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전날 배수진 친 장관 후보자…청와대는 알고 있었을까?

입력 2019.03.26 (18:56) 수정 2019.03.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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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오늘(26일), 오전부터 부처에서 출입기자들에게 메일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장관 후보자 관련 보도 참고자료> 제목의 메일에는 조동호 후보자 장남의 재산 보유 내역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동안 조 후보자가 처음부터 공개를 거부해왔던 내용입니다.

조 후보자는 뒤늦게서야, 그것도 청문회 하루 전날 이 자료를 공개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장남 재산 고지 거부가 불필요한 오해를 계속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공개합니다"

'불필요한 오해'라는 건, '뭔가 잘못이 있으니까 공개 못 하는 게 아니냐'란 따가운 시선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이와 관련해 담당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언론의 지적이 잇따랐던 게 사실입니다. 제대로 검증하려면 공개가 필요한데 왜 안 하느냐는 거죠. 이날 오전 자유한국당 소속 과방위 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조 후보자의 여러 의혹과 자료 미제출을 질타하기도 했는데요. 이어 한 시간 뒤에 결국 큰아들의 재산을 공개한 겁니다.


오해를 불식시키고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공개했다는 얘긴데요. 사실, 재산 공개 하지 않고 청문회 끝까지 버틸 수도 있었을 텐데, 청문회 전날에서야 자료를 낸 건 청문회에 나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대해 소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조동호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은 다양하게 제기돼왔습니다. 청와대의 7대 인사검증 기준이 병역 기피·세금탈루·불법적 재산증식·위장 전입·연구 부정행위·음주·성범죄인데, 이 중 음주와 성범죄를 제외한 5가지 분야에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청와대 검증 기준에는 없지만 자녀들 취업 과정 채용 특혜 의혹도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가 잇따랐고, '송구하지만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후보자의 해명 자료도 쏟아졌습니다. 열흘 사이 메일로 날아온 <장관 후보자 보도 참고자료>는 11건. (후보자 의혹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를 말합니다.) 하루 1개꼴입니다.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 메일들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 메일들

