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KBS ‘김학의 사건’ 축소 보도…“부끄러운 과거”

입력 2019.03.25 (16:26) 수정 2019.04.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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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한밤의 출국 시도로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 김학의.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져 법무부 차관을 불명예 퇴진한 뒤 6년, 반복된 무혐의 처분으로 법망을 빠져나갔던 그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연장 결정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지난 24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김학의의 성범죄 의혹을 다루는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그 가운데서도 2013년 처음 의혹이 불거졌던 당시 KBS의 보도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KBS의 부끄러운 과거"라고 일침을 가했고, 'J' 패널로 나선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역시 "창피한 보도"이라고 표현했다.



SBS [8뉴스] 핵심 인물 "고위 인사 더 있다" 中(2013.3.21.)

이번 성 접대 의혹 수사의 실마리가 된 50대 여성 사업가를 SBS가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이 여성은 김 차관 외에 성 접대받은 유력 인사들이 더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성 사업가] "청문회를 보면서 다른 사람 것도 있는데 자기가 그걸 다 까면 정권도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말을 했어요. 심지어는 OOO씨를 알아가지고 여기서 자고 갔다고 자랑하더라고요."


KBS [뉴스9] 건설업자 "김 차관은 오랜 지인" 中 (2013.3.21.)

김학의 차관에게 별장 접대를 했다고 지목된 윤 모 씨가 오늘 KBS 취재진과 만나 떠도는 소문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김 차관과는 오랜 지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씨]"제가 로비 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전혀 관계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전에 마음 주고받던 사이였지"

2013년 3월 21일 KBS와 SBS는 똑같이 김학의 사건을 뉴스에서 다뤘다. 하지만 보도 내용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SBS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사업가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김 전 차관 외에 성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이 더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KBS는 가해자 중 한 명으로, 또 김 전 차관에게 별장 성접대를 한 당사자로 지목된 윤중천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성접대 의혹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김 전 차관과는 마음을 주고받던 사이였다'는 윤 씨의 입장을 그대로 전했다.

"당시 KBS, 가해자 방어하는 보도 행태"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교수는 "SBS는 피해자라고 증언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KBS 경우는 사실상 (김학의 전 차관을) 방어해주는 보도 방향을 잡고 있다. 당사자나 가해자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인물이 하는 말의 사실성을 계속해서 탐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거꾸로 발언의 기회를 주고 가해자의 말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그런 인물을 보호해주기 위한 취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뉴스로 끝이 아니었다. KBS는 당시 김학의 사건을 다루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2013년 3월 방송된 뉴스들의 제목은 <건설업자 윤 씨 "별장 동영상 없다" 주장>, <건설업자 윤 씨 "김 차관은 오랜 지인">, <국과수 "저해상도...판정 곤란">, <여성 참고인 "별장 접대 모른다"> 등이다.

'J' 패널로 나선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 같은 보도가 이어진 것에 대해 "KBS가 의도를 가지고 사실상 이 사건을 은폐에 가깝게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그러면서 동영상 속 인물 분석과 관련한 뉴스를 예로 들었다.

국과수 입장 놓고 정반대 해석?



2013년 3월 25일 SBS는 <국과수, "동영상 등장인물 김학의 가능성 배제 못 해">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입장을 전했다. SBS뿐 아니라 MBC,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 대다수 언론이 비슷한 방향의 보도를 했다.


같은 날 KBS는 국과수의 입장을 놓고 '뉴스9'에서 <'별장접대 의혹' 여성 참고인 "접대 모른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김학의 전 차관일 가능성을 육안상으로는 배제할 수 없지만, 성문(聲紋: 목소리를 주파수 분석 장치로 채취해서 줄무늬 모양의 그림으로 바꾼 그래프를 이르는 말) 분석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처장은 "분명한 점은 당시 KBS는 다른 언론사보다 유난히 더 이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그런 보도 행태를 보였다"라고 주장했다.

방송 후, 당시 KBS 보도 행태를 향한 네티즌들의 질타도 쏟아졌다.

"KBS의 '흑역사'이다.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 (ID ss****, ra*** 등)

"공영방송이 저래서 되겠습니까? 대변인도 아니고..." (ID 김**)

"지금이라도 김학의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찾아 수사하고 권력형 비리의 구조를 깨는데 언론이 감시 역할을 해야 한다" (ID 최*)

'썬학장'을 잊지 않기 위한 언론의 역할은?


