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오도독]② 누구를 어떻게 부를 것인가? 좌파

입력 2019.03.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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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로널드 레이건(미국의 40대 대통령)이 할리우드 배우이자 우익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을 때, 그는 국가가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해 의료 보조금을 지원하는 국가건강보험제(Medicare)를 맹렬히 반대했다. 레이건은 미국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 노인 의료보험 제도로 인해 미국의 자유는 파괴되고 결국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열변을 토했다.

“국가주의나 사회주의를 강제하는 전통적 방식은 모두 의학을 통해 이뤄져 왔다. 노인들에 대한 건강보험제도는 사회주의가 의학을 통해 인간적인 척 접근하는 술수다”

1964년,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도 비슷한 말을 했다.
“노인들에게 국가가 의료보험을 보장한다면, 음식도, 주거도, 휴가철 리조트도, 노인들이 즐기는 담배나 술도 다 무상으로 줘야겠네?”

1965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칼 커티스는 노인과 빈곤층에 대해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뻔뻔스러운 사회주의”(brazen socialism)라고 성토했다.

미국에서는 “뻔뻔스러운 사회주의”라고 비판받았던 국민건강보험제도를 한국에 처음 도입한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1963년 한국에서 처음 제정된 의료보험법은 1977년 1,50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직장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며 제대로 시행되기 시작했고, 전두환은 1986년 의료보험제도의 전 국민 확대를 약속했다.

박정희나 전두환을 군사반란을 일으킨 독재자라고 평가하기는 하지만 이들을 “좌파 사회주의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토지 공개념에 열을 올린 것도 박정희였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박정희 정권 당시 박정희는 재벌 기업들이나 일부 권력층, 부유층의 땅 투기 때문에 농촌에서 농민들이 땅을 빼앗기고 소작농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분노해서 사회주의 국가이론을 포함, 세계적인 토지제도를 모두 섭렵해서 획기적인 토지정책을 만들어내라 명령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제로 1978년 박정희 정권의 신형식 건설부 장관은 “토지의 사유 개념을 시정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같은 해 박정희 정권은 물가 억제를 위해 토지 공개념 위원회를 구성했고, 노태우 정부는 1989년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택지소유상환제로 불리는 토지 공개념 3법을 신설했다. 노태우 역시 전두환과 함께 군사반란을 일으킨 우파 권위주의 정권의 상징이지 좌파 사회주의자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2006년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 정책조정위원장은 정부가 4조 원에 가까운 돈을 대학 당국에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학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반값 등록금”을 주장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반값 등록금” 주장과 함께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반값 아파트”도 공언했다. 정부가 돈을 대서 사립대학교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아파트 가격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하는 건 마치 유사 사회주의 정책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회주의자여서 지금 감옥을 오가며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이라는 새빨간 현수막을 내걸었고,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하며,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취임사에서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살았다,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이라는 사뭇 공산주의적 가치관이 담긴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적 자본주의 상황에서 공동과 공유의 삶이라니...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회주의자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한국에서 주로 “좌파 사회주의자”라고 공격받았거나 공격받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다.

87년 8월 민주화 항쟁이 불꽃을 피우던 그해 여름 KBS와 MBC가 김정렬 당시 국무총리의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대독하듯 보도한 이 부분에 나오는 급진좌경용공세력은 누구였을까 상상해보자.

“김정렬 국무총리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는 급진좌경용공세력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87년 전두환 정권은 “좌경세력들이 민주화운동을 가장해 학생과 노동계, 재야세력과 연계해 좌경폭력혁명을 집요하게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니 이들이 말하는 급진좌경용공세력이란 87년 민주화 항쟁 당시 거리에 나선 학생, 노동자, 야당 정치인들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좌경용공세력, 좌경세력, 좌파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시절인 1997년에도 계속됐다. 한국논단이란 잡지의 발행인이 지상파 TV 대선후보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김대중 후보를 향해 당신이 “거짓말쟁이, 친공대통령이라는 한국논단의 주장을 반박해봐라”는 사상검증을 시도했던 것을 보면 당시 한국사회의 상당수는 김대중을 좌경용공세력 또는 그에 가까운 인물로 의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04년 3월 이화여대 김용서 교수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강연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성립된 좌익정권을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복원하는 방법에는 군부쿠데타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를 좌익정권으로 규정하고 군부 쿠데타로 타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2013년 1월 고영주 MBC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를 두고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며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2017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패배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주창한 것도 기호 1번 문재인 후보는 “종북 좌파 후보”라는 것이었다.

