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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시진핑에 ‘레드카펫’ 깐 마크롱…中의 ‘EU 흔들기’
입력 2019.03.26 (14:07) 수정 2019.03.26 (16:26)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시진핑에 ‘레드카펫’ 깐 마크롱…中의 ‘EU 흔들기’
   [프랑스 니스에서 회동한 시진핑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

# 장면 1.

현지시각으로 일요일(24일) 오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 파리에서부터 마중을 나온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표정엔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미 유럽 순방길의 첫 방문국이자 일찌감치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한 이탈리아에서 '황제급' 예우를 받고, 니스에 앞서 들른 모나코에선 중국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 도입에 도장을 찍은 뒤다.

시진핑 얼굴에 긴장감…"메르켈·융커, 회담 참여"

만찬장으로 이동하기 전 환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연신 시 주석의 등을 두드리며 여유를 보인 반면, 시 주석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펴지 못했다. 이튿날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 주석의 국빈 방문 일정. 최근 '유럽 르네상스'를 주창하며 EU 리더를 자처한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 프랑스 간 무역 협력 확대뿐 아니라 기후변화, 일대일로, 화웨이 5G 장비 보이콧 여부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EU 차원에서 중국에 거센 견제구를 던질 것이란 보도가 잇따랐다. 시 주석이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에 발을 디딘 바로 그날(21일), EU 정상회의에선 메르켈 독일 총리와 융커 EU 집행위원장까지 파리 원정에 나서 시 주석과의 회담에 동반 등판하기로 결정한 바였다.

# 장면 2.

프랑스 국빈 방문의 공식 행사가 펼쳐질 개선문 일대와 샹젤리제 거리는 25일 점심 무렵부터 일제히 통제됐다. 샹젤리제에서 엘리제궁으로 향하는 거리엔 오성기를 든 사람들이 대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모여있었다. 콩코드 광장에서 앵발리드 방향 중국대사관으로 접어드는 입구엔 집회가 종종 벌어지는데, 중국의 인권탄압 고발이나 신장 위구르-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시진핑은 독재자' 등의 구호를 외치곤 한다.

[(좌)시진핑 주석 환영 인파 / (우) 중국 대사관 인근의 평상시 시위 모습][(좌)시진핑 주석 환영 인파 / (우) 중국 대사관 인근의 평상시 시위 모습]

"시진핑은 독재자" 시위대는 간데없고…초라한 환영 인파

시 주석이 지나갈 길을 경계로 양편에 나눠서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 응당 한쪽은 시 주석을 환영하려는 이들, 다른 한쪽은 시 주석에 항의하려는 이들일 것이라며 지나치는데 웬걸, 모두 환영 팻말을 들고 있다. 뻔질나게 시진핑 반대 집회를 벌이던 이들은 시 주석이 오는 날, 어디로 간 걸까. 양손에 작은 중국기와 프랑스기를 든, 중국 출신들로 보이는 이들 역시 환영 '인파'라기엔 좀 초라한 규모다.

# 장면 3.

파리로 이동해 개선문 앞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는 시진핑 주석 곁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함께했다. 시 주석 부부가 묘역으로 걸어오는 길엔 대형 레드카펫이 깔렸고 시 주석의 얼굴엔 전날 감돌았던 긴장감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특유의 여유를 되찾은 시 주석에 반해 이번엔 어쩐지 마크롱 대통령이 좌불안석처럼 보인다.
개선문 앞 시진핑-마크롱개선문 앞 시진핑-마크롱

 ‘중국을 위한 레드 카펫’ 뉴스 자막(프랑스 BFM TV 캡처) ‘중국을 위한 레드 카펫’ 뉴스 자막(프랑스 BFM TV 캡처)

"시진핑에게 레드 카펫 깔았다"…중국의 '통 큰' 선물

시 주석의 방불 일정을 실시간 중계하는 뉴스 자막엔 '시진핑에게 레드 카펫을 깔았다' '중국을 위한 레드 카펫'이 연신 떴다. 마치 호스트와 게스트가 뒤바뀐 것처럼 두 정상의 표정과 태도가 하루 새 공수 반전을 이룬 데 대한 궁금증은 몇 시간 뒤 중국이 프랑스에 안긴 '수십조 원대 선물 보따리'를 보고서야 쉽게 풀렸다.

# 장면 4.

중국이 프랑스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 구매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프랑스 기자는 '300억 유로' (약 38조 5천억 원) 계약임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강조했다. 당초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당시 약속했던 184대보다 훨씬 '통 큰' 규모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놓고도 'EU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견제에 나섰던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의 '강한 파트너십'을 내세우며 공동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거침없는 '일대일로'…EU국 '일 대 일' 격파 나선 中

중국의 유럽 대륙 '정복'에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탈리아를 비난했던 EU 회원국들, 그중 독일과 함께 중국 견제론 선봉에 섰던 프랑스도 일단 엄청난 '차이나 머니' 공세에 흡족한 모양새다.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를 포섭하며 'EU 흔들기'에 나선 시진핑 주석. 다음 달 EU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지시각으로 오늘 메르켈 총리, 융커 위원장과 가질 '예비회담'에서는 과연 표정 관리가 가능할지, 지지부진하긴 하지만 브렉시트 사태로 시작된 EU의 균열이 대 중국 정책에 있어 더욱 파열음을 낼 지도 관전 포인트다.
  • [특파원리포트] 시진핑에 ‘레드카펫’ 깐 마크롱…中의 ‘EU 흔들기’
    • 입력 2019.03.26 (14:07)
    • 수정 2019.03.26 (16:26)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시진핑에 ‘레드카펫’ 깐 마크롱…中의 ‘EU 흔들기’
   [프랑스 니스에서 회동한 시진핑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

# 장면 1.

현지시각으로 일요일(24일) 오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 파리에서부터 마중을 나온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표정엔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미 유럽 순방길의 첫 방문국이자 일찌감치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한 이탈리아에서 '황제급' 예우를 받고, 니스에 앞서 들른 모나코에선 중국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 도입에 도장을 찍은 뒤다.

