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나라]⑥ 수천억 원 오가는 불법폐기물 ‘쩐의 전쟁’

입력 2019.04.07 (07:00) 수정 2019.04.1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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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 높게 둘러싸인 펜스 안으로 불법 폐기물 2만여 톤이 쌓여 있습니다. 지난해 경찰이 불법 폐기물 일당을 검거하며 파악한 곳입니다.

지역 조폭 등으로 구성된 일당은 10개월 만에 66억 원 가량 부당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법 폐기물 4만 5천 톤을 경기도 일대 18곳에 투기한 결과입니다. 1톤에 15만 원 정도 이익을 본 셈입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쓰레기'로 이 정도의 이익을 창출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폐기물=돈 되는 산업

사실 폐기물 산업은 소위 '돈이 되는 산업'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돈 냄새 잘 맡는 사모펀드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세력입니다. 국내에서는 외환위기 당시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가 잘 알려졌습니다.

최근 3년 사이 맥쿼리캐피탈이나 IMM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의 폐기물업체 투자는 10여 건에 달합니다. 폐기물산업은 폐기물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 데다, 수익원인 처리단가도 매년 상승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봤을 때 폐기물 처리 시장은 확실한 성장산업인 겁니다.


서두에 소개한 불법 폐기물은 이런 폐기물 소각단가 상승에서 기인합니다. 2016년만 해도 폐기물 소각단가가 18만 원 선이었지만 올해는 26만 원 선까지 껑충 뛰었습니다. 폐기물 배출 업체는 처리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폐기물 1톤당 10만 원 부당이익

불법 폐기물 처리 일당은 고민하는 배출업체에 접근합니다. 일반 처리 비용보다 저렴하게 처리해주겠다며 흥정하는 겁니다. 폐기물 종류마다 다르지만, 통상 폐기물 처리 비용은 톤당 15만 원가량에 거래됩니다.

이 폐기물 물량을 미리 임대해 놓은 외곽의 공터에 무더기로 불법 투기하는 게 흔한 사례입니다. 토지주나 주변 주민들이 신고하지 않는 한 이런 불법 투기를 미리 적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통상 2~3만 원인 폐기물 운반 비용을 제하더라도 불법 폐기물 일당은 톤당 10만 원 이상 부당 이익을 거두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천 톤이면 1억 원, 만 톤이면 10억 원입니다.

현재 전국에 뿌려져 있는 불법 폐기물은 환경부가 파악한 물량만 120만 톤입니다. 여기서 발생한 부당이익은 최소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그야말로 쓰레기판 '쩐의 전쟁'입니다.

◆부당이익 환수 강제해야!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불법 처리 행위자는 최대 7년 이하 징역이나 7천만 원 이하 벌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불법 과정에서 발생한 부당이익 환수를 강제하는 조항은 따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현행법이 불법 행위를 예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부서는 불법 처리의 소위 '경제성'이 올라가다 보니 정부에 적발되더라도 감수할 만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옵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조폭까지 폐기물 처리에 개입하는 배경입니다.

2017년 기준 국내서 발생한 폐기물은 하루평균 41만 톤가량입니다. 5년 전보다 3만 톤가량 증가했습니다. 폐기물 배출량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불법 폐기물 시장은 독버섯처럼 자라날 겁니다.

전문가들은 폐기물 처리 전 과정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불법 폐기물 처리에서 발생한 부당이익 환수를 강제하는 쪽으로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3~4년 사이에 국내 폐기물 시장이 크게 악화한 만큼, 정부도 시장 상황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전국의 불법폐기물에서 발생한 부딩이익은 수천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쓰레기'로 어떻게 이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우리 동네 불법 쓰레기를 공개 수배합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셔서 현장의 사진이나 영상을 byun@kbs.co.kr로 보내주시면 지도에 반영하고 소정의 상품도 드립니다.


