동 소총 등으로 무장한 호주 국적 백인우월주의자의 무차별 총격으로 50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를 낸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두 곳도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아직 큰 슬픔에 잠겨 있지만, 38세의 여성 총리의 '진정성 있는 리더십' 덕분에 빠르게 상처를 극복하고 있다. 뉴질랜드 언론은 물론이고 전 세계 언론들도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저신다 아던 총리에 새삼 주목하고 있다.

테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있는 저신다 아던테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있는 저신다 아던

2017년 30대 중반의 나이로(1980년생) 뉴질랜드의 총리로 선출된 저신다 아던은 그동안도 언론의 숱한 관심을 받아왔다. 취임 당시에는 정부 내 직책을 맡은 적 없이 급작스레 총리직에 앉게 되었다는 이유로 이른바 '벼락 총리'로 불렸고, 취임 다음 해에는 첫 딸을 낳아 베나지르 부토(파키스탄)에 이어 현직 총리로는 두 번째로 임신한 총리로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3개월 된 딸을 안고 참석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그녀를 두고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는 "아던 총리가 아기를 낳은 건 그 자체로 굉장한 성명"이라며 "아기의 출생 자체가 현대 사회의 가정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최고의 일을 하면서도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아빠도 좋은 직장을 갖고 있지만 당분간 집에서 육아에 전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인 클라크 게이포드와 사실혼 관계인 아던 총리는 출산에 앞서 "아기를 낳으면 배우자인 게이포드가 집에서 육아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아던 총리는 또 임신 사실을 발표하면서 "국가가 우리 아이를 키우는 것을 도울 것(New Zealand will help us raise our child)"이라며 국민들로부터 이해를 구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수유 기간 중에도 비닐(플라스틱) 봉지 사용을 금지시키고 간호사 파업 사태를 해결하며 급성 환자들을 위한 정신 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국정을 게을리하지도 않았다. 이런 모습이 국민들의 마음을 샀고 '따뜻하고 솔직하며 성실하고 활력 넘친다'는 평가와 함께 '평범하지 않은 것을 평범하게 느껴지게 하는(She makes the extraordinary seem ordinary)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라는 찬사로 이어졌다. 아이를 임신하고 키우면서 총리직도 수행하는 '엄마'를 보면서 뉴질랜드 여성들은 육아와 일이 양립 가능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 두 가지를 즐겁게 수행하는 총리를 보며 심지어 '더욱 바람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늘게 되었다. 또 클라크 전 총리의 말대로 아던 총리는 "세상에는 정치(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Some things are more important than politics)"는 사실도 깨닫게 해주었다.

재임 중 첫 딸을 출산한 아던 총리와 배우자 게이포드재임 중 첫 딸을 출산한 아던 총리와 배우자 게이포드

사실 아던 총리는 '준비되지 않은' 총리였다. '어린이 빈곤 문제'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총리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으며 대신 '가정'을 원했다. 게다가 '불안 (장애)'도 겪어 리더 역할을 맡기엔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물론 '열정적인 정치인(a passionate politician)'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현지 언론에서는 "그녀가 총리가 아니었다면 길 가다 만난 열정적인 적십자사 모금 직원 일에 어울릴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녀는 지난 2017년 8월 초 총선을 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당 대표직을 떠안았고,(소속당이던 노동당 대표가 당 지지율이 여당의 절반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했기 때문이다.) '변화'를 내세워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를 형성하면서 총선에서 제2당에 그쳤음에도 연립정부를 구성해 총리직에 올랐다. '벼락 총리'라는 별명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2018년 ‘타임(TIME)이 선정한 100인’에 선정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2018년 ‘타임(TIME)이 선정한 100인’에 선정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취임 초기에는 특유의 따뜻함과 꾸밈없음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영국 메이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등 반이민 자국우선주의 지도자들과 대비되며 기대를 받았으나 동시에 겉만 그럴듯하고 지도자로서의 실력(substance)을 입증하지는 못했다는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테러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그녀의 지도력은 그동안 있어온 논란들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그녀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신속하게 '테러'로 규정하고는 이번 공격이 무슬림 이민과 연관이 있다는 한 호주 의원의 평가에 대해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사건 바로 다음 날 히잡을 쓴 검정 옷차림으로 현장으로 달려가 난민들은 물론이고 무슬림 공동체와도 만났다. "나라 전체가 슬퍼하고 있다"는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희생자 전원에 장례비를 지원하고 유족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약속하면서 즉각 총기 규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트윗에서 아던 총리가 한 무슬림 여성을 껴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 지난해 그녀가 런던을 방문했을 때 “사회 내 포용성과 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영국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트윗에서 아던 총리가 한 무슬림 여성을 껴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 지난해 그녀가 런던을 방문했을 때 “사회 내 포용성과 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 지도자들과도 함께 현장을 찾았으며, 소셜미디어 SNS 플랫폼 업자들에게 테러범이 범행을 생중계한 동영상 같은 것들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줄 것을 주문했다. "단지 이런 플랫폼들이 존재할 뿐이고 거기서 나오는 내용에 대해서는 플랫폼의 책임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책임이 없는 곳에는 수익도 있을 수 없다"고 역설하면서 말이다.

