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꺼진 불도 다시봐야…진화해도 또 재발화 ‘잔불과의 사투’

입력 2019.04.05 (08:34) 수정 2019.04.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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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식목일인 오늘, 앞서 뉴스를 통해 전해 드렸지만, 전국 곳곳의 산이 불타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 시간을 통해 청명과 한식, 식목일이 있는 이번 주를 산림청, 소방 당국도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설령 산불이 진화됐다고 해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까지 강풍에다 건조 특보까지 내려져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는 상황인데요.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부산 운봉산 화재가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난 어제, 산등성이를 타고 번지던 불길과 뿌연 연기는 사라졌지만 헬기는 연신 산 아래로 물을 뿌려댑니다.

[김경모/부산금정소방서 반송119안전센터 : "낙엽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불씨들이 크게 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력들이 다 올라가서 일일이 낙엽들을 들추고 나무 밑동에 있는 불씨들을 흙으로 덮거나 물을 뿌려서 진화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산자락 아래에는 언제 다시 불이 붙을지 모를 긴급 상황을 대비해 상황실이 차려졌는데요.

소방, 군인, 공무원, 지역 주민 할 것 없이 모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입니다.

[이갑권/산불진화작업자 : "오늘 사흘째 왔어요. 첫날은 새벽 2시까지 하고 어제 같은 경우도 늦게까지 하고 갔다가 아침 일찍 또 오고."]

마을 근처까지 번진 산불 때문에 밤새 뜬눈으로 지낸 주민들도 산불 진화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임순기/부산 해운대구 :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드리고 컵라면도 끓여 드리고 커피도 타 드리고 있어요. 자꾸 불이 안 잡히고 저기서 연기가 나고 저기 철탑 있는 곳도 연기 난다고 하네요."]

축구장 30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이번 산불.

진화 작업과 잔불 정리는 사흘째 이어지고 있었는데요.

화재 현장이 익숙한 베테랑들에게도 산불 진화는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김경모/부산금정소방서 반송119안전센터 : "소방 호스를 연장하는데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밑에서 물을 밀어 올리는 수압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대원들이 삽이나 곡괭이나 산소호흡기를 메고 산불을 진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3천 명이 넘는 인력이 불길을 잡느라 사투를 벌였지만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겹쳐 불씨는 계속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재발화됐죠.

앞선 어제 오후에도 산 중턱에서 또다시 연기가 피어올라 잔불 정리에 대거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얼마나 힘들까요?

[김재화/산불진화작업자 : "산이 굉장히 가팔라서 올라가는 게 힘들고 내려오는 게 힘들고 그렇습니다."]

급히 끼니를 때우고 다시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

잔불 정리가 한창인 화재 현장까지는 1시간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그냥 올라가기도 힘들죠.

하지만 물 펌프에 장비까지 짊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한 산불 현장.

여기선 그야말로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합니다.

[홍영표/산불진화작업자 : "헬기가 지나가고 1차로 끄고 우리가 갈고리로 불을 끄면서 물을 이렇게 호스로 끄고 합니다."]

[정태영/산불진화작업자 : "지금 보다시피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서 불이 지나면 불씨들이 밑에 숨어 있어요. 그래서 여기 와서 연기 나면 우리가 다 들춰서 불씨를 하나하나 다 파내야 해요. 그래서 물 뿌리고 흙을 덮고 통나무 같은 거 있으면 다 뒤져서 긁어내고 불씨를 하나하나 다 제거해야 돼."]

큰 불길이야 소방 헬기 등이 잡는다지만, 잔불 정리에는 사람의 손길이 그것도 오랜 시간 걸리는 이유입니다.

숨은 불씨까지 완전히 꺼야 다시 산불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이갑권/산불진화작업자 : "잔불은 우리가 산불이 나면 8시간에서 12시간까지는 계속 지켜봐야 돼요. 진화를 했다고 내려가더라도 속에 불씨가 살아 있으면 바람 불고 하면 계속 살아나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산불로 이어지거든."]

