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J] 본질은 놓치고 선정성만 좇는 ‘버닝썬’ 보도

입력 2019.03.24 (22:28) 수정 2019.03.2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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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분들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 정준희 교수 함께합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 욱] ‘J의 예능 총장’ 최욱입니다.

[정준희] 무슨 이야기에요?

[정세진] (가수 승리 카카오톡 대화방의) 총경이 총장...

[최 욱] 참 시사 개그 아닙니까?

[정세진] 여기밖에 써먹을 데가 없어요.

[정준희] 학장, 총장 이런 건 줄 알았어.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김빛이라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빛이라] 안녕하세요?

[정세진]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교의 장부승 교수님 나와 주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장부승] 안녕하세요? 장부승입니다.

[정세진]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님 나오셨습니다.

[김언경] 언론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민언련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는 김언경입니다.

[최 욱] 우리 김빛이라 기자가 J에 새로 합류하신 분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그 유튜브 라이브 버전에서 처음 인사를 드렸다가...댓글은 확인을 안 하셨죠?

[김빛이라] 다들 보지 말라고 하셔서 그래서 안 봤습니다.

[최 욱] 안 보는 게 좋습니다. 많은 뭇매를 맞은 걸로 저는 다 체크가 되어 있거든요.

[김빛이라] 그런데 이게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만드는 분들이 얼마나 어려운 취재를 하면서 프로그램 만드는지를 알리기 위한 큰 그림이었는데 그렇게까지 보시더라고요. 성역 없는 취재를 통해서 오랫동안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최 욱] 고맙습니다.

[정세진] 오늘 신고식이 어떻게 진행이 될지 지켜보겠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이른바 ‘클럽 버닝썬 사건’이 나비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단순 클럽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마약, 성접대, 탈세, 경찰 고위급 인사의 유착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대형 게이트급 사건으로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SBS <8시 뉴스>가 성상납 의혹이 제기된 가수 승리 씨의 SNS 단체 대화방을 취재하다가 가수 정준영 씨가 성관계를 불법으로 촬영하고 유포했다,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고 폭로하면서 연예계 성스캔들로까지 옮겨 붙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은 연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된 보도,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그리고 언론이 정조준해야 할 본질은 무엇인지 짚어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번 논란의 기폭제가 된 SBS의 일련의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앵커] 가수 승리가 투자자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눈 많은 카톡 대화 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한 유명 연예인이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취재를 통해서 그 대화 내용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고 더 이상 피해를 막기 위해서 고민 끝에 실명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그 연예인은 가수 정준영 씨였습니다.

[기자] 2015년 말 정준영 씨가 친구 김 모 씨에게 건넨 대화. 정 씨가 한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고 자랑하자 친구는 동영상이 없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러자 정 씨는 여성과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은 3초짜리 영상을 올립니다. 잠이 든 여성의 사진 등을 유명 가수가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 수시로 올리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는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 분량입니다. 이 기간에 정준영 씨의 불법 촬영과 유포로 피해를 본 여성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10명이나 됩니다.

[앵커] 저희가 추가로 대화를 분석해봤더니 멀쩡한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인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자신들의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걸 시인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기자] 자신이 성관계하는 모습을 촬영한 짧은 영상입니다. 대화방에 있던 가수 최 씨가 살아 있는 여자 영상을 보내라고 하자, 김 씨는 기절해서 플래시를 켜고 촬영한 거라고 답합니다. 정준영 씨는 성폭행했다며 웃습니다. 정준영 씨의 대화방에 있던 박 모 씨가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성관계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또 자신들의 삶은 영화라면서 살인만 하지 않았을 뿐 구속될 만한 일이 많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정세진] 정준영 씨 관련된 SBS 보도 내용 좀 추려서 전해드렸는데요. ‘굉장히 선정적이다, 자극적이다’ 이런 비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언경] 제가 정준영 카톡(카카오톡) 관련 보도의 양을 한번 살펴봤거든요. 3월 11일에 SBS가 첫 보도를 했어요. 3월 11일에 3건을 (보도) 했는데요. 그 이후에 3월 17일까지 총 보도량을 보니까 SBS가 35건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중에 KBS는 18건 그리고 MBC는 23건을 했어요. 그러니까 하루 앞서서 3건을 더 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SBS가 참 많이 했죠. 그런데 이렇게 3사만 봤을 때는 SBS가 정말 많이 했는데, 더 충격적인 것은 뭐냐면 같은 기간에 채널A가 47건을 합니다. 그러니까 종편 4사 중에서 채널A가 47건, MBN이 34건을 했고요, TV조선 24건, JTBC 23건을 보도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채널A와 SBS가 양쪽에서 지상파와 종편에서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가치 이상으로 지나치게 부풀려서 이 사안을 가지고 장사했다라고 생각합니다.

[장부승] 이 보도량이 얼마나 어마어마하냐 하면, 제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한번 시간을 재봤어요. 그러니까 3월 11일 월요일부터 3월 15일 금요일까지 SBS <8 뉴스>를 보면 월요일에 두 번째 뉴스로 나갔는데요. 승리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대한 보도를 9분 43초 했습니다. 수요일에는 톱 뉴스(Top news: 주요 뉴스)로 나갔는데 20분 57초 했습니다. 이 뉴스 가지고... 목요일에는 다섯 번째 뉴스로 나갔는데 20분 10초가 할애됩니다. 어느 정도의 보도를 할 것인가, 보도의 비중이라든가 보도의 양은 편집권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만, 그러한 편집권도 신중하게 비례의 원칙에 맞게 활용되어야 하는 거거든요. 좀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 너무 지나치게 나간 거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 욱] 교수님, 열심히 하시는 건 좋은데 개인이 시간까지 다 체크하고 하면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문 닫아야 해요.

[김언경] 저희 인턴으로 어떻게... 일본 주재 인턴으로.

[최 욱] 너무 과하게 하지는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장부승] 용돈 필요할 때는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최 욱] 선정성 계속 지적하시는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이 사건 자체가 굉장히 추악하지 않습니까? 그걸 이렇게 사람들한테 알려서 관심도를 좀 끌어 올리는 것, 이것이 그렇게 나쁜 건가요?

[정준희] 핵심은 피해자들의 피해 핵심 내용이 뭔지 그리고 좀 더 나오겠지만 이를테면 이것이 왜 2016년도에 왜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현재까지 오면서 이때 터졌는지 밝히고자 하는 목적이잖아요. 그 목적을 위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수단을 이와 같은 추악한 면으로 돌리는 건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는 많이 실종됐다고 봐요. 그러니까 수단이 계속해서 위에 올라와있는 거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들만 부각되고 있지, 그 결과로서 목적은 사실은 그렇게 불명확한 이런 상태에 와버렸단 거죠.

[최 욱] 그럼 이제 계속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주객이 전도됐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그러면 이 사건의 본질 그건 도대체 뭐죠?

[김빛이라] 그러니까 사실 이 사건에서 승리나 정준영의 이름을 빼놓고는 이제 설명하기가 좀 어려워졌잖아요. 그만큼 명백한 범죄인 것도 맞지만 첫째로는 ‘경찰과 유흥업소 간의 오랜 유착 관계’ 이게 뭔지를 밝혀내는 거고, 둘째로는 유흥업소 안에서 일어난 ‘마약 범죄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연루됐고 무마됐는지, 마지막으로는 유흥업소가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운영돼왔을 때 과연 ‘탈세라든지 범법 행위’는 없었는지 이런 것들을 좀 봐야 하는데 사실 승리나 정준영 이름 속에 다 묻혀버린 상황이 됐죠. 기자들도 취재를 하면서...

[최 욱] 제가 계속해서 갸우뚱한 게 조금 전에 본질이 경찰과 유착 이런 부분을 지적을 해주셨는데 이것이 최초 보도가 MBC 버닝썬 그 폭행 사건 아니었습니까? 그때는 사실 이렇게 많은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그 사건은 방금 말씀하신 본질을 담고 있는데 지금은 전 국민의 관심도가 생겼고 게다가 대통령이 엄정 수사까지 지시하는 상황까지 이끌어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이러한 보도들이 아주 그렇게 비판받아야 될 만한 보도인가 개인적으로는 자꾸 의구심이 듭니다.

[김언경] MBC 버닝썬 보도는 정준영 SBS의 정준영 보도하고는 결이 좀 달랐어요. 그러니까 애초에는 분명히 ‘한 사람이 폭행을 당했고, 그 폭행 과정에서 경찰이 무리한, 이상한 대응을 했다’라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했지만 이게(MBC 버닝썬 보도) 1월 28일에 나왔거든요. 그런데 이 보도에서도 그냥 ‘경찰의 초동 조치가 이상하다, 경찰이 계속 이상하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많은 제보가 들어왔는데 그중에서 지금 ‘마약 등의 약을 먹고 정신을 잃었고 성폭행까지 당했다’라는 등의 여러 가지 제보가 들어왔고, 이 제보를 가지고 다시 취재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그야말로 ‘클럽이 약물 성범죄를 자신들의 영업에 이용했다’라는 것을 밝혀내고요. 이렇게 얻은 자신들이 취재한 자료를 사법당국에 제출해서 수사를 촉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 보도의 내용이 흥미 위주로만 간 것이 아니고요. 제도 그 자체, 지금 뭐가 문제인지를 적절히 짚고 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어요.

[최 욱] MBC 보도가 참 좋긴 좋아요.

[정세진] 그런데 SBS 보도가 없었다면?

[최 욱] 본질도 잘 짚어냈고 그런데 SBS의 후속 보도가 없었다면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연예인으로 불이 붙지 않았다면 과연 이렇게 계속해서 이어져 왔을까? 거기에 대해서는 자꾸 의구심이 든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정준희] 갑자기 장부승 교수님이 하시는 공과론(功過論)이 생각이 나는데요.

[최 욱] 저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정준희] 그게 아니라 맞는 지적이에요. SBS가 어떤 면에서는 되게 솜씨 좋게 대중들의 관심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보고 정준영과 카톡으로 연결되는 그 라인들을 터뜨렸다고 하는 것이 이 사건을 사회적 사건으로 만드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의미가 있었죠. 그런데 SBS가 그런 공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는 어떠냐면 이 의제의 방향을 잡을 힘이 생겼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오랜 며칠의 기간에 걸쳐서 쥐고 있는 자료를 계속해서 내보내는 방식이 카톡을 쥐고 있다 안 보여줬던 걸 계속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SBS가 이 공을 가져간 채 그 뒤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의제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못 갔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멈춰져 있었던 거고 저는 그 이상을 못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거죠.

[정세진] 이번 사건 관련해서 연예인이 등장하고 성관계, 이런 내용들이 나오면서 정말 어마어마한 취재진들이 몰려다니고 있습니다. 김빛이라 기자가 취재를 했죠?

[김빛이라] 그렇습니다. 이 소환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인물들이 출석하면 사실 경찰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상대로도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데 이날은 승리와 정준영 씨가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출석한 날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정말 높았거든요. 그래서 그 현장에 가봤는데 영상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의경] 오늘이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김빛이라] 보신 중에?

[의경] 네, 드루킹 때보다도 많고. 체감상 이렇게 바쁜 적은 처음이었어요.

[김빛이라] 지금이 오전 9시 54분인데 오전 10시에 정준영 씨가 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을 하기로 돼 있습니다. 저희가 1시간 정도 지켜봤는데 취재진이 어림잡아서 600여 명이 와 있습니다. 촬영기자, 연예매체 기자 그리고 취재진, 유튜버들까지 해서 굉장히 많은 인원들이 모여 있는데 연예인들이 출석할 때 굉장히 포토라인이 자주 무너지기 때문에 일단은 앉은 자리, 선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고 하는데 과연 정준영 씨가 출석을 하고 나서 어떻게 바뀔지는 또 한 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준영] 너무 죄송하고요.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서 너무 죄송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A매체 촬영기자] 검찰, 경찰 뭐 이쪽은 비출입사들도 다 와가지고 취재를 하니까 이게 난리통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연예프로만 우리나라에서 수십 개 되죠. 외신도 많지 언론사는 나왔다 하면 몇 백 개 되니까 지금도 솔직히 사진 기자들 심지어 스포티비까지 왔어요. 스포츠채널에서도 온다니까요. 그러면 <한밤의 TV연예>, <섹션 TV> 뭐 우리나라 기본적으로 이런 곳 다 하면 진짜 여기 취재를 못한다니까. 간혹 가다 그래서 연예채널 때문에 우리가 어그러지는 경우가 있어요. 취재를 걔네들(연예채널 기자들) 와가지고 어그러지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B매체 취재기자] 옛날에는 성격이 분명히 구분돼 있어요. 정론지와 스포츠지 그런 또 연예매체 성격이 확실하게 옐로우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원시적 본능을 자극하고, 흥미위주 보도를 함으로써 선정주의적 경향을 띠는 저널리즘) 뭐 이런 거에 대한 성격이 구분돼 있었는데, 요새는 포털이 언론의 대세적인 측면이 돼서 회사에서도 굉장히 신경 쓰고 그때그때 이슈가 되다 보니까. 하여간 속보성을 커버를 해줘야 되니까. 진짜 이게 3D 업종(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직종의 일. 알파벳 ‘D’로 시작하는 세 단어인 Difficult, Danger, Dirty를 합쳐 부르는 말)으로 변경된 지 오래됐어요.