하마터면 절망과 증오로 나라가 분열될 만한 상황이었지만 아던 총리는 섬세한 배려로 대국민 소통을 이어가면서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을 펼쳤다. 이에 뉴질랜드 언론들은 '히잡을 쓴 진실한 위로가 빛을 발했다'고 호평했으며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던 총리가 공감과 사랑, 진정성을 통해 진짜 리더십이 무엇인지 전세계에 보여주고 있다(Jacinda Ardern is showing the world what real leadership is:sympathy, love and integrity)>는 제하의 기사에서 "아던 총리의 공감 리더십 덕분에 뉴질랜드는 증오와 분노가 아닌 수습과 극복에 곧바로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인종차별주의자와 테러리스트들에 대해선 단호함(steel)으로, 피해자들과 자국 내 무슬림들에 대해선 연민(solace)으로 감싸안으며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전(a vision of a better world)을 보여주었다고. 아던 총리에게는 이번 테러가 역설적이게도 '내공'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의회에서 '아살람 알라이쿰(여러분에게 평화를)'이라고 아랍어로 인사하고 '테러리스트의 이름 대신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자'며 한사코 테러범의 이름 부르기를 거부한 아던 총리는 '어떻게 하면 뉴질랜드를 도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감과 사랑(sympathy and love)'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큰 슬픔에 빠진 무슬림 사회의 슬픔을 함께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어느 기자의 말마따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런 용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가 얼마나 될까?" 뉴질랜드의 아던 총리는 진심을 말하고, 말하는 것을 실천하면서 리더십의 첫 번째 덕목인 '진정성(integrity)'과 '마음이 우러나서 따르게 하기(leading by example)'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마틴 루터 킹은 언젠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진짜 지도자는 합의를 구하기보다 그것을 만들어낸다(genuine leaders do not search for consensus but mould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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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잡을 쓴 채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뉴질랜드에서 반자동 소총 등의 판매가 금지됐다. 외신은 어제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뉴질랜드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대량 살상이 가능한 군대식 돌격용 자동소총 및 반자동 소총의 판매를 즉각 금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총기 테러 방지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아던 총리는 또 일반인들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총기를 정부가 사들이는 이른바 '바이백' 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구 약 5백만의 뉴질랜드에는 150만 정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16세부터 총기 소유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18세부터 반자동 소총을 소유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가 발생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15일 반자동 소총 등으로 무장한 호주 국적 백인우월주의자의 무차별 총격으로 50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를 낸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두 곳도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아직 큰 슬픔에 잠겨 있지만, 38세의 여성 총리의 '진정성 있는 리더십' 덕분에 빠르게 상처를 극복하고 있다. 뉴질랜드 언론은 물론이고 전 세계 언론들도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저신다 아던 총리에 새삼 주목하고 있다.

테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있는 저신다 아던
2017년 30대 중반의 나이로(1980년생) 뉴질랜드의 총리로 선출된 저신다 아던은 그동안도 언론의 숱한 관심을 받아왔다. 취임 당시에는 정부 내 직책을 맡은 적 없이 급작스레 총리직에 앉게 되었다는 이유로 이른바 '벼락 총리'로 불렸고, 취임 다음 해에는 첫 딸을 낳아 베나지르 부토(파키스탄)에 이어 현직 총리로는 두 번째로 임신한 총리로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3개월 된 딸을 안고 참석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그녀를 두고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는 "아던 총리가 아기를 낳은 건 그 자체로 굉장한 성명"이라며 "아기의 출생 자체가 현대 사회의 가정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최고의 일을 하면서도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아빠도 좋은 직장을 갖고 있지만 당분간 집에서 육아에 전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인 클라크 게이포드와 사실혼 관계인 아던 총리는 출산에 앞서 "아기를 낳으면 배우자인 게이포드가 집에서 육아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아던 총리는 또 임신 사실을 발표하면서 "국가가 우리 아이를 키우는 것을 도울 것(New Zealand will help us raise our child)"이라며 국민들로부터 이해를 구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수유 기간 중에도 비닐(플라스틱) 봉지 사용을 금지시키고 간호사 파업 사태를 해결하며 급성 환자들을 위한 정신 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국정을 게을리하지도 않았다. 이런 모습이 국민들의 마음을 샀고 '따뜻하고 솔직하며 성실하고 활력 넘친다'는 평가와 함께 '평범하지 않은 것을 평범하게 느껴지게 하는(She makes the extraordinary seem ordinary)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라는 찬사로 이어졌다. 아이를 임신하고 키우면서 총리직도 수행하는 '엄마'를 보면서 뉴질랜드 여성들은 육아와 일이 양립 가능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 두 가지를 즐겁게 수행하는 총리를 보며 심지어 '더욱 바람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늘게 되었다. 또 클라크 전 총리의 말대로 아던 총리는 "세상에는 정치(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Some things are more important than politics)"는 사실도 깨닫게 해주었다.

