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비싼 나라 vs 물가 안정적인 나라…누구 말이 맞나?

입력 2019.03.24 (09:01) 수정 2019.03.24 (15: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에서 살 때 드는 비용이 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7번째로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트 유닛이 세계 133개 도시를 대상으로 도시에서 살 때 드는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싱가포르와 파리, 홍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위에는 스위스 쮜리히, 5위로는 스위스 제네바와 일본 오사카, 7위로는 우리나라 서울과 덴마크 코펜하겐, 미국 뉴욕이 올랐고, 10위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꼽혔다. 특히, 서울의 빵 가격은 가장 비쌌고, 남성 정장 가격도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다. 도시물가 순위는 미국 뉴욕의 물가를 기준점으로 잡고, 식품, 의류, 주거비, 교통비, 학비 등 160여 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반영한 세계생활비지수에 따라 매겨졌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도시에서의 물가는 여러 조사에서 대체로 비싼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맥도널드 햄버거 '빅맥'의 가격을 기준으로 전 세계 120여 개 나라 통화가치와 물가수준을 평가하는 지수인 빅맥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미국 등에 이어 16위에 올라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싱가포르에 이어 2위이고, 23위인 일본에 비해서도 7계단 높은 위치에 있다. 또, 지난해 7월 조사 때보다 2단계 빅맥지수 순위가 올라갔다. 다만 빅맥 지수는 특정 품목 한 개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물가 자체를 보기보다는 각국의 물가를 비교할 때 참고자료로 쓰곤 한다.


■ 의식주 물가만 보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시민들의 기본적인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식주와 관련한 소비자물가의 흐름을 보면 생활물가 수준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의식주에 지출하는 돈은 서민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25.2% 상승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 기간 중 술이나 담배가 62.7%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 식료품과 비주료 음료가 46.9%, 의류나 신발이 34%, 음식·숙박이 30.1%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만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는지, 적게 올랐는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면, 이를 미국, 일본 등 주변 국가와 비교해서 의식주 관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어떤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와 같은 기간인 2007년에서 2017년 사이 미국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4%, 일본 1.5%, 독일 13.7%, 대만 10.3%를 기록했다. 전체적인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우리보다 높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의식주만 따로 떼서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와의 격차가 더 커짐을 알 수 있다. 먹거리인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는 우리나라가 46.9%로 가장 높았고, 미국 21.3%, 일본 9.7%, 독일 23.3%, 대만 28.3%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의류와 신발은 우리나라가 34%로 가장 높았고, 미국 2%, 일본 -2%, 독일 11.5%, 대만 4.5%이다. 그나마 주택·수도·전기·연료는 우리나라가 26.1%로 미국 20.3%와 큰 차이가 없었으며, 일본 -0.7%, 독일 14.9%, 대만 4.1% 등으로 차이를 보였다.


보험연구원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의식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비교해봤더니 우리나라는 1.4배로 미국 1.0배, 독일 1.3배, 대만 1.3배 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배이긴 하지만 의식주 물가지수 상승률 자체가 워낙에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의식주 물가가 어떤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이라고 하는데...

그럼 여기서 궁금해지는 부분이 생긴다.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이라는데, 해외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생활물가가 높다고 하고...도대체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이런 궁금증이다. 실제로 이달 초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으로 2016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먼저 해외에서 발표되는 생활물가 순위와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아보자. 해외에서 발표하는 것은 달러 기준으로 각각의 소비 품목의 액수를 도시별, 혹은 국가별로 비교한 것이다. 즉 우리나라가 발표하는 전년대비 얼마나 올랐나를 따져보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는 다른 개념이다.(예를 들어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서울 7위) 제품 자체가 다른 나라에서 구입할 때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비싸 해외 조사에서 우리나라 순위가 높게 나오더라도 그 가격의 상승률이 전년과 올해에 큰 차이가 없으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값비싼 제품이 비싼 상태로 팔리면 우리 지표에는 안정적으로 나온다.

