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안갯 속 고양이, 영국’

입력 2019.03.27 (20:37) 수정 2019.03.2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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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송영석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누구의 사진이죠?

[기자]

네, 프랑스의 유럽연합, EU 담당 장관인데요.

브렉시트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영국을 향해 그녀가 던진 말이 화젭니다.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자신의 고양이 이름을 '브렉시트'라고 붙였다"면서, "이 고양이는 내보내달라고 울어서 문을 열어주면 정작 나가지 않고, 밖에다 내놓아주면 무섭게 째려본다"고 했습니다.

EU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EU 탈퇴, 브렉시트를 결정해놓고선, 언제 어떻게 브렉시트를 할지 헤매고 있는 영국을 비꼬은 겁니다.

오늘 키워드는 '안갯 속 고양이, 영국' 입니다.

안갯 속이란 말을 붙인 건 지금도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원래 예정대로라면 3월 29일 모레 영국은 EU를 탈퇴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가까스로 브렉시트를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브렉시트를 하긴 할건데 언제 어떻게 할지를 EU와 협의해서 합의안을 만들었는데, 이 합의안이 두번이나 영국 의회에서 거부당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브렉시트를 하기로 결정한지 3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영국 내부에서 의견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국민투표를 해서 브렉시트를 하기로 결정한지 한참 지났는데 그럼 당시에 구체적인 계획 없이 국민 투표를 했던 거네요?

[기자]

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줄곳 이어져온 혼란이, 그 것이 대책 없는 정치적 선택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는데요.

영국, Britain과 퇴장, 'exit'의 결합어 브렉시트는 영국 사회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돌발 상황은 아닙니다.

1, 2차 세계대전 전승국으로 EU 역내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국력이 월등했던 영국은 본래부터 EU 가입을 탐탁치 않게 여겼던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마지못해 EU에 가입했던 영국은 다른 회원국들과 사실 잘 어울리지 못했고요,

유로화 도입도 거부하고 파운드화를 고집해왔습니다.

[앵커]

단순히 EU 가입이 내키지 않아서 탈퇴를 선언하진 않았을 텐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00년대 들어 영국도 불황의 늪에 빠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민자들이 엄청나게 들어오면서 일자리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여기에 끔찍한 테러까지 잇따르자 여론이 많이 악화됐고요.

EU에 분담금은 두번째로 많이 내는데 독일, 프랑스에 끼인 처지이고, 또 실익도 적다는 불만도 팽배해지자, 2015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많이 빠지고 있던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재선이 되면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덕분에 캐머런 총리는 재선에 성공했는데요.

하지만 국민투표 공약이 곧바로 그에게 엄청난 걸림돌이 됐습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EU 잔류를 지지했고, 국민투표 결과가 잔류든 탈퇴든 60% 이상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국민투표를 다시 해야 한다는 청원에 400만명 넘게 참여했을 정도로 국민투표 신중론이 거셌거든요.

하지만 이런 우려 속에 국민투표가 이뤄졌고 그 결과는 52%의 찬성으로 EU 탈퇴였습니다.

투표 직전까지 EU 잔류가 우세하게 나왔던 여론조사 결과가 뒤집힌 겁니다.

[앵커]

총리가 공약을 지키는 차원에서 투표를 한 거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던 거군요?

[기자]

네, 하지만 단순히 의외다! 그정도가 아니었고요,

당시 영국 정치권의 반응은 한마디로 멘붕이었습니다.

당장 영국이 관세동맹 혜택과 EU 단일시장에서 벗어날 기초체력이 되지 않는다거나, 브렉시트 여파가 영국은 물론 세계 경제까지 뒤흔들 거라는 등의 우려가 거세게 일었고요,

투표가 끝나자마자 투표를 다시 해야 한다는 청원에 수백 만명이 찬성을 했을 정도로 민심도 요동쳤습니다.

