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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70주년 맞은 나토, 이제 한물간 동맹인가?
입력 2019.04.07 (08:04) 수정 2019.04.07 (11:06)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70주년 맞은 나토, 이제 한물간 동맹인가?
지구상 최대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이하 나토)가 지난 4일로 무려 70주년을 맞았다.

미국 워싱턴 현지시간 지난 3일 미 국회의사당에서는 역사적인 연설이 있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연설, 나토 사무총장이 미 상하 양원 합동 의회에서 연설을 하기는 역사상 처음이었다. 여당인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와 야당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연설은 자못 감동스러웠다. 미국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딴지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열렬히 나토를 지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나토 사무총장의 의회 초청을 백악관과 상의하지 않았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꾸짖은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나토에 대한 입장에서만큼은 공화당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지난 1월 야당인 민주당과 힘을 합쳐 '미국의 나토 탈퇴 금지'를 골자로 하는 나토 지지법(NATO Support Act)를 의회에서 압도적 표 차로 통과시켰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미 의회 연설 장면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미 의회 연설 장면

70주년 나토의 가장 큰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

그러나, 대선 유세 때부터 나토를 "쓸모없는 낡은 동맹"으로 폄하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딴지 역시 만만치 않다. 나토는 70주년 생일잔치를 이 역사적 동맹이 출범한 장소인 워싱턴에서 열었다. 지난 3-4일 나토 외교장관 회의다. 20세기를 거쳐 21세기까지 명실상부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의 칠순 잔치가 앞마당에서 열린다면 당연히 집주인이 환영 인사 정도는 해주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 꼬빼기도 보이지 않고 3일 개막 연설에 펜스 부통령을 보냈다.

펜스 부통령은 작정이라도 한 듯 나토 동맹국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요구해온, 나토 동맹국들의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증대를 다시금 강조하며 "독일은 1.3%에 그쳤다"고 콕 집어 비난하고, 러시아의 S-400 미사일 도입을 결정한 터키에 결정을 취하하라고 윽박질렀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중국과 이란'에 대한 유럽 동맹국들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노골적으로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중가를 요구해왔다. 미국은 현재 나토 방위비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에게 2024년까지 최소 국내총생산의 2%까지 방위비를 올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2% 이상의 방위비를 쓴 나라는 미국을 제외한 28개 회원국 중 7개 나라 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이후 방위비 지출을 크게 늘린 나라들은 대부분 러시아에 국경을 접한 동유럽 국가들이었다.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하는 듯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화를 내는 이유다.


나토동맹을 흔드는 '러시아.중국의 위협'에 대한 동상이몽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40여분간의 미 의회 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다시금 부상하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가 압박에 짐짓 동의하며 회원국들의 각성을 촉구한 근거 역시 러시아였다. 그러나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그 40분간 단 한 번도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토가 '중국 발 안보 위협'에 대해 공식 논의한 건 이번 워싱턴 회의가 처음이다. 미국의 집요한 요구에 따라서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앞으로 나토가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미래 산업 주도권을 두고 일전을 벌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이, 미국이 중국의 4차산업 기술 선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 미국의 중국 기업 타겟은 5G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화웨이다. 화웨이의 기술 절취 혐의를 들어 미 연방검찰은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을 기소했다. 미국은 공공기관의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했고, 민간에서도 화웨이 장비 거부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이 화웨이 보이콧에 대한 동맹국들의 동참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중국이 화웨이 장비를 통해 국가 기밀을 빼낼 수 있고 미국의 동맹국에서도 미국의 기밀이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화웨이 장비를 쓰는 국가와는 협력할 수 없다는 협박까지 했다. 그러나 유럽 동맹국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화웨이와 그런 위험을 통제하는 협약을 맺으면 화웨이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로 하고 엄청난 투자를 받았고, 프랑스도 중국의 에어버스 구매 대량 계약 등의 선물 보따리에 감격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다짐하는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시진핑 중국 주석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중국의 안보 위협이 러시아의 위협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고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제국주의적 팽창을 꿈꾼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중국에 대해 명백하게 그런 혐의를 찾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대서양에서는 그렇다. 중국의 확장 타겟은 태평양에 있다. 대서양 국가들이 중국을, 미국과 같은 입장에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더이상 '북대서양'을 둘러싼 동맹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동쪽 깊숙히까지 회원국을 확장한 나토 내부에서는 심지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서도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북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물리적 팽창이 자신들을 위협하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서유럽, 남유럽은 러시아가 무모한 대륙전쟁을 시도할 힘을 갖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독일과 프랑스 등이 트럼프의 노골적 비난에도 방위비 인상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다.

