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의 시대① 추억의 ‘방판’이 내 손 안에…“잇템이 오는 길”

입력 2019.03.30 (14:00) 수정 2019.04.0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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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판의 추억
당신은 ‘방판’ 아주머니에 대한 추억이 있는가. 가끔 어머니를 찾아 정기적으로 집을 방문하셨던 그 아주머니. 한 손엔 화장품, 그리고 한 손엔 화장품 샘플을 가득 들고 집을 찾으셨던 그분을 말이다. 방판 아주머니들은 가끔 서비스로 마스크 팩을 해주시기도 하면서, 어머니들의 환대를 한몸에 받곤 했다.

방문 판매원으로 40년 넘게 일해 온 사순덕 (80) 씨는 “한 때 화장품을 잘 팔 때는 하루에 100만 원도 넘게 팔곤 했다”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니 뿌듯했다.”라고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도 방판 판매원은 3만 명 정도”며, “방문 판매원 숫자 자체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길거리마다 화장품 로드숍이 넘쳐나고,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화장품, 옷, 신발 등 온갖 패션 잡화를 택배로 받아볼 수 있는 요즘, 방문 판매의 영향력은 당연히 예전 같을 수 없다.

특히 자기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보 검색에 능한 요즘 세대들은 방문판매원들이 집으로 가져오는 물건보다는, 자신이 좀 더 능동적으로 찾아낸 물건, 혹은 또래 집단에서 소위 핫한 이들이 착용한 물건을 찾아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용하고 코디하기를 즐긴다.

허율(29, 직장인)씨는 “그냥 옷을 사는 게 아니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을 하는 것”이라며 “일단 그렇게 조합해 놓은 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입한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에서 만나는 나의 스타, 나의 MD
지난 2017년 국내 화장품 시장의 규모 13조 1,500억 원 규모.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42조 3,000억을 넘어선다. 그렇다면 요즘 이 커다란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옛날처럼 가가호호 방문해 물건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게 주력 마케팅이 될 수 없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는가.

업계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이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SNS 유명인’을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유튜버 김습습과 함께 트윙클 요정 에디션 마케팅을 펼쳤다. 김습습 씨가 새로 출시된 이니스프리의 트윙클 요정 화장품 라인을 직접 써보며 화장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브랜드 '한율'은 유튜버 박민정과 함께 ‘한율 자연을 닮은 비누 쌀’을 온라인몰에 론칭했다. 제품의 상징으로 유튜버를 내세운 셈이다.


이렇게 신제품 론칭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상당수의 유튜버들과 화장품 회사들이 함께 마케팅을 펼친다. 화장품회사는 유튜버에게 광고비를 지불하고, 유튜버들은 화장품 사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소비자들은 이 영상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제품은 발색은 어떤지, (색깔이 코랄인지, 쨍한 코랄인지, 다크한 코랄인지..) 제품의 지속력은 좋은지 등을 유튜버의 입을 통해 설명한다.

그런가하면, 애경은 알,쓸,생,뷰라는 이름으로 자사 제품을 사용한 유튜버들의 영상을 기획했다. 애경 관계자는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효과가 크다"며 "유튜버들의 영상을 많이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스타 속 인플루언서들의 사진 한 장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이들이 입는 옷, 신는 신발, 심지어 행사장, 놀이공원 방문까지 광고인 경우가 많다.

이랜드는 지난 23일 대구 테마파크 '이월드'에서 놀이기구 스카이드롭을 개시한 기념으로 '얼짱' 출신 홍영기(팔로워 50만), 대구 인플루언서 박병창(팔로워 31만) 등을 초대했다.


인플루언서들은 이렇게 사진 속 공간이나, 제품에 브랜드 이름을 태그하고, 설명에 정보를 제공한다. (설명을 제공하지 않아도, 사용자들이 어떤 제품인지 찾아내는 경우도 흔하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제품 광고비가 인플루언서의 유명세에 따라 크게는 몇 백 만원으로 책정되기도 한다.