[정세진] 최욱 씨, 입을 못 다무시네요. 저 정도일 줄은 모르셨나요?

[최 욱] 진짜 규모가 어마어마하네요, 정말.

[장부승] 그래서 저는 사실은 지금 저도 이 화면 보고 깜짝 놀랐는데, 600명이 나왔다고요? 기자들이?

[김빛이라] 제가 일단 세어 보니까 그 정도 숫자가 되더라고요.

[장부승] 진짜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연예계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건가요? 저는 새삼 제가 좀 세상 물정을 몰랐던 것인지에 대해서 반성을 하게 되네요.

[최 욱] 사실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본인이 반성해야 하는 측면도...

[정준희] 이게 아까 한 기자분이 얘기하는 게 나오는데 예전에는 그래도 구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난장판이 됐다, 구분이 없어졌다. 옐로 저널리즘라든가 정론지나 이런 게. 그것도 되게 중요한 특성이기는 하고요. 현재 포털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니까. 실제로 좀 이렇게 나름의 이런 보도(연예인과 관련된 뉴스)는 적당히 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룹과 그냥 달려드는 하이에나 같은 저널리즘 사이에 시장 구분이 있을 수밖에 없고 있어야 하는 게 맞는데 현재는 이게 붕괴된 상태라고 하는 건 확실하고요.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가 이게 좀 심한 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도 외국 생활을 좀 해봤고 여러 가지를 지금도 비교하고 있는데. 유독 연예인에 관련된 뉴스의 양과 과열 경쟁이 좀 심한 편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인권 침해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입에도 올리지 못하는 그런 식의 일들이 되어 버려요. 너무나 사실은 제대로 따지고 들어가면 피의자 신분이고 아직까지 실제로 이렇게 조리 돌림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죄는 이미 확정되어 버렸고, 따라서 거기에서 이렇게 기자들이 몰려서 과열 경쟁을 벌이는 것. 이것도 당연해져 버리는 거죠.

[최 욱] 이렇게 하이에나같이 달려드는 연예 관련 언론사를 고사시키기 위해서라도 연예인들이 사고를 안 쳤으면 좋겠어요.

[김언경] 그게 아니고 우리가 좀 클릭을 안 해야 하는, 저는 정말 안 봤거든요, 일부러. 너무 복잡해서.

[최 욱] 그런데 안 할 수는 없었어요.

[김언경] 보도량이 너무 많잖아요. 컴퓨터를 켜기만 해도 화면에도 다 이런 관련된 기사고 포털만 열기만 해도 다 그렇고. 그런데 저는 진짜로 안 봤어요, 일부러. 그런데 너무 안 보다 보니까 아주 선정적인 기사가 어느 수위인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여기 오늘 오기 위해서 몇 개를 보고 정말 또 깜짝 놀랐어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거의 무슨 이거는 옐로 저널리즘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데요. ‘포르노(Porno: 인간의 성적 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성욕을 자극하는 책, 영화, 사진, 그림 등) 저널리즘’ 같은, 그런 느낌의 보도들, 거기 있는 카톡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오는 이런 보도들이 많더라고요.

[정세진] 버닝썬 사건 관련된 보도의 문제점들을 좀 짚어보고 있는데요. 정준영 씨 동영상 관련해서 피해자에 집중한 언론 보도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일 채널A의 저녁 메인 종합 뉴스죠. <뉴스A>는 피해자 직업을 특정한 내용의 보도를 단독을 달고 내놨습니다. 또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서 지난 13일자 지면에 채널A가 파악했다는 피해자 정보를 쓰면서 추가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확인한 성관계 동영상 장면을 묘사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피해자에 집중하는 이런 보도는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보도죠.

[김언경] 그렇죠.

[최 욱] 최악이다, 최악이야.

[김언경] 저는 정말 처음 이 보도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예전에 우리가 이런 비슷한 어떤 광기(狂氣)가 있었던 시기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고종석 사건’이라고 해서요. 어린 유아를 성폭행했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때 이제 그게 워낙 공분을 일으킬 만한 사건이다 보니까 모든 언론이 뛰어들어서 그 고종석 범죄 행위를 자세하게 보도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피해자가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너무나 상세하게 보도를 한다거나, 집에 가서 허락받지 않은 자료들을 가지고 와서 취재를 한다거나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 워낙 비판을 많이 받아서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고, 그런 것으로 성폭력.성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제정: 한국기자협회.여성가족부 ‘피해자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아야 한다’ 등) 이런 것들을 좀 더 예전보다 훨씬 구체화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마치 그런 가이드라인을 잊어버린 것처럼 다른 행동을 또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까도 기사를 일부러 안 읽는다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그런 관련된 기사들은 정말 거칠게 저는 항의하고 보지 말고 “우리는 이것을 원하지 않아요. 피해자의 신상 정보, 피해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아요”라는 것을 우리가 좀 문화적으로라도 좀 전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좀 했습니다.

[장부승] 그런데 저는 이번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 언론 보도 보면서 좀 황당하다고 생각했던 게 뭐냐면 어떤 여배우가 입장문을 냈다는 거예요. 자기는 ‘이번 단톡방 건에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그 입장문을 발표했다는 걸 보도를 하면서 그 여배우의 이름과 얼굴을 그 기사에 써요. 저는 그 여배우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처음 보는 배우인데 무슨 단톡방에 관련되어 있었다는 의혹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고, 그 보도를 보고 그걸 알게 돼요. 그러면서 무슨 생각이 드냐면 이런 보도를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에는 이게 알 권리라고 하는 것도 공익적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거지, 개인의 어떤 내밀한 사생활이라든가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프라이버시로 보호가 돼야 하는 거거든요. 언론사들이 좀 더 자제할 필요가 있다, 과당 경쟁이라든가 어떤 관음증적인 욕망을 자극해서 조회수를 올리는 것, 이 의도를 스스로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준희] 전혀 무관한 것들을 긁어모아서 클릭 수만 유도하고 있잖아요. 또, 한 가지는 아까 ‘하이에나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우리나라가 유독 연예인에게 이러는 이유가 뭐냐면 연예인이 약자이기 때문이에요. 일반 대중들은 연예인을 되게 강자라고 생각하지만 매체의 관점에서는 연예인들은 정말 좋은 먹잇감이거든요. 그리고 연예인은 매체의 행동들에 대해서 저항을 잘 못합니다. 스스로 소송을 걸거나 이러지 못해요. 왜? 그거는 연예계에서 끝난다는 얘기니까. 결국은 연예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 약자로서의 지위를 완벽하게 어뷰징(Abusing: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을 표현만 조금 바꿔 다량을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행위)하고 있는 그런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정세진] 언론사들이 그렇게 궁금해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최욱 씨 일반 사람들도 그렇게 저걸 보고 싶어 하고 궁금해 하나요? 피해자가 누군지 꼭 알아야 하고?

[최 욱] 아니 그러니까 뭐 제 생각을 물어보지 마시고요. 실제 현상을 보면 될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참담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피해자를 자꾸 특정하는 것. 그런데 실제로 인터넷상에 보면 카톡 재구성한 것도 ‘XX’로 나오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XX’를 맞히기 놀이도 진행이 되고 있고. 그리고 피해자 관련된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데 그런 것들을 사실 언론이 부추긴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언론의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김언경] 그렇죠. 완전히 부추겼죠. 제가 사실 지금 채널A도 약간 정말 황당한 게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거기에서 “시청자 여러분의 알 권리를 위해서 우리가 차분하게 보도한다”라고 이야기를 했잖아요. 언론이 지금 우리가 카카오톡 그걸 이렇게 퍼 나르는 것만으로도 범죄란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언론은 아예 그냥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계속 이 ‘찌라시’를 퍼 나르고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순화해서 말이 안 나와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지금 언론이. 그리고 이런 행위를 하면서 다 해놓고 자기들은 장사 다 해먹어 놓고 “여러분 너무 관음증을 가지지 마세요. 이러면 2차 피해가 됩니다” 이렇게 우리한테 말한다는 것도 굉장히 이상하다는 거죠.

[정세진] 논란이 커지면서 채널A는 문제가 된 기사를 삭제했고요. 다음 날 메인 뉴스에서 성범죄 피해자 정보를 노출한 자사 보도에 대해서 공개 사과를 한 바 있습니다.

[앵커] 첫 소식 보도에 앞서서 어제 정준영 씨 수사에 대한 <뉴스A> 보도와 관련해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자칫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뉴스A>는 시청자 여러분의 이러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피해자 보호에 더욱 유의해 보도하겠습니다.

[정세진] 왜 이런 보도가 나왔는지 그 안에서도 뭔가 이야기가 있었다면서요?

[김빛이라] 맞습니다. 해당 문제의 기사를 쓴 채널A 기자 그리고 그 구성원들을 상대로 취재를 좀 해봤는데요. 해당 기자는 “이런 취재를 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니까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에 대한 취재를 해온 것은 맞는데,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수차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문제는 데스킹(Desking: 언론사 간부가 현장 기자에게 취재를 지시하거나 기사를 수정하고 승인, 출고하는 업무) 과정을 거치면서 피해자의 출신, 직업, 영상 등을 전부 다 보도를 하게 되는 결과가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굉장히 눈여겨 볼만한 점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래도 해당 기자가 보도가 나간 직후에 문제점을 제기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어서 일단 신속하게 이런 입장문을 냈고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는 내부의 결정이 나왔다는 것, 이거는 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채널A 측에서도 말을 하더라고요.

[정세진] 이번 버닝썬 사건과 관련된 보도에서 본질에서 좀 벗어난 보도 논란, KBS에서도 있었습니다.

[앵커] <1박2일>의 다른 출연진들도 수백만 원대의 내기 골프를 친 정황이 이들의 대화방에 담긴 사실을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기자] 그런데 이 방에서 일부 출연진들이 수백만 원대 내기 골프를 쳐서 돈을 땄다며 이를 자랑하는 사진과 글을 올린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2016년 7월 1일 배우 차태현 씨는 5만 원 권 수십 장의 사진을 올리고는 개그맨 김준호 씨 등과 내기 골프를 쳐서 딴 돈이라고 자랑합니다. 18일 뒤 차 씨는 또다시 돈다발 사진과 함께 자신은 225만 원, 김 씨는 260만 원을 땄다고 밝힙니다. 내기 골프를 친 곳은 태국으로 추정됩니다. 이 대화방에는 당시 담당 프로듀서도 있었지만 출연진들의 이런 내기 골프를 말리거나 충고도 하지 않은 채 묵인했습니다. 차 씨와 김 씨는 수차례 연락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내기 골프도 금액이 크고 상습적일 경우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정세진] KBS 보도 후에 차태현 씨와 김준호 씨는 보도에 대한 입장문을 내놓았죠. 두 사람은 보도에 나온 것처럼 “내기 골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서 했고 게임에서 받은 돈은 당시에 바로 돌려줬다”고 해명을 했습니다. 물의를 일으킨 데에 대해서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어떻게들 보셨는지요?

[장부승] 이런 식으로 임의 제출한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해서 거미줄처럼 다 프라이버시라든가 대화 내용을 다 캐서 ‘탈탈 털기식’으로 접근한다면 이건 뭐 대한민국 연예계에 남아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저는 이 부분은 좀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준희] KBS의 입장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없지는 않아요. 두 가지 이유에서 그런데. 하나는 정보를 만약에 누구보다 먼저 얻었다고 쳐보세요. 그러면 언론 기관의 특징은 얻은 정보는 까는(보도하는) 게 맞거든요. 누구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 고민하지 않고... 두 번째로는 이걸 선제(先制)하고 싶었던 면도 있었을 거예요. 혹시라도 이 정보가 다른 어떤 언론사에게서 얻어졌을 때 KBS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차라리 우리가 까자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장부승] 자진납세.