이른바 “좌파” 논쟁은 최근 다시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문재인 정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민생을 살려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학적인 좌파 야합에만 매달려 있다"고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좌파 홍위병 정당을 국회에 대거 진입시키고 이로 인해 좌파독재를 연장할 궁리만 한다”고 맹비난했고, 나경원 원내 대표는 국회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이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헌정 농단' 경제”라면서 문재인 정부를 좌파 포로 정부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수 십년전 노인과 빈곤층을 위한 의료보험제도를 놓고 저건 사회주의다라고 논쟁했던 미국 사회는 좀 달라졌을까?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실시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전국민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자는 이른바 ‘오바마케어’(Obamacare)가 명백한 사회주의제도라며, 미국 민주당이 다시 집권해서 오바마케어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미국은 사회주의 나라가 돼서 남미의 베네수엘라처럼 혼란과 빈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이 한국과 다른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허위 선동이 왜 이렇게 자주 나오는 것인지 언론이 그 정치적 의도를 명확히 짚어주고 있다는 점에 있다. 트럼프의 “사회주의” 논쟁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전, 집권 이후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대선 공모 혐의로 정치적 궁지에 몰렸을 때, 지난해 상-하원 중간 선거 때, 그리고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번번이 터져 나오고 있으며, 미국 언론은 이는 철저히 계산된 정치적, 이념적 여론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언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5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1. 87년 민주화 항쟁에 동참했던 시민들, 한국의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현직 문재인 대통령과 그들을 지지했던 국민들이 모두 사회주의자 좌파였다면, 불순한 좌경용공세력이었다면 왜 이 나라는 진즉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2.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미국에서는 좌파 사회주의면 한국인은 모두 좌파라는 말인가?

3. 박정희가 추구했던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른 토지 공개념이나, 박근혜의 경제 민주화는 좌파 정책인 것인가, 아니면 우파의 정책인 것인가?

4. 왜 대부분의 한국언론은 자유한국당 대표나 의원들의 원색적 이념 몰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고 누구는 이렇게 말했고, 누구는 이렇게 반박했다는 받아쓰기 저널리즘에만 머물러 있는 것일까? 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우가 미국 CBS 방송에서 매카시즘(McCarthyism)의 광기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비판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근 70년 전인 1950년대인데 말이다.

5. 지금 와서 김대중을, 노무현을, 문재인을 좌파 또는 헌정 농단세력이라고 욕한다면 그들을 지지했던 그 많은 국민들은 그들에 의해 이념적으로 조종된 멍청한 유권자들이거나 좌경용공세력이라는 말인가?

그러나 이런 수많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2가지는 확실히 예측 가능하다.

1. 이른바 “좌파 논쟁”, “사회주의 논쟁”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고, 한국도 내년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 미국언론은 그나마 트럼프의 이념적 여론몰이에 대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언론은 정치인들의 오래되고 식상한 “좌파” 이념몰이를 마치 새로운 것인 양 우르르 몰려다니며 받아쓰기만 할 게 분명하다.‘레드 컴플렉스’에 기대어 국민들을 위협하고 세를 결집시키려는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이 살아남기에 한국은 최적의 언론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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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언론 오도독]② 누구를 어떻게 부를 것인가? 좌파
    • 입력 2019-03-27 09:38:53
    한국언론 오도독
1961년, 로널드 레이건(미국의 40대 대통령)이 할리우드 배우이자 우익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을 때, 그는 국가가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해 의료 보조금을 지원하는 국가건강보험제(Medicare)를 맹렬히 반대했다. 레이건은 미국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 노인 의료보험 제도로 인해 미국의 자유는 파괴되고 결국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열변을 토했다.

“국가주의나 사회주의를 강제하는 전통적 방식은 모두 의학을 통해 이뤄져 왔다. 노인들에 대한 건강보험제도는 사회주의가 의학을 통해 인간적인 척 접근하는 술수다”

1964년,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도 비슷한 말을 했다.
“노인들에게 국가가 의료보험을 보장한다면, 음식도, 주거도, 휴가철 리조트도, 노인들이 즐기는 담배나 술도 다 무상으로 줘야겠네?”

1965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칼 커티스는 노인과 빈곤층에 대해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뻔뻔스러운 사회주의”(brazen socialism)라고 성토했다.

미국에서는 “뻔뻔스러운 사회주의”라고 비판받았던 국민건강보험제도를 한국에 처음 도입한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1963년 한국에서 처음 제정된 의료보험법은 1977년 1,50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직장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며 제대로 시행되기 시작했고, 전두환은 1986년 의료보험제도의 전 국민 확대를 약속했다.

박정희나 전두환을 군사반란을 일으킨 독재자라고 평가하기는 하지만 이들을 “좌파 사회주의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토지 공개념에 열을 올린 것도 박정희였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박정희 정권 당시 박정희는 재벌 기업들이나 일부 권력층, 부유층의 땅 투기 때문에 농촌에서 농민들이 땅을 빼앗기고 소작농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분노해서 사회주의 국가이론을 포함, 세계적인 토지제도를 모두 섭렵해서 획기적인 토지정책을 만들어내라 명령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제로 1978년 박정희 정권의 신형식 건설부 장관은 “토지의 사유 개념을 시정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같은 해 박정희 정권은 물가 억제를 위해 토지 공개념 위원회를 구성했고, 노태우 정부는 1989년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택지소유상환제로 불리는 토지 공개념 3법을 신설했다. 노태우 역시 전두환과 함께 군사반란을 일으킨 우파 권위주의 정권의 상징이지 좌파 사회주의자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2006년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 정책조정위원장은 정부가 4조 원에 가까운 돈을 대학 당국에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학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반값 등록금”을 주장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반값 등록금” 주장과 함께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반값 아파트”도 공언했다. 정부가 돈을 대서 사립대학교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아파트 가격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하는 건 마치 유사 사회주의 정책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회주의자여서 지금 감옥을 오가며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이라는 새빨간 현수막을 내걸었고,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하며,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취임사에서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살았다,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이라는 사뭇 공산주의적 가치관이 담긴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적 자본주의 상황에서 공동과 공유의 삶이라니...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회주의자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한국에서 주로 “좌파 사회주의자”라고 공격받았거나 공격받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다.