재임 중 첫 딸을 출산한 아던 총리와 배우자 게이포드
사실 아던 총리는 '준비되지 않은' 총리였다. '어린이 빈곤 문제'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총리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으며 대신 '가정'을 원했다. 게다가 '불안 (장애)'도 겪어 리더 역할을 맡기엔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물론 '열정적인 정치인(a passionate politician)'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현지 언론에서는 "그녀가 총리가 아니었다면 길 가다 만난 열정적인 적십자사 모금 직원 일에 어울릴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녀는 지난 2017년 8월 초 총선을 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당 대표직을 떠안았고,(소속당이던 노동당 대표가 당 지지율이 여당의 절반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했기 때문이다.) '변화'를 내세워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를 형성하면서 총선에서 제2당에 그쳤음에도 연립정부를 구성해 총리직에 올랐다. '벼락 총리'라는 별명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2018년 ‘타임(TIME)이 선정한 100인’에 선정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취임 초기에는 특유의 따뜻함과 꾸밈없음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영국 메이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등 반이민 자국우선주의 지도자들과 대비되며 기대를 받았으나 동시에 겉만 그럴듯하고 지도자로서의 실력(substance)을 입증하지는 못했다는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테러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그녀의 지도력은 그동안 있어온 논란들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그녀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신속하게 '테러'로 규정하고는 이번 공격이 무슬림 이민과 연관이 있다는 한 호주 의원의 평가에 대해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사건 바로 다음 날 히잡을 쓴 검정 옷차림으로 현장으로 달려가 난민들은 물론이고 무슬림 공동체와도 만났다. "나라 전체가 슬퍼하고 있다"는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희생자 전원에 장례비를 지원하고 유족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약속하면서 즉각 총기 규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트윗에서 아던 총리가 한 무슬림 여성을 껴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 지난해 그녀가 런던을 방문했을 때 “사회 내 포용성과 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 지도자들과도 함께 현장을 찾았으며, 소셜미디어 SNS 플랫폼 업자들에게 테러범이 범행을 생중계한 동영상 같은 것들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줄 것을 주문했다. "단지 이런 플랫폼들이 존재할 뿐이고 거기서 나오는 내용에 대해서는 플랫폼의 책임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책임이 없는 곳에는 수익도 있을 수 없다"고 역설하면서 말이다.

하마터면 절망과 증오로 나라가 분열될 만한 상황이었지만 아던 총리는 섬세한 배려로 대국민 소통을 이어가면서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을 펼쳤다. 이에 뉴질랜드 언론들은 '히잡을 쓴 진실한 위로가 빛을 발했다'고 호평했으며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던 총리가 공감과 사랑, 진정성을 통해 진짜 리더십이 무엇인지 전세계에 보여주고 있다(Jacinda Ardern is showing the world what real leadership is:sympathy, love and integrity)>는 제하의 기사에서 "아던 총리의 공감 리더십 덕분에 뉴질랜드는 증오와 분노가 아닌 수습과 극복에 곧바로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인종차별주의자와 테러리스트들에 대해선 단호함(steel)으로, 피해자들과 자국 내 무슬림들에 대해선 연민(solace)으로 감싸안으며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전(a vision of a better world)을 보여주었다고. 아던 총리에게는 이번 테러가 역설적이게도 '내공'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의회에서 '아살람 알라이쿰(여러분에게 평화를)'이라고 아랍어로 인사하고 '테러리스트의 이름 대신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자'며 한사코 테러범의 이름 부르기를 거부한 아던 총리는 '어떻게 하면 뉴질랜드를 도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감과 사랑(sympathy and love)'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큰 슬픔에 빠진 무슬림 사회의 슬픔을 함께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어느 기자의 말마따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런 용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가 얼마나 될까?" 뉴질랜드의 아던 총리는 진심을 말하고, 말하는 것을 실천하면서 리더십의 첫 번째 덕목인 '진정성(integrity)'과 '마음이 우러나서 따르게 하기(leading by example)'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마틴 루터 킹은 언젠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진짜 지도자는 합의를 구하기보다 그것을 만들어낸다(genuine leaders do not search for consensus but mould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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