[정준희] 일종의 자진 납세죠. 그러면 이와 같은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치더라도 이게 올바르냐는 이야기는 좀 해야 해요. 그러니까 선제성이 되려면 적어도 이것이 쓸데없는 논란으로 번지지 않고 선제적으로 딱 해서 이 정도까지만 하고 나머지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줬어야 하는데 결과가 어땠냐는 거죠. 곁가지를 쳐버리는 그런 보도가 되어 버렸다는 거예요. 실제로 정준영 건과 버닝썬 사건도 사실은 정준영으로 관련이 있지 버닝썬의 본질을 얘기하는 데에는 외려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거든요. 이게 정준영과 연결됐다는 이유만으로 <1박 2일>에 관련된 내용들이 나왔다? 또 다른 곁가지의 또 다른 분산이죠. 본질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그런 보도들이 이어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는 거예요. 선제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내기 골프 중요하죠. 예를 들면 만약에 내기 골프가 정말 문제가 된다면 저는 문제 되는 거리는 뭐냐면 로비 과정에서 업자들이 공무원이나 이런 사람들 앉혀 놓고 일부러 져주는 내기 골프 쳐서 일부러 상납하는 돈을 숨기는 방식의 비리 구조가 있다는 것, 그거 밝힐 생각이면 해도 됩니다. 그런데 지금 그 보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즉 분산만 시켰고 선제는 하지 못했고 결국은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 부분이 안타까워요.

[정세진] 보도 내용에 제작진 프로듀서 얘기가 나오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까요? 카톡방에 그때 당시 PD가 같이 있었는데 이걸 제지하지는 않았고 언급도 안 하고 있었다, 묵인했다라고 보도가 나갔잖아요.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까요?

[최 욱] 만약에 이게 촬영 중에 도박을 했으면 그 PD가 중재를 할 수 있지만 촬영이 아닌 사적인 시간에 골프를 친 것 가지고 PD가 마치 어른인 양 나서서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거 아닌가한데 어떻습니까?

[정준희] 실제로 정준영 씨가 <1박 2일>의 출연자라는 이유로 KBS를 묶어서 공격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일반 신문 쪽이나 이런 데에서 있어요. 그 부분은 인정되는 부분이 있고요. 사실은 별로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만약에 파고들면 이 문제는 있을 수 있습니다. 2016년에 사실 이미 유사한 일이 있는데 그때 경찰이나 이런 데에서 제대로 파지 않았고 대충 유야무야 덮어졌고. 그건 무죄 상태로 갔으니까요. 게다가 곧바로 복귀하는 상황이 있었잖아요.

[최 욱] 그 문제야.

[정준희] 복귀하는 문제에서 사실은 KBS의 예능팀의 입장은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대충 해결이 됐나보다, 좀 안 좋기는 하더라도 잘해서 돌아와, 이런 식의 상태로 무마하고 넘어갔고 결국은 재기에 도움이 되게 했다라는 식의 비판은 있을 수 있습니다.

[장부승] 어떤 사회적인 문제가 있거나 할 때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장기적인 원칙, 종합적인 원칙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좀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의를 일으켰으니까 일종의 완충기를 가져야 한다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그 완충기가 얼마나 길어야 하느냐? 그것도 모호해지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물의만 일으키면 완전히 퇴출이 되어야 하느냐, 그것이 우리의 원칙이 되어야 하느냐, 연예인을 기용하는 데 있어서라고 질문해보면 그것도 좀 무리한 원칙이 될 수 있거든요. 사법 절차도 없었는데, 경찰에서는 무혐의라고 얘기를 해주고... 그 무혐의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일일이 캐서 수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취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경우도 생각을 해보면 좀 지나친 결론이 나올 수도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준희] 그러니까 캐스팅 과정의 문제를 짚는 건 윤리나 도덕적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나 저는 현재의 여러 가지 권력형 비리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어서는 사실은 거의 의미 없는 일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최 욱] 이 보도를 김빛이라 기자 선배가 했을 수도 있는데 난처하게 자꾸 이렇게 공격하면 어떻게 합니까?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정세진] KBS 보도국 입장은 어떻습니까?

[김빛이라] KBS 보도국 입장은 이렇습니다. “수백만 원이 걸린 내기 골프,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는 범죄 행위일 수 있고, 공인인 연예인의 범법 의혹이라는 점과 대중의 관심이 높은 이슈라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내부적으로 이 보도로 인해 KBS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자사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이 보도의 여부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판단했고, 타사에서 보도 나가는 것보다 자사에 대한 것을 솔직히 보도하는 게 더 맞다고 판단했다”라는 게 최종적인 입장입니다.

[장부승] 자진납세 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얘기하신 거네요.

[김언경] 솔직한 입장이시네.

[정세진] 버닝썬 사건 관련된 보도들의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요. 사실 본질과 관련한 기사들에 대해서는 언급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양적으로 다른 보도들이 지나치게 많았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어떤 보도들을 해야지 정말로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지 그런 점들을 좀 짚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언경] 마치 세월호 참사 때,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나 진상 규명 이런 것을 원했는데 유병언이라는 어떤 한 사람을 잡아내고 그 사람에 대해서 막 떠들다가 그냥 “이거면 됐어”라고 하는 그런 식의 보도들이 많았잖아요. 그것처럼 이번에도 승리와 정준영 이 두 사람을 해결하는 것으로써 애초에 이 사건의 본질이 그냥 덮어지지 않을까 이게 굉장히 걱정스럽거든요. 그래서 그렇지 않게 됐으면 좋겠고, 또 한편으로는 진짜 이 안에 지금 우리가 말하는 버닝썬이라는 그 클럽이 문제가 아니고 또 다른 클럽들도 굉장히 문제가 지금 되고 있고, 거기의 탈세 문제는 더 심각하다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까지 좀 이야기가 확장돼서 전반적인 보도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빛이라] 아레나(강남 소재 클럽) 같은 경우도 사실 승리 씨의 클럽 이야기 버닝썬 나올 때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레나에서 지금까지 어떤 탈세나 부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수사와 또 조사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언론의 관심이 연예인 이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지금 우리는 아무도 아레나를 비롯해서 유흥업소들이 어떤 시정 처분을 받고 있는지 관심이 없는 상태, 그렇게 된 부분들도 언론들이 짚어야 될 것 같습니다.

[정준희] 저는 지금 실질적으로는 연예인이라고 하는 그런 어떤 그냥 팔리기 좋은 사람 하나를 위에 올리고 난 채 나머지는 주체를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많은 쏟아지는 정보들 앞에서 언론사가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고 지형을 그리고 길을 잡아주지 못한 채 거기에 그냥 휘말려 가는 그런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저는 KBS라든가 SBS라든가 중요한 지상파 그다음에 방송 뉴스 같은 것들이 해야 할 핵심적인 일들은 지금쯤은 멈춰 서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제가 무엇인가, 과연 이 사회가 권력형 비리구조가 어느 정도까지 파헤쳐져야 반복이 끝날 것인가라고 하는 문제로 잡아야 하고 그러한 의제에 맞는 정보들을 취사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방식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세진] 버닝썬 사건 관련된 보도 내용들의 문제점들 좀 짚어봤습니다. 경찰 수사가 이제 본질로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언론도 괜히 곁가지에 다시 한눈을 파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세진] 지난 2013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회 고위층들의 ‘권력형 성범죄 의혹’이 6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사건의 중심에 있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재조사와 관계인들의 적극적인 진술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인데요. 이번 순서는 부실 수사 및 은폐 의혹을 낳고 있는 김학의 권력형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서 언론은 과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먼저 이 사건을 지칭하는 용어에 대해서 좀 짚어보겠는데요. ‘별장 성접대 사건’, ‘김학의 성접대 사건’이라고 대부분의 언론이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오늘 제가 성범죄 의혹 사건이라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성접대’가 아닌 ‘성범죄’라고 불러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갖고 있는지?

[김빛이라] 김 전 차관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특수강간 혐의가 적용이 됐고 피해 여성들은 당시 마약이나 최음제를 먹은 상태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성접대와 엄연히 다른 성범죄라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거든요.

[최 욱] 그런데 거의 모든 언론이 성접대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 그런 네이밍(Naming: 이름 짓기)은 그러면 누가 하는 거예요? 다 같이 이렇게 협의를 하는 겁니까?

[김언경] 그런데 정말 다 조금씩 달라요. 언론사마다 그 이름을 붙이는 게 다 다른데. 아무래도 이제 주요 언론, 유력 매체에서 하는 네이밍을 거의 따라가는 것 같아요. 주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유력 매체의 프레임 여기에 말리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이 있더라고요.

[정준희] 초기에 성접대라고 하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데에는 나름 이유가 없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윤 씨라고 하는 사람이 고위층들을 상시적으로 로비(Lobby: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력자들을 은밀히 만나 하는 협상) 활동들을 했고, 그 로비 활동의 일환으로 성적 접대가 일어났다라고 하는 게 초기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게 됐거든요. 그런데 이게 더 파고 들어가 보니까 혐의성이 굉장히 더 악질적인 것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거죠. 폭행의 수준에 이르렀고 특수강간 수준까지 이르는 거고. 또 한 가지가 수사에서의 축소 문제인 거죠. 이게 복합적으로 결합 된 어떤 명칭이 필요하다. 혐의 사실에 기본적으로 집중하고 그 혐의 사실을 좀 더 포괄적으로 대체하거나 정확하게 대체할 만한 다른 식의 어떤 이름들, 이런 것들은 끊임없이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최 욱] 좀 전에 타이틀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용어 선택도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는 게 조금 전에 우리 진행자께서도 부실 수사, 이런 단어를 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부실 수사가 아니라 그냥 의도적으로 덮은 거 아니겠습니까?

[정준희] 축소, 은폐죠.

[최 욱] 그런 부분도 제가 아주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김언경] 무서워라.

[정세진] 이번에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재조사 중인 이 사안, 어떤 것을 지금 핵심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거죠?

[김빛이라] 일단 김학의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첫 번째 법무차관으로 임명됐던 인물입니다. 당시 방금 얘기했던 그 별장에서 성범죄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취임 엿새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는데 두 차례나 수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무혐의로 사건이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제 식구 감싸기다”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덮어졌는데 이번에 이게 검찰 과거사위의 재조사 대상이 되면서 방금 말씀하셨던 은폐‧축소 의혹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에 여러 여성들이 성폭행 정황들을 진술했지만 김 전 차관 의견에만 의존했던 점, 그리고 단 한 차례 압수수색도 김 전 차관에 대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부실 수사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 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검찰이 의도적으로 얼마나 부실 수사를 했었는지 그리고 했다면 어느 선까지 연루돼 있는지가 이번에 재조사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정세진] 옆에서 한 번 덧붙여야죠. 은폐한 건지.

[최 욱] 부실 수사, 입 조심하세요.

[김빛이라] 조심하겠습니다.

[정세진] 새롭게 밝혀진 내용들이 있는지요?

[김빛이라] 몇 가지가 있는데요. 최순실 씨가 또 나옵니다. 그러니까 당시에 김 전 차관이 임명되기 전에 청와대가 이미 동영상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임명이 강행됐다, 이 배후에는 최순실이 있었다, 이게 이번에 검찰이 새롭게 또 확보한 진술이고요. 또 이제 중간수사 결과도 보면 경찰이 당시에 이 사건과 관련한 디지털 증거 3만여 건이 있었는데 이걸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고 발표를 해서 최근에 경찰과 검찰 사이에 때 아닌 공방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제 김 전 차관이 사건 당사자로서 조사에 소환 요구를 받았는데 불응을 했어요. 그래서 국민들이 굉장히 분노했는데, 일단 재조사 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에 이 안에 조사를 다 할 수 있을지는 또 의문인 상황이기도 합니다.

[김언경] 많은 사건들이 지나온 다음에 갑자기 진짜 아주 극적으로 이게(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 연장이 됐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감격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언론이 야속하기도 하고 해요.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은 또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는 게 분명히 있거든요. 일단 저는 KBS가 지난 14일에 보도한 거 그게 굉장히 좋았어요.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재조명하는 분명한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이후에 경향신문도 조사단의 재조사와 관계인들의 진술 내용을 전하면서 “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로 확대될 수 있다”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서 보도를 했고요. 한국일보도 장자연, 김학의, 승리, 정준영 이렇게 쭉 같이 함께 묶어서 사건을 조명을 했습니다. 이들 사건들이 한국사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고요. 그래서 가해자와 비호 세력 수사를 넘어서 성상품화 구조를 우리가 다 수술해야 한다라는 이런 보도를 내놨습니다.

[정세진]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범죄 의혹 관련해서 나온 언론 보도들이 이제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일단 언론사별로 집중하는 내용이 좀 차이가 있습니다.

[김언경] 차이가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조사단이 새롭게 밝힌 사실 및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공개 소환 불응 소식에 대해서 침묵을 했습니다. 그리고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정치권의 공방을 집중해서 보도하는 정도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김학의 공개 소환 불응 소식을 전하면서 “피해 여성 제보에 속지 말아 달라”는 김학의 전 차관의 부인의 입장을 제목으로 이렇게 부각하는 좀 황당한 보도예요.

[정세진] 동아일보 기사 잠깐 읽어드릴게요. “김 전 차관의 부인이 이날 오전 취재진에게 A4 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보내 남편의 성접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KBS는 김 전 차장의 부인이 2017년 말 자신을 찾아와 회유를 했다가 이후에 메시지를 통해서 폭언을 했다는 것을 보도했다.” 이런 기사 내용이었습니다.

