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KT에 아들·딸 ‘꽂아 넣은’ 분들, 지금 떨고 계세요?

입력 2019.03.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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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그룹, 2012년 사상 최대규모 4,000명 채용" (2012.02.22, ○○경제)

2012년 2월, 주요 경제 뉴스를 장식한 기사입니다. 당시엔 저도 '취준생'(취업준비생)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이 기사를 읽은 수많은 '취준생'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국내 굴지의 통신 대기업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을 겁니다. 당연히 '취준'도 더 열심히 했겠죠. 공정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실력'뿐이니까요.

그런데 누군가는 이 기사를 보고,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KT에 입사할 방법 말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은 2012년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부정채용' 증거를 다수 확인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당시 KT 내부에서 누가, 어떤 지시를 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밝혀내는 게 수사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청탁 과정에서 불법성 여부가 있는지도 역시 수사 대상입니다.

◇ '공정한 경쟁' 없이 합격한 9건

2012년 당시 KT 본사 채용은 크게 3가지 ▲대졸 공채 ▲고졸 채용 ▲경력채용으로 나뉩니다. 대졸 공채는 '인재경영실'에서 맡고 있고, 고졸 공채는 '홈고객부문'에서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검찰이 총 9건의 부정채용 사례를 증거로 확인했습니다. 관련자 일부는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어떤 유력인사들이 어느 경로로 청탁했는지 밝혀나갈 예정입니다. 검찰이 확인한 유력인사 관련 KT 부정채용 사례는 대졸 공채(2012년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총 5건이고, 고졸 채용(KT 홈고객부문 채용)에서 4건입니다.

서류 점수를 조작했거나, 면접 점수를 뒤바꾸는 등 합격하지 않았어야 할 사람들이 합격한 경우가 9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9명이 '공정한 경쟁'을 치르지 않고 특혜로 입사했지만, 누군가는 '불공정한 경쟁'의 희생양이 됐을 수 있습니다.


◇ 부정채용 주도 임원 2명 구속

이 부정채용을 주도한 KT 내부 사람들, 어떻게 됐을까요? 2012년 '홈고객부문 사장'이었던 서유열 전 사장은 어제(27일), '인재경영실장'이었던 김 모 전(前) 전무는 지난 13일 검찰에 구속돼 구치소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검찰이 확인한 부정채용 9건을 다시 분석해보겠습니다. 서유열 전 사장이 관여한 부정채용이 6건, 김 전 전무가 주도한 부정채용이 5건입니다. 합하면 9건이 아니라 11건이죠. 2건은 서 전 사장과 김 전 전무가 '중복'으로 관여한 부정채용입니다. 이 2건에 대해선 서 전 사장이 지시하고, 김 전 전무가 받아들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 중입니다.


◇'중복 관여' 2명은 누구 집 아들·딸이시길래

검찰이 확인한 '부정채용' 9명 중 한 명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입니다. 김 의원의 딸은 1단계 서류합격자 명단에도 없다가 4단계 최종합격자 명단에 갑자기 등장했다는 게 검찰 조사 내용입니다. 절차와 규정을 어긴 겁니다.

김 의원은 '딸이 인편으로 서류를 제출했으며 정식 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했다'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을 KBS 취재로 확인했습니다. 취재 결과, 2012년 당시 모 공기업 사장을 지낸 인물이 부정청탁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은 실제 면접 점수 조작 등 부정채용과 연결돼 있는지 수사로 파악해갈 예정입니다.

이제 7명이 남았습니다. 특히 임원 2명이 '중복'으로 관여한 사람들이 누군지 의문이 남습니다. 어느 집 자제분들이 부정 채용으로 KT에 입사했는지 두고 볼 일입니다.


◇ '부정채용' 정점엔 총수 이석채

검찰의 칼끝은 윗선으로 향합니다. KBS 취재결과 이석채 전 회장 비서실이 '관심 있는 채용자 명단'을 구두로 인사부서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무자들은 이 명단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채용 과정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엔 이 사건의 정점엔 이석채 전 KT 회장이 있는 겁니다. 검찰은 곧 이 전 회장을 소환할 예정입니다. 이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서 전 사장이 구속된 만큼, 검찰 수사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서 '2012년 KT 부정 청탁 9인'의 명단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KT에 다니는 유력인사 측근은?

고발 사건인 KT 부정채용 의혹은 2012년 채용으로 검찰 수사대상이 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유력인사의 자녀나 측근들이 KT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황창규 회장 시절인 2015년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측근 영입 논란이 있습니다. KT 민주동지회는 2015년 KT가 홍 의원 보좌관을 포함한 측근 4명을 특혜채용했다고 주장하며 남부지검에 이들 4명을 지난 20일 고발했습니다.

KT 새노조는 최근 성명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법무장관이던 시절 그의 아들이 KT 법무실에서 근무했고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은 KT 대협실 소속으로 국회담당이었다"며 유력 정치인 자제의 부정채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27일 <월간조선>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의 친인척· 유은혜 장관, 노웅래 과방위원장 보좌진도 KT에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시된 인물들은 수사 대상도 아니고, 특혜 채용이라는 근거도 없습니다. 하지만, KT 채용비리 의혹이 커지는 상황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 청년들이 생각하는 '정의'는?