미국은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접경, 흑해 등에 나토 전력을 배치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는 데는 반대한다. 과거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과 구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을 나토에 가입시킨 게 결국 러시아의 서쪽 무력 팽창에 명분을 줬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를 저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러시아에게 또다른 팽창의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2' 신설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성을 높여 유럽과 미국의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라고 비판하지만, 독일은 아랑곳않고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처럼 현 시대 나토 구성원들의 이해는, 구소련이 모든 면에서 주적이었던, 나토가 출범하던 70년 전의 구 냉전시대와는 다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미국의 딜레마! 나토가 필요한 건 유럽이 아니라 미국?

나토가 지구상의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으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동유럽까지 확장돼 29개국까지 늘어난 회원국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나토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집단적 자위권(collective self-defence)'이다. 이른바 `원포올, 올포원'(one-for-all, all-for-one)으로 불리는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 가운데 1개 나라라도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 집단자위권을 발동해 나토 모든 회원국이 피해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토의 그같은 규정에 따라 최근까지도 미국은 9.11 이후 아프간 전쟁이나 테러와의 전쟁, 리비아의 카다피 축출 등 유럽 동맹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전쟁에서까지 나토 회원국들의 지원을 받았다. 러시아, 중국, 중동 국가들에 대응하는 미 해공군 기지들은 대부분 나토 회원국들에 자리를 잡고 있다. 냉전시대 이후에도 미국은 나토의 실질적 지원을 꾸준히 받아왔다는 것이다.

나토 지지자들은 나토 동맹이 앞으로도 유지돼야 하는 이유로, 새로운 위협들을 들고 있다. 물론 러시아의 재부상이 최근에는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 재부상의 위협에는 군사적인 것만 있지 않다. 사이버공격, 각국 선거전에의 개입 등 군사적 위협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전쟁들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과 남미 등에서까지 패권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에게만큼, 러시아의 위협이 나토의 유럽 모든 회원국에게 중요해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중국의 위협을 생각하면 더더욱 나토의 존속이 절실한 건 유럽이 아닌 미국처럼 보인다.

유럽에, 미국이 든든하게 핵우산을 펼치고 있는 현재의 나토를 뛰어넘을 군사력은 분명 없다. 그러나 유럽은 결코 약하지 않다. 나토의 유럽 동맹국들은 지금도 러시아보다 4배나 많은 군비를 쓰고 있다. 중국의 주요 무력 타겟은 유럽이 직접적 위협을 받지 않는 태평양에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방위비 분담 증가 압박에 맞서 '유럽의 독자적 군사 동맹'을 언급하는 이유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01년부터 4년간 미 나토대사를 역임했던 니콜라스 번스와 2013년부터 4년간 나토 대사를 역임했던 더글라스 루트는 <워싱턴포스트>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당장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거대한 권위주의적 국가들과 새로운 전투를 치르기 위해 나토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첫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체제보다 자신들의 새로운 체제가 더 우월하다는 이념을 확산시키려는 전투, 둘째 중국과의 치열한 4차 산업 첨단 기술 전투다. 기술 전투가 중요한 이유는 기술 역량이 곧 질적 군사 경쟁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나토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로, 단지 군사적 차원의 동맹이 아닌 '가치' 동맹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른바 '신냉전'의 새로운 패권 경쟁의 시대에도 역시 미국은 '군비 분담'이라는 잣대만으로가 아닌, '권위주의적 체제 국가들의 도전으로부터 자유 진영을 차별화하는' 차원에서 이 동맹의 중요성에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나토는 분명 한물간 동맹인지도 모른다. 나토의 창설 이유였던 '구소련'은 이제 존재하지도 않고, 현재의 러시아는 구소련에 필적할 만한 힘도 구소련에 필적할 만한 팽창적 대결도 추구하고 있지 않다.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위협이란 대서양의 나토 회원국들에게 매력적인 명분이 아니다. 미국이든 또는 나토의 회원국들이든 균열을 방조하고 명분을 공유해나가지 못한다면 70년 역사의 나토라도 깨지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와 같은 수준의 동맹은, 냉전시대 종식 30여년의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지구에서는 다시 결성되기 어렵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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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7 (08:04)
    • 수정 2019.04.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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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70주년 맞은 나토, 이제 한물간 동맹인가?
지구상 최대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이하 나토)가 지난 4일로 무려 70주년을 맞았다.