**불법 쓰레기 좌표**
https://bit.ly/2TOHc6A

- KBS 디지털뉴스제작부 '쓰레기의 나라' 제작진

[연관기사]
[쓰레기의 나라]① 명산 자락에 썩어가는 폐기물 6천톤
[쓰레기의 나라]② 농공단지까지 침투한 쓰레기…전국 120만톤
[쓰레기의 나라]③ 지도로 보는 우리동네 쓰레기 현황
[쓰레기의 나라]④ 우리는 어쩌다 ‘쓰레기 대한민국’이 되었나?
[쓰레기의 나라/번외편] 우리 동네 불법 쓰레기를 찾아라
[쓰레기의 나라]⑤ 배달 음식, 도시락 포장재…1인 가구가 부른 쓰레기의 비극
[쓰레기의 나라]⑥ 수천억 원 오가는 불법폐기물 ‘쩐의 전쟁’
[쓰레기의 나라]⑦ 그들은 왜 ‘쓰레기 산’ 남긴 채 떠났나?
[쓰레기의 나라]⑧ 치워도 또 생긴다…시험대 오른 쓰레기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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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의 나라]⑥ 수천억 원 오가는 불법폐기물 ‘쩐의 전쟁’
    • 입력 2019-04-07 07:00:42
    • 수정2019-04-14 07:16:43
    취재K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 높게 둘러싸인 펜스 안으로 불법 폐기물 2만여 톤이 쌓여 있습니다. 지난해 경찰이 불법 폐기물 일당을 검거하며 파악한 곳입니다.

지역 조폭 등으로 구성된 일당은 10개월 만에 66억 원 가량 부당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법 폐기물 4만 5천 톤을 경기도 일대 18곳에 투기한 결과입니다. 1톤에 15만 원 정도 이익을 본 셈입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쓰레기'로 이 정도의 이익을 창출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폐기물=돈 되는 산업

사실 폐기물 산업은 소위 '돈이 되는 산업'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돈 냄새 잘 맡는 사모펀드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세력입니다. 국내에서는 외환위기 당시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가 잘 알려졌습니다.

최근 3년 사이 맥쿼리캐피탈이나 IMM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의 폐기물업체 투자는 10여 건에 달합니다. 폐기물산업은 폐기물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 데다, 수익원인 처리단가도 매년 상승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봤을 때 폐기물 처리 시장은 확실한 성장산업인 겁니다.


서두에 소개한 불법 폐기물은 이런 폐기물 소각단가 상승에서 기인합니다. 2016년만 해도 폐기물 소각단가가 18만 원 선이었지만 올해는 26만 원 선까지 껑충 뛰었습니다. 폐기물 배출 업체는 처리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폐기물 1톤당 10만 원 부당이익

불법 폐기물 처리 일당은 고민하는 배출업체에 접근합니다. 일반 처리 비용보다 저렴하게 처리해주겠다며 흥정하는 겁니다. 폐기물 종류마다 다르지만, 통상 폐기물 처리 비용은 톤당 15만 원가량에 거래됩니다.

이 폐기물 물량을 미리 임대해 놓은 외곽의 공터에 무더기로 불법 투기하는 게 흔한 사례입니다. 토지주나 주변 주민들이 신고하지 않는 한 이런 불법 투기를 미리 적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통상 2~3만 원인 폐기물 운반 비용을 제하더라도 불법 폐기물 일당은 톤당 10만 원 이상 부당 이익을 거두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천 톤이면 1억 원, 만 톤이면 10억 원입니다.

현재 전국에 뿌려져 있는 불법 폐기물은 환경부가 파악한 물량만 120만 톤입니다. 여기서 발생한 부당이익은 최소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그야말로 쓰레기판 '쩐의 전쟁'입니다.

◆부당이익 환수 강제해야!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불법 처리 행위자는 최대 7년 이하 징역이나 7천만 원 이하 벌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불법 과정에서 발생한 부당이익 환수를 강제하는 조항은 따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현행법이 불법 행위를 예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부서는 불법 처리의 소위 '경제성'이 올라가다 보니 정부에 적발되더라도 감수할 만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옵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조폭까지 폐기물 처리에 개입하는 배경입니다.

2017년 기준 국내서 발생한 폐기물은 하루평균 41만 톤가량입니다. 5년 전보다 3만 톤가량 증가했습니다. 폐기물 배출량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불법 폐기물 시장은 독버섯처럼 자라날 겁니다.

전문가들은 폐기물 처리 전 과정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불법 폐기물 처리에서 발생한 부당이익 환수를 강제하는 쪽으로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3~4년 사이에 국내 폐기물 시장이 크게 악화한 만큼, 정부도 시장 상황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전국의 불법폐기물에서 발생한 부딩이익은 수천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쓰레기'로 어떻게 이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우리 동네 불법 쓰레기를 공개 수배합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셔서 현장의 사진이나 영상을 byun@kbs.co.kr로 보내주시면 지도에 반영하고 소정의 상품도 드립니다.


**불법 쓰레기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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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디지털뉴스제작부 '쓰레기의 나라'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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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나라/번외편] 우리 동네 불법 쓰레기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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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나라]⑥ 수천억 원 오가는 불법폐기물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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