출처: 게티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

둘째로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서울 7위의 경우 서울이라는 특정 지역과 160개 평가 품목(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460여 개)에서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통계청은 특정 품목에 치중해 적은 수의 비교대상 품목으로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결국 물가를 몸으로 느끼는 사람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서울이 생활물가 7위라는 것은 서울이라는 특정 도시에서의 물가를 조사한 것이고,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전국적으로 조사한 것이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수준이라는 것은 가격수준이다. 다시말해 서울의 물가수준은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대로 높은 편이지만, 물가 상승률, 즉 물가가 올라가는 속도는 통계청 조사대로 안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높은 가격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생활비 비싼 나라 vs 물가 안정적인 나라…누구 말이 맞나?
    • 입력 2019-03-24 09:01:06
    • 수정2019-03-24 15:32:44
    취재K
최근 한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에서 살 때 드는 비용이 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7번째로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트 유닛이 세계 133개 도시를 대상으로 도시에서 살 때 드는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싱가포르와 파리, 홍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위에는 스위스 쮜리히, 5위로는 스위스 제네바와 일본 오사카, 7위로는 우리나라 서울과 덴마크 코펜하겐, 미국 뉴욕이 올랐고, 10위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꼽혔다. 특히, 서울의 빵 가격은 가장 비쌌고, 남성 정장 가격도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다. 도시물가 순위는 미국 뉴욕의 물가를 기준점으로 잡고, 식품, 의류, 주거비, 교통비, 학비 등 160여 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반영한 세계생활비지수에 따라 매겨졌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도시에서의 물가는 여러 조사에서 대체로 비싼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맥도널드 햄버거 '빅맥'의 가격을 기준으로 전 세계 120여 개 나라 통화가치와 물가수준을 평가하는 지수인 빅맥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미국 등에 이어 16위에 올라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싱가포르에 이어 2위이고, 23위인 일본에 비해서도 7계단 높은 위치에 있다. 또, 지난해 7월 조사 때보다 2단계 빅맥지수 순위가 올라갔다. 다만 빅맥 지수는 특정 품목 한 개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물가 자체를 보기보다는 각국의 물가를 비교할 때 참고자료로 쓰곤 한다.


■ 의식주 물가만 보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시민들의 기본적인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식주와 관련한 소비자물가의 흐름을 보면 생활물가 수준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의식주에 지출하는 돈은 서민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25.2% 상승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 기간 중 술이나 담배가 62.7%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 식료품과 비주료 음료가 46.9%, 의류나 신발이 34%, 음식·숙박이 30.1%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만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는지, 적게 올랐는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면, 이를 미국, 일본 등 주변 국가와 비교해서 의식주 관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어떤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와 같은 기간인 2007년에서 2017년 사이 미국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4%, 일본 1.5%, 독일 13.7%, 대만 10.3%를 기록했다. 전체적인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우리보다 높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의식주만 따로 떼서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와의 격차가 더 커짐을 알 수 있다. 먹거리인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는 우리나라가 46.9%로 가장 높았고, 미국 21.3%, 일본 9.7%, 독일 23.3%, 대만 28.3%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의류와 신발은 우리나라가 34%로 가장 높았고, 미국 2%, 일본 -2%, 독일 11.5%, 대만 4.5%이다. 그나마 주택·수도·전기·연료는 우리나라가 26.1%로 미국 20.3%와 큰 차이가 없었으며, 일본 -0.7%, 독일 14.9%, 대만 4.1% 등으로 차이를 보였다.


보험연구원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의식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비교해봤더니 우리나라는 1.4배로 미국 1.0배, 독일 1.3배, 대만 1.3배 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배이긴 하지만 의식주 물가지수 상승률 자체가 워낙에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의식주 물가가 어떤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이라고 하는데...

그럼 여기서 궁금해지는 부분이 생긴다.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이라는데, 해외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생활물가가 높다고 하고...도대체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이런 궁금증이다. 실제로 이달 초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으로 2016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먼저 해외에서 발표되는 생활물가 순위와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아보자. 해외에서 발표하는 것은 달러 기준으로 각각의 소비 품목의 액수를 도시별, 혹은 국가별로 비교한 것이다. 즉 우리나라가 발표하는 전년대비 얼마나 올랐나를 따져보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는 다른 개념이다.(예를 들어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서울 7위) 제품 자체가 다른 나라에서 구입할 때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비싸 해외 조사에서 우리나라 순위가 높게 나오더라도 그 가격의 상승률이 전년과 올해에 큰 차이가 없으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값비싼 제품이 비싼 상태로 팔리면 우리 지표에는 안정적으로 나온다.

출처: 게티이미지
둘째로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서울 7위의 경우 서울이라는 특정 지역과 160개 평가 품목(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460여 개)에서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통계청은 특정 품목에 치중해 적은 수의 비교대상 품목으로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결국 물가를 몸으로 느끼는 사람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서울이 생활물가 7위라는 것은 서울이라는 특정 도시에서의 물가를 조사한 것이고,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전국적으로 조사한 것이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수준이라는 것은 가격수준이다. 다시말해 서울의 물가수준은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대로 높은 편이지만, 물가 상승률, 즉 물가가 올라가는 속도는 통계청 조사대로 안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높은 가격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