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활로 ‘고심’

입력 2019.03.23 (07:49) 수정 2019.03.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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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3월23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뒤 북미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괄타결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제재의 고삐를 계속 죄고 있고, 북한은 이에 협상 중단까지 거론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는데요.

북미 모두가 이른바 내부 작전 회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이 어떤 내용을 담아 언제 이뤄질 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주 이슈앤 한반도는 하노이 회담 뒤 북미 두 나라 움직임과, 우리 정부의 중재안, 정은지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에 마련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장.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열광적인 환영 인사가 이어집니다.

[조선중앙TV : "경축의 춤바다로 설레던 대학 구내에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우렁차게 터져 올랐습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후 김정은 위원장의 첫 행보는 우리의 국회의원 총선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였습니다.

김책공대를 투표 장소로 택한 건 북미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선중앙TV : "나라의 과학교육과 경제건설을 견인하는 기관차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다해 나가도록 앞으로 일을 더 잘하기 바란다고."]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단 한 차례 뿐,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며 민심 달래기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최근 수령을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며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격화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수령(김일성 주석)님, 이제는 우리 인민들에게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일 수 있는 전망이 보인다고."]

그러면서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는 선대의 표현을 인용해 경제 발전보다 절박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회담 결렬로 ‘최고지도자는 무오류의 존재’라는 주장에 손상이 간 만큼, 경제 발전에서 새 리더십을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북한이 내부 결속에 고심하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습니다.

북한이 최근 미국을 겨냥해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강경한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인데요.

김정은 위원장의 향후 정책 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발표 시점은 물론 내용과 형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심야 기자회견에 나섰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이번에는 평양에서 외신 기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긴급 회견을 자청한 겁니다.

최 부상은 먼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협상을 계속하거나 타협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는 비난도 내놨습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부상/3월 15일 기자회견 : "미국 측이 조미 관계의 개선이라든가 그 밖의 다른 6월 12일 공동성명 조항들의 이행에는 일체 관심이 없고, 오직 협상에서 결과를 따내 정치적 치적으로 만드는 데에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대외 여론전에서 최 부상을 선봉에 내세운 것은 그가 쌓아온 경험과 실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임기응변을 발휘하면서도 판을 깨지 않을 수 있는 외교적 언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제무대 경험이 많은 최선희 부상이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최 부상은 특히, 북한 최고지도부의 결심이 임박했다는 내용도 전해 사실상 김 위원장 의중이 실린 회견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부상/3월 15일 기자회견 : "명백히 하건대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 최고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일괄타결 요구를 거둬들이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일괄타결 식 빅딜을 재차 압박해 왔습니다.

최근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전면적 비핵화를 압박했던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물론, 북미 실무 협상에 나섰던 비건 대표 역시 북한에 이른바 빅딜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비건/美 대북정책 특별대표/카네기 핵 콘퍼런스 : "미국은 점진적인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부분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것은 미국 정부의 일치된 입장입니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대상에 대해서는“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영역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과의 대화 지속 입장을 열어두면서도, 검증을 전제로 한 비핵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폼페이오/美 국무장관/캔자스 KCMO 라디오 방송 : "북한 주민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진짜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의 검증된 비핵화(*색 강조)가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이처럼 미국이 검증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일괄타결로 협상의 중심을 이동하면서, 행동 대 행동을 고수하는 북한 방식과는 거리 좁히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평갑니다.

미국은 전반적 비핵화 로드맵 완성 없이는 제재 완화를 비롯한 상응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고, 북한 역시 영변 밖으로 비핵화 범위를 확장 시키고 싶지 않은 점도 접점을 찾지 못하는 주요 이윱니다.

[강경화/외교부 장관/3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 : "미국으로서는 포괄적인 논의, 그리고 거기에 대한 합의를 원했고, 북측으로서는 영변이라는 시설에서 한정해서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에 7시간 만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못 찾은 걸로 풀이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미 양국은 앞으로의 협상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수요일, 미국 정보기관의 총책임자인 댄 코츠 국가정보국 국장이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한미 정보당국 간에는 관련 대화가 긴밀하게 오간 것으로 관측됩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의 요구 영변이라고 하면 좀 국한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여론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마 코츠 국장이 직접 와서 설명하는 부분은 북한 내 영변 이외에도 굉장히 많은 은닉 시설들이 있다는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그래서 한미 공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도 협상 전략을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19일, 비핵화 협상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중국, 러시아,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일제히 평양으로 돌아간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협상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향후 전략을 가다듬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같은 내부 의견 수렴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다음달 초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모종의 발표를 통해 새로운 대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반면, 일각에선 미국에 대한 압박 시위나 경고가 나올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북한이 소위 말하는 새로운 길을 가기 전에 정세 판단을 마지막으로 점검해보려는 그러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데 그 결과에 따라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길이 상징하는 인공위성 발사라든가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평가합니다."]

