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에서 결정까지 7년 5개월’…여순사건 재심 판단 왜 길어졌나?

입력 2019.03.22 (19:23) 수정 2019.03.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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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여순사건의 첫 재심이 결정됐죠.

청구에서 결정까지 무려 7년 5개월이 걸렸습니다.

그사이 재심을 청구한 유족 3명 중 2명은 고령으로 숨졌습니다.

비슷한 성격의 제주 4.3 사건은 1년 반 만에 재판이 다시 시작됐는데, 여순사건은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요?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유족 3명이 재심을 청구한 땐 2011년 10월입니다.

재판 관할권 문제로 2년 후에나 시작된 1심에서 재판부는 '체포가 불법이었다'며 재판을 다시 열라고 결정하지만, 검찰은 불법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고합니다.

항고는 7개월 만에 2심에서 기각됐지만 검찰은 같은 이유로 또 재항고를 합니다.

결국 대법원까지 온 사건은 대법관 11명이 바뀌고 난 3년 8개월 뒤에야 결론이 납니다.

재심 개시 결정까지 8년 가까이 걸린 겁니다.

검찰이 불복을 거듭하는 사이, 고령의 유족 2명은 결과도 못 본 채 세상을 달리했습니다.

[장경자/여순사건 재심 청구 유족 : "고의적으로 이거는 안 해 준다고 생각을 한 거죠. 저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반면 비슷한 성격의 제주 4.3은 2017년 4월 재심이 청구된 지 1년 반 만에 재판이 다시 시작됐고, 지난 1월 당사자들에 대해 사실상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검찰이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항고·항소를 포기하며 피해자의 명예가 신속하게 회복된 겁니다.

유사한 재심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르게 대응했던 검찰.

정권이 바뀜에 따라 과거사에 대한 대응도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진영/여순사건 재심 청구 담당 변호사 : "이런 지연된 결정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공소 기각 판결을 통해서, 이 사건의 총체적인 불법성이 확인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너무 늦어버린 결정에 이른바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을 벗지 못하고 세상을 뜬 유족들.

남은 이들은 다시 열릴 재판이 여순사건 해결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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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구에서 결정까지 7년 5개월’…여순사건 재심 판단 왜 길어졌나?
    • 입력 2019-03-22 19:26:19
    • 수정2019-03-22 19:29:41
    뉴스 7
[앵커]

어제 여순사건의 첫 재심이 결정됐죠.

청구에서 결정까지 무려 7년 5개월이 걸렸습니다.

그사이 재심을 청구한 유족 3명 중 2명은 고령으로 숨졌습니다.

비슷한 성격의 제주 4.3 사건은 1년 반 만에 재판이 다시 시작됐는데, 여순사건은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요?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유족 3명이 재심을 청구한 땐 2011년 10월입니다.

재판 관할권 문제로 2년 후에나 시작된 1심에서 재판부는 '체포가 불법이었다'며 재판을 다시 열라고 결정하지만, 검찰은 불법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고합니다.

항고는 7개월 만에 2심에서 기각됐지만 검찰은 같은 이유로 또 재항고를 합니다.

결국 대법원까지 온 사건은 대법관 11명이 바뀌고 난 3년 8개월 뒤에야 결론이 납니다.

재심 개시 결정까지 8년 가까이 걸린 겁니다.

검찰이 불복을 거듭하는 사이, 고령의 유족 2명은 결과도 못 본 채 세상을 달리했습니다.

[장경자/여순사건 재심 청구 유족 : "고의적으로 이거는 안 해 준다고 생각을 한 거죠. 저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반면 비슷한 성격의 제주 4.3은 2017년 4월 재심이 청구된 지 1년 반 만에 재판이 다시 시작됐고, 지난 1월 당사자들에 대해 사실상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검찰이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항고·항소를 포기하며 피해자의 명예가 신속하게 회복된 겁니다.

유사한 재심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르게 대응했던 검찰.

정권이 바뀜에 따라 과거사에 대한 대응도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진영/여순사건 재심 청구 담당 변호사 : "이런 지연된 결정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공소 기각 판결을 통해서, 이 사건의 총체적인 불법성이 확인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너무 늦어버린 결정에 이른바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을 벗지 못하고 세상을 뜬 유족들.

남은 이들은 다시 열릴 재판이 여순사건 해결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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