시진핑 얼굴에 긴장감…"메르켈·융커, 회담 참여"

만찬장으로 이동하기 전 환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연신 시 주석의 등을 두드리며 여유를 보인 반면, 시 주석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펴지 못했다. 이튿날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 주석의 국빈 방문 일정. 최근 '유럽 르네상스'를 주창하며 EU 리더를 자처한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 프랑스 간 무역 협력 확대뿐 아니라 기후변화, 일대일로, 화웨이 5G 장비 보이콧 여부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EU 차원에서 중국에 거센 견제구를 던질 것이란 보도가 잇따랐다. 시 주석이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에 발을 디딘 바로 그날(21일), EU 정상회의에선 메르켈 독일 총리와 융커 EU 집행위원장까지 파리 원정에 나서 시 주석과의 회담에 동반 등판하기로 결정한 바였다.

# 장면 2.

프랑스 국빈 방문의 공식 행사가 펼쳐질 개선문 일대와 샹젤리제 거리는 25일 점심 무렵부터 일제히 통제됐다. 샹젤리제에서 엘리제궁으로 향하는 거리엔 오성기를 든 사람들이 대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모여있었다. 콩코드 광장에서 앵발리드 방향 중국대사관으로 접어드는 입구엔 집회가 종종 벌어지는데, 중국의 인권탄압 고발이나 신장 위구르-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시진핑은 독재자' 등의 구호를 외치곤 한다.

[(좌)시진핑 주석 환영 인파 / (우) 중국 대사관 인근의 평상시 시위 모습][(좌)시진핑 주석 환영 인파 / (우) 중국 대사관 인근의 평상시 시위 모습]

"시진핑은 독재자" 시위대는 간데없고…초라한 환영 인파

시 주석이 지나갈 길을 경계로 양편에 나눠서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 응당 한쪽은 시 주석을 환영하려는 이들, 다른 한쪽은 시 주석에 항의하려는 이들일 것이라며 지나치는데 웬걸, 모두 환영 팻말을 들고 있다. 뻔질나게 시진핑 반대 집회를 벌이던 이들은 시 주석이 오는 날, 어디로 간 걸까. 양손에 작은 중국기와 프랑스기를 든, 중국 출신들로 보이는 이들 역시 환영 '인파'라기엔 좀 초라한 규모다.

# 장면 3.

파리로 이동해 개선문 앞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는 시진핑 주석 곁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함께했다. 시 주석 부부가 묘역으로 걸어오는 길엔 대형 레드카펫이 깔렸고 시 주석의 얼굴엔 전날 감돌았던 긴장감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특유의 여유를 되찾은 시 주석에 반해 이번엔 어쩐지 마크롱 대통령이 좌불안석처럼 보인다.
개선문 앞 시진핑-마크롱개선문 앞 시진핑-마크롱

 ‘중국을 위한 레드 카펫’ 뉴스 자막(프랑스 BFM TV 캡처) ‘중국을 위한 레드 카펫’ 뉴스 자막(프랑스 BFM TV 캡처)

"시진핑에게 레드 카펫 깔았다"…중국의 '통 큰' 선물

시 주석의 방불 일정을 실시간 중계하는 뉴스 자막엔 '시진핑에게 레드 카펫을 깔았다' '중국을 위한 레드 카펫'이 연신 떴다. 마치 호스트와 게스트가 뒤바뀐 것처럼 두 정상의 표정과 태도가 하루 새 공수 반전을 이룬 데 대한 궁금증은 몇 시간 뒤 중국이 프랑스에 안긴 '수십조 원대 선물 보따리'를 보고서야 쉽게 풀렸다.

# 장면 4.

중국이 프랑스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 구매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프랑스 기자는 '300억 유로' (약 38조 5천억 원) 계약임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강조했다. 당초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당시 약속했던 184대보다 훨씬 '통 큰' 규모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놓고도 'EU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견제에 나섰던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의 '강한 파트너십'을 내세우며 공동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거침없는 '일대일로'…EU국 '일 대 일' 격파 나선 中

중국의 유럽 대륙 '정복'에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탈리아를 비난했던 EU 회원국들, 그중 독일과 함께 중국 견제론 선봉에 섰던 프랑스도 일단 엄청난 '차이나 머니' 공세에 흡족한 모양새다.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를 포섭하며 'EU 흔들기'에 나선 시진핑 주석. 다음 달 EU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지시각으로 오늘 메르켈 총리, 융커 위원장과 가질 '예비회담'에서는 과연 표정 관리가 가능할지, 지지부진하긴 하지만 브렉시트 사태로 시작된 EU의 균열이 대 중국 정책에 있어 더욱 파열음을 낼 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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