총리 책임론까지 불거지자, 캐머런 총리, 결국 총리직 사퇴까지 해야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前 영국 총리/사퇴 회견 당시 : "영국 국민들은 다른 길을 가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새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하지만 시간도 많이 지났고 이젠 정말 상황을 좀 정리해야 할텐데요?

[기자]

네, 일단, 그 여파가 워낙 크다보니까 그냥 혼자 훌쩍 떠나진 못하고 EU와의 합의안을 만들어서 질서있게 브렉시트를 하겠다는 게 영국의 기본 입장인데요.

하지만, 다음달이나 5월달로 탈퇴 시점을 미뤄놓은 것 말고는 해놓은 게 없습니다.

EU는 영국에 당신들끼리 빨리 결정하라는 입장인데요.

그러나 영국 정치권은 브렉시트 방안을 놓고 여전히 사분오열 돼 있는데다, 여론이 악화되자 서로 네탓 공방만 하고 있습니다.

3년째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정치권을 지켜본 국민들.

답답한나머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데이비드 고튼/자영업자 : "불확실성이 사업을 멈추게 하고 있습니다. 확신이 없고 돈을 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아예 브렉시트를 없던 일로 하자는 청원의 서명자도 5백만 명을 훌쩍 넘었는데요.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애초 국민투표에 반대했던 노동당에서부터 그동안 금기시돼온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에밀리 손베리/영국 노동당 예비 내각 외무장관 : "국민투표가 다시 실시된다면 틀림없이 EU 잔류를 위해 선거운동을 벌일 것입니다. (제레미 코빈 당대표도 같은 입장인가요?) 물론입니다."]

한국시간으로 내일 새벽부터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는 하되 EU 관세동맹은 잔류하는 안, 국민투표를 다시 하는 방안, 브렉시트를 철회하는 안까지 올려놓고 끝장 투표를 하겠다고 합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준비 없이 강행한 국민투표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영국, 브렉시트 전보다 '고양이'라고 조롱 받을 만큼 오히려 자존심까지 더 구겼습니다.

안갯 속에서 과연 어떤 탈출구를 택할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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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안갯 속 고양이, 영국’
    • 입력 2019-03-27 20:40:48
    • 수정2019-03-27 20: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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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송영석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누구의 사진이죠?

[기자]

네, 프랑스의 유럽연합, EU 담당 장관인데요.

브렉시트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영국을 향해 그녀가 던진 말이 화젭니다.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자신의 고양이 이름을 '브렉시트'라고 붙였다"면서, "이 고양이는 내보내달라고 울어서 문을 열어주면 정작 나가지 않고, 밖에다 내놓아주면 무섭게 째려본다"고 했습니다.

EU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EU 탈퇴, 브렉시트를 결정해놓고선, 언제 어떻게 브렉시트를 할지 헤매고 있는 영국을 비꼬은 겁니다.

오늘 키워드는 '안갯 속 고양이, 영국' 입니다.

안갯 속이란 말을 붙인 건 지금도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원래 예정대로라면 3월 29일 모레 영국은 EU를 탈퇴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가까스로 브렉시트를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브렉시트를 하긴 할건데 언제 어떻게 할지를 EU와 협의해서 합의안을 만들었는데, 이 합의안이 두번이나 영국 의회에서 거부당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브렉시트를 하기로 결정한지 3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영국 내부에서 의견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국민투표를 해서 브렉시트를 하기로 결정한지 한참 지났는데 그럼 당시에 구체적인 계획 없이 국민 투표를 했던 거네요?

[기자]

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줄곳 이어져온 혼란이, 그 것이 대책 없는 정치적 선택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는데요.

영국, Britain과 퇴장, 'exit'의 결합어 브렉시트는 영국 사회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돌발 상황은 아닙니다.

1, 2차 세계대전 전승국으로 EU 역내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국력이 월등했던 영국은 본래부터 EU 가입을 탐탁치 않게 여겼던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마지못해 EU에 가입했던 영국은 다른 회원국들과 사실 잘 어울리지 못했고요,

유로화 도입도 거부하고 파운드화를 고집해왔습니다.