[장부승] 저는 그게 왜 보도 가치가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혼인 관계에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 연결고리가 없는 분인데 그분의 입장을 왜 지면을 통해서 이렇게 자세하게 보도, 그것도 제가 보기에는 좀 빗나간 아젠다(Agenda: 의제) 설정인 것 같고. 물론 뭐 알 권리가 중요하죠. 알 권리가 중요하지만 그 중심적인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 의제 설정’을 제대로 한 다음에 알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데. 너무 좀 안타까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정준희] 현재의 언론 보도들은 제가 볼 때는 다양하게 나오는 중요한 이유가 이게 정치적인 파벌성에 의해서 나오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전(前) 정부의 어떤 실정을 부각시키는 재료로 쓰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쪽도 있고, 그건 절대 차단해야 된다는 쪽도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이라는 게 순수할 수는 없지만,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저는 최소한 정말 이 때에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확실하게 밝히고 누군가가, 어떤 검은손이 이런 식의 무리한 일들을 벌였는가하는 것들은 한 번쯤은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경험을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보도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좀 들어요.

[정세진] 2013년으로 돌아가 보죠. 분개하시는 그때로... 김학의 별장 성범죄 사건의 폭로, 성범죄 의혹 사건의 폭로, TV조선이 특종 보도를 했습니다. 그것으로 시작이 되는데요. 한겨레, 동아일보가 잇따라 보도를 해서 도화선이 됐습니다. 그런데 폭로 초기만 하더라도 사회의 고위층 비리를 밝히는 데 있어서 언론의 역할을 증명해주는 사건으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이어지는 후속 보도들은 어김없이 선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때 당시의 좀 상황들을 짚어볼까요?

[김언경] 이게 굉장히 흥미 있는 이야기인 거예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잘 여러 건으로 쪼개서 거듭 이야기해서 장사하려고 하는 이런 보도가 많았어요. JTBC의 경우에 ‘별장 성접대 낯뜨거운 동영상 2분, 뭐가 담겼기에…’라는 2013년 3월 22일 리포트에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동영상이다”라면서 성접대 의혹 동영상을 재연하고 메인 뉴스 리포트에 실제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을 재연을 통해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TV조선 <뉴스쇼 판>에서도 2013년 3월 21일에 “윤 씨는 지인들과 골프를 친 뒤 별장으로 가 가면 파티를 벌였는데 전원이 나체 파티를 즐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등 아주 여러 가지 진짜 부끄러워요. 읽을 수가 없는 수준의 그런 내용들이 보도됐고요. JTBC와 TV조선은 법정 제재를 받기는 했습니다. 방통심의위가 JTBC <뉴스9>과 TV조선 <뉴스쇼 판>에 대해서 “해당 사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영상과 용어를 사용해서 보도했다”라고 하면서 “품위 유지 위반이다”라고 판단했어요. 그런데 그 위반에 대해서 경중을 따져서 JTBC에는 경고를, TV조선에는 주의 조치를 내렸거든요. 지금은 아마 관계자 징계까지 나올 만한 사안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최 욱] 그런데 그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거기에 소위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의 추악함을 묘사하는 장면이 꽤 길게 나오지 않습니까? 그걸 보면서 그 악마를 우리가 한번 보는 거죠. 그리고 그 악마를 우리가 반드시 처단 해야겠다는 그 공감대를 형성해주는 역할을 또 하지 않습니까? 너무 좀 선정적인 건 문제가 있지만, 사실 국민적 관심, 공분이 생기지 않으면 대한민국 사법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거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지 않습니까?

[정준희] 당시의 보도들 보면 한겨레 정도가 건설업자가 유력 인사들에게 이와 같은 방식의 로비를 지속적으로 벌여왔다라고 하는 것들을 집중 취재해서 이야기를 하고요. 그 내용에서 보면 윤 씨가 그냥 단순한 로비업자나 단순한 건설업자가 아니라 사실 이와 같은 것들의 수많은 고소‧고발 등을 유사한 사례로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피해왔던. 사실은 상당히 핵심 인물이라는 소리예요.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지적이 되고 있는 일부 기사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게 동영상 CD 안에 무엇이 있느냐 관심을 부추기는 거보다 훨씬 본질에 집중하는 그런 기사잖아요. 그럼 최욱 씨 말씀처럼 여기에 상류층, 이른바 상류층에 대한 분노를 잘 끌어와서 그 대중적인 분노를 사회 개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 사회 개혁의 방향을 지목하고 있는 언론들이 별로 없었다는 거예요.

[정세진] 2013년 3월 21일 SBS는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 소식을 전하면서 “김학의 전 차관 외에 성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이 더 있다,” 지금 뭐 과거사 조사위원회에서도 나오는 이야기들이죠. 주장의 내용을 단독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같은 날 KBS는 “접대 의혹이나 로비 소문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 윤 씨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보도를 내놨는데요. SBS와 KBS 보도 내용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이번 성 접대 의혹 수사의 실마리가 된 50대 여성 사업가를 SBS가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이 여성은 김 차관 외에 성 접대 받은 유력 인사들이 더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이들 외에도 윤 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이 더 많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여성 사업가] 청문회를 보면서 다른 사람 것도 있는데 자기가 그걸 다 까면 정권도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말을 했어요. 심지어는 OOO씨를 알아가지고 여기서 자고 갔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앵커] 김학의 차관에게 별장 접대를 했다고 지목된 윤 모 씨가 오늘 KBS 취재진과 만나 떠도는 소문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김 차관과는 오랜 지인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자] 김 차관은 당초 윤 씨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가 오늘은 별장 접대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윤 씨는 사람이 좋아서 김 차관을 만났을 뿐 세간의 접대 의혹이나 로비 소문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씨] 제가 로비 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전혀 관계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전에 마음 주고 받던 사이였지.

[정세진] “마음을 주고받던 사이였다” 이런 인터뷰 내용을 실었네요.

[장부승] 마음.

[김언경] 좀 창피하네.

[정준희] SBS는 피해자라고 증언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들으면서 그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상태인데 KBS 같은 경우는 사실은 ‘쉴드(Shield: 방패)’를 쳐주고 있는 상태예요, 말 그대로. 방어해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당사자나 가해자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인물로부터 그 말의 사실성을 계속해서 탐구하면서 뭔가 다른 답변들을 끌어내야 하는 그런 상황인데 발언의 기회를 준 거라는 거죠. 이거는 굉장히 다른 조건이거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취재를 하거나 보도를 할 때 기본적으로 취재원의 여러 가지 것들을 막 살펴보고 이런 식의 것으로 갈 수 있고 방향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설정해 놓은 것에서 반대 증거도 수집하고 맞는 증거도 수집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겪는단 말이죠. 그런데 이것은 딱 보면 보도 방향은 정해져 있고 그 보도 방향이 가해자라고 생각되는 그런 사람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취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라고 지적되는 거죠.

[김언경] 그렇게 쉴드를 치는 행태가 해당 처음에 애초의 보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나오거든요. 이건 명백히 빠져나갈 수 없는 KBS가 의도를 가지고 사실 이 사건을 당시에 은폐에 가깝게 보도한 것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들어요. 당시의 SBS는 13년 3월 25일 보도인데요. <국과수, “동영상 등장인물 김학의 가능성 배제 못 해”>라고 제목을 뽑고요. 관련 내용에서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쪽에 방점을 찍는 보도를 합니다. SBS뿐만 아니고 당시에 MBC,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 대다수 언론이 김학의 전 차관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KBS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동영상 등장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일 가능성을 육안 상으로는 배제할 수 없지만 성문(聲紋: 목소리를 주파수 분석 장치로 채취해서 줄무늬 모양의 그림으로 바꾼 그래프를 이르는 말) 분석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도하거든요. 그래서 가능성 없음에 좀 더 무게를 싣는 이런 보도를 내놨습니다. 분명하게 KBS가 좀 다른 언론사보다 유난히 더 이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그런 보도 행태를 보였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 욱] 너무 심해.

[장부승] 취재의 어떤 기본이 좀 망각된 거죠. 아무리 반론권을 준다고 해도 반론권을 주는 그 자체로써는 의미가 없는 건 아닌데, 그 경우에도 어디까지나 최대한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하고 크로스체크(Cross check: 서로 다른 복수의 관점, 방법으로 자료를 대조하여 정보를 검사하는 일)를 해야 한다. 그건 기본이거든요. 그 기본을 지켰다면 아무리 보도 방향이 설정돼 있고 사전 의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최대한 중화시키고 진실이 접근할 수 있는 결과로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 점에서 참 아쉬운 보도죠.

[정세진] 국과수 결과에 관련된 보도도 그렇고 또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그 내용도 다 보여주고 자세하게 다 얘기해주고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했던 언론들이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을 때는 언론보도 태도가 굉장히 소극적이었습니다.

[김언경] 대부분 한 두건의 보도에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중앙일보의 경우에 13년 11월 12일 12면에 보도된 건데요. <네 죄를 네가…김학의 수사, 사또 식으로 할 수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검찰이 경찰의 단서가 너무나 부실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라는 것의 방점을 찍은 이런 보도를 했습니다.

[정세진] 뭔가 의혹은 있는데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 그냥 검찰이 덮으니까 그냥 그대로 언론도 조용히 넘어가 준 건지? 참 착잡한 기분이 드는데요.

[정준희] 제가 누누이 얘기하는 효능감, 다시 말하면 이런 수많은 부정한 사건들을 바라볼 때 대중들의 감정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에는 언론 보도가 이렇게 이뤄지고 뭔가 의혹이 나와도 덮으려면 다 덮어, 이런 식으로 끝나 버리고 만다는 거죠. 이런 식의 허탈감이 사실 제일 심각한 문제라고 보거든요. 지금의 언론이 하는 것들은 초기에 언론이 터뜨렸든 또는 뭐 혼란 시켰든, 선정 보도에 집중시켰든 간에 지나고 나면 다 관심 안 씁니다. 왜? 무혐의가 나건 뭐건 간에 결국 결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 허탈감을 줄 거라고 하는 걸 알기 때문에 대부분 초기에 반짝 특수를 노리는 그런 방식으로 가고 있다라고 하는 것이죠.

[최 욱] 요즘 언론을 뒤덮고 있는 사건이 크게 세 개 아니겠습니까? 버닝썬 그리고 김학의, 장자연. 장자연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 항상 공교롭게도 어떤 더 큰 사건이 좀 일어나서 그 장자연 사건을 덮는 듯한 그런 모습을 우리가 많이 목격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일부 음모론이 또 제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걸 덮기 위해서 이 사건을 터뜨린 거 아니냐. 그런 음모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세 사건의) 공통점이 있으니까 우리가 그 버닝썬, 김학의, 장자연 사건을 통으로 묶어서 ‘썬학장 사건’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 이렇게 비웃고 계실까 봐 출처를 밝히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정세진] 절대 최욱씨가 그런 스타일로 하는 건 아니죠.

[최 욱] 제 스타일은 아니죠.

[정준희] 김상욱 박사님이 하신 얘기죠?

[정준희] 핵심은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법이 불균등하게 작동하고 있는 거예요. 누군가한테는 너무나 강력하게 작동하고 심지어는 법을 넘어선 윤리와 도덕의 문제를 넘어선 인신공격까지 작동하고 누구한테는 법이 싹 사라진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있어요. 그러면 현재의 수사 결과나 재조사 결과나 이것이 이 구조에 대해서 명확하게 스포트라이트(Spotlight: 대상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를 주지 않으면 이건 대중들의 공분일 뿐만 아니라 불신으로 광범하게 연결될 겁니다. 모든 사회는 제도에 대한 불신, 또는 법에 대한 불신이 광범해지고 만연하는 순간 그 사회는 메커니즘(Mechanism: 작동 원리나 구조)이 끝장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이 부분을 잊지 않고 언론이 그 부분에 집중해주기를 바랍니다.

[정세진] 국민 수준이 언론보다 더 높아지고 있는 거 맞죠?

[김언경] 맞아요.

[정세진] 지금 언론이 빨리 따라가야 하는데.

[장부승] 최욱 씨가 ‘썬학장’이라고 했으니까.

[최 욱] 제가 한 거 아닙니다.

[장부승] 다른 분의 얘기를 인용해서 말씀하셨으니까. ‘썬학장’의 본질이 저는 그것인 것 같아요. 거대 집중 권력은 부패한다. 그리고 우리 그것이 언론 권력이든 연예 권력이든 검찰이든 경찰이든 거대하게 집중화된 권력은 부패하고 우리 국민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앞으로 이제 계속해서 보도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만 우리 언론이 할 일은 바로 사실의 추구, 진실의 추구에 근거해서 집중화되고 거대화된 권력을 견제하는 것,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 언론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봅니다.