한 검찰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공정한 과정을 '정의'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부정채용 사건은 청년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깊숙이 관련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취준생'과 청년들이 이 수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핵심 KT 임원 2명은 구속됐습니다. 이제 2012년 KT에 아들·딸을 '꽂아 넣은' 분들이 긴장하실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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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KT에 아들·딸 ‘꽂아 넣은’ 분들, 지금 떨고 계세요?
    • 입력 2019-03-28 15:51:45
    취재K

◇ "KT 그룹, 2012년 사상 최대규모 4,000명 채용" (2012.02.22, ○○경제)

2012년 2월, 주요 경제 뉴스를 장식한 기사입니다. 당시엔 저도 '취준생'(취업준비생)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이 기사를 읽은 수많은 '취준생'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국내 굴지의 통신 대기업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을 겁니다. 당연히 '취준'도 더 열심히 했겠죠. 공정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실력'뿐이니까요.

그런데 누군가는 이 기사를 보고,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KT에 입사할 방법 말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은 2012년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부정채용' 증거를 다수 확인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당시 KT 내부에서 누가, 어떤 지시를 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밝혀내는 게 수사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청탁 과정에서 불법성 여부가 있는지도 역시 수사 대상입니다.

◇ '공정한 경쟁' 없이 합격한 9건

2012년 당시 KT 본사 채용은 크게 3가지 ▲대졸 공채 ▲고졸 채용 ▲경력채용으로 나뉩니다. 대졸 공채는 '인재경영실'에서 맡고 있고, 고졸 공채는 '홈고객부문'에서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검찰이 총 9건의 부정채용 사례를 증거로 확인했습니다. 관련자 일부는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어떤 유력인사들이 어느 경로로 청탁했는지 밝혀나갈 예정입니다. 검찰이 확인한 유력인사 관련 KT 부정채용 사례는 대졸 공채(2012년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총 5건이고, 고졸 채용(KT 홈고객부문 채용)에서 4건입니다.

서류 점수를 조작했거나, 면접 점수를 뒤바꾸는 등 합격하지 않았어야 할 사람들이 합격한 경우가 9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9명이 '공정한 경쟁'을 치르지 않고 특혜로 입사했지만, 누군가는 '불공정한 경쟁'의 희생양이 됐을 수 있습니다.


◇ 부정채용 주도 임원 2명 구속

이 부정채용을 주도한 KT 내부 사람들, 어떻게 됐을까요? 2012년 '홈고객부문 사장'이었던 서유열 전 사장은 어제(27일), '인재경영실장'이었던 김 모 전(前) 전무는 지난 13일 검찰에 구속돼 구치소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검찰이 확인한 부정채용 9건을 다시 분석해보겠습니다. 서유열 전 사장이 관여한 부정채용이 6건, 김 전 전무가 주도한 부정채용이 5건입니다. 합하면 9건이 아니라 11건이죠. 2건은 서 전 사장과 김 전 전무가 '중복'으로 관여한 부정채용입니다. 이 2건에 대해선 서 전 사장이 지시하고, 김 전 전무가 받아들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 중입니다.


◇'중복 관여' 2명은 누구 집 아들·딸이시길래

검찰이 확인한 '부정채용' 9명 중 한 명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입니다. 김 의원의 딸은 1단계 서류합격자 명단에도 없다가 4단계 최종합격자 명단에 갑자기 등장했다는 게 검찰 조사 내용입니다. 절차와 규정을 어긴 겁니다.

김 의원은 '딸이 인편으로 서류를 제출했으며 정식 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했다'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을 KBS 취재로 확인했습니다. 취재 결과, 2012년 당시 모 공기업 사장을 지낸 인물이 부정청탁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은 실제 면접 점수 조작 등 부정채용과 연결돼 있는지 수사로 파악해갈 예정입니다.

이제 7명이 남았습니다. 특히 임원 2명이 '중복'으로 관여한 사람들이 누군지 의문이 남습니다. 어느 집 자제분들이 부정 채용으로 KT에 입사했는지 두고 볼 일입니다.


◇ '부정채용' 정점엔 총수 이석채

검찰의 칼끝은 윗선으로 향합니다. KBS 취재결과 이석채 전 회장 비서실이 '관심 있는 채용자 명단'을 구두로 인사부서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무자들은 이 명단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채용 과정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엔 이 사건의 정점엔 이석채 전 KT 회장이 있는 겁니다. 검찰은 곧 이 전 회장을 소환할 예정입니다. 이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서 전 사장이 구속된 만큼, 검찰 수사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서 '2012년 KT 부정 청탁 9인'의 명단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KT에 다니는 유력인사 측근은?

고발 사건인 KT 부정채용 의혹은 2012년 채용으로 검찰 수사대상이 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유력인사의 자녀나 측근들이 KT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황창규 회장 시절인 2015년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측근 영입 논란이 있습니다. KT 민주동지회는 2015년 KT가 홍 의원 보좌관을 포함한 측근 4명을 특혜채용했다고 주장하며 남부지검에 이들 4명을 지난 20일 고발했습니다.

KT 새노조는 최근 성명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법무장관이던 시절 그의 아들이 KT 법무실에서 근무했고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은 KT 대협실 소속으로 국회담당이었다"며 유력 정치인 자제의 부정채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27일 <월간조선>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의 친인척· 유은혜 장관, 노웅래 과방위원장 보좌진도 KT에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시된 인물들은 수사 대상도 아니고, 특혜 채용이라는 근거도 없습니다. 하지만, KT 채용비리 의혹이 커지는 상황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 청년들이 생각하는 '정의'는?

한 검찰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공정한 과정을 '정의'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부정채용 사건은 청년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깊숙이 관련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취준생'과 청년들이 이 수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핵심 KT 임원 2명은 구속됐습니다. 이제 2012년 KT에 아들·딸을 '꽂아 넣은' 분들이 긴장하실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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