장관 후보자 발표 당시만 해도, 조동호 카이스트 교수는 특정 정당과의 연관성이나 정치활동 경력도 두드러지지 않았고 특별히 학계에서 유명세를 타지 않았던 인물로 평가됐던 만큼, 일각에선 인사청문회를 가장 무난하게 치를 거란 기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과방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솔직히 당황스럽다. (부적격하다고 할) 결정적 한 방은 없지만 뭐가 많다. 방어하기 힘들다"라고 했고, 또 다른 여당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입이 없다"라면서도 "애초 적격한 후보는 장관직을 고사하면서, 후보자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라고 했습니다. 당황한 건 여당뿐이 아닙니다. 청와대 역시 적잖이 혼란스러워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문회를 일주일 앞둔 지난주 목요일, 청와대가 조 후보자가 아닌 다른 후보자 물색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에게 과기정통부 장관직 수락 여부를 물었다는 것입니다. 청문회 시작도 전이었던지라 귀를 의심했습니다. 해당 인사가 장관직을 탐내며 거짓 제보를 흘렸거나 조동호 후보자를 음해하려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해당 인사는 끝까지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게 연락해봤습니다. 통화가 되지 않거나 문자에 대해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에게 확인을 요청했더니 "제가 알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가, 잠시 뒤 연락이 와서는 "사실무근"이라고 했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직 제의를 받았다는 해당 인사에 대해 "제의 여부는 모른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평소에 관심을 갖고 보던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동호 후보자의 카이스트 교수 시절, 카이스트를 방문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온라인 전기차를 설명하고 있다.조동호 후보자의 카이스트 교수 시절, 카이스트를 방문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온라인 전기차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다른 후보자를 물색했다는 소식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스스로 인사검증시스템에 허점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거나, 혹은 알고서도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후보자를 대통령에 보고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동안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의 적격, 부적격 사유나 인사청문회의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는 인사라는 이유 등으로 장관 임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낙마되거나 자진사퇴했던 경우는 뒤늦게 위법한 사실이나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소위 '대중적 결격 사유'가 드러났던 경우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여당 의원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게 있으면 낙마시켜야지. 그런데 지금 국민들이 청문회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더라고." 한편으론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관심이 없어서 '대중적 결격사유'는 없지 않겠냐는 얘기로도 들렸습니다.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는 속에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맞는지, '대중적 결격 사유'는 없는지 다시 따져봐야 할 청와대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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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문회 전날 배수진 친 장관 후보자…청와대는 알고 있었을까?
    • 입력 2019-03-26 18:56:28
    • 수정2019-03-26 18:57:45
    취재K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오늘(26일), 오전부터 부처에서 출입기자들에게 메일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장관 후보자 관련 보도 참고자료> 제목의 메일에는 조동호 후보자 장남의 재산 보유 내역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동안 조 후보자가 처음부터 공개를 거부해왔던 내용입니다. 조 후보자는 뒤늦게서야, 그것도 청문회 하루 전날 이 자료를 공개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장남 재산 고지 거부가 불필요한 오해를 계속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공개합니다" '불필요한 오해'라는 건, '뭔가 잘못이 있으니까 공개 못 하는 게 아니냐'란 따가운 시선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이와 관련해 담당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언론의 지적이 잇따랐던 게 사실입니다. 제대로 검증하려면 공개가 필요한데 왜 안 하느냐는 거죠. 이날 오전 자유한국당 소속 과방위 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조 후보자의 여러 의혹과 자료 미제출을 질타하기도 했는데요. 이어 한 시간 뒤에 결국 큰아들의 재산을 공개한 겁니다. 오해를 불식시키고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공개했다는 얘긴데요. 사실, 재산 공개 하지 않고 청문회 끝까지 버틸 수도 있었을 텐데, 청문회 전날에서야 자료를 낸 건 청문회에 나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대해 소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조동호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은 다양하게 제기돼왔습니다. 청와대의 7대 인사검증 기준이 병역 기피·세금탈루·불법적 재산증식·위장 전입·연구 부정행위·음주·성범죄인데, 이 중 음주와 성범죄를 제외한 5가지 분야에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청와대 검증 기준에는 없지만 자녀들 취업 과정 채용 특혜 의혹도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가 잇따랐고, '송구하지만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후보자의 해명 자료도 쏟아졌습니다. 열흘 사이 메일로 날아온 <장관 후보자 보도 참고자료>는 11건. (후보자 의혹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를 말합니다.) 하루 1개꼴입니다.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 메일들 장관 후보자 발표 당시만 해도, 조동호 카이스트 교수는 특정 정당과의 연관성이나 정치활동 경력도 두드러지지 않았고 특별히 학계에서 유명세를 타지 않았던 인물로 평가됐던 만큼, 일각에선 인사청문회를 가장 무난하게 치를 거란 기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과방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솔직히 당황스럽다. (부적격하다고 할) 결정적 한 방은 없지만 뭐가 많다. 방어하기 힘들다"라고 했고, 또 다른 여당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입이 없다"라면서도 "애초 적격한 후보는 장관직을 고사하면서, 후보자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라고 했습니다. 당황한 건 여당뿐이 아닙니다. 청와대 역시 적잖이 혼란스러워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문회를 일주일 앞둔 지난주 목요일, 청와대가 조 후보자가 아닌 다른 후보자 물색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에게 과기정통부 장관직 수락 여부를 물었다는 것입니다. 청문회 시작도 전이었던지라 귀를 의심했습니다. 해당 인사가 장관직을 탐내며 거짓 제보를 흘렸거나 조동호 후보자를 음해하려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해당 인사는 끝까지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게 연락해봤습니다. 통화가 되지 않거나 문자에 대해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에게 확인을 요청했더니 "제가 알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가, 잠시 뒤 연락이 와서는 "사실무근"이라고 했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직 제의를 받았다는 해당 인사에 대해 "제의 여부는 모른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평소에 관심을 갖고 보던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동호 후보자의 카이스트 교수 시절, 카이스트를 방문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온라인 전기차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다른 후보자를 물색했다는 소식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스스로 인사검증시스템에 허점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거나, 혹은 알고서도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후보자를 대통령에 보고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동안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의 적격, 부적격 사유나 인사청문회의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는 인사라는 이유 등으로 장관 임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낙마되거나 자진사퇴했던 경우는 뒤늦게 위법한 사실이나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소위 '대중적 결격 사유'가 드러났던 경우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여당 의원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게 있으면 낙마시켜야지. 그런데 지금 국민들이 청문회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더라고." 한편으론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관심이 없어서 '대중적 결격사유'는 없지 않겠냐는 얘기로도 들렸습니다.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는 속에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맞는지, '대중적 결격 사유'는 없는지 다시 따져봐야 할 청와대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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