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항지열발전 선정 평가단, ‘지진 전문가 없었다’

입력 2019.04.02 (21:26) 수정 2019.04.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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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나치면 안될 요소들을 놓치면, 큰 사고의 원인이 되​곤 하죠.

포항 지진을 촉발시킨 지열발전소도 그렇습니다.

​사업자 선정 당시 평가를 했던 위원들의 명단을 살펴보니, ​​지진 위험을 짚어줄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당시 평가위원들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한 사례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단독보도, 손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0년 경쟁자를 따돌리고 포항 지열발전 사업을 따낸 넥스지오.

"목적 달성 능력이 있다, 지열발전에 필요한 연구"라며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470억 원대 국책사업에 단 넉 줄짜리 평가표도 있었습니다.

당시 평가위원 명단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4명은 연구기관, 3명은 학계에서 선정됐습니다.

연구 분야는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과 에너지 인프라 개발 등 기술에 집중돼 있습니다.

지진 관련 전문가는 없습니다.

[평가위원 A/음성변조 : "에너지기술평가원 인력 풀 중에 연락받고 가는 경우죠. 풀 중에 그냥 연락이 오면 가는 거니까."]

2010년 평가 당시엔 스위스 바젤 등에서 지열발전이 지진피해를 유발한 사례가 보고됐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평가 책임 기관인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진전문가 없이 기술과 사업성 검토만을 위한 전문가로 평가단을 꾸린 겁니다.

[평가위원 B/음성변조 : "지진 연구 경험이 있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고요. (지열발전의 지진 위험성이나 관련 연구가 있다는 게 평가위원들한테 공유가 안 된 거네요?) 그렇죠. 그때는 전혀 몰랐죠."]

배점도 기술성 70점, 경제성 30점, 평가는 제출된 연구 실적 위주였습니다.

[평가위원 C/음성변조 : "선행 연구들이 많이 돼 있던 것 같고. 지질자원연구원에서도 그런 걸 많이 파봤다고 하니까."]

지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선정 때부터 안전 관리 검증은 배제됐던 겁니다.

[김광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지하에 물을 집어넣으면 지진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문제점이 뭔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억지로라도 (지진전문가를) 찾아서 의견을 들었어야 했던 상황이었죠."]

평가 내용부터 위원 선정까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책임 기관인 에너지기술평가원은 KBS 질의에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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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포항지열발전 선정 평가단, ‘지진 전문가 없었다’
    • 입력 2019-04-02 21:32:42
    • 수정2019-04-03 09:16:33
    뉴스 9
[앵커] 지나치면 안될 요소들을 놓치면, 큰 사고의 원인이 되​곤 하죠. 포항 지진을 촉발시킨 지열발전소도 그렇습니다. ​사업자 선정 당시 평가를 했던 위원들의 명단을 살펴보니, ​​지진 위험을 짚어줄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당시 평가위원들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한 사례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 단독보도, 손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0년 경쟁자를 따돌리고 포항 지열발전 사업을 따낸 넥스지오. "목적 달성 능력이 있다, 지열발전에 필요한 연구"라며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470억 원대 국책사업에 단 넉 줄짜리 평가표도 있었습니다. 당시 평가위원 명단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4명은 연구기관, 3명은 학계에서 선정됐습니다. 연구 분야는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과 에너지 인프라 개발 등 기술에 집중돼 있습니다. 지진 관련 전문가는 없습니다. [평가위원 A/음성변조 : "에너지기술평가원 인력 풀 중에 연락받고 가는 경우죠. 풀 중에 그냥 연락이 오면 가는 거니까."] 2010년 평가 당시엔 스위스 바젤 등에서 지열발전이 지진피해를 유발한 사례가 보고됐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평가 책임 기관인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진전문가 없이 기술과 사업성 검토만을 위한 전문가로 평가단을 꾸린 겁니다. [평가위원 B/음성변조 : "지진 연구 경험이 있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고요. (지열발전의 지진 위험성이나 관련 연구가 있다는 게 평가위원들한테 공유가 안 된 거네요?) 그렇죠. 그때는 전혀 몰랐죠."] 배점도 기술성 70점, 경제성 30점, 평가는 제출된 연구 실적 위주였습니다. [평가위원 C/음성변조 : "선행 연구들이 많이 돼 있던 것 같고. 지질자원연구원에서도 그런 걸 많이 파봤다고 하니까."] 지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선정 때부터 안전 관리 검증은 배제됐던 겁니다. [김광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지하에 물을 집어넣으면 지진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문제점이 뭔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억지로라도 (지진전문가를) 찾아서 의견을 들었어야 했던 상황이었죠."] 평가 내용부터 위원 선정까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책임 기관인 에너지기술평가원은 KBS 질의에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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