[정세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검찰, 경찰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언론의 감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모습을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언경 사무처장님, 장부승 교수님 오늘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였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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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널리즘 토크쇼J] 본질은 놓치고 선정성만 좇는 ‘버닝썬’ 보도
    • 입력 2019-03-24 23:04:07
    • 수정2019-03-24 23:41:04
    저널리즘 토크쇼 J
[정세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분들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 정준희 교수 함께합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 욱] ‘J의 예능 총장’ 최욱입니다.

[정준희] 무슨 이야기에요?

[정세진] (가수 승리 카카오톡 대화방의) 총경이 총장...

[최 욱] 참 시사 개그 아닙니까?

[정세진] 여기밖에 써먹을 데가 없어요.

[정준희] 학장, 총장 이런 건 줄 알았어.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김빛이라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빛이라] 안녕하세요?

[정세진]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교의 장부승 교수님 나와 주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장부승] 안녕하세요? 장부승입니다.

[정세진]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님 나오셨습니다.

[김언경] 언론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민언련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는 김언경입니다.

[최 욱] 우리 김빛이라 기자가 J에 새로 합류하신 분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그 유튜브 라이브 버전에서 처음 인사를 드렸다가...댓글은 확인을 안 하셨죠?

[김빛이라] 다들 보지 말라고 하셔서 그래서 안 봤습니다.

[최 욱] 안 보는 게 좋습니다. 많은 뭇매를 맞은 걸로 저는 다 체크가 되어 있거든요.

[김빛이라] 그런데 이게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만드는 분들이 얼마나 어려운 취재를 하면서 프로그램 만드는지를 알리기 위한 큰 그림이었는데 그렇게까지 보시더라고요. 성역 없는 취재를 통해서 오랫동안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최 욱] 고맙습니다.

[정세진] 오늘 신고식이 어떻게 진행이 될지 지켜보겠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이른바 ‘클럽 버닝썬 사건’이 나비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단순 클럽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마약, 성접대, 탈세, 경찰 고위급 인사의 유착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대형 게이트급 사건으로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SBS <8시 뉴스>가 성상납 의혹이 제기된 가수 승리 씨의 SNS 단체 대화방을 취재하다가 가수 정준영 씨가 성관계를 불법으로 촬영하고 유포했다,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고 폭로하면서 연예계 성스캔들로까지 옮겨 붙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은 연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된 보도,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그리고 언론이 정조준해야 할 본질은 무엇인지 짚어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번 논란의 기폭제가 된 SBS의 일련의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앵커] 가수 승리가 투자자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눈 많은 카톡 대화 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한 유명 연예인이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취재를 통해서 그 대화 내용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고 더 이상 피해를 막기 위해서 고민 끝에 실명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그 연예인은 가수 정준영 씨였습니다.

[기자] 2015년 말 정준영 씨가 친구 김 모 씨에게 건넨 대화. 정 씨가 한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고 자랑하자 친구는 동영상이 없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러자 정 씨는 여성과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은 3초짜리 영상을 올립니다. 잠이 든 여성의 사진 등을 유명 가수가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 수시로 올리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는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 분량입니다. 이 기간에 정준영 씨의 불법 촬영과 유포로 피해를 본 여성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10명이나 됩니다.

[앵커] 저희가 추가로 대화를 분석해봤더니 멀쩡한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인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자신들의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걸 시인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기자] 자신이 성관계하는 모습을 촬영한 짧은 영상입니다. 대화방에 있던 가수 최 씨가 살아 있는 여자 영상을 보내라고 하자, 김 씨는 기절해서 플래시를 켜고 촬영한 거라고 답합니다. 정준영 씨는 성폭행했다며 웃습니다. 정준영 씨의 대화방에 있던 박 모 씨가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성관계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또 자신들의 삶은 영화라면서 살인만 하지 않았을 뿐 구속될 만한 일이 많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정세진] 정준영 씨 관련된 SBS 보도 내용 좀 추려서 전해드렸는데요. ‘굉장히 선정적이다, 자극적이다’ 이런 비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언경] 제가 정준영 카톡(카카오톡) 관련 보도의 양을 한번 살펴봤거든요. 3월 11일에 SBS가 첫 보도를 했어요. 3월 11일에 3건을 (보도) 했는데요. 그 이후에 3월 17일까지 총 보도량을 보니까 SBS가 35건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중에 KBS는 18건 그리고 MBC는 23건을 했어요. 그러니까 하루 앞서서 3건을 더 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SBS가 참 많이 했죠. 그런데 이렇게 3사만 봤을 때는 SBS가 정말 많이 했는데, 더 충격적인 것은 뭐냐면 같은 기간에 채널A가 47건을 합니다. 그러니까 종편 4사 중에서 채널A가 47건, MBN이 34건을 했고요, TV조선 24건, JTBC 23건을 보도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채널A와 SBS가 양쪽에서 지상파와 종편에서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가치 이상으로 지나치게 부풀려서 이 사안을 가지고 장사했다라고 생각합니다.

[장부승] 이 보도량이 얼마나 어마어마하냐 하면, 제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한번 시간을 재봤어요. 그러니까 3월 11일 월요일부터 3월 15일 금요일까지 SBS <8 뉴스>를 보면 월요일에 두 번째 뉴스로 나갔는데요. 승리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대한 보도를 9분 43초 했습니다. 수요일에는 톱 뉴스(Top news: 주요 뉴스)로 나갔는데 20분 57초 했습니다. 이 뉴스 가지고... 목요일에는 다섯 번째 뉴스로 나갔는데 20분 10초가 할애됩니다. 어느 정도의 보도를 할 것인가, 보도의 비중이라든가 보도의 양은 편집권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만, 그러한 편집권도 신중하게 비례의 원칙에 맞게 활용되어야 하는 거거든요. 좀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 너무 지나치게 나간 거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 욱] 교수님, 열심히 하시는 건 좋은데 개인이 시간까지 다 체크하고 하면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문 닫아야 해요.

[김언경] 저희 인턴으로 어떻게... 일본 주재 인턴으로.

[최 욱] 너무 과하게 하지는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장부승] 용돈 필요할 때는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최 욱] 선정성 계속 지적하시는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이 사건 자체가 굉장히 추악하지 않습니까? 그걸 이렇게 사람들한테 알려서 관심도를 좀 끌어 올리는 것, 이것이 그렇게 나쁜 건가요?

[정준희] 핵심은 피해자들의 피해 핵심 내용이 뭔지 그리고 좀 더 나오겠지만 이를테면 이것이 왜 2016년도에 왜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현재까지 오면서 이때 터졌는지 밝히고자 하는 목적이잖아요. 그 목적을 위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수단을 이와 같은 추악한 면으로 돌리는 건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는 많이 실종됐다고 봐요. 그러니까 수단이 계속해서 위에 올라와있는 거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들만 부각되고 있지, 그 결과로서 목적은 사실은 그렇게 불명확한 이런 상태에 와버렸단 거죠.

[최 욱] 그럼 이제 계속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주객이 전도됐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그러면 이 사건의 본질 그건 도대체 뭐죠?

[김빛이라] 그러니까 사실 이 사건에서 승리나 정준영의 이름을 빼놓고는 이제 설명하기가 좀 어려워졌잖아요. 그만큼 명백한 범죄인 것도 맞지만 첫째로는 ‘경찰과 유흥업소 간의 오랜 유착 관계’ 이게 뭔지를 밝혀내는 거고, 둘째로는 유흥업소 안에서 일어난 ‘마약 범죄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연루됐고 무마됐는지, 마지막으로는 유흥업소가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운영돼왔을 때 과연 ‘탈세라든지 범법 행위’는 없었는지 이런 것들을 좀 봐야 하는데 사실 승리나 정준영 이름 속에 다 묻혀버린 상황이 됐죠. 기자들도 취재를 하면서...

[최 욱] 제가 계속해서 갸우뚱한 게 조금 전에 본질이 경찰과 유착 이런 부분을 지적을 해주셨는데 이것이 최초 보도가 MBC 버닝썬 그 폭행 사건 아니었습니까? 그때는 사실 이렇게 많은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그 사건은 방금 말씀하신 본질을 담고 있는데 지금은 전 국민의 관심도가 생겼고 게다가 대통령이 엄정 수사까지 지시하는 상황까지 이끌어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이러한 보도들이 아주 그렇게 비판받아야 될 만한 보도인가 개인적으로는 자꾸 의구심이 듭니다.

[김언경] MBC 버닝썬 보도는 정준영 SBS의 정준영 보도하고는 결이 좀 달랐어요. 그러니까 애초에는 분명히 ‘한 사람이 폭행을 당했고, 그 폭행 과정에서 경찰이 무리한, 이상한 대응을 했다’라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했지만 이게(MBC 버닝썬 보도) 1월 28일에 나왔거든요. 그런데 이 보도에서도 그냥 ‘경찰의 초동 조치가 이상하다, 경찰이 계속 이상하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많은 제보가 들어왔는데 그중에서 지금 ‘마약 등의 약을 먹고 정신을 잃었고 성폭행까지 당했다’라는 등의 여러 가지 제보가 들어왔고, 이 제보를 가지고 다시 취재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그야말로 ‘클럽이 약물 성범죄를 자신들의 영업에 이용했다’라는 것을 밝혀내고요. 이렇게 얻은 자신들이 취재한 자료를 사법당국에 제출해서 수사를 촉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 보도의 내용이 흥미 위주로만 간 것이 아니고요. 제도 그 자체, 지금 뭐가 문제인지를 적절히 짚고 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어요.

[최 욱] MBC 보도가 참 좋긴 좋아요.

[정세진] 그런데 SBS 보도가 없었다면?

[최 욱] 본질도 잘 짚어냈고 그런데 SBS의 후속 보도가 없었다면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연예인으로 불이 붙지 않았다면 과연 이렇게 계속해서 이어져 왔을까? 거기에 대해서는 자꾸 의구심이 든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정준희] 갑자기 장부승 교수님이 하시는 공과론(功過論)이 생각이 나는데요.

[최 욱] 저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정준희] 그게 아니라 맞는 지적이에요. SBS가 어떤 면에서는 되게 솜씨 좋게 대중들의 관심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보고 정준영과 카톡으로 연결되는 그 라인들을 터뜨렸다고 하는 것이 이 사건을 사회적 사건으로 만드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의미가 있었죠. 그런데 SBS가 그런 공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는 어떠냐면 이 의제의 방향을 잡을 힘이 생겼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오랜 며칠의 기간에 걸쳐서 쥐고 있는 자료를 계속해서 내보내는 방식이 카톡을 쥐고 있다 안 보여줬던 걸 계속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SBS가 이 공을 가져간 채 그 뒤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의제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못 갔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멈춰져 있었던 거고 저는 그 이상을 못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거죠.

[정세진] 이번 사건 관련해서 연예인이 등장하고 성관계, 이런 내용들이 나오면서 정말 어마어마한 취재진들이 몰려다니고 있습니다. 김빛이라 기자가 취재를 했죠?

[김빛이라] 그렇습니다. 이 소환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인물들이 출석하면 사실 경찰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상대로도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데 이날은 승리와 정준영 씨가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출석한 날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정말 높았거든요. 그래서 그 현장에 가봤는데 영상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의경] 오늘이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김빛이라] 보신 중에?

[의경] 네, 드루킹 때보다도 많고. 체감상 이렇게 바쁜 적은 처음이었어요.

[김빛이라] 지금이 오전 9시 54분인데 오전 10시에 정준영 씨가 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을 하기로 돼 있습니다. 저희가 1시간 정도 지켜봤는데 취재진이 어림잡아서 600여 명이 와 있습니다. 촬영기자, 연예매체 기자 그리고 취재진, 유튜버들까지 해서 굉장히 많은 인원들이 모여 있는데 연예인들이 출석할 때 굉장히 포토라인이 자주 무너지기 때문에 일단은 앉은 자리, 선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고 하는데 과연 정준영 씨가 출석을 하고 나서 어떻게 바뀔지는 또 한 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준영] 너무 죄송하고요.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서 너무 죄송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A매체 촬영기자] 검찰, 경찰 뭐 이쪽은 비출입사들도 다 와가지고 취재를 하니까 이게 난리통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연예프로만 우리나라에서 수십 개 되죠. 외신도 많지 언론사는 나왔다 하면 몇 백 개 되니까 지금도 솔직히 사진 기자들 심지어 스포티비까지 왔어요. 스포츠채널에서도 온다니까요. 그러면 <한밤의 TV연예>, <섹션 TV> 뭐 우리나라 기본적으로 이런 곳 다 하면 진짜 여기 취재를 못한다니까. 간혹 가다 그래서 연예채널 때문에 우리가 어그러지는 경우가 있어요. 취재를 걔네들(연예채널 기자들) 와가지고 어그러지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B매체 취재기자] 옛날에는 성격이 분명히 구분돼 있어요. 정론지와 스포츠지 그런 또 연예매체 성격이 확실하게 옐로우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원시적 본능을 자극하고, 흥미위주 보도를 함으로써 선정주의적 경향을 띠는 저널리즘) 뭐 이런 거에 대한 성격이 구분돼 있었는데, 요새는 포털이 언론의 대세적인 측면이 돼서 회사에서도 굉장히 신경 쓰고 그때그때 이슈가 되다 보니까. 하여간 속보성을 커버를 해줘야 되니까. 진짜 이게 3D 업종(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직종의 일. 알파벳 ‘D’로 시작하는 세 단어인 Difficult, Danger, Dirty를 합쳐 부르는 말)으로 변경된 지 오래됐어요.

