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대역전극의 일등공신은 ‘사전투표’와 ‘사파동’

입력 2019.04.04 (16:55) 수정 2019.04.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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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정의당 여영국 후보 캠프의 사무실. 침울한 분위기 속에 이정미 의원이 눈물을 훔칩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의 심상정 의원은 여 후보의 손을 잡고, 다독입니다. 힘내라는 격려입니다. 당선 확정 불과 30분 전쯤, 여 후보의 페이스북으로 중계된 캠프 풍경입니다.

심지어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패색이 짙자, "지금부터 다시 1년을 위해 하루 하루 선거운동기간과 같이 뛸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에 당선으로 노회찬의 못 다 이룬 꿈을 실현시킬 것이다."는 메시지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투표율 99%대에서 결과가 뒤집히리라고는 누구보다 승리가 간절한 후보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선거 역사상 유례 없는 창원성산의 '역전극'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 사전투표함, 투표수 많아 득표에 늦게 반영

첫 번째 이유는 '사전투표함'에 있었습니다. 사전투표함은 일반투표함보다 득표에 반영되는 시각이 많이 늦습니다.

성산구 반송동을 예로 들어 볼까요? 반송동에는 총 11개의 일반 투표구가 있었습니다. 이 중 작은 곳은 투표수가 1097표에 불과했고 큰 곳도 1602표 정도였습니다. 이에 비해 반송동의 사전투표함 투표수는 5090표나 됐습니다.

사전투표함이 일반투표함보다 투표수가 많은 것이죠.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함을 열어 표를 분류기에 돌리고, 심사집계부의 심사 등을 거쳐 득표에 반영하는 데 사전투표함이 일반투표함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사전투표에서 13696표를 얻었습니다. 반면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10871표에 그쳤습니다. 2825표나 차이가 납니다. 이러한 차이가 개표 과정에 늦게 반영되면서 막판 대역전을 벌어졌던 겁니다.

사전투표함을 일반투표함보다 늦게 연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실제 어제 개표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투표함은 반송동에서 온 일반 투표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함 도착 시각에 큰 차이는 없다"며 "사전투표함도 오후 8시 40분쯤 도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정의당의 텃밭, '사파동'?

여 후보 승리의 또 다른 견인차는 '사파동'이었습니다. 창원성산구는 모두 7개의 동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투표인 수가 많은 곳은 반송동과 사파동입니다.

반송동에서 여영국 후보는 강기윤 후보에 크게 밀렸습니다. 강 후보보다 1207표나 적었습니다. 반송동 투표함에 대한 개표가 먼저 시작된 게, 개표 초반 여 후보가 크게 뒤졌던 이유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파동 투표함을 개표하면서 전세가 역전됩니다. 여 후보는 사파동에서 1709표나 앞섰습니다. 반송동의 패배를 만회하고도 남는 투표수입니다. 선거인수가 가장 많았던 사파동에서 압승하면서 여 후보는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사파동은 공교롭게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유세 논란'을 낳았던 경남 FC 축구장이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사파동은 고 노회찬 의원이 출마했던 20대 총선에서도 정의당의 든든한 '우군'이었습니다. 당시 노 의원은 사파동에서 새누리당의 강기윤 후보보다 3655표를 더 획득했습니다. 노 의원이 다른 동에서도 강 후보를 모두 이기긴 했지만, 투표수 차이가 가장 많이 난 곳은 사파동이었습니다.

여 의원은 오늘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개표 막판 포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좀 부진해도 나중에 이쪽 구역에 오면 좀 뒤집기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나름대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아마 '사파동'의 지원을 기대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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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4 16:55:13
    • 수정2019-04-04 17:50:56
    취재K
어젯밤 정의당 여영국 후보 캠프의 사무실. 침울한 분위기 속에 이정미 의원이 눈물을 훔칩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의 심상정 의원은 여 후보의 손을 잡고, 다독입니다. 힘내라는 격려입니다. 당선 확정 불과 30분 전쯤, 여 후보의 페이스북으로 중계된 캠프 풍경입니다.

심지어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패색이 짙자, "지금부터 다시 1년을 위해 하루 하루 선거운동기간과 같이 뛸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에 당선으로 노회찬의 못 다 이룬 꿈을 실현시킬 것이다."는 메시지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투표율 99%대에서 결과가 뒤집히리라고는 누구보다 승리가 간절한 후보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선거 역사상 유례 없는 창원성산의 '역전극'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 사전투표함, 투표수 많아 득표에 늦게 반영

첫 번째 이유는 '사전투표함'에 있었습니다. 사전투표함은 일반투표함보다 득표에 반영되는 시각이 많이 늦습니다.

성산구 반송동을 예로 들어 볼까요? 반송동에는 총 11개의 일반 투표구가 있었습니다. 이 중 작은 곳은 투표수가 1097표에 불과했고 큰 곳도 1602표 정도였습니다. 이에 비해 반송동의 사전투표함 투표수는 5090표나 됐습니다.

사전투표함이 일반투표함보다 투표수가 많은 것이죠.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함을 열어 표를 분류기에 돌리고, 심사집계부의 심사 등을 거쳐 득표에 반영하는 데 사전투표함이 일반투표함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사전투표에서 13696표를 얻었습니다. 반면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10871표에 그쳤습니다. 2825표나 차이가 납니다. 이러한 차이가 개표 과정에 늦게 반영되면서 막판 대역전을 벌어졌던 겁니다.

사전투표함을 일반투표함보다 늦게 연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실제 어제 개표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투표함은 반송동에서 온 일반 투표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함 도착 시각에 큰 차이는 없다"며 "사전투표함도 오후 8시 40분쯤 도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정의당의 텃밭, '사파동'?

여 후보 승리의 또 다른 견인차는 '사파동'이었습니다. 창원성산구는 모두 7개의 동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투표인 수가 많은 곳은 반송동과 사파동입니다.

반송동에서 여영국 후보는 강기윤 후보에 크게 밀렸습니다. 강 후보보다 1207표나 적었습니다. 반송동 투표함에 대한 개표가 먼저 시작된 게, 개표 초반 여 후보가 크게 뒤졌던 이유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파동 투표함을 개표하면서 전세가 역전됩니다. 여 후보는 사파동에서 1709표나 앞섰습니다. 반송동의 패배를 만회하고도 남는 투표수입니다. 선거인수가 가장 많았던 사파동에서 압승하면서 여 후보는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사파동은 공교롭게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유세 논란'을 낳았던 경남 FC 축구장이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사파동은 고 노회찬 의원이 출마했던 20대 총선에서도 정의당의 든든한 '우군'이었습니다. 당시 노 의원은 사파동에서 새누리당의 강기윤 후보보다 3655표를 더 획득했습니다. 노 의원이 다른 동에서도 강 후보를 모두 이기긴 했지만, 투표수 차이가 가장 많이 난 곳은 사파동이었습니다.

여 의원은 오늘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개표 막판 포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좀 부진해도 나중에 이쪽 구역에 오면 좀 뒤집기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나름대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아마 '사파동'의 지원을 기대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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