'J' 고정 패널인 팟캐스트 MC 최욱 씨는 "버닝썬, 김학의, 장자연 사건을 묶어서 '썬학장'이라고 부르자는 의견이 인터넷에서 제기되고 있다. '장자연 사건'이 사회적 쟁점이 되면, 공교롭게도 곧바로 다른 사건이 이슈화돼 관심이 옮겨가는 것에 대한 성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부승 교수도 "'썬학장' 사건은 '거대 집중 권력은 부패한다'는 사실을 또다시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거대하게 집중화된 권력은 부패하고 국민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사실과 진실의 추구를 통해 집중화되고 거대화된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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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KBS ‘김학의 사건’ 축소 보도…“부끄러운 과거”
    • 입력 2019-03-25 16:26:36
    • 수정2019-04-12 14:05:59
    저널리즘 토크쇼 J
지난 23일 한밤의 출국 시도로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 김학의.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져 법무부 차관을 불명예 퇴진한 뒤 6년, 반복된 무혐의 처분으로 법망을 빠져나갔던 그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연장 결정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지난 24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김학의의 성범죄 의혹을 다루는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그 가운데서도 2013년 처음 의혹이 불거졌던 당시 KBS의 보도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KBS의 부끄러운 과거"라고 일침을 가했고, 'J' 패널로 나선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역시 "창피한 보도"이라고 표현했다. SBS [8뉴스] 핵심 인물 "고위 인사 더 있다" 中(2013.3.21.) 이번 성 접대 의혹 수사의 실마리가 된 50대 여성 사업가를 SBS가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이 여성은 김 차관 외에 성 접대받은 유력 인사들이 더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성 사업가] "청문회를 보면서 다른 사람 것도 있는데 자기가 그걸 다 까면 정권도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말을 했어요. 심지어는 OOO씨를 알아가지고 여기서 자고 갔다고 자랑하더라고요." KBS [뉴스9] 건설업자 "김 차관은 오랜 지인" 中 (2013.3.21.) 김학의 차관에게 별장 접대를 했다고 지목된 윤 모 씨가 오늘 KBS 취재진과 만나 떠도는 소문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김 차관과는 오랜 지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씨]"제가 로비 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전혀 관계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전에 마음 주고받던 사이였지" 2013년 3월 21일 KBS와 SBS는 똑같이 김학의 사건을 뉴스에서 다뤘다. 하지만 보도 내용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SBS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사업가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김 전 차관 외에 성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이 더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KBS는 가해자 중 한 명으로, 또 김 전 차관에게 별장 성접대를 한 당사자로 지목된 윤중천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성접대 의혹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김 전 차관과는 마음을 주고받던 사이였다'는 윤 씨의 입장을 그대로 전했다. "당시 KBS, 가해자 방어하는 보도 행태"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교수는 "SBS는 피해자라고 증언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KBS 경우는 사실상 (김학의 전 차관을) 방어해주는 보도 방향을 잡고 있다. 당사자나 가해자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인물이 하는 말의 사실성을 계속해서 탐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거꾸로 발언의 기회를 주고 가해자의 말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그런 인물을 보호해주기 위한 취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뉴스로 끝이 아니었다. KBS는 당시 김학의 사건을 다루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2013년 3월 방송된 뉴스들의 제목은 <건설업자 윤 씨 "별장 동영상 없다" 주장>, <건설업자 윤 씨 "김 차관은 오랜 지인">, <국과수 "저해상도...판정 곤란">, <여성 참고인 "별장 접대 모른다"> 등이다. 'J' 패널로 나선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 같은 보도가 이어진 것에 대해 "KBS가 의도를 가지고 사실상 이 사건을 은폐에 가깝게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그러면서 동영상 속 인물 분석과 관련한 뉴스를 예로 들었다. 국과수 입장 놓고 정반대 해석? 2013년 3월 25일 SBS는 <국과수, "동영상 등장인물 김학의 가능성 배제 못 해">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입장을 전했다. SBS뿐 아니라 MBC,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 대다수 언론이 비슷한 방향의 보도를 했다. 같은 날 KBS는 국과수의 입장을 놓고 '뉴스9'에서 <'별장접대 의혹' 여성 참고인 "접대 모른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김학의 전 차관일 가능성을 육안상으로는 배제할 수 없지만, 성문(聲紋: 목소리를 주파수 분석 장치로 채취해서 줄무늬 모양의 그림으로 바꾼 그래프를 이르는 말) 분석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처장은 "분명한 점은 당시 KBS는 다른 언론사보다 유난히 더 이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그런 보도 행태를 보였다"라고 주장했다. 방송 후, 당시 KBS 보도 행태를 향한 네티즌들의 질타도 쏟아졌다. "KBS의 '흑역사'이다.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 (ID ss****, ra*** 등) "공영방송이 저래서 되겠습니까? 대변인도 아니고..." (ID 김**) "지금이라도 김학의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찾아 수사하고 권력형 비리의 구조를 깨는데 언론이 감시 역할을 해야 한다" (ID 최*) '썬학장'을 잊지 않기 위한 언론의 역할은? 'J' 고정 패널인 팟캐스트 MC 최욱 씨는 "버닝썬, 김학의, 장자연 사건을 묶어서 '썬학장'이라고 부르자는 의견이 인터넷에서 제기되고 있다. '장자연 사건'이 사회적 쟁점이 되면, 공교롭게도 곧바로 다른 사건이 이슈화돼 관심이 옮겨가는 것에 대한 성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부승 교수도 "'썬학장' 사건은 '거대 집중 권력은 부패한다'는 사실을 또다시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거대하게 집중화된 권력은 부패하고 국민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사실과 진실의 추구를 통해 집중화되고 거대화된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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