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안하면 청년 아닌가요?”…청년 눈에 눈물나게 한 정책 현주소

입력 2019.04.02 (19:54) 수정 2019.04.0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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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문재인 대통령이 연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담회'에서는 한 관계자의 눈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얘기입니다. 엄 대표는 80명의 진보·보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청년 문제를 이야기하다, 터져나온 울음으로 준비한 발언을 마치지 못했는데요. 엄 대표가 갑자기 '울컥' 하고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구직자가 아니면 청년이 아니다?

우선 우리 법이 '청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별로 어렵진 않습니다. 1,400여개에 달하는 법률 가운데 '청년'에 대한 법은 딱 1개 뿐이거든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만들어진 '청년고용촉진 특별법'(당시 법률명 '청년실업해소 특별법')입니다. 이 법에서 청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볼까요?


물론 청년층에게 취업이 중요한 이슈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삶의 모습이 다양해지면서 취업의 형태도, 시기도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청년들이 겪는 문제가 '취업'에만 국한되는것도 아니죠. 주거, 건강, 부채, 젠더 문제 등 청년들이 직면해야 하는 문제들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에서 청년은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다 보니 청년과 관련된 사업과 정책들도 대부분 여기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엄 대표는 이처럼 모든 청년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된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20대에 평생 직장에 취업해서, 때가 되면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가 필수이던 시대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진 않잖아요. 삶의 형태가 달라진 만큼 청년들이 겪는 문제도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지금의 청년 정책은 일자리 중심 정책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봐요"

반대하는 사람 없는데...'청년기본법'은 5년째 표류 중

엄 대표는 미래 사회를 위한 정책으로서의 청년 법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가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폭넓게 다룰 수 있는 기본 법안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청년기본법'에서는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청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법률의 목적입니다. 청년을 '취업하고 싶은 사람'으로 한정하지 않은 겁니다.

2014년 3월, 민주당 박기춘 의원 등 27명이 처음 이런 취지의 법을 발의했고, 청년들 사이에서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7년에는 법 제정 요구가 본격화 됐습니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의 청년단체에서는 '청년기본법 제정 운동'을 벌이며 1만여 명의 서명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서명 받아 전달한 지가 3년째인데, 그동안 '될거다"라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문제가 뭐고 쟁점이 뭔지, 확인이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딱 쥐고 가는 부서가 없으니까 진행이 잘 안됐던 거에요" (엄창환 대표)

상황에 따라 이슈에 따라... 청년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정치인들은 많았지만, 정해진 소통창구나 담당부서는 없었다고 엄 대표는 아쉬워 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는데,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도 없었던 겁니다.

청년들의 노력으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청년기본조례'가 마련됐지만,정작 조례를 뒷받침할 법률은 없는 이상한 상황, 대한민국 청년 정책의 현주소입니다.

청년단체 대표의 눈물…청년 위한 선물 될까?

그러는 동안 청년들은 생활에 쫓기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엄 대표는 청와대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를 언급했는데요, 엄 대표가 울먹였던 게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는 얘기에 정규직 청년들이 반대하는 사회. 엄 대표는 그런 모습이 가슴 아팠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세대에게는 숙의를 할 시간도 부족하고 그걸 행할 수 있는 자원도 전체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리고 이건 청년들이 과소 대표되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얘기가 더 있는데 더 못하겠어요. 이런 것들을 대통령이 잘 챙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1일 간담회에서)