다만, 제재 해제가 급한 북측이 협상 여지를 완전히 없애는 방식, 즉, 판을 깰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 최 부상이 북미 두 정상 간 궁합은 여전히 신비할 정도로 좋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삼간 점으로 볼 때, 톱다운 방식 해결 여지를 여전히 남겨둔 것으로 분석됩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대화 자체는 이어간다는 입장에서 앞으로 어느 정도 지속될 거 같고요. 반드시 대화가 이른 시기에 재개될 거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재 양측 간의 입장차가 너무 커서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정리 기간이 좀 필요하다. 그래서 대화의 실질적인 재개는 하반기 정도 되어야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기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역할 역시 다시 한 번 부각되는 분위깁니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과 미국 모두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로 치달았던 과거로는 회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 과거로 돌아가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크게 진전됐다며, 기 싸움을 하면서도 협상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하노이 협상 결렬은 북한에게 상당히 당황스러운 결과라는 게청와대 관측입니다.

김 위원장이 60시간이 넘는 대장정을 했지만 빈손으로 귀국한 만큼 국내 정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측에선 북한의 이런 처지를 고려해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위깁니다.

이런 가운데 북측은 어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문을 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인원을 돌연 철수한다는 입장을 통보해 왔습니다.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남측 사무소의 잔류 여부는 상관하지 않겠다, 또 실무적인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해성/통일부 차관/3월 22일 : "정부는 북측의 이번 철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북측이 조속히 복귀하여 남북 간 합의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정상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정부는 북측의 철수 배경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 선전매체들은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독자 행동을 압박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의 이번 결정은 우리 정부를 압박해 제재 완화의 방법을 찾거나 보다 적극적인 대미 설득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철수 통보로 북미 간 냉기류가 남북 관계에도 연쇄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

한국 정부가 다시 한 번 촉진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남북미 3자가 미니딜을 시도한다면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면서도 또 이러한 신뢰 구축을 통해서 향후 3차 북미정상회담 통한 빅딜 가능성도 열어 놓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미 재무부는 이번 주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를 도왔다고 의심받는 선박 90여 척의 명단을 새로 공개했습니다.

2차 북미회담 결렬이후 나온 첫 대북제재 관련 조치에는 한국 선적의 선박도 포함됐습니다.

제재 동참을 촉구하는 미국과 남북관계 진전을 압박하는 북한 사이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묘안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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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활로 ‘고심’
    • 입력 2019-03-23 08:40:08
    • 수정2019-03-23 09:01:00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3월23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뒤 북미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괄타결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제재의 고삐를 계속 죄고 있고, 북한은 이에 협상 중단까지 거론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는데요.

북미 모두가 이른바 내부 작전 회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이 어떤 내용을 담아 언제 이뤄질 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주 이슈앤 한반도는 하노이 회담 뒤 북미 두 나라 움직임과, 우리 정부의 중재안, 정은지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에 마련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장.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열광적인 환영 인사가 이어집니다.

[조선중앙TV : "경축의 춤바다로 설레던 대학 구내에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우렁차게 터져 올랐습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후 김정은 위원장의 첫 행보는 우리의 국회의원 총선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였습니다.

김책공대를 투표 장소로 택한 건 북미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선중앙TV : "나라의 과학교육과 경제건설을 견인하는 기관차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다해 나가도록 앞으로 일을 더 잘하기 바란다고."]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단 한 차례 뿐,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며 민심 달래기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최근 수령을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며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격화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수령(김일성 주석)님, 이제는 우리 인민들에게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일 수 있는 전망이 보인다고."]

그러면서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는 선대의 표현을 인용해 경제 발전보다 절박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회담 결렬로 ‘최고지도자는 무오류의 존재’라는 주장에 손상이 간 만큼, 경제 발전에서 새 리더십을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북한이 내부 결속에 고심하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습니다.

북한이 최근 미국을 겨냥해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강경한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인데요.

김정은 위원장의 향후 정책 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발표 시점은 물론 내용과 형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심야 기자회견에 나섰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이번에는 평양에서 외신 기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긴급 회견을 자청한 겁니다.

최 부상은 먼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협상을 계속하거나 타협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는 비난도 내놨습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부상/3월 15일 기자회견 : "미국 측이 조미 관계의 개선이라든가 그 밖의 다른 6월 12일 공동성명 조항들의 이행에는 일체 관심이 없고, 오직 협상에서 결과를 따내 정치적 치적으로 만드는 데에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대외 여론전에서 최 부상을 선봉에 내세운 것은 그가 쌓아온 경험과 실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임기응변을 발휘하면서도 판을 깨지 않을 수 있는 외교적 언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제무대 경험이 많은 최선희 부상이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최 부상은 특히, 북한 최고지도부의 결심이 임박했다는 내용도 전해 사실상 김 위원장 의중이 실린 회견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부상/3월 15일 기자회견 : "명백히 하건대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 최고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일괄타결 요구를 거둬들이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일괄타결 식 빅딜을 재차 압박해 왔습니다.