미국 워싱턴 현지시간 지난 3일 미 국회의사당에서는 역사적인 연설이 있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연설, 나토 사무총장이 미 상하 양원 합동 의회에서 연설을 하기는 역사상 처음이었다. 여당인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와 야당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연설은 자못 감동스러웠다. 미국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딴지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열렬히 나토를 지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나토 사무총장의 의회 초청을 백악관과 상의하지 않았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꾸짖은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나토에 대한 입장에서만큼은 공화당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지난 1월 야당인 민주당과 힘을 합쳐 '미국의 나토 탈퇴 금지'를 골자로 하는 나토 지지법(NATO Support Act)를 의회에서 압도적 표 차로 통과시켰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미 의회 연설 장면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미 의회 연설 장면

70주년 나토의 가장 큰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

그러나, 대선 유세 때부터 나토를 "쓸모없는 낡은 동맹"으로 폄하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딴지 역시 만만치 않다. 나토는 70주년 생일잔치를 이 역사적 동맹이 출범한 장소인 워싱턴에서 열었다. 지난 3-4일 나토 외교장관 회의다. 20세기를 거쳐 21세기까지 명실상부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의 칠순 잔치가 앞마당에서 열린다면 당연히 집주인이 환영 인사 정도는 해주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 꼬빼기도 보이지 않고 3일 개막 연설에 펜스 부통령을 보냈다.

펜스 부통령은 작정이라도 한 듯 나토 동맹국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요구해온, 나토 동맹국들의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증대를 다시금 강조하며 "독일은 1.3%에 그쳤다"고 콕 집어 비난하고, 러시아의 S-400 미사일 도입을 결정한 터키에 결정을 취하하라고 윽박질렀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중국과 이란'에 대한 유럽 동맹국들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노골적으로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중가를 요구해왔다. 미국은 현재 나토 방위비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에게 2024년까지 최소 국내총생산의 2%까지 방위비를 올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2% 이상의 방위비를 쓴 나라는 미국을 제외한 28개 회원국 중 7개 나라 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이후 방위비 지출을 크게 늘린 나라들은 대부분 러시아에 국경을 접한 동유럽 국가들이었다.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하는 듯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화를 내는 이유다.


나토동맹을 흔드는 '러시아.중국의 위협'에 대한 동상이몽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40여분간의 미 의회 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다시금 부상하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가 압박에 짐짓 동의하며 회원국들의 각성을 촉구한 근거 역시 러시아였다. 그러나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그 40분간 단 한 번도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토가 '중국 발 안보 위협'에 대해 공식 논의한 건 이번 워싱턴 회의가 처음이다. 미국의 집요한 요구에 따라서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앞으로 나토가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미래 산업 주도권을 두고 일전을 벌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이, 미국이 중국의 4차산업 기술 선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 미국의 중국 기업 타겟은 5G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화웨이다. 화웨이의 기술 절취 혐의를 들어 미 연방검찰은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을 기소했다. 미국은 공공기관의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했고, 민간에서도 화웨이 장비 거부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이 화웨이 보이콧에 대한 동맹국들의 동참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중국이 화웨이 장비를 통해 국가 기밀을 빼낼 수 있고 미국의 동맹국에서도 미국의 기밀이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화웨이 장비를 쓰는 국가와는 협력할 수 없다는 협박까지 했다. 그러나 유럽 동맹국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화웨이와 그런 위험을 통제하는 협약을 맺으면 화웨이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로 하고 엄청난 투자를 받았고, 프랑스도 중국의 에어버스 구매 대량 계약 등의 선물 보따리에 감격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다짐하는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시진핑 중국 주석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중국의 안보 위협이 러시아의 위협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고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제국주의적 팽창을 꿈꾼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중국에 대해 명백하게 그런 혐의를 찾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대서양에서는 그렇다. 중국의 확장 타겟은 태평양에 있다. 대서양 국가들이 중국을, 미국과 같은 입장에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더이상 '북대서양'을 둘러싼 동맹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동쪽 깊숙히까지 회원국을 확장한 나토 내부에서는 심지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서도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북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물리적 팽창이 자신들을 위협하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서유럽, 남유럽은 러시아가 무모한 대륙전쟁을 시도할 힘을 갖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독일과 프랑스 등이 트럼프의 노골적 비난에도 방위비 인상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다.

