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봉 서훈 논란①] ‘뜨거운 인물’ 약산 김원봉…서훈할 것이냐 말 것이냐

입력 2019.04.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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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숫자 '100'이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습니다. 대부분은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죠. 그런데 올해로 100년을 맞이한 게 또 있습니다. 올해는 그 유명한 '의열단'이 창단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항일무장단체로 이름을 날린 의열단은 1919년 11월 창립됐습니다. 단장이 바로 약산 김원봉입니다.

김원봉은 의열단 활동 외에도 조선의용대 대장,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장, 한국광복군 부사령관을 거치며 줄기차게 독립운동에 힘쓴 인물입니다. 주로 중국에서 활동하다 해방 후에 귀국했고, 월북해 조선인민공화국의 초대 국가검열상, 로동상 등을 거쳤습니다. 이후 1958년 숙청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원봉은 2019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독립운동가입니다. 의열단, 임시정부 100주년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서훈' 논쟁이 치열합니다. 김원봉은 독립운동 공적에도 불구하고 월북 후 행적을 이유로 훈장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광복에 기여한 점을 인정해 훈장을 수여해야 할까요, 아니면 북한 정권 수립에 이바지했기 때문에 수여해선 안 되는 것일까요?

먼저 약산 김원봉이 어떻게 최근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됐고, 또 서훈 논쟁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이어 다음 기사에서는 김원봉의 재북 행적에 대해 정리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 서훈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판단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암살’(2015) 중 김원봉(왼쪽)과 김구(오른쪽)영화 ‘암살’(2015) 중 김원봉(왼쪽)과 김구(오른쪽)

영화 <암살>과 문재인 대통령
김원봉은 최근 몇 년 동안 미디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일 겁니다. 2015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 <암살>에서 배우 조승우가 맡은 역이 바로 김원봉입니다. 극 중 김원봉이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오." 하고 인사하는 대사는 아직도 회자될 정도입니다. 이후 영화 <밀정>에서는 배우 이병헌이 김원봉을 모델로 한 인물인 정채산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김원봉은 배포가 크고 무게감 있는, '거물급' 독립운동가로 등장하면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김원봉이 다시금 주목받으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당 대표 시절인 2015년 8월 15일, 페이스북에 <약산 김원봉 선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문재인 당시 당 대표는 영화 <암살>에 나온 김원봉을 언급하면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은 독립운동대로 평가하고, 해방 후의 사회주의 활동은 별도로 평가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글은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에 남아 있습니다.


출처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출처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뿐만이 아닙니다. 2015년 당시 영화 <암살>을 계기로 여러 미디어와 단체들에서 '김원봉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여러 매체가 김원봉의 여동생을 찾아 인터뷰했고, 왜 서훈을 받지 못했는지 취재했습니다. 김원봉의 고향인 밀양시의 새누리당 황걸연 시의원은 서훈 신청을 추진해야 한다고 공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훈장도 못 받은 '비운의 독립운동가'?
김원봉의 서훈 논쟁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05년, 김원봉의 동생이 당시 마산보훈지청에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달라며 신청서를 냈습니다. 당시 정부가 여운형 등 일부 사회주의 계열 운동가를 서훈하기로 의결하자, 김원봉의 가족도 용기를 낸 겁니다. 김원봉 여동생은 당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몽양 (여운형) 선생에게도 훈장이 추서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갖고 신청하게 됐다"면서 "오빠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기 밀양에서는 항일운동 기념단체들이 주축이 돼 김원봉 서훈 추진 서명운동도 벌어졌습니다. 2007년 당시 밀양시장이었던 엄용수 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도 서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몇 차례 더 서훈 신청이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김원봉은 대한민국의 훈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해방 후 월북해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던 행적 때문입니다. 이렇게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김원봉은 '북도 남도 버린 인물', '서훈도 받지 못한 비운의 독립운동가'로 알려집니다.

김원봉 막냇동생 故 김학봉의 생전 모습 (출처: 연합뉴스)김원봉 막냇동생 故 김학봉의 생전 모습 (출처: 연합뉴스)

'김원봉 서훈' 권고…보훈처 입장은 물음표
김원봉의 독립운동 공적을 폄훼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김원봉 서훈을 반대하고 있는 현 야당 국회의원들조차도 그의 독립운동의 공은 인정한다고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김원봉이 해방 후 월북한 행적이 있는 만큼, 그에게 '대한민국의 훈장'을 수여해야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여서 찬반 논란이 거셉니다.