[정세진] 최욱 씨, 입을 못 다무시네요. 저 정도일 줄은 모르셨나요?

[최 욱] 진짜 규모가 어마어마하네요, 정말.

[장부승] 그래서 저는 사실은 지금 저도 이 화면 보고 깜짝 놀랐는데, 600명이 나왔다고요? 기자들이?

[김빛이라] 제가 일단 세어 보니까 그 정도 숫자가 되더라고요.

[장부승] 진짜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연예계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건가요? 저는 새삼 제가 좀 세상 물정을 몰랐던 것인지에 대해서 반성을 하게 되네요.

[최 욱] 사실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본인이 반성해야 하는 측면도...

[정준희] 이게 아까 한 기자분이 얘기하는 게 나오는데 예전에는 그래도 구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난장판이 됐다, 구분이 없어졌다. 옐로 저널리즘라든가 정론지나 이런 게. 그것도 되게 중요한 특성이기는 하고요. 현재 포털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니까. 실제로 좀 이렇게 나름의 이런 보도(연예인과 관련된 뉴스)는 적당히 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룹과 그냥 달려드는 하이에나 같은 저널리즘 사이에 시장 구분이 있을 수밖에 없고 있어야 하는 게 맞는데 현재는 이게 붕괴된 상태라고 하는 건 확실하고요.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가 이게 좀 심한 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도 외국 생활을 좀 해봤고 여러 가지를 지금도 비교하고 있는데. 유독 연예인에 관련된 뉴스의 양과 과열 경쟁이 좀 심한 편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인권 침해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입에도 올리지 못하는 그런 식의 일들이 되어 버려요. 너무나 사실은 제대로 따지고 들어가면 피의자 신분이고 아직까지 실제로 이렇게 조리 돌림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죄는 이미 확정되어 버렸고, 따라서 거기에서 이렇게 기자들이 몰려서 과열 경쟁을 벌이는 것. 이것도 당연해져 버리는 거죠.

[최 욱] 이렇게 하이에나같이 달려드는 연예 관련 언론사를 고사시키기 위해서라도 연예인들이 사고를 안 쳤으면 좋겠어요.

[김언경] 그게 아니고 우리가 좀 클릭을 안 해야 하는, 저는 정말 안 봤거든요, 일부러. 너무 복잡해서.

[최 욱] 그런데 안 할 수는 없었어요.

[김언경] 보도량이 너무 많잖아요. 컴퓨터를 켜기만 해도 화면에도 다 이런 관련된 기사고 포털만 열기만 해도 다 그렇고. 그런데 저는 진짜로 안 봤어요, 일부러. 그런데 너무 안 보다 보니까 아주 선정적인 기사가 어느 수위인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여기 오늘 오기 위해서 몇 개를 보고 정말 또 깜짝 놀랐어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거의 무슨 이거는 옐로 저널리즘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데요. ‘포르노(Porno: 인간의 성적 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성욕을 자극하는 책, 영화, 사진, 그림 등) 저널리즘’ 같은, 그런 느낌의 보도들, 거기 있는 카톡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오는 이런 보도들이 많더라고요.

[정세진] 버닝썬 사건 관련된 보도의 문제점들을 좀 짚어보고 있는데요. 정준영 씨 동영상 관련해서 피해자에 집중한 언론 보도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일 채널A의 저녁 메인 종합 뉴스죠. <뉴스A>는 피해자 직업을 특정한 내용의 보도를 단독을 달고 내놨습니다. 또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서 지난 13일자 지면에 채널A가 파악했다는 피해자 정보를 쓰면서 추가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확인한 성관계 동영상 장면을 묘사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피해자에 집중하는 이런 보도는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보도죠.

[김언경] 그렇죠.

[최 욱] 최악이다, 최악이야.

[김언경] 저는 정말 처음 이 보도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예전에 우리가 이런 비슷한 어떤 광기(狂氣)가 있었던 시기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고종석 사건’이라고 해서요. 어린 유아를 성폭행했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때 이제 그게 워낙 공분을 일으킬 만한 사건이다 보니까 모든 언론이 뛰어들어서 그 고종석 범죄 행위를 자세하게 보도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피해자가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너무나 상세하게 보도를 한다거나, 집에 가서 허락받지 않은 자료들을 가지고 와서 취재를 한다거나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 워낙 비판을 많이 받아서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고, 그런 것으로 성폭력.성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제정: 한국기자협회.여성가족부 ‘피해자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아야 한다’ 등) 이런 것들을 좀 더 예전보다 훨씬 구체화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마치 그런 가이드라인을 잊어버린 것처럼 다른 행동을 또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까도 기사를 일부러 안 읽는다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그런 관련된 기사들은 정말 거칠게 저는 항의하고 보지 말고 “우리는 이것을 원하지 않아요. 피해자의 신상 정보, 피해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아요”라는 것을 우리가 좀 문화적으로라도 좀 전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좀 했습니다.

[장부승] 그런데 저는 이번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 언론 보도 보면서 좀 황당하다고 생각했던 게 뭐냐면 어떤 여배우가 입장문을 냈다는 거예요. 자기는 ‘이번 단톡방 건에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그 입장문을 발표했다는 걸 보도를 하면서 그 여배우의 이름과 얼굴을 그 기사에 써요. 저는 그 여배우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처음 보는 배우인데 무슨 단톡방에 관련되어 있었다는 의혹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고, 그 보도를 보고 그걸 알게 돼요. 그러면서 무슨 생각이 드냐면 이런 보도를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에는 이게 알 권리라고 하는 것도 공익적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거지, 개인의 어떤 내밀한 사생활이라든가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프라이버시로 보호가 돼야 하는 거거든요. 언론사들이 좀 더 자제할 필요가 있다, 과당 경쟁이라든가 어떤 관음증적인 욕망을 자극해서 조회수를 올리는 것, 이 의도를 스스로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준희] 전혀 무관한 것들을 긁어모아서 클릭 수만 유도하고 있잖아요. 또, 한 가지는 아까 ‘하이에나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우리나라가 유독 연예인에게 이러는 이유가 뭐냐면 연예인이 약자이기 때문이에요. 일반 대중들은 연예인을 되게 강자라고 생각하지만 매체의 관점에서는 연예인들은 정말 좋은 먹잇감이거든요. 그리고 연예인은 매체의 행동들에 대해서 저항을 잘 못합니다. 스스로 소송을 걸거나 이러지 못해요. 왜? 그거는 연예계에서 끝난다는 얘기니까. 결국은 연예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 약자로서의 지위를 완벽하게 어뷰징(Abusing: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을 표현만 조금 바꿔 다량을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행위)하고 있는 그런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정세진] 언론사들이 그렇게 궁금해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최욱 씨 일반 사람들도 그렇게 저걸 보고 싶어 하고 궁금해 하나요? 피해자가 누군지 꼭 알아야 하고?

[최 욱] 아니 그러니까 뭐 제 생각을 물어보지 마시고요. 실제 현상을 보면 될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참담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피해자를 자꾸 특정하는 것. 그런데 실제로 인터넷상에 보면 카톡 재구성한 것도 ‘XX’로 나오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XX’를 맞히기 놀이도 진행이 되고 있고. 그리고 피해자 관련된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데 그런 것들을 사실 언론이 부추긴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언론의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김언경] 그렇죠. 완전히 부추겼죠. 제가 사실 지금 채널A도 약간 정말 황당한 게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거기에서 “시청자 여러분의 알 권리를 위해서 우리가 차분하게 보도한다”라고 이야기를 했잖아요. 언론이 지금 우리가 카카오톡 그걸 이렇게 퍼 나르는 것만으로도 범죄란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언론은 아예 그냥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계속 이 ‘찌라시’를 퍼 나르고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순화해서 말이 안 나와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지금 언론이. 그리고 이런 행위를 하면서 다 해놓고 자기들은 장사 다 해먹어 놓고 “여러분 너무 관음증을 가지지 마세요. 이러면 2차 피해가 됩니다” 이렇게 우리한테 말한다는 것도 굉장히 이상하다는 거죠.

[정세진] 논란이 커지면서 채널A는 문제가 된 기사를 삭제했고요. 다음 날 메인 뉴스에서 성범죄 피해자 정보를 노출한 자사 보도에 대해서 공개 사과를 한 바 있습니다.

[앵커] 첫 소식 보도에 앞서서 어제 정준영 씨 수사에 대한 <뉴스A> 보도와 관련해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자칫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뉴스A>는 시청자 여러분의 이러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피해자 보호에 더욱 유의해 보도하겠습니다.

[정세진] 왜 이런 보도가 나왔는지 그 안에서도 뭔가 이야기가 있었다면서요?

[김빛이라] 맞습니다. 해당 문제의 기사를 쓴 채널A 기자 그리고 그 구성원들을 상대로 취재를 좀 해봤는데요. 해당 기자는 “이런 취재를 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니까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에 대한 취재를 해온 것은 맞는데,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수차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문제는 데스킹(Desking: 언론사 간부가 현장 기자에게 취재를 지시하거나 기사를 수정하고 승인, 출고하는 업무) 과정을 거치면서 피해자의 출신, 직업, 영상 등을 전부 다 보도를 하게 되는 결과가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굉장히 눈여겨 볼만한 점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래도 해당 기자가 보도가 나간 직후에 문제점을 제기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어서 일단 신속하게 이런 입장문을 냈고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는 내부의 결정이 나왔다는 것, 이거는 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채널A 측에서도 말을 하더라고요.

[정세진] 이번 버닝썬 사건과 관련된 보도에서 본질에서 좀 벗어난 보도 논란, KBS에서도 있었습니다.

[앵커] <1박2일>의 다른 출연진들도 수백만 원대의 내기 골프를 친 정황이 이들의 대화방에 담긴 사실을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기자] 그런데 이 방에서 일부 출연진들이 수백만 원대 내기 골프를 쳐서 돈을 땄다며 이를 자랑하는 사진과 글을 올린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2016년 7월 1일 배우 차태현 씨는 5만 원 권 수십 장의 사진을 올리고는 개그맨 김준호 씨 등과 내기 골프를 쳐서 딴 돈이라고 자랑합니다. 18일 뒤 차 씨는 또다시 돈다발 사진과 함께 자신은 225만 원, 김 씨는 260만 원을 땄다고 밝힙니다. 내기 골프를 친 곳은 태국으로 추정됩니다. 이 대화방에는 당시 담당 프로듀서도 있었지만 출연진들의 이런 내기 골프를 말리거나 충고도 하지 않은 채 묵인했습니다. 차 씨와 김 씨는 수차례 연락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내기 골프도 금액이 크고 상습적일 경우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정세진] KBS 보도 후에 차태현 씨와 김준호 씨는 보도에 대한 입장문을 내놓았죠. 두 사람은 보도에 나온 것처럼 “내기 골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서 했고 게임에서 받은 돈은 당시에 바로 돌려줬다”고 해명을 했습니다. 물의를 일으킨 데에 대해서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어떻게들 보셨는지요?

[장부승] 이런 식으로 임의 제출한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해서 거미줄처럼 다 프라이버시라든가 대화 내용을 다 캐서 ‘탈탈 털기식’으로 접근한다면 이건 뭐 대한민국 연예계에 남아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저는 이 부분은 좀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준희] KBS의 입장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없지는 않아요. 두 가지 이유에서 그런데. 하나는 정보를 만약에 누구보다 먼저 얻었다고 쳐보세요. 그러면 언론 기관의 특징은 얻은 정보는 까는(보도하는) 게 맞거든요. 누구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 고민하지 않고... 두 번째로는 이걸 선제(先制)하고 싶었던 면도 있었을 거예요. 혹시라도 이 정보가 다른 어떤 언론사에게서 얻어졌을 때 KBS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차라리 우리가 까자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장부승] 자진납세.

