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안중근 손녀의 한숨 “독립한지가 몇년인데…유해 빨리 모셔와야지”

입력 2019.03.27 (16:03) 수정 2019.03.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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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의사의 손녀 황은주 씨와 외증손자 이명철 씨

어제(26일)는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숨을 거둔지 109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서울에서도 안 의사를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서울 중구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순국 109주기 추모식. 안중근 의사의 후손들도 참석했습니다. 외손녀 황은주 씨와 외증손자 이명철 씨입니다.

안 의사의 외손녀 황은주 씨는 고령의 나이에도 행사장 맨 앞줄에 꼿꼿한 자세로 앉아 행사를 모두 지켜봤습니다. 추모식에는 안 의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먼 걸음을 한 일본인들도 20여 명 있었는데요. 황은주 씨는 인사하러 온 일본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나가는 황은주 씨에게 순국 109주기를 맞은 마음이 어떠신지 물었습니다. 길게 이어진 추모식에 다소 지쳐 보였는데, 황 씨는 그래도 자리를 뜨기 전에 꼭 해야 할 말이 하나 있다며 발걸음을 세웠습니다. 30초 정도 되는 짧은 말이었지만, 그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영상으로 꼭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할아버지 유해를 하루속히 조국에 반환하는 거, 그게 내 소망이에요. (내가) 죽기 전에 빨리해 줬으면 좋겠어. 지금 109주년을 맞이하는 이 마당에 아직도 하얼빈(*안 의사가 묻힌 곳은 하얼빈 아니라 뤼순으로 정정합니다)에 유해가 묻혔다는 건 너무 슬픈 사실이야.
내 나라가 독립한 지가 지금 몇 년 됐어. 하루속히 모셔와야지. 과제 중에 첫 번째 과제야."


올해는 안 의사가 순국한 지 109주년,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지 74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잘 알려졌다시피 안 의사의 유해는 아직 조국 땅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1909년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 의사는 1910년 뤼순의 일본 관동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뤼순 감옥에 수감돼 있다 그해 3월 26일 순국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안 의사의 유해가 뤼순 감옥 공동묘지에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공동묘지에서 발굴 작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유해 발굴 작업은 중국 당국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뤼순 감옥 공동묘지는 지난 2001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는데, 중국 당국은 유해와 관련된 역사적 문헌을 제시해야 발굴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8년, 중국 협조를 얻어 뤼순 감옥 뒤편 원보산에서 유해 발굴을 시도했다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국무회의에서 안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남북 혹은 남북중이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의지를 나타냈고, 국가보훈처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북한과 함께 공동유해발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안중근 의사가 남긴 마지막 유언을 싣습니다. 나라를 되찾거든 유해를 고국으로 옮겨달라는 안 의사의 마지막 부탁, 죽기 전에 할아버지 유해를 조국에 모시고 싶다는 외손녀의 소망을 우리는 언제쯤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옆에 묻어두었다가,
나라를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국민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큰 뜻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유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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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안중근 손녀의 한숨 “독립한지가 몇년인데…유해 빨리 모셔와야지”
    • 입력 2019-03-27 16:03:48
    • 수정2019-03-28 13:33:18
    취재후·사건후
▲ 안중근 의사의 손녀 황은주 씨와 외증손자 이명철 씨

어제(26일)는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숨을 거둔지 109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서울에서도 안 의사를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서울 중구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순국 109주기 추모식. 안중근 의사의 후손들도 참석했습니다. 외손녀 황은주 씨와 외증손자 이명철 씨입니다.

안 의사의 외손녀 황은주 씨는 고령의 나이에도 행사장 맨 앞줄에 꼿꼿한 자세로 앉아 행사를 모두 지켜봤습니다. 추모식에는 안 의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먼 걸음을 한 일본인들도 20여 명 있었는데요. 황은주 씨는 인사하러 온 일본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나가는 황은주 씨에게 순국 109주기를 맞은 마음이 어떠신지 물었습니다. 길게 이어진 추모식에 다소 지쳐 보였는데, 황 씨는 그래도 자리를 뜨기 전에 꼭 해야 할 말이 하나 있다며 발걸음을 세웠습니다. 30초 정도 되는 짧은 말이었지만, 그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영상으로 꼭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할아버지 유해를 하루속히 조국에 반환하는 거, 그게 내 소망이에요. (내가) 죽기 전에 빨리해 줬으면 좋겠어. 지금 109주년을 맞이하는 이 마당에 아직도 하얼빈(*안 의사가 묻힌 곳은 하얼빈 아니라 뤼순으로 정정합니다)에 유해가 묻혔다는 건 너무 슬픈 사실이야.
내 나라가 독립한 지가 지금 몇 년 됐어. 하루속히 모셔와야지. 과제 중에 첫 번째 과제야."


올해는 안 의사가 순국한 지 109주년,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지 74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잘 알려졌다시피 안 의사의 유해는 아직 조국 땅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1909년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 의사는 1910년 뤼순의 일본 관동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뤼순 감옥에 수감돼 있다 그해 3월 26일 순국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안 의사의 유해가 뤼순 감옥 공동묘지에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공동묘지에서 발굴 작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유해 발굴 작업은 중국 당국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뤼순 감옥 공동묘지는 지난 2001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는데, 중국 당국은 유해와 관련된 역사적 문헌을 제시해야 발굴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8년, 중국 협조를 얻어 뤼순 감옥 뒤편 원보산에서 유해 발굴을 시도했다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국무회의에서 안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남북 혹은 남북중이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의지를 나타냈고, 국가보훈처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북한과 함께 공동유해발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안중근 의사가 남긴 마지막 유언을 싣습니다. 나라를 되찾거든 유해를 고국으로 옮겨달라는 안 의사의 마지막 부탁, 죽기 전에 할아버지 유해를 조국에 모시고 싶다는 외손녀의 소망을 우리는 언제쯤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옆에 묻어두었다가,
나라를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국민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큰 뜻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유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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