[정태영/산불진화작업자 : "이럴 때는 제발 좀 비가 한 번 내려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죠. 그래야 자연 훼손도 덜 되고…."]

불길이 지나간 산 아래 마을로 가 봤습니다.

주민들은 산불이 진화 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했는데요.

[황두리/부산시 해운대구 : "지금도 겁이 나죠. 혹시나 군데군데 (불씨가) 있나 싶어서. 또 불나면 어쩌나 싶어서. 잠을 못잤다니까 그저께 저녁에는. 너무 겁이 나서 사람들이 막 우리 집 앞에 여기 소방차가 5대 쭉 있어서 발디딜 틈이 없었어요."]

[김상욱/부산시 해운대구 : "불안함에 잠이 오나 지금. 언제 불이 어디로 올지 어떻게 알고…."]

꺼졌나 싶었던 불길이 바람을 타고 되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는 이번 산불, 완전 진화됐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이번 주말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용/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 : "우리나라 산림의 낙엽층 두께를 봤을 때는 약 3~4일 가량은 지켜봐야 합니다. 실제로 올 3월 연천 DMZ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7차례 재불이 발생했고요. 3일이 지난 후에도 재불이 발생했었습니다. 국외의 경우에는 산림에서 약 30일 이후에 재불이 발생한 그런 사례도 있습니다."]

특히, 식목일을 앞두고 어제부터 잇따라 곳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고 있는데요.

대형 산불은 땅 위의 나무들뿐 아니라 땅 속 유기물까지 다 태워 버려 당장 나무를 심어도 자라지 못할 정도로 황폐화시킵니다.

[정태영/산불진화작업자 : "식목일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불 끄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불부터 끄는 게 식목일 행사보다 더 중요하겠죠. 많이 심으면 뭐 해요. 불나면 허사인데…."]

사람들의 작은 부주의로 수십 수백 년간 지켜온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 모습.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보존하고 가꾸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산림 소방 당국, 산 주변 주민들은 물론 우리 모두가 산불이 안전하게 진화되기를 기원하는 식목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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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5 08:34:58
    • 수정2019-04-05 10: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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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식목일인 오늘, 앞서 뉴스를 통해 전해 드렸지만, 전국 곳곳의 산이 불타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 시간을 통해 청명과 한식, 식목일이 있는 이번 주를 산림청, 소방 당국도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설령 산불이 진화됐다고 해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까지 강풍에다 건조 특보까지 내려져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는 상황인데요.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부산 운봉산 화재가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난 어제, 산등성이를 타고 번지던 불길과 뿌연 연기는 사라졌지만 헬기는 연신 산 아래로 물을 뿌려댑니다.

[김경모/부산금정소방서 반송119안전센터 : "낙엽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불씨들이 크게 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력들이 다 올라가서 일일이 낙엽들을 들추고 나무 밑동에 있는 불씨들을 흙으로 덮거나 물을 뿌려서 진화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산자락 아래에는 언제 다시 불이 붙을지 모를 긴급 상황을 대비해 상황실이 차려졌는데요.

소방, 군인, 공무원, 지역 주민 할 것 없이 모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입니다.

[이갑권/산불진화작업자 : "오늘 사흘째 왔어요. 첫날은 새벽 2시까지 하고 어제 같은 경우도 늦게까지 하고 갔다가 아침 일찍 또 오고."]

마을 근처까지 번진 산불 때문에 밤새 뜬눈으로 지낸 주민들도 산불 진화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임순기/부산 해운대구 :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드리고 컵라면도 끓여 드리고 커피도 타 드리고 있어요. 자꾸 불이 안 잡히고 저기서 연기가 나고 저기 철탑 있는 곳도 연기 난다고 하네요."]

축구장 30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이번 산불.

진화 작업과 잔불 정리는 사흘째 이어지고 있었는데요.