[정준희] 일종의 자진 납세죠. 그러면 이와 같은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치더라도 이게 올바르냐는 이야기는 좀 해야 해요. 그러니까 선제성이 되려면 적어도 이것이 쓸데없는 논란으로 번지지 않고 선제적으로 딱 해서 이 정도까지만 하고 나머지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줬어야 하는데 결과가 어땠냐는 거죠. 곁가지를 쳐버리는 그런 보도가 되어 버렸다는 거예요. 실제로 정준영 건과 버닝썬 사건도 사실은 정준영으로 관련이 있지 버닝썬의 본질을 얘기하는 데에는 외려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거든요. 이게 정준영과 연결됐다는 이유만으로 <1박 2일>에 관련된 내용들이 나왔다? 또 다른 곁가지의 또 다른 분산이죠. 본질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그런 보도들이 이어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는 거예요. 선제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내기 골프 중요하죠. 예를 들면 만약에 내기 골프가 정말 문제가 된다면 저는 문제 되는 거리는 뭐냐면 로비 과정에서 업자들이 공무원이나 이런 사람들 앉혀 놓고 일부러 져주는 내기 골프 쳐서 일부러 상납하는 돈을 숨기는 방식의 비리 구조가 있다는 것, 그거 밝힐 생각이면 해도 됩니다. 그런데 지금 그 보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즉 분산만 시켰고 선제는 하지 못했고 결국은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 부분이 안타까워요.

[정세진] 보도 내용에 제작진 프로듀서 얘기가 나오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까요? 카톡방에 그때 당시 PD가 같이 있었는데 이걸 제지하지는 않았고 언급도 안 하고 있었다, 묵인했다라고 보도가 나갔잖아요.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까요?

[최 욱] 만약에 이게 촬영 중에 도박을 했으면 그 PD가 중재를 할 수 있지만 촬영이 아닌 사적인 시간에 골프를 친 것 가지고 PD가 마치 어른인 양 나서서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거 아닌가한데 어떻습니까?

[정준희] 실제로 정준영 씨가 <1박 2일>의 출연자라는 이유로 KBS를 묶어서 공격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일반 신문 쪽이나 이런 데에서 있어요. 그 부분은 인정되는 부분이 있고요. 사실은 별로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만약에 파고들면 이 문제는 있을 수 있습니다. 2016년에 사실 이미 유사한 일이 있는데 그때 경찰이나 이런 데에서 제대로 파지 않았고 대충 유야무야 덮어졌고. 그건 무죄 상태로 갔으니까요. 게다가 곧바로 복귀하는 상황이 있었잖아요.

[최 욱] 그 문제야.

[정준희] 복귀하는 문제에서 사실은 KBS의 예능팀의 입장은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대충 해결이 됐나보다, 좀 안 좋기는 하더라도 잘해서 돌아와, 이런 식의 상태로 무마하고 넘어갔고 결국은 재기에 도움이 되게 했다라는 식의 비판은 있을 수 있습니다.

[장부승] 어떤 사회적인 문제가 있거나 할 때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장기적인 원칙, 종합적인 원칙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좀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의를 일으켰으니까 일종의 완충기를 가져야 한다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그 완충기가 얼마나 길어야 하느냐? 그것도 모호해지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물의만 일으키면 완전히 퇴출이 되어야 하느냐, 그것이 우리의 원칙이 되어야 하느냐, 연예인을 기용하는 데 있어서라고 질문해보면 그것도 좀 무리한 원칙이 될 수 있거든요. 사법 절차도 없었는데, 경찰에서는 무혐의라고 얘기를 해주고... 그 무혐의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일일이 캐서 수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취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경우도 생각을 해보면 좀 지나친 결론이 나올 수도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준희] 그러니까 캐스팅 과정의 문제를 짚는 건 윤리나 도덕적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나 저는 현재의 여러 가지 권력형 비리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어서는 사실은 거의 의미 없는 일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최 욱] 이 보도를 김빛이라 기자 선배가 했을 수도 있는데 난처하게 자꾸 이렇게 공격하면 어떻게 합니까?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정세진] KBS 보도국 입장은 어떻습니까?

[김빛이라] KBS 보도국 입장은 이렇습니다. “수백만 원이 걸린 내기 골프,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는 범죄 행위일 수 있고, 공인인 연예인의 범법 의혹이라는 점과 대중의 관심이 높은 이슈라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내부적으로 이 보도로 인해 KBS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자사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이 보도의 여부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판단했고, 타사에서 보도 나가는 것보다 자사에 대한 것을 솔직히 보도하는 게 더 맞다고 판단했다”라는 게 최종적인 입장입니다.

[장부승] 자진납세 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얘기하신 거네요.

[김언경] 솔직한 입장이시네.

[정세진] 버닝썬 사건 관련된 보도들의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요. 사실 본질과 관련한 기사들에 대해서는 언급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양적으로 다른 보도들이 지나치게 많았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어떤 보도들을 해야지 정말로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지 그런 점들을 좀 짚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언경] 마치 세월호 참사 때,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나 진상 규명 이런 것을 원했는데 유병언이라는 어떤 한 사람을 잡아내고 그 사람에 대해서 막 떠들다가 그냥 “이거면 됐어”라고 하는 그런 식의 보도들이 많았잖아요. 그것처럼 이번에도 승리와 정준영 이 두 사람을 해결하는 것으로써 애초에 이 사건의 본질이 그냥 덮어지지 않을까 이게 굉장히 걱정스럽거든요. 그래서 그렇지 않게 됐으면 좋겠고, 또 한편으로는 진짜 이 안에 지금 우리가 말하는 버닝썬이라는 그 클럽이 문제가 아니고 또 다른 클럽들도 굉장히 문제가 지금 되고 있고, 거기의 탈세 문제는 더 심각하다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까지 좀 이야기가 확장돼서 전반적인 보도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빛이라] 아레나(강남 소재 클럽) 같은 경우도 사실 승리 씨의 클럽 이야기 버닝썬 나올 때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레나에서 지금까지 어떤 탈세나 부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수사와 또 조사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언론의 관심이 연예인 이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지금 우리는 아무도 아레나를 비롯해서 유흥업소들이 어떤 시정 처분을 받고 있는지 관심이 없는 상태, 그렇게 된 부분들도 언론들이 짚어야 될 것 같습니다.

[정준희] 저는 지금 실질적으로는 연예인이라고 하는 그런 어떤 그냥 팔리기 좋은 사람 하나를 위에 올리고 난 채 나머지는 주체를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많은 쏟아지는 정보들 앞에서 언론사가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고 지형을 그리고 길을 잡아주지 못한 채 거기에 그냥 휘말려 가는 그런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저는 KBS라든가 SBS라든가 중요한 지상파 그다음에 방송 뉴스 같은 것들이 해야 할 핵심적인 일들은 지금쯤은 멈춰 서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제가 무엇인가, 과연 이 사회가 권력형 비리구조가 어느 정도까지 파헤쳐져야 반복이 끝날 것인가라고 하는 문제로 잡아야 하고 그러한 의제에 맞는 정보들을 취사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방식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세진] 버닝썬 사건 관련된 보도 내용들의 문제점들 좀 짚어봤습니다. 경찰 수사가 이제 본질로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언론도 괜히 곁가지에 다시 한눈을 파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세진] 지난 2013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회 고위층들의 ‘권력형 성범죄 의혹’이 6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사건의 중심에 있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재조사와 관계인들의 적극적인 진술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인데요. 이번 순서는 부실 수사 및 은폐 의혹을 낳고 있는 김학의 권력형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서 언론은 과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먼저 이 사건을 지칭하는 용어에 대해서 좀 짚어보겠는데요. ‘별장 성접대 사건’, ‘김학의 성접대 사건’이라고 대부분의 언론이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오늘 제가 성범죄 의혹 사건이라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성접대’가 아닌 ‘성범죄’라고 불러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갖고 있는지?

[김빛이라] 김 전 차관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특수강간 혐의가 적용이 됐고 피해 여성들은 당시 마약이나 최음제를 먹은 상태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성접대와 엄연히 다른 성범죄라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거든요.

[최 욱] 그런데 거의 모든 언론이 성접대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 그런 네이밍(Naming: 이름 짓기)은 그러면 누가 하는 거예요? 다 같이 이렇게 협의를 하는 겁니까?

[김언경] 그런데 정말 다 조금씩 달라요. 언론사마다 그 이름을 붙이는 게 다 다른데. 아무래도 이제 주요 언론, 유력 매체에서 하는 네이밍을 거의 따라가는 것 같아요. 주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유력 매체의 프레임 여기에 말리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이 있더라고요.

[정준희] 초기에 성접대라고 하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데에는 나름 이유가 없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윤 씨라고 하는 사람이 고위층들을 상시적으로 로비(Lobby: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력자들을 은밀히 만나 하는 협상) 활동들을 했고, 그 로비 활동의 일환으로 성적 접대가 일어났다라고 하는 게 초기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게 됐거든요. 그런데 이게 더 파고 들어가 보니까 혐의성이 굉장히 더 악질적인 것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거죠. 폭행의 수준에 이르렀고 특수강간 수준까지 이르는 거고. 또 한 가지가 수사에서의 축소 문제인 거죠. 이게 복합적으로 결합 된 어떤 명칭이 필요하다. 혐의 사실에 기본적으로 집중하고 그 혐의 사실을 좀 더 포괄적으로 대체하거나 정확하게 대체할 만한 다른 식의 어떤 이름들, 이런 것들은 끊임없이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최 욱] 좀 전에 타이틀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용어 선택도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는 게 조금 전에 우리 진행자께서도 부실 수사, 이런 단어를 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부실 수사가 아니라 그냥 의도적으로 덮은 거 아니겠습니까?

[정준희] 축소, 은폐죠.

[최 욱] 그런 부분도 제가 아주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김언경] 무서워라.

[정세진] 이번에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재조사 중인 이 사안, 어떤 것을 지금 핵심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거죠?

[김빛이라] 일단 김학의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첫 번째 법무차관으로 임명됐던 인물입니다. 당시 방금 얘기했던 그 별장에서 성범죄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취임 엿새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는데 두 차례나 수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무혐의로 사건이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제 식구 감싸기다”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덮어졌는데 이번에 이게 검찰 과거사위의 재조사 대상이 되면서 방금 말씀하셨던 은폐‧축소 의혹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에 여러 여성들이 성폭행 정황들을 진술했지만 김 전 차관 의견에만 의존했던 점, 그리고 단 한 차례 압수수색도 김 전 차관에 대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부실 수사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 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검찰이 의도적으로 얼마나 부실 수사를 했었는지 그리고 했다면 어느 선까지 연루돼 있는지가 이번에 재조사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정세진] 옆에서 한 번 덧붙여야죠. 은폐한 건지.

[최 욱] 부실 수사, 입 조심하세요.

[김빛이라] 조심하겠습니다.

[정세진] 새롭게 밝혀진 내용들이 있는지요?

[김빛이라] 몇 가지가 있는데요. 최순실 씨가 또 나옵니다. 그러니까 당시에 김 전 차관이 임명되기 전에 청와대가 이미 동영상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임명이 강행됐다, 이 배후에는 최순실이 있었다, 이게 이번에 검찰이 새롭게 또 확보한 진술이고요. 또 이제 중간수사 결과도 보면 경찰이 당시에 이 사건과 관련한 디지털 증거 3만여 건이 있었는데 이걸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고 발표를 해서 최근에 경찰과 검찰 사이에 때 아닌 공방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제 김 전 차관이 사건 당사자로서 조사에 소환 요구를 받았는데 불응을 했어요. 그래서 국민들이 굉장히 분노했는데, 일단 재조사 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에 이 안에 조사를 다 할 수 있을지는 또 의문인 상황이기도 합니다.

[김언경] 많은 사건들이 지나온 다음에 갑자기 진짜 아주 극적으로 이게(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 연장이 됐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감격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언론이 야속하기도 하고 해요.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은 또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는 게 분명히 있거든요. 일단 저는 KBS가 지난 14일에 보도한 거 그게 굉장히 좋았어요.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재조명하는 분명한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이후에 경향신문도 조사단의 재조사와 관계인들의 진술 내용을 전하면서 “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로 확대될 수 있다”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서 보도를 했고요. 한국일보도 장자연, 김학의, 승리, 정준영 이렇게 쭉 같이 함께 묶어서 사건을 조명을 했습니다. 이들 사건들이 한국사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고요. 그래서 가해자와 비호 세력 수사를 넘어서 성상품화 구조를 우리가 다 수술해야 한다라는 이런 보도를 내놨습니다.

[정세진]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범죄 의혹 관련해서 나온 언론 보도들이 이제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일단 언론사별로 집중하는 내용이 좀 차이가 있습니다.

[김언경] 차이가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조사단이 새롭게 밝힌 사실 및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공개 소환 불응 소식에 대해서 침묵을 했습니다. 그리고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정치권의 공방을 집중해서 보도하는 정도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김학의 공개 소환 불응 소식을 전하면서 “피해 여성 제보에 속지 말아 달라”는 김학의 전 차관의 부인의 입장을 제목으로 이렇게 부각하는 좀 황당한 보도예요.

[정세진] 동아일보 기사 잠깐 읽어드릴게요. “김 전 차관의 부인이 이날 오전 취재진에게 A4 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보내 남편의 성접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KBS는 김 전 차장의 부인이 2017년 말 자신을 찾아와 회유를 했다가 이후에 메시지를 통해서 폭언을 했다는 것을 보도했다.” 이런 기사 내용이었습니다.