올해, 3·1운동, 임시정부수립, 의열단 창립 100주년을 맞아 다시 김원봉 서훈 논쟁이 뜨겁습니다. 중요한 해이다 보니, 연초부터 김원봉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서훈 문제도 언급됐습니다. 본격적으로 논쟁에 불이 붙은 건 지난 2월입니다. 국가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에서 올 3·1절을 맞아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도록 보훈처에 권고했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혁신위는 권고안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군무부장,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낸 의열단 단장 김원봉조차 독립유공자로 대우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보훈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원봉 등 독립유공자로 평가돼야 할 독립운동가들에게 적정 서훈을 함으로써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김원봉에 대한 서훈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보훈처는 서둘러 "김원봉에 대하여 3·1절 계기 서훈을 검토한 바 없다"며, 현행 독립유공자 서훈 기준으로는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선정이 불가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실제로 3·1절에 서훈하지도 않았죠. 하지만, 보훈처는 "혁신위의 권고를 따르기 위해서는 심사기준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 여론을 고려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단서를 붙이며 일말의 가능성을 남겼는데, 이것이 이후 정치권에서의 논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서훈할 것이냐, 말 것이냐…보훈처장 해임 논란까지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피우진 보훈처장을 곤란하게 한 질문, 바로 '김원봉을 서훈할 것인지'였습니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되지 않지만 (서훈 수여)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이 "북한 정권수립에 직접 기여한 사람도 보훈 대상자가 되면 김일성도 독립운동 때 큰 역할을 했으니 훈장을 줘야 하고, 그 손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한테는 보훈연금을 줘야 한다"고 지적하자, "우리가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북한 정권에 기여했다고 해서 (서훈 수여를) 검토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국가보훈처에서는 급히 입장을 내고 "김원봉 선생은 현행 심사기준으로는 포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심사기준을 개선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고, 보훈처장이 답변한 내용은 각계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앞서, 올해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때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그 이상의 진전은 없다고 설명한 것입니다.

정치권 공방이 뜨겁습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급기야 피우진 보훈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촉구 사유 중 하나로 김원봉 서훈 추진을 언급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김원봉은 "뼛속까지 북한 공산주의자"라며, 김원봉에게 서훈을 수여하는 것은 "6·25 전쟁 남침을 주도하고 국토를 폐허로 만든 자를 국가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기리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에서 "독립운동과 친일청산 노력을 색깔론 정쟁으로 폄훼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국민은 없다"고 맞섰고, 민주평화당도 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을 내, "독립운동가에게 또 다른 빨갱이 딱지를 붙였다"며 비난했습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김원봉을 서훈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일부 최고의원을 중심으로 한국 독립운동사가 이제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정도입니다.

김원봉에게 훈장을 수여해야 할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해, 2019년은 여러모로 특별한 해인 만큼, 매 기념일을 중심으로 논쟁이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질 기사에서 김원봉의 해방 전후 행적에 대해 짚어보고, 일부 세간에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 잡고자 합니다. 또, 현행 서훈 제도와 김원봉의 서훈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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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봉 서훈 논란①] ‘뜨거운 인물’ 약산 김원봉…서훈할 것이냐 말 것이냐
    • 입력 2019-04-02 17:07:54
    취재K
전국에 숫자 '100'이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습니다. 대부분은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죠. 그런데 올해로 100년을 맞이한 게 또 있습니다. 올해는 그 유명한 '의열단'이 창단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항일무장단체로 이름을 날린 의열단은 1919년 11월 창립됐습니다. 단장이 바로 약산 김원봉입니다.

김원봉은 의열단 활동 외에도 조선의용대 대장,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장, 한국광복군 부사령관을 거치며 줄기차게 독립운동에 힘쓴 인물입니다. 주로 중국에서 활동하다 해방 후에 귀국했고, 월북해 조선인민공화국의 초대 국가검열상, 로동상 등을 거쳤습니다. 이후 1958년 숙청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원봉은 2019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독립운동가입니다. 의열단, 임시정부 100주년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서훈' 논쟁이 치열합니다. 김원봉은 독립운동 공적에도 불구하고 월북 후 행적을 이유로 훈장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광복에 기여한 점을 인정해 훈장을 수여해야 할까요, 아니면 북한 정권 수립에 이바지했기 때문에 수여해선 안 되는 것일까요?

먼저 약산 김원봉이 어떻게 최근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됐고, 또 서훈 논쟁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이어 다음 기사에서는 김원봉의 재북 행적에 대해 정리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 서훈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판단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암살’(2015) 중 김원봉(왼쪽)과 김구(오른쪽)
영화 <암살>과 문재인 대통령
김원봉은 최근 몇 년 동안 미디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일 겁니다. 2015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 <암살>에서 배우 조승우가 맡은 역이 바로 김원봉입니다. 극 중 김원봉이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오." 하고 인사하는 대사는 아직도 회자될 정도입니다. 이후 영화 <밀정>에서는 배우 이병헌이 김원봉을 모델로 한 인물인 정채산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김원봉은 배포가 크고 무게감 있는, '거물급' 독립운동가로 등장하면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김원봉이 다시금 주목받으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당 대표 시절인 2015년 8월 15일, 페이스북에 <약산 김원봉 선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문재인 당시 당 대표는 영화 <암살>에 나온 김원봉을 언급하면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은 독립운동대로 평가하고, 해방 후의 사회주의 활동은 별도로 평가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글은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에 남아 있습니다.