업계가 이들에게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고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팔로워 수가 많은 인플루언서들의 인스타그램에는 이들이 착용한 모자, 신발, 릭스틱, 옷 등에 대한 정보를 묻는 댓글들이 가득하다.

“언니, 너무 예뻐요. 그 립 제품 좀 알려줘세요”, “모자 어디꺼에요. 궁금해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알게 된 소비자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상품을 찾고, 이를 주문한다. 집까지 찾아오는 방문판매가 아닌, 내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 제품 홍보와 설명, 구매까지 이루어지는 셈이다. 팔로워가 더 많을수록, 스타성이 더 강할수록, 이른바 '인싸'(인사이더)들과 많이 연결된 사람일수록 유통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커진다.

왜 소비자들은 이들에게 열광할까
그런데 여기서 한번 궁금증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소위 말하는 연예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당수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시장은 이들에게 열광할까? 많은 사람이 이들을 이렇게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

업계 관계자인 데이터블 대표 이종대 씨는 “이들이 잘 세팅되고 꾸며진 모습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저 입술 색깔은 무엇일까’, ‘저 옷은 어디꺼지?’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먼 곳에 있는 연예인과는 다르게, 나와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일반인이라는 점이 더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모방심리를 가져온다”며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활발하게 댓글도 달아주고 DM(다이렉트 메시지)에도 답장을 해주니, 소통에도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90년대 생부터는 콘텐츠를 글로 읽는 것보다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접하는게 익숙한 영상 세대”라며 “이들은 모바일에 사진이나 영상물로 올라온 감각적인 그림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플루언서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고, 이 두 플랫폼 다 모두 이미지와 영상을 기반으로 한다”며 “이들이 요즘 이 동영상 시대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②편에 계속)

[연관기사]
인플루언서의 시대① 추억의 ‘방판’이 내 손 안에…“잇템이 오는 길”
인플루언서의 시대② 인플루언서들을 만나다
인플루언서의 시대③ 데이터 지도로 보는 인플루언서…‘핵인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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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루언서의 시대① 추억의 ‘방판’이 내 손 안에…“잇템이 오는 길”
    • 입력 2019-03-30 14:00:23
    • 수정2019-04-01 07:03:52
    취재K
방판의 추억
당신은 ‘방판’ 아주머니에 대한 추억이 있는가. 가끔 어머니를 찾아 정기적으로 집을 방문하셨던 그 아주머니. 한 손엔 화장품, 그리고 한 손엔 화장품 샘플을 가득 들고 집을 찾으셨던 그분을 말이다. 방판 아주머니들은 가끔 서비스로 마스크 팩을 해주시기도 하면서, 어머니들의 환대를 한몸에 받곤 했다.

방문 판매원으로 40년 넘게 일해 온 사순덕 (80) 씨는 “한 때 화장품을 잘 팔 때는 하루에 100만 원도 넘게 팔곤 했다”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니 뿌듯했다.”라고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도 방판 판매원은 3만 명 정도”며, “방문 판매원 숫자 자체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길거리마다 화장품 로드숍이 넘쳐나고,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화장품, 옷, 신발 등 온갖 패션 잡화를 택배로 받아볼 수 있는 요즘, 방문 판매의 영향력은 당연히 예전 같을 수 없다.

특히 자기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보 검색에 능한 요즘 세대들은 방문판매원들이 집으로 가져오는 물건보다는, 자신이 좀 더 능동적으로 찾아낸 물건, 혹은 또래 집단에서 소위 핫한 이들이 착용한 물건을 찾아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용하고 코디하기를 즐긴다.

허율(29, 직장인)씨는 “그냥 옷을 사는 게 아니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을 하는 것”이라며 “일단 그렇게 조합해 놓은 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입한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에서 만나는 나의 스타, 나의 MD
지난 2017년 국내 화장품 시장의 규모 13조 1,500억 원 규모.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42조 3,000억을 넘어선다. 그렇다면 요즘 이 커다란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옛날처럼 가가호호 방문해 물건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게 주력 마케팅이 될 수 없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는가.