[장부승] 저는 그게 왜 보도 가치가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혼인 관계에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 연결고리가 없는 분인데 그분의 입장을 왜 지면을 통해서 이렇게 자세하게 보도, 그것도 제가 보기에는 좀 빗나간 아젠다(Agenda: 의제) 설정인 것 같고. 물론 뭐 알 권리가 중요하죠. 알 권리가 중요하지만 그 중심적인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 의제 설정’을 제대로 한 다음에 알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데. 너무 좀 안타까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정준희] 현재의 언론 보도들은 제가 볼 때는 다양하게 나오는 중요한 이유가 이게 정치적인 파벌성에 의해서 나오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전(前) 정부의 어떤 실정을 부각시키는 재료로 쓰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쪽도 있고, 그건 절대 차단해야 된다는 쪽도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이라는 게 순수할 수는 없지만,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저는 최소한 정말 이 때에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확실하게 밝히고 누군가가, 어떤 검은손이 이런 식의 무리한 일들을 벌였는가하는 것들은 한 번쯤은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경험을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보도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좀 들어요.

[정세진] 2013년으로 돌아가 보죠. 분개하시는 그때로... 김학의 별장 성범죄 사건의 폭로, 성범죄 의혹 사건의 폭로, TV조선이 특종 보도를 했습니다. 그것으로 시작이 되는데요. 한겨레, 동아일보가 잇따라 보도를 해서 도화선이 됐습니다. 그런데 폭로 초기만 하더라도 사회의 고위층 비리를 밝히는 데 있어서 언론의 역할을 증명해주는 사건으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이어지는 후속 보도들은 어김없이 선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때 당시의 좀 상황들을 짚어볼까요?

[김언경] 이게 굉장히 흥미 있는 이야기인 거예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잘 여러 건으로 쪼개서 거듭 이야기해서 장사하려고 하는 이런 보도가 많았어요. JTBC의 경우에 ‘별장 성접대 낯뜨거운 동영상 2분, 뭐가 담겼기에…’라는 2013년 3월 22일 리포트에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동영상이다”라면서 성접대 의혹 동영상을 재연하고 메인 뉴스 리포트에 실제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을 재연을 통해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TV조선 <뉴스쇼 판>에서도 2013년 3월 21일에 “윤 씨는 지인들과 골프를 친 뒤 별장으로 가 가면 파티를 벌였는데 전원이 나체 파티를 즐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등 아주 여러 가지 진짜 부끄러워요. 읽을 수가 없는 수준의 그런 내용들이 보도됐고요. JTBC와 TV조선은 법정 제재를 받기는 했습니다. 방통심의위가 JTBC <뉴스9>과 TV조선 <뉴스쇼 판>에 대해서 “해당 사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영상과 용어를 사용해서 보도했다”라고 하면서 “품위 유지 위반이다”라고 판단했어요. 그런데 그 위반에 대해서 경중을 따져서 JTBC에는 경고를, TV조선에는 주의 조치를 내렸거든요. 지금은 아마 관계자 징계까지 나올 만한 사안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최 욱] 그런데 그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거기에 소위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의 추악함을 묘사하는 장면이 꽤 길게 나오지 않습니까? 그걸 보면서 그 악마를 우리가 한번 보는 거죠. 그리고 그 악마를 우리가 반드시 처단 해야겠다는 그 공감대를 형성해주는 역할을 또 하지 않습니까? 너무 좀 선정적인 건 문제가 있지만, 사실 국민적 관심, 공분이 생기지 않으면 대한민국 사법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거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지 않습니까?

[정준희] 당시의 보도들 보면 한겨레 정도가 건설업자가 유력 인사들에게 이와 같은 방식의 로비를 지속적으로 벌여왔다라고 하는 것들을 집중 취재해서 이야기를 하고요. 그 내용에서 보면 윤 씨가 그냥 단순한 로비업자나 단순한 건설업자가 아니라 사실 이와 같은 것들의 수많은 고소‧고발 등을 유사한 사례로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피해왔던. 사실은 상당히 핵심 인물이라는 소리예요.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지적이 되고 있는 일부 기사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게 동영상 CD 안에 무엇이 있느냐 관심을 부추기는 거보다 훨씬 본질에 집중하는 그런 기사잖아요. 그럼 최욱 씨 말씀처럼 여기에 상류층, 이른바 상류층에 대한 분노를 잘 끌어와서 그 대중적인 분노를 사회 개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 사회 개혁의 방향을 지목하고 있는 언론들이 별로 없었다는 거예요.

[정세진] 2013년 3월 21일 SBS는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 소식을 전하면서 “김학의 전 차관 외에 성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이 더 있다,” 지금 뭐 과거사 조사위원회에서도 나오는 이야기들이죠. 주장의 내용을 단독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같은 날 KBS는 “접대 의혹이나 로비 소문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 윤 씨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보도를 내놨는데요. SBS와 KBS 보도 내용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이번 성 접대 의혹 수사의 실마리가 된 50대 여성 사업가를 SBS가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이 여성은 김 차관 외에 성 접대 받은 유력 인사들이 더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이들 외에도 윤 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이 더 많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여성 사업가] 청문회를 보면서 다른 사람 것도 있는데 자기가 그걸 다 까면 정권도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말을 했어요. 심지어는 OOO씨를 알아가지고 여기서 자고 갔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앵커] 김학의 차관에게 별장 접대를 했다고 지목된 윤 모 씨가 오늘 KBS 취재진과 만나 떠도는 소문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김 차관과는 오랜 지인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자] 김 차관은 당초 윤 씨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가 오늘은 별장 접대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윤 씨는 사람이 좋아서 김 차관을 만났을 뿐 세간의 접대 의혹이나 로비 소문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씨] 제가 로비 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전혀 관계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전에 마음 주고 받던 사이였지.

[정세진] “마음을 주고받던 사이였다” 이런 인터뷰 내용을 실었네요.

[장부승] 마음.

[김언경] 좀 창피하네.

[정준희] SBS는 피해자라고 증언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들으면서 그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상태인데 KBS 같은 경우는 사실은 ‘쉴드(Shield: 방패)’를 쳐주고 있는 상태예요, 말 그대로. 방어해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당사자나 가해자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인물로부터 그 말의 사실성을 계속해서 탐구하면서 뭔가 다른 답변들을 끌어내야 하는 그런 상황인데 발언의 기회를 준 거라는 거죠. 이거는 굉장히 다른 조건이거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취재를 하거나 보도를 할 때 기본적으로 취재원의 여러 가지 것들을 막 살펴보고 이런 식의 것으로 갈 수 있고 방향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설정해 놓은 것에서 반대 증거도 수집하고 맞는 증거도 수집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겪는단 말이죠. 그런데 이것은 딱 보면 보도 방향은 정해져 있고 그 보도 방향이 가해자라고 생각되는 그런 사람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취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라고 지적되는 거죠.

[김언경] 그렇게 쉴드를 치는 행태가 해당 처음에 애초의 보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나오거든요. 이건 명백히 빠져나갈 수 없는 KBS가 의도를 가지고 사실 이 사건을 당시에 은폐에 가깝게 보도한 것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들어요. 당시의 SBS는 13년 3월 25일 보도인데요. <국과수, “동영상 등장인물 김학의 가능성 배제 못 해”>라고 제목을 뽑고요. 관련 내용에서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쪽에 방점을 찍는 보도를 합니다. SBS뿐만 아니고 당시에 MBC,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 대다수 언론이 김학의 전 차관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KBS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동영상 등장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일 가능성을 육안 상으로는 배제할 수 없지만 성문(聲紋: 목소리를 주파수 분석 장치로 채취해서 줄무늬 모양의 그림으로 바꾼 그래프를 이르는 말) 분석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도하거든요. 그래서 가능성 없음에 좀 더 무게를 싣는 이런 보도를 내놨습니다. 분명하게 KBS가 좀 다른 언론사보다 유난히 더 이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그런 보도 행태를 보였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 욱] 너무 심해.

[장부승] 취재의 어떤 기본이 좀 망각된 거죠. 아무리 반론권을 준다고 해도 반론권을 주는 그 자체로써는 의미가 없는 건 아닌데, 그 경우에도 어디까지나 최대한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하고 크로스체크(Cross check: 서로 다른 복수의 관점, 방법으로 자료를 대조하여 정보를 검사하는 일)를 해야 한다. 그건 기본이거든요. 그 기본을 지켰다면 아무리 보도 방향이 설정돼 있고 사전 의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최대한 중화시키고 진실이 접근할 수 있는 결과로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 점에서 참 아쉬운 보도죠.

[정세진] 국과수 결과에 관련된 보도도 그렇고 또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그 내용도 다 보여주고 자세하게 다 얘기해주고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했던 언론들이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을 때는 언론보도 태도가 굉장히 소극적이었습니다.

[김언경] 대부분 한 두건의 보도에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중앙일보의 경우에 13년 11월 12일 12면에 보도된 건데요. <네 죄를 네가…김학의 수사, 사또 식으로 할 수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검찰이 경찰의 단서가 너무나 부실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라는 것의 방점을 찍은 이런 보도를 했습니다.

[정세진] 뭔가 의혹은 있는데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 그냥 검찰이 덮으니까 그냥 그대로 언론도 조용히 넘어가 준 건지? 참 착잡한 기분이 드는데요.

[정준희] 제가 누누이 얘기하는 효능감, 다시 말하면 이런 수많은 부정한 사건들을 바라볼 때 대중들의 감정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에는 언론 보도가 이렇게 이뤄지고 뭔가 의혹이 나와도 덮으려면 다 덮어, 이런 식으로 끝나 버리고 만다는 거죠. 이런 식의 허탈감이 사실 제일 심각한 문제라고 보거든요. 지금의 언론이 하는 것들은 초기에 언론이 터뜨렸든 또는 뭐 혼란 시켰든, 선정 보도에 집중시켰든 간에 지나고 나면 다 관심 안 씁니다. 왜? 무혐의가 나건 뭐건 간에 결국 결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 허탈감을 줄 거라고 하는 걸 알기 때문에 대부분 초기에 반짝 특수를 노리는 그런 방식으로 가고 있다라고 하는 것이죠.

[최 욱] 요즘 언론을 뒤덮고 있는 사건이 크게 세 개 아니겠습니까? 버닝썬 그리고 김학의, 장자연. 장자연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 항상 공교롭게도 어떤 더 큰 사건이 좀 일어나서 그 장자연 사건을 덮는 듯한 그런 모습을 우리가 많이 목격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일부 음모론이 또 제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걸 덮기 위해서 이 사건을 터뜨린 거 아니냐. 그런 음모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세 사건의) 공통점이 있으니까 우리가 그 버닝썬, 김학의, 장자연 사건을 통으로 묶어서 ‘썬학장 사건’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 이렇게 비웃고 계실까 봐 출처를 밝히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정세진] 절대 최욱씨가 그런 스타일로 하는 건 아니죠.

[최 욱] 제 스타일은 아니죠.

[정준희] 김상욱 박사님이 하신 얘기죠?

[정준희] 핵심은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법이 불균등하게 작동하고 있는 거예요. 누군가한테는 너무나 강력하게 작동하고 심지어는 법을 넘어선 윤리와 도덕의 문제를 넘어선 인신공격까지 작동하고 누구한테는 법이 싹 사라진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있어요. 그러면 현재의 수사 결과나 재조사 결과나 이것이 이 구조에 대해서 명확하게 스포트라이트(Spotlight: 대상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를 주지 않으면 이건 대중들의 공분일 뿐만 아니라 불신으로 광범하게 연결될 겁니다. 모든 사회는 제도에 대한 불신, 또는 법에 대한 불신이 광범해지고 만연하는 순간 그 사회는 메커니즘(Mechanism: 작동 원리나 구조)이 끝장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이 부분을 잊지 않고 언론이 그 부분에 집중해주기를 바랍니다.

[정세진] 국민 수준이 언론보다 더 높아지고 있는 거 맞죠?

[김언경] 맞아요.

[정세진] 지금 언론이 빨리 따라가야 하는데.

[장부승] 최욱 씨가 ‘썬학장’이라고 했으니까.

[최 욱] 제가 한 거 아닙니다.

[장부승] 다른 분의 얘기를 인용해서 말씀하셨으니까. ‘썬학장’의 본질이 저는 그것인 것 같아요. 거대 집중 권력은 부패한다. 그리고 우리 그것이 언론 권력이든 연예 권력이든 검찰이든 경찰이든 거대하게 집중화된 권력은 부패하고 우리 국민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앞으로 이제 계속해서 보도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만 우리 언론이 할 일은 바로 사실의 추구, 진실의 추구에 근거해서 집중화되고 거대화된 권력을 견제하는 것,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 언론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봅니다.

[정세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검찰, 경찰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언론의 감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모습을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언경 사무처장님, 장부승 교수님 오늘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였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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