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101살 독립운동가…“나경원 사과하라”

입력 2019.03.23 (11:04) 수정 2019.03.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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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독립유공자 임우철 애국지사의 떨리는 목소리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울렸습니다. 임 지사의 나이는 올해로 101살입니다. 임 지사는 1941년 일본 동경 동옥사고교 토목과를 다니던 중 일제의 '내선일체 정책'을 동급생들과 함께 비판했고, 천황이 사는 곳을 향해 절하는 '궁성요배'의 부당함을 주장하다 1942년 체포돼 옥살이를 한 공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습니다.

고령의 나이에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국회까지 걸음 한 임 지사는 기자회견장에서 지팡이 하나에 의존해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습니다. 임 지사가 국회를 찾아 하고 싶었던 말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올해로 101살이 된 독립운동가 임우철 애국지사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규탄하고 있다.올해로 101살이 된 독립운동가 임우철 애국지사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규탄하고 있다.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 14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 발언을 규탄하기 위해 임 지사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국회 정론관에 모인 겁니다. 나 원내대표를 규탄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은 모두 658명, 이렇게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입장을 모은 경우는 아주 이례적이라고 했습니다. 침침한 눈으로 글을 읽어내려가는 임 지사의 목소리는 매우 떨렸지만, 나 원내대표를 향한 규탄 의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자주독립 국가의 완성을 위한 열망에 소금과 재를 뿌리고 반민특위의 숭고한 활동을 역사 왜곡하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더불어 국민들에게 무한한 실망감을 안겨준 나경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독립운동자 후손들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임 지사는 나 원내대표를 친일파 이완용에 비유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대표적 친일파 이완용은 3월 1일 전국민적 독립항쟁을 무산시키고자 3월 항쟁을 하여온 몰지각한 행동이고 친일 행동은 국론분열이라는 망언을 한 것처럼 오늘날에 와서는 나경원이라는 몰지각한 정치인이 이완용이 환생한 듯한 막말을 저지르고 있다."

반민특위 위원장을 지낸 고 김상덕 지사의 아들 김정륙 씨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반민특위는 이승만 정권과 친일 경찰의 총체적인 훼방으로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좌절했습니다. 나경원 의원이 어떤 근거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몰라도 완전한 거짓말입니다."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독립운동가 후손들국회 정론관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독립운동가 후손들

"친일! 청산! 친일! 청산!"

국회 정론관에서는 구호를 외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하던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중간중간 몇 차례 "친일! 청산!" 구호를 외치려다 국회 직원들에게 제지를 당했습니다.

그토록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요. 임 지사와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친일! 청산!"을 끝내 작은 소리로 세 차례 외치고 국회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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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찾은 101살 독립운동가…“나경원 사과하라”
    • 입력 2019-03-23 11:04:13
    • 수정2019-03-23 11:09:24
    취재K
"조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독립유공자 임우철 애국지사의 떨리는 목소리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울렸습니다. 임 지사의 나이는 올해로 101살입니다. 임 지사는 1941년 일본 동경 동옥사고교 토목과를 다니던 중 일제의 '내선일체 정책'을 동급생들과 함께 비판했고, 천황이 사는 곳을 향해 절하는 '궁성요배'의 부당함을 주장하다 1942년 체포돼 옥살이를 한 공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습니다.

고령의 나이에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국회까지 걸음 한 임 지사는 기자회견장에서 지팡이 하나에 의존해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습니다. 임 지사가 국회를 찾아 하고 싶었던 말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올해로 101살이 된 독립운동가 임우철 애국지사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규탄하고 있다.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 14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 발언을 규탄하기 위해 임 지사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국회 정론관에 모인 겁니다. 나 원내대표를 규탄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은 모두 658명, 이렇게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입장을 모은 경우는 아주 이례적이라고 했습니다. 침침한 눈으로 글을 읽어내려가는 임 지사의 목소리는 매우 떨렸지만, 나 원내대표를 향한 규탄 의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자주독립 국가의 완성을 위한 열망에 소금과 재를 뿌리고 반민특위의 숭고한 활동을 역사 왜곡하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더불어 국민들에게 무한한 실망감을 안겨준 나경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독립운동자 후손들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임 지사는 나 원내대표를 친일파 이완용에 비유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대표적 친일파 이완용은 3월 1일 전국민적 독립항쟁을 무산시키고자 3월 항쟁을 하여온 몰지각한 행동이고 친일 행동은 국론분열이라는 망언을 한 것처럼 오늘날에 와서는 나경원이라는 몰지각한 정치인이 이완용이 환생한 듯한 막말을 저지르고 있다."

반민특위 위원장을 지낸 고 김상덕 지사의 아들 김정륙 씨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반민특위는 이승만 정권과 친일 경찰의 총체적인 훼방으로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좌절했습니다. 나경원 의원이 어떤 근거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몰라도 완전한 거짓말입니다."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독립운동가 후손들
"친일! 청산! 친일! 청산!"

국회 정론관에서는 구호를 외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하던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중간중간 몇 차례 "친일! 청산!" 구호를 외치려다 국회 직원들에게 제지를 당했습니다.

그토록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요. 임 지사와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친일! 청산!"을 끝내 작은 소리로 세 차례 외치고 국회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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