[앵커]

단순히 EU 가입이 내키지 않아서 탈퇴를 선언하진 않았을 텐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00년대 들어 영국도 불황의 늪에 빠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민자들이 엄청나게 들어오면서 일자리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여기에 끔찍한 테러까지 잇따르자 여론이 많이 악화됐고요.

EU에 분담금은 두번째로 많이 내는데 독일, 프랑스에 끼인 처지이고, 또 실익도 적다는 불만도 팽배해지자, 2015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많이 빠지고 있던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재선이 되면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덕분에 캐머런 총리는 재선에 성공했는데요.

하지만 국민투표 공약이 곧바로 그에게 엄청난 걸림돌이 됐습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EU 잔류를 지지했고, 국민투표 결과가 잔류든 탈퇴든 60% 이상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국민투표를 다시 해야 한다는 청원에 400만명 넘게 참여했을 정도로 국민투표 신중론이 거셌거든요.

하지만 이런 우려 속에 국민투표가 이뤄졌고 그 결과는 52%의 찬성으로 EU 탈퇴였습니다.

투표 직전까지 EU 잔류가 우세하게 나왔던 여론조사 결과가 뒤집힌 겁니다.

[앵커]

총리가 공약을 지키는 차원에서 투표를 한 거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던 거군요?

[기자]

네, 하지만 단순히 의외다! 그정도가 아니었고요,

당시 영국 정치권의 반응은 한마디로 멘붕이었습니다.

당장 영국이 관세동맹 혜택과 EU 단일시장에서 벗어날 기초체력이 되지 않는다거나, 브렉시트 여파가 영국은 물론 세계 경제까지 뒤흔들 거라는 등의 우려가 거세게 일었고요,

투표가 끝나자마자 투표를 다시 해야 한다는 청원에 수백 만명이 찬성을 했을 정도로 민심도 요동쳤습니다.

총리 책임론까지 불거지자, 캐머런 총리, 결국 총리직 사퇴까지 해야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前 영국 총리/사퇴 회견 당시 : "영국 국민들은 다른 길을 가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새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하지만 시간도 많이 지났고 이젠 정말 상황을 좀 정리해야 할텐데요?

[기자]

네, 일단, 그 여파가 워낙 크다보니까 그냥 혼자 훌쩍 떠나진 못하고 EU와의 합의안을 만들어서 질서있게 브렉시트를 하겠다는 게 영국의 기본 입장인데요.

하지만, 다음달이나 5월달로 탈퇴 시점을 미뤄놓은 것 말고는 해놓은 게 없습니다.

EU는 영국에 당신들끼리 빨리 결정하라는 입장인데요.

그러나 영국 정치권은 브렉시트 방안을 놓고 여전히 사분오열 돼 있는데다, 여론이 악화되자 서로 네탓 공방만 하고 있습니다.

3년째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정치권을 지켜본 국민들.

답답한나머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데이비드 고튼/자영업자 : "불확실성이 사업을 멈추게 하고 있습니다. 확신이 없고 돈을 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아예 브렉시트를 없던 일로 하자는 청원의 서명자도 5백만 명을 훌쩍 넘었는데요.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애초 국민투표에 반대했던 노동당에서부터 그동안 금기시돼온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에밀리 손베리/영국 노동당 예비 내각 외무장관 : "국민투표가 다시 실시된다면 틀림없이 EU 잔류를 위해 선거운동을 벌일 것입니다. (제레미 코빈 당대표도 같은 입장인가요?) 물론입니다."]

한국시간으로 내일 새벽부터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는 하되 EU 관세동맹은 잔류하는 안, 국민투표를 다시 하는 방안, 브렉시트를 철회하는 안까지 올려놓고 끝장 투표를 하겠다고 합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준비 없이 강행한 국민투표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영국, 브렉시트 전보다 '고양이'라고 조롱 받을 만큼 오히려 자존심까지 더 구겼습니다.

안갯 속에서 과연 어떤 탈출구를 택할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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