엄 대표의 눈물로, 법안 논의는 다시 한번 본격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의 논의 끝에 여성가족위원회에 배정된 '청년기본법'은 현재 공청회까지 마친 상탭니다.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행정기구를 설치해 달라'는 청년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담당 상임위가 정무위원회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엄 대표는 여전히 불안한 심정을 전했습니다. 이번 일도 정부 비판용 정치공세에 이용되고 흐지부지 될 지도 모른다고요. 엄 대표의 눈물이 일회성 정치공세용 이슈가 될지, 엄 대표의 진심대로 '청년기본법'을 위한 선물이 될지는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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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직 안하면 청년 아닌가요?”…청년 눈에 눈물나게 한 정책 현주소
    • 입력 2019-04-02 19:54:33
    • 수정2019-04-02 19:55:37
    취재K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연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담회'에서는 한 관계자의 눈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얘기입니다. 엄 대표는 80명의 진보·보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청년 문제를 이야기하다, 터져나온 울음으로 준비한 발언을 마치지 못했는데요. 엄 대표가 갑자기 '울컥' 하고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구직자가 아니면 청년이 아니다? 우선 우리 법이 '청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별로 어렵진 않습니다. 1,400여개에 달하는 법률 가운데 '청년'에 대한 법은 딱 1개 뿐이거든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만들어진 '청년고용촉진 특별법'(당시 법률명 '청년실업해소 특별법')입니다. 이 법에서 청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볼까요? 물론 청년층에게 취업이 중요한 이슈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삶의 모습이 다양해지면서 취업의 형태도, 시기도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청년들이 겪는 문제가 '취업'에만 국한되는것도 아니죠. 주거, 건강, 부채, 젠더 문제 등 청년들이 직면해야 하는 문제들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에서 청년은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다 보니 청년과 관련된 사업과 정책들도 대부분 여기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엄 대표는 이처럼 모든 청년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된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20대에 평생 직장에 취업해서, 때가 되면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가 필수이던 시대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진 않잖아요. 삶의 형태가 달라진 만큼 청년들이 겪는 문제도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지금의 청년 정책은 일자리 중심 정책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봐요" 반대하는 사람 없는데...'청년기본법'은 5년째 표류 중 엄 대표는 미래 사회를 위한 정책으로서의 청년 법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가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폭넓게 다룰 수 있는 기본 법안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청년기본법'에서는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청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법률의 목적입니다. 청년을 '취업하고 싶은 사람'으로 한정하지 않은 겁니다. 2014년 3월, 민주당 박기춘 의원 등 27명이 처음 이런 취지의 법을 발의했고, 청년들 사이에서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7년에는 법 제정 요구가 본격화 됐습니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의 청년단체에서는 '청년기본법 제정 운동'을 벌이며 1만여 명의 서명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서명 받아 전달한 지가 3년째인데, 그동안 '될거다"라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문제가 뭐고 쟁점이 뭔지, 확인이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딱 쥐고 가는 부서가 없으니까 진행이 잘 안됐던 거에요" (엄창환 대표) 상황에 따라 이슈에 따라... 청년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정치인들은 많았지만, 정해진 소통창구나 담당부서는 없었다고 엄 대표는 아쉬워 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는데,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도 없었던 겁니다. 청년들의 노력으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청년기본조례'가 마련됐지만,정작 조례를 뒷받침할 법률은 없는 이상한 상황, 대한민국 청년 정책의 현주소입니다. 청년단체 대표의 눈물…청년 위한 선물 될까? 그러는 동안 청년들은 생활에 쫓기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엄 대표는 청와대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를 언급했는데요, 엄 대표가 울먹였던 게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는 얘기에 정규직 청년들이 반대하는 사회. 엄 대표는 그런 모습이 가슴 아팠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세대에게는 숙의를 할 시간도 부족하고 그걸 행할 수 있는 자원도 전체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리고 이건 청년들이 과소 대표되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얘기가 더 있는데 더 못하겠어요. 이런 것들을 대통령이 잘 챙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1일 간담회에서) 엄 대표의 눈물로, 법안 논의는 다시 한번 본격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의 논의 끝에 여성가족위원회에 배정된 '청년기본법'은 현재 공청회까지 마친 상탭니다.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행정기구를 설치해 달라'는 청년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담당 상임위가 정무위원회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엄 대표는 여전히 불안한 심정을 전했습니다. 이번 일도 정부 비판용 정치공세에 이용되고 흐지부지 될 지도 모른다고요. 엄 대표의 눈물이 일회성 정치공세용 이슈가 될지, 엄 대표의 진심대로 '청년기본법'을 위한 선물이 될지는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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