화재 현장이 익숙한 베테랑들에게도 산불 진화는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김경모/부산금정소방서 반송119안전센터 : "소방 호스를 연장하는데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밑에서 물을 밀어 올리는 수압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대원들이 삽이나 곡괭이나 산소호흡기를 메고 산불을 진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3천 명이 넘는 인력이 불길을 잡느라 사투를 벌였지만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겹쳐 불씨는 계속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재발화됐죠.

앞선 어제 오후에도 산 중턱에서 또다시 연기가 피어올라 잔불 정리에 대거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얼마나 힘들까요?

[김재화/산불진화작업자 : "산이 굉장히 가팔라서 올라가는 게 힘들고 내려오는 게 힘들고 그렇습니다."]

급히 끼니를 때우고 다시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

잔불 정리가 한창인 화재 현장까지는 1시간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그냥 올라가기도 힘들죠.

하지만 물 펌프에 장비까지 짊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한 산불 현장.

여기선 그야말로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합니다.

[홍영표/산불진화작업자 : "헬기가 지나가고 1차로 끄고 우리가 갈고리로 불을 끄면서 물을 이렇게 호스로 끄고 합니다."]

[정태영/산불진화작업자 : "지금 보다시피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서 불이 지나면 불씨들이 밑에 숨어 있어요. 그래서 여기 와서 연기 나면 우리가 다 들춰서 불씨를 하나하나 다 파내야 해요. 그래서 물 뿌리고 흙을 덮고 통나무 같은 거 있으면 다 뒤져서 긁어내고 불씨를 하나하나 다 제거해야 돼."]

큰 불길이야 소방 헬기 등이 잡는다지만, 잔불 정리에는 사람의 손길이 그것도 오랜 시간 걸리는 이유입니다.

숨은 불씨까지 완전히 꺼야 다시 산불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이갑권/산불진화작업자 : "잔불은 우리가 산불이 나면 8시간에서 12시간까지는 계속 지켜봐야 돼요. 진화를 했다고 내려가더라도 속에 불씨가 살아 있으면 바람 불고 하면 계속 살아나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산불로 이어지거든."]

[정태영/산불진화작업자 : "이럴 때는 제발 좀 비가 한 번 내려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죠. 그래야 자연 훼손도 덜 되고…."]

불길이 지나간 산 아래 마을로 가 봤습니다.

주민들은 산불이 진화 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했는데요.

[황두리/부산시 해운대구 : "지금도 겁이 나죠. 혹시나 군데군데 (불씨가) 있나 싶어서. 또 불나면 어쩌나 싶어서. 잠을 못잤다니까 그저께 저녁에는. 너무 겁이 나서 사람들이 막 우리 집 앞에 여기 소방차가 5대 쭉 있어서 발디딜 틈이 없었어요."]

[김상욱/부산시 해운대구 : "불안함에 잠이 오나 지금. 언제 불이 어디로 올지 어떻게 알고…."]

꺼졌나 싶었던 불길이 바람을 타고 되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는 이번 산불, 완전 진화됐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이번 주말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용/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 : "우리나라 산림의 낙엽층 두께를 봤을 때는 약 3~4일 가량은 지켜봐야 합니다. 실제로 올 3월 연천 DMZ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7차례 재불이 발생했고요. 3일이 지난 후에도 재불이 발생했었습니다. 국외의 경우에는 산림에서 약 30일 이후에 재불이 발생한 그런 사례도 있습니다."]

특히, 식목일을 앞두고 어제부터 잇따라 곳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고 있는데요.

대형 산불은 땅 위의 나무들뿐 아니라 땅 속 유기물까지 다 태워 버려 당장 나무를 심어도 자라지 못할 정도로 황폐화시킵니다.

[정태영/산불진화작업자 : "식목일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불 끄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불부터 끄는 게 식목일 행사보다 더 중요하겠죠. 많이 심으면 뭐 해요. 불나면 허사인데…."]

사람들의 작은 부주의로 수십 수백 년간 지켜온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 모습.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보존하고 가꾸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산림 소방 당국, 산 주변 주민들은 물론 우리 모두가 산불이 안전하게 진화되기를 기원하는 식목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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