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北 대사관 침입자, 왜 FBI 접촉?…美 국무부, 개입설 부인

입력 2019.03.27 (21:35) 수정 2019.03.2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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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등을 훔쳐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여러 의혹 속에 스페인 법원이 수사 결과를 일부 발표했는데, 대사관을 습격했던 인물이 FBI와 접촉했다고 밝혀서, 궁금증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스페인에 있는 북한 대사관, 경계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배달원이 우편물을 전달하는 문 틈으로 취재진이 따라붙자, 대사관 직원이 황급히 문을 닫습니다.

이곳에 괴한들이 침입한 건 지난달 22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때였습니다.

스페인 법원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보면, 흉기와 모의권총으로 무장한 괴한 10명이 대사관에 침입했습니다.

북한 해방을 위한 인권단체 소속이라고 밝힌 침입자들은 직원들을 묶고 영사에겐 망명을 설득했습니다.

주변의 신고로 경찰이 찾아오자, 침입자 중 한 명이 김일성 뱃지를 달고 나가 직원 행세를 하며 돌려보내기도 했습니다.

5시간 대치 끝에 이들은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휴대전화 등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한국과 미국, 멕시코 등의 국적을 가진 침입자들은 포르투갈을 거쳐 미국으로 향합니다.

사건 발생 닷새 뒤, 침입자 가운데 한 명이, 훔친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뉴욕에서 FBI와 접촉했다고 스페인 법원은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사건 연관성을 공식 부인했습니다.

[로버트 팔라디노/美 국무부 부대변인 : "수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스페인 정부에 문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관건은 훔친 컴퓨터에 어떤 정보가 있었고, 누가, 왜 FBI와 접촉 했는지입니다.

스페인 북한 대사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무 협상을 맡은 김혁철 대표가 2017년까지 대사를 지낸 곳입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 북한 외교관 : "김혁철이 비건 카운터 파트너였던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 같구요. 스페인 대사관이 작은 대사관이거든요. 그만큼 경비가 허술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 두 가지 이유를 잡은 것 같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핵심 암호 프로그램이 담긴 컴퓨터가 도난당했을 개연성을 거론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자국 대사들을 급히 불러들였던 것도 암호 전문으로 지시를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살해된 김정남의 아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반 북한 단체 자유조선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이 벌인 일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FBI의 요청에 따라'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공유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의혹은 더 커진 상황, 스페인 법원은 침입자 두 명의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미국에 송환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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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北 대사관 침입자, 왜 FBI 접촉?…美 국무부, 개입설 부인
    • 입력 2019-03-27 21:40:39
    • 수정2019-03-27 21: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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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등을 훔쳐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여러 의혹 속에 스페인 법원이 수사 결과를 일부 발표했는데, 대사관을 습격했던 인물이 FBI와 접촉했다고 밝혀서, 궁금증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스페인에 있는 북한 대사관, 경계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배달원이 우편물을 전달하는 문 틈으로 취재진이 따라붙자, 대사관 직원이 황급히 문을 닫습니다.

이곳에 괴한들이 침입한 건 지난달 22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때였습니다.

스페인 법원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보면, 흉기와 모의권총으로 무장한 괴한 10명이 대사관에 침입했습니다.

북한 해방을 위한 인권단체 소속이라고 밝힌 침입자들은 직원들을 묶고 영사에겐 망명을 설득했습니다.

주변의 신고로 경찰이 찾아오자, 침입자 중 한 명이 김일성 뱃지를 달고 나가 직원 행세를 하며 돌려보내기도 했습니다.

5시간 대치 끝에 이들은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휴대전화 등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한국과 미국, 멕시코 등의 국적을 가진 침입자들은 포르투갈을 거쳐 미국으로 향합니다.

사건 발생 닷새 뒤, 침입자 가운데 한 명이, 훔친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뉴욕에서 FBI와 접촉했다고 스페인 법원은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사건 연관성을 공식 부인했습니다.

[로버트 팔라디노/美 국무부 부대변인 : "수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스페인 정부에 문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관건은 훔친 컴퓨터에 어떤 정보가 있었고, 누가, 왜 FBI와 접촉 했는지입니다.

스페인 북한 대사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무 협상을 맡은 김혁철 대표가 2017년까지 대사를 지낸 곳입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 북한 외교관 : "김혁철이 비건 카운터 파트너였던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 같구요. 스페인 대사관이 작은 대사관이거든요. 그만큼 경비가 허술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 두 가지 이유를 잡은 것 같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핵심 암호 프로그램이 담긴 컴퓨터가 도난당했을 개연성을 거론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자국 대사들을 급히 불러들였던 것도 암호 전문으로 지시를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살해된 김정남의 아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반 북한 단체 자유조선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이 벌인 일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FBI의 요청에 따라'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공유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의혹은 더 커진 상황, 스페인 법원은 침입자 두 명의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미국에 송환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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