출처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뿐만이 아닙니다. 2015년 당시 영화 <암살>을 계기로 여러 미디어와 단체들에서 '김원봉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여러 매체가 김원봉의 여동생을 찾아 인터뷰했고, 왜 서훈을 받지 못했는지 취재했습니다. 김원봉의 고향인 밀양시의 새누리당 황걸연 시의원은 서훈 신청을 추진해야 한다고 공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훈장도 못 받은 '비운의 독립운동가'?
김원봉의 서훈 논쟁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05년, 김원봉의 동생이 당시 마산보훈지청에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달라며 신청서를 냈습니다. 당시 정부가 여운형 등 일부 사회주의 계열 운동가를 서훈하기로 의결하자, 김원봉의 가족도 용기를 낸 겁니다. 김원봉 여동생은 당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몽양 (여운형) 선생에게도 훈장이 추서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갖고 신청하게 됐다"면서 "오빠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기 밀양에서는 항일운동 기념단체들이 주축이 돼 김원봉 서훈 추진 서명운동도 벌어졌습니다. 2007년 당시 밀양시장이었던 엄용수 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도 서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몇 차례 더 서훈 신청이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김원봉은 대한민국의 훈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해방 후 월북해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던 행적 때문입니다. 이렇게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김원봉은 '북도 남도 버린 인물', '서훈도 받지 못한 비운의 독립운동가'로 알려집니다.

김원봉 막냇동생 故 김학봉의 생전 모습 (출처: 연합뉴스)
'김원봉 서훈' 권고…보훈처 입장은 물음표
김원봉의 독립운동 공적을 폄훼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김원봉 서훈을 반대하고 있는 현 야당 국회의원들조차도 그의 독립운동의 공은 인정한다고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김원봉이 해방 후 월북한 행적이 있는 만큼, 그에게 '대한민국의 훈장'을 수여해야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여서 찬반 논란이 거셉니다.

올해, 3·1운동, 임시정부수립, 의열단 창립 100주년을 맞아 다시 김원봉 서훈 논쟁이 뜨겁습니다. 중요한 해이다 보니, 연초부터 김원봉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서훈 문제도 언급됐습니다. 본격적으로 논쟁에 불이 붙은 건 지난 2월입니다. 국가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에서 올 3·1절을 맞아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도록 보훈처에 권고했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혁신위는 권고안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군무부장,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낸 의열단 단장 김원봉조차 독립유공자로 대우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보훈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원봉 등 독립유공자로 평가돼야 할 독립운동가들에게 적정 서훈을 함으로써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김원봉에 대한 서훈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보훈처는 서둘러 "김원봉에 대하여 3·1절 계기 서훈을 검토한 바 없다"며, 현행 독립유공자 서훈 기준으로는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선정이 불가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실제로 3·1절에 서훈하지도 않았죠. 하지만, 보훈처는 "혁신위의 권고를 따르기 위해서는 심사기준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 여론을 고려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단서를 붙이며 일말의 가능성을 남겼는데, 이것이 이후 정치권에서의 논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서훈할 것이냐, 말 것이냐…보훈처장 해임 논란까지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피우진 보훈처장을 곤란하게 한 질문, 바로 '김원봉을 서훈할 것인지'였습니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되지 않지만 (서훈 수여)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이 "북한 정권수립에 직접 기여한 사람도 보훈 대상자가 되면 김일성도 독립운동 때 큰 역할을 했으니 훈장을 줘야 하고, 그 손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한테는 보훈연금을 줘야 한다"고 지적하자, "우리가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북한 정권에 기여했다고 해서 (서훈 수여를) 검토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국가보훈처에서는 급히 입장을 내고 "김원봉 선생은 현행 심사기준으로는 포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심사기준을 개선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고, 보훈처장이 답변한 내용은 각계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앞서, 올해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때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그 이상의 진전은 없다고 설명한 것입니다.

정치권 공방이 뜨겁습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급기야 피우진 보훈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촉구 사유 중 하나로 김원봉 서훈 추진을 언급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김원봉은 "뼛속까지 북한 공산주의자"라며, 김원봉에게 서훈을 수여하는 것은 "6·25 전쟁 남침을 주도하고 국토를 폐허로 만든 자를 국가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기리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에서 "독립운동과 친일청산 노력을 색깔론 정쟁으로 폄훼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국민은 없다"고 맞섰고, 민주평화당도 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을 내, "독립운동가에게 또 다른 빨갱이 딱지를 붙였다"며 비난했습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김원봉을 서훈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일부 최고의원을 중심으로 한국 독립운동사가 이제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정도입니다.

김원봉에게 훈장을 수여해야 할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해, 2019년은 여러모로 특별한 해인 만큼, 매 기념일을 중심으로 논쟁이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질 기사에서 김원봉의 해방 전후 행적에 대해 짚어보고, 일부 세간에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 잡고자 합니다. 또, 현행 서훈 제도와 김원봉의 서훈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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