87년 8월 민주화 항쟁이 불꽃을 피우던 그해 여름 KBS와 MBC가 김정렬 당시 국무총리의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대독하듯 보도한 이 부분에 나오는 급진좌경용공세력은 누구였을까 상상해보자.

“김정렬 국무총리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는 급진좌경용공세력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87년 전두환 정권은 “좌경세력들이 민주화운동을 가장해 학생과 노동계, 재야세력과 연계해 좌경폭력혁명을 집요하게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니 이들이 말하는 급진좌경용공세력이란 87년 민주화 항쟁 당시 거리에 나선 학생, 노동자, 야당 정치인들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좌경용공세력, 좌경세력, 좌파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시절인 1997년에도 계속됐다. 한국논단이란 잡지의 발행인이 지상파 TV 대선후보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김대중 후보를 향해 당신이 “거짓말쟁이, 친공대통령이라는 한국논단의 주장을 반박해봐라”는 사상검증을 시도했던 것을 보면 당시 한국사회의 상당수는 김대중을 좌경용공세력 또는 그에 가까운 인물로 의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04년 3월 이화여대 김용서 교수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강연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성립된 좌익정권을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복원하는 방법에는 군부쿠데타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를 좌익정권으로 규정하고 군부 쿠데타로 타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2013년 1월 고영주 MBC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를 두고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며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2017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패배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주창한 것도 기호 1번 문재인 후보는 “종북 좌파 후보”라는 것이었다.

이른바 “좌파” 논쟁은 최근 다시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문재인 정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민생을 살려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학적인 좌파 야합에만 매달려 있다"고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좌파 홍위병 정당을 국회에 대거 진입시키고 이로 인해 좌파독재를 연장할 궁리만 한다”고 맹비난했고, 나경원 원내 대표는 국회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이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헌정 농단' 경제”라면서 문재인 정부를 좌파 포로 정부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수 십년전 노인과 빈곤층을 위한 의료보험제도를 놓고 저건 사회주의다라고 논쟁했던 미국 사회는 좀 달라졌을까?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실시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전국민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자는 이른바 ‘오바마케어’(Obamacare)가 명백한 사회주의제도라며, 미국 민주당이 다시 집권해서 오바마케어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미국은 사회주의 나라가 돼서 남미의 베네수엘라처럼 혼란과 빈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이 한국과 다른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허위 선동이 왜 이렇게 자주 나오는 것인지 언론이 그 정치적 의도를 명확히 짚어주고 있다는 점에 있다. 트럼프의 “사회주의” 논쟁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전, 집권 이후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대선 공모 혐의로 정치적 궁지에 몰렸을 때, 지난해 상-하원 중간 선거 때, 그리고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번번이 터져 나오고 있으며, 미국 언론은 이는 철저히 계산된 정치적, 이념적 여론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언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5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1. 87년 민주화 항쟁에 동참했던 시민들, 한국의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현직 문재인 대통령과 그들을 지지했던 국민들이 모두 사회주의자 좌파였다면, 불순한 좌경용공세력이었다면 왜 이 나라는 진즉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2.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미국에서는 좌파 사회주의면 한국인은 모두 좌파라는 말인가?

3. 박정희가 추구했던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른 토지 공개념이나, 박근혜의 경제 민주화는 좌파 정책인 것인가, 아니면 우파의 정책인 것인가?

4. 왜 대부분의 한국언론은 자유한국당 대표나 의원들의 원색적 이념 몰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고 누구는 이렇게 말했고, 누구는 이렇게 반박했다는 받아쓰기 저널리즘에만 머물러 있는 것일까? 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우가 미국 CBS 방송에서 매카시즘(McCarthyism)의 광기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비판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근 70년 전인 1950년대인데 말이다.

5. 지금 와서 김대중을, 노무현을, 문재인을 좌파 또는 헌정 농단세력이라고 욕한다면 그들을 지지했던 그 많은 국민들은 그들에 의해 이념적으로 조종된 멍청한 유권자들이거나 좌경용공세력이라는 말인가?

그러나 이런 수많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2가지는 확실히 예측 가능하다.

1. 이른바 “좌파 논쟁”, “사회주의 논쟁”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고, 한국도 내년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 미국언론은 그나마 트럼프의 이념적 여론몰이에 대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언론은 정치인들의 오래되고 식상한 “좌파” 이념몰이를 마치 새로운 것인 양 우르르 몰려다니며 받아쓰기만 할 게 분명하다.‘레드 컴플렉스’에 기대어 국민들을 위협하고 세를 결집시키려는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이 살아남기에 한국은 최적의 언론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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