업계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이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SNS 유명인’을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유튜버 김습습과 함께 트윙클 요정 에디션 마케팅을 펼쳤다. 김습습 씨가 새로 출시된 이니스프리의 트윙클 요정 화장품 라인을 직접 써보며 화장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브랜드 '한율'은 유튜버 박민정과 함께 ‘한율 자연을 닮은 비누 쌀’을 온라인몰에 론칭했다. 제품의 상징으로 유튜버를 내세운 셈이다.


이렇게 신제품 론칭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상당수의 유튜버들과 화장품 회사들이 함께 마케팅을 펼친다. 화장품회사는 유튜버에게 광고비를 지불하고, 유튜버들은 화장품 사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소비자들은 이 영상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제품은 발색은 어떤지, (색깔이 코랄인지, 쨍한 코랄인지, 다크한 코랄인지..) 제품의 지속력은 좋은지 등을 유튜버의 입을 통해 설명한다.

그런가하면, 애경은 알,쓸,생,뷰라는 이름으로 자사 제품을 사용한 유튜버들의 영상을 기획했다. 애경 관계자는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효과가 크다"며 "유튜버들의 영상을 많이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스타 속 인플루언서들의 사진 한 장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이들이 입는 옷, 신는 신발, 심지어 행사장, 놀이공원 방문까지 광고인 경우가 많다.

이랜드는 지난 23일 대구 테마파크 '이월드'에서 놀이기구 스카이드롭을 개시한 기념으로 '얼짱' 출신 홍영기(팔로워 50만), 대구 인플루언서 박병창(팔로워 31만) 등을 초대했다.


인플루언서들은 이렇게 사진 속 공간이나, 제품에 브랜드 이름을 태그하고, 설명에 정보를 제공한다. (설명을 제공하지 않아도, 사용자들이 어떤 제품인지 찾아내는 경우도 흔하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제품 광고비가 인플루언서의 유명세에 따라 크게는 몇 백 만원으로 책정되기도 한다.


업계가 이들에게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고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팔로워 수가 많은 인플루언서들의 인스타그램에는 이들이 착용한 모자, 신발, 릭스틱, 옷 등에 대한 정보를 묻는 댓글들이 가득하다.

“언니, 너무 예뻐요. 그 립 제품 좀 알려줘세요”, “모자 어디꺼에요. 궁금해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알게 된 소비자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상품을 찾고, 이를 주문한다. 집까지 찾아오는 방문판매가 아닌, 내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 제품 홍보와 설명, 구매까지 이루어지는 셈이다. 팔로워가 더 많을수록, 스타성이 더 강할수록, 이른바 '인싸'(인사이더)들과 많이 연결된 사람일수록 유통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커진다.

왜 소비자들은 이들에게 열광할까
그런데 여기서 한번 궁금증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소위 말하는 연예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당수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시장은 이들에게 열광할까? 많은 사람이 이들을 이렇게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

업계 관계자인 데이터블 대표 이종대 씨는 “이들이 잘 세팅되고 꾸며진 모습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저 입술 색깔은 무엇일까’, ‘저 옷은 어디꺼지?’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먼 곳에 있는 연예인과는 다르게, 나와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일반인이라는 점이 더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모방심리를 가져온다”며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활발하게 댓글도 달아주고 DM(다이렉트 메시지)에도 답장을 해주니, 소통에도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90년대 생부터는 콘텐츠를 글로 읽는 것보다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접하는게 익숙한 영상 세대”라며 “이들은 모바일에 사진이나 영상물로 올라온 감각적인 그림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플루언서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고, 이 두 플랫폼 다 모두 이미지와 영상을 기반으로 한다”며 “이들이 요즘 이 동영상 시대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②편에 계속)

[연관기사]
인플루언서의 시대① 추억의 ‘방판’이 내 손 안에…“잇템이 오는 길”
인플루언서의 시대② 인플루언서들을 만나다
인플루언서의 시대③ 데이터 지도로 보는 인플루언서…‘핵인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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