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도 맥도 없었다…스필버그가 애플 발표장에 등장한 이유

입력 2019.03.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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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 25일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발표한 여러가지 서비스 중에 시장 반응이 가장 큰 것은 '애플TV+'다. 애플은 이미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를 갖고 있는데 왜 '플러스'를 발표했을까. 그 해답은 OTT의 흐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OTT는 'Over The Top'의 약자다. 2013년 구글이 크롬캐스트를 출시하면서 이 단어가 확산됐는데 당시에는 스마트폰으로 보는 화면을 TV로 전환해 본다는 이른바 '미러링(mirroring)' 개념에 가까웠다.

그러나 OTT의 마지막 T가 TV셋톱박스를 의미한다는 점, 즉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을 보는데 중간에 어떤 기기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근들어 OTT의 의미는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스트리밍) 영상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니까 애플은 셋톱박스 형태의 서비스를 내놓을때부터 OTT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고 이번에 발표한 플러스를 통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애플의 OTT, 아이폰은 포기했나?

글로벌 OTT 시장의 선두주자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월 시가총액 약 173조원을 기록했고 현재 1억39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에 유통한 ‘킹덤’ (넷플릭스 캡처)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에 유통한 ‘킹덤’ (넷플릭스 캡처)

자체 콘텐츠 제작에도 열을 올리며 국내에서도 LG유플러스와 제휴하고 최근에는 '킹덤' 시즌1을 공개하면서 가입자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런 측면에서 애플은 사실상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애플이 스필버그 감독까지 발표장에 데려오면서 내세운 전략의 이면에는 플랫폼 자신감이 있다.

애플의 발표에서 보듯 TV+의 기본 고객은 애플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아이폰 사용자는 1억 8900만명에 달한다. 모든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지는않겠지만 적어도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는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아이폰 실적이 줄어드는 것과 관련해 '콘텐츠 서비스' 중심의 이번 발표가 악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또다른 일각에서는 애플의 전략적 판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애플 실적은 전년대비 감소했다. 그러나 음악이나 앱 등 서비스 부문은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해 어차피 하드웨어 기반의 스마트폰 기능 경쟁은 제한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스티븐스필버그 감독까지 발표장에 올리며 내세운 전략 이면에는 플랫폼 자신감이 있다.(애플 발표 중계 캡처)애플이 스티븐스필버그 감독까지 발표장에 올리며 내세운 전략 이면에는 플랫폼 자신감이 있다.(애플 발표 중계 캡처)

무리한 경쟁보다 왜 써야하는지가 중요

결국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태블릿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는 것이 돌파구가 된다.

5G 통신의 가장 큰 특징은 대용량 서비스, 초저지연이다. VR, AR과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하지만 더 현실적인 변화는 대용량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단순히 기기만 사는 것이 아니라 기기 속에 포함된 콘텐츠를 사는 것이 더 유인효과가 크지 않을까. 애플은 자사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일종의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할 이유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왜 이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426억 달러, 이는 글로벌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411억 달러)을 넘어선 규모다. 인터넷과 연결된 모든 기기는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도구라는 측면에서 애플이 발표한 OTT는 국내 제조사나 미디어업계가 주목해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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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폰도 맥도 없었다…스필버그가 애플 발표장에 등장한 이유
    • 입력 2019-03-30 15:55:13
    취재K
애플이 지난 25일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발표한 여러가지 서비스 중에 시장 반응이 가장 큰 것은 '애플TV+'다. 애플은 이미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를 갖고 있는데 왜 '플러스'를 발표했을까. 그 해답은 OTT의 흐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OTT는 'Over The Top'의 약자다. 2013년 구글이 크롬캐스트를 출시하면서 이 단어가 확산됐는데 당시에는 스마트폰으로 보는 화면을 TV로 전환해 본다는 이른바 '미러링(mirroring)' 개념에 가까웠다.

그러나 OTT의 마지막 T가 TV셋톱박스를 의미한다는 점, 즉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을 보는데 중간에 어떤 기기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근들어 OTT의 의미는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스트리밍) 영상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니까 애플은 셋톱박스 형태의 서비스를 내놓을때부터 OTT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고 이번에 발표한 플러스를 통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애플의 OTT, 아이폰은 포기했나?

글로벌 OTT 시장의 선두주자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월 시가총액 약 173조원을 기록했고 현재 1억39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에 유통한 ‘킹덤’ (넷플릭스 캡처)
자체 콘텐츠 제작에도 열을 올리며 국내에서도 LG유플러스와 제휴하고 최근에는 '킹덤' 시즌1을 공개하면서 가입자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런 측면에서 애플은 사실상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애플이 스필버그 감독까지 발표장에 데려오면서 내세운 전략의 이면에는 플랫폼 자신감이 있다.

애플의 발표에서 보듯 TV+의 기본 고객은 애플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아이폰 사용자는 1억 8900만명에 달한다. 모든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지는않겠지만 적어도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는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아이폰 실적이 줄어드는 것과 관련해 '콘텐츠 서비스' 중심의 이번 발표가 악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또다른 일각에서는 애플의 전략적 판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애플 실적은 전년대비 감소했다. 그러나 음악이나 앱 등 서비스 부문은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해 어차피 하드웨어 기반의 스마트폰 기능 경쟁은 제한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스티븐스필버그 감독까지 발표장에 올리며 내세운 전략 이면에는 플랫폼 자신감이 있다.(애플 발표 중계 캡처)
무리한 경쟁보다 왜 써야하는지가 중요

결국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태블릿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는 것이 돌파구가 된다.

5G 통신의 가장 큰 특징은 대용량 서비스, 초저지연이다. VR, AR과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하지만 더 현실적인 변화는 대용량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단순히 기기만 사는 것이 아니라 기기 속에 포함된 콘텐츠를 사는 것이 더 유인효과가 크지 않을까. 애플은 자사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일종의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할 이유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왜 이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426억 달러, 이는 글로벌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411억 달러)을 넘어선 규모다. 인터넷과 연결된 모든 기기는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도구라는 측면에서 애플이 발표한 OTT는 국내 제조사나 미디어업계가 주목해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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