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탁구에 완봉승이 없는 이유 - 불문율 논란

입력 2019.03.27 (11:23) 수정 2019.04.0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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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탁구 대표팀

중국 탁구, 10대 0에선 서브 실수가 관례

일본의 탁구 천재이자 '아이짱'이란 애칭으로 국내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여자 탁구 선수 후쿠하라 아이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10대 0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서브 미스'를 하려고 했는데, 상대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위치에 떨어지면서 '서브 미스'가 아닌 '서브 에이스'가 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후쿠하라의 행동은 그녀가 오랜 기간 중국에서 활약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실제 중국 탁구에서는 11대 0으로 이기는 것은 매너가 아니기 때문에 10대 0에서 '서브 미스'를 하는 것이 기본 예의라고 생각한다.


중국 탁구 불문율 해석 놓고 탁구계 논란

세계 탁구에서 압도적인 중국의 실력 때문인지, 이런 장면은 국제 대회에서도 자주 나온다.

지난해 열렸던 유스 올림픽 결승에서 중국의 왕추친은 일본의 탁구 천재라 불리는 하리모토를 맞아 10대 0에서 '서브 미스'를 해, 11대 0 승리를 회피했다.

이런 장면이 나올 때 대부분의 관중은 박수를 보낸다.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일부 탁구계에선 중국의 이런 행동이 과연 상대를 존중하는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상대를 배려해서가 아니라 중국 탁구의 지나친 자신감일 뿐이라며, 다른 종목에서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면 크게 비난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메이저리그 야구 50가지가 넘는 불문율 존재

스포츠에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아주 많은 불문율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불문율에 관한 한 야구가 단연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야구는 유일하게 같은 팀이 3연전 이상을 진행하는 종목인 데다, 배트와 볼, 위험한 장비가 많아 상대에 대한 존중 여부를 놓고 많은 불문율이 생겨났다.

벌써 10년 전인 2009년, AP통신은 메이저리그 야구의 불문율 50가지를 소개한 적이 있고, 일부 야구 잡지에선 메이저리그의 불문율이 80가지를 넘는다는 기사를 실은 적도 있다.

'노히트 노런 중인 투수에게 번트를 대면 안 된다' '큰 점수 차이에서 도루하지 말라' 처럼 잘 알려진 것부터 시작해, 이동 시의 비행기 좌석 등 사소한 내용까지 다양하다.

여기에는 대부분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는 정서가 깔려있고, 이것을 어겼을 경우 가혹한 보복 조치를 하더라도 비난받을 행동이 아니라는 정서가 깔려있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학연 지연으로 얽혀있는 한국 야구는 이른바 불문율이 많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메이저리그식 불문율을 중시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한화 정우람 마무리 등판한화 정우람 마무리 등판

프로야구 한화-KIA 불문율 논란-상대에 대한 존중 여부가 핵심

KBO 리그에서는 한화와 기아가 9회 말 투아웃에서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킨 것에서 시작해, 투수를 대타로 기용하는 문제를 놓고 많은 논란이 발생했다. 야구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의견부터, 투수를 대타로 기용하는 것은 더욱 가혹하다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실제 한용덕 감독과 김기태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선수 기용을 했는지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었는가의 여부이다.

지난해 유스 올림픽 탁구에서 중국 왕추친의 '서브 미스'로 한점을 얻은 하리모토는 10대 1에서 '서브 미스'를 내줘 11대 1로 졌다. 탁구에선 10대 0에서 '서브 미스'로 한점을 얻은 선수는 '서브 미스'로 대응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다.

실제 탁구 스코어에서 11대 1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하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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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탁구에 완봉승이 없는 이유 - 불문율 논란
    • 입력 2019-03-27 11:23:33
    • 수정2019-04-03 07: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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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탁구 대표팀 중국 탁구, 10대 0에선 서브 실수가 관례 일본의 탁구 천재이자 '아이짱'이란 애칭으로 국내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여자 탁구 선수 후쿠하라 아이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10대 0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서브 미스'를 하려고 했는데, 상대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위치에 떨어지면서 '서브 미스'가 아닌 '서브 에이스'가 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후쿠하라의 행동은 그녀가 오랜 기간 중국에서 활약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실제 중국 탁구에서는 11대 0으로 이기는 것은 매너가 아니기 때문에 10대 0에서 '서브 미스'를 하는 것이 기본 예의라고 생각한다. 중국 탁구 불문율 해석 놓고 탁구계 논란 세계 탁구에서 압도적인 중국의 실력 때문인지, 이런 장면은 국제 대회에서도 자주 나온다. 지난해 열렸던 유스 올림픽 결승에서 중국의 왕추친은 일본의 탁구 천재라 불리는 하리모토를 맞아 10대 0에서 '서브 미스'를 해, 11대 0 승리를 회피했다. 이런 장면이 나올 때 대부분의 관중은 박수를 보낸다.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일부 탁구계에선 중국의 이런 행동이 과연 상대를 존중하는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상대를 배려해서가 아니라 중국 탁구의 지나친 자신감일 뿐이라며, 다른 종목에서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면 크게 비난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메이저리그 야구 50가지가 넘는 불문율 존재 스포츠에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아주 많은 불문율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불문율에 관한 한 야구가 단연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야구는 유일하게 같은 팀이 3연전 이상을 진행하는 종목인 데다, 배트와 볼, 위험한 장비가 많아 상대에 대한 존중 여부를 놓고 많은 불문율이 생겨났다. 벌써 10년 전인 2009년, AP통신은 메이저리그 야구의 불문율 50가지를 소개한 적이 있고, 일부 야구 잡지에선 메이저리그의 불문율이 80가지를 넘는다는 기사를 실은 적도 있다. '노히트 노런 중인 투수에게 번트를 대면 안 된다' '큰 점수 차이에서 도루하지 말라' 처럼 잘 알려진 것부터 시작해, 이동 시의 비행기 좌석 등 사소한 내용까지 다양하다. 여기에는 대부분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는 정서가 깔려있고, 이것을 어겼을 경우 가혹한 보복 조치를 하더라도 비난받을 행동이 아니라는 정서가 깔려있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학연 지연으로 얽혀있는 한국 야구는 이른바 불문율이 많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메이저리그식 불문율을 중시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한화 정우람 마무리 등판 프로야구 한화-KIA 불문율 논란-상대에 대한 존중 여부가 핵심 KBO 리그에서는 한화와 기아가 9회 말 투아웃에서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킨 것에서 시작해, 투수를 대타로 기용하는 문제를 놓고 많은 논란이 발생했다. 야구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의견부터, 투수를 대타로 기용하는 것은 더욱 가혹하다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실제 한용덕 감독과 김기태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선수 기용을 했는지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었는가의 여부이다. 지난해 유스 올림픽 탁구에서 중국 왕추친의 '서브 미스'로 한점을 얻은 하리모토는 10대 1에서 '서브 미스'를 내줘 11대 1로 졌다. 탁구에선 10대 0에서 '서브 미스'로 한점을 얻은 선수는 '서브 미스'로 대응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다. 실제 탁구 스코어에서 11대 1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하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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