최근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전면적 비핵화를 압박했던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물론, 북미 실무 협상에 나섰던 비건 대표 역시 북한에 이른바 빅딜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비건/美 대북정책 특별대표/카네기 핵 콘퍼런스 : "미국은 점진적인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부분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것은 미국 정부의 일치된 입장입니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대상에 대해서는“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영역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과의 대화 지속 입장을 열어두면서도, 검증을 전제로 한 비핵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폼페이오/美 국무장관/캔자스 KCMO 라디오 방송 : "북한 주민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진짜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의 검증된 비핵화(*색 강조)가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이처럼 미국이 검증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일괄타결로 협상의 중심을 이동하면서, 행동 대 행동을 고수하는 북한 방식과는 거리 좁히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평갑니다.

미국은 전반적 비핵화 로드맵 완성 없이는 제재 완화를 비롯한 상응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고, 북한 역시 영변 밖으로 비핵화 범위를 확장 시키고 싶지 않은 점도 접점을 찾지 못하는 주요 이윱니다.

[강경화/외교부 장관/3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 : "미국으로서는 포괄적인 논의, 그리고 거기에 대한 합의를 원했고, 북측으로서는 영변이라는 시설에서 한정해서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에 7시간 만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못 찾은 걸로 풀이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미 양국은 앞으로의 협상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수요일, 미국 정보기관의 총책임자인 댄 코츠 국가정보국 국장이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한미 정보당국 간에는 관련 대화가 긴밀하게 오간 것으로 관측됩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의 요구 영변이라고 하면 좀 국한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여론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마 코츠 국장이 직접 와서 설명하는 부분은 북한 내 영변 이외에도 굉장히 많은 은닉 시설들이 있다는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그래서 한미 공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도 협상 전략을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19일, 비핵화 협상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중국, 러시아,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일제히 평양으로 돌아간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협상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향후 전략을 가다듬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같은 내부 의견 수렴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다음달 초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모종의 발표를 통해 새로운 대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반면, 일각에선 미국에 대한 압박 시위나 경고가 나올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북한이 소위 말하는 새로운 길을 가기 전에 정세 판단을 마지막으로 점검해보려는 그러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데 그 결과에 따라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길이 상징하는 인공위성 발사라든가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평가합니다."]

다만, 제재 해제가 급한 북측이 협상 여지를 완전히 없애는 방식, 즉, 판을 깰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 최 부상이 북미 두 정상 간 궁합은 여전히 신비할 정도로 좋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삼간 점으로 볼 때, 톱다운 방식 해결 여지를 여전히 남겨둔 것으로 분석됩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대화 자체는 이어간다는 입장에서 앞으로 어느 정도 지속될 거 같고요. 반드시 대화가 이른 시기에 재개될 거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재 양측 간의 입장차가 너무 커서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정리 기간이 좀 필요하다. 그래서 대화의 실질적인 재개는 하반기 정도 되어야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기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역할 역시 다시 한 번 부각되는 분위깁니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과 미국 모두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로 치달았던 과거로는 회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 과거로 돌아가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크게 진전됐다며, 기 싸움을 하면서도 협상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하노이 협상 결렬은 북한에게 상당히 당황스러운 결과라는 게청와대 관측입니다.

김 위원장이 60시간이 넘는 대장정을 했지만 빈손으로 귀국한 만큼 국내 정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측에선 북한의 이런 처지를 고려해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위깁니다.

이런 가운데 북측은 어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문을 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인원을 돌연 철수한다는 입장을 통보해 왔습니다.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남측 사무소의 잔류 여부는 상관하지 않겠다, 또 실무적인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해성/통일부 차관/3월 22일 : "정부는 북측의 이번 철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북측이 조속히 복귀하여 남북 간 합의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정상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정부는 북측의 철수 배경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 선전매체들은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독자 행동을 압박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의 이번 결정은 우리 정부를 압박해 제재 완화의 방법을 찾거나 보다 적극적인 대미 설득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철수 통보로 북미 간 냉기류가 남북 관계에도 연쇄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

한국 정부가 다시 한 번 촉진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성렬/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남북미 3자가 미니딜을 시도한다면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면서도 또 이러한 신뢰 구축을 통해서 향후 3차 북미정상회담 통한 빅딜 가능성도 열어 놓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미 재무부는 이번 주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를 도왔다고 의심받는 선박 90여 척의 명단을 새로 공개했습니다.

2차 북미회담 결렬이후 나온 첫 대북제재 관련 조치에는 한국 선적의 선박도 포함됐습니다.

제재 동참을 촉구하는 미국과 남북관계 진전을 압박하는 북한 사이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묘안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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