미국은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접경, 흑해 등에 나토 전력을 배치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는 데는 반대한다. 과거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과 구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을 나토에 가입시킨 게 결국 러시아의 서쪽 무력 팽창에 명분을 줬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를 저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러시아에게 또다른 팽창의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2' 신설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성을 높여 유럽과 미국의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라고 비판하지만, 독일은 아랑곳않고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처럼 현 시대 나토 구성원들의 이해는, 구소련이 모든 면에서 주적이었던, 나토가 출범하던 70년 전의 구 냉전시대와는 다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미국의 딜레마! 나토가 필요한 건 유럽이 아니라 미국?

나토가 지구상의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으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동유럽까지 확장돼 29개국까지 늘어난 회원국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나토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집단적 자위권(collective self-defence)'이다. 이른바 `원포올, 올포원'(one-for-all, all-for-one)으로 불리는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 가운데 1개 나라라도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 집단자위권을 발동해 나토 모든 회원국이 피해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토의 그같은 규정에 따라 최근까지도 미국은 9.11 이후 아프간 전쟁이나 테러와의 전쟁, 리비아의 카다피 축출 등 유럽 동맹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전쟁에서까지 나토 회원국들의 지원을 받았다. 러시아, 중국, 중동 국가들에 대응하는 미 해공군 기지들은 대부분 나토 회원국들에 자리를 잡고 있다. 냉전시대 이후에도 미국은 나토의 실질적 지원을 꾸준히 받아왔다는 것이다.

나토 지지자들은 나토 동맹이 앞으로도 유지돼야 하는 이유로, 새로운 위협들을 들고 있다. 물론 러시아의 재부상이 최근에는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 재부상의 위협에는 군사적인 것만 있지 않다. 사이버공격, 각국 선거전에의 개입 등 군사적 위협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전쟁들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과 남미 등에서까지 패권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에게만큼, 러시아의 위협이 나토의 유럽 모든 회원국에게 중요해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중국의 위협을 생각하면 더더욱 나토의 존속이 절실한 건 유럽이 아닌 미국처럼 보인다.

유럽에, 미국이 든든하게 핵우산을 펼치고 있는 현재의 나토를 뛰어넘을 군사력은 분명 없다. 그러나 유럽은 결코 약하지 않다. 나토의 유럽 동맹국들은 지금도 러시아보다 4배나 많은 군비를 쓰고 있다. 중국의 주요 무력 타겟은 유럽이 직접적 위협을 받지 않는 태평양에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방위비 분담 증가 압박에 맞서 '유럽의 독자적 군사 동맹'을 언급하는 이유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01년부터 4년간 미 나토대사를 역임했던 니콜라스 번스와 2013년부터 4년간 나토 대사를 역임했던 더글라스 루트는 <워싱턴포스트>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당장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거대한 권위주의적 국가들과 새로운 전투를 치르기 위해 나토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첫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체제보다 자신들의 새로운 체제가 더 우월하다는 이념을 확산시키려는 전투, 둘째 중국과의 치열한 4차 산업 첨단 기술 전투다. 기술 전투가 중요한 이유는 기술 역량이 곧 질적 군사 경쟁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나토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로, 단지 군사적 차원의 동맹이 아닌 '가치' 동맹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른바 '신냉전'의 새로운 패권 경쟁의 시대에도 역시 미국은 '군비 분담'이라는 잣대만으로가 아닌, '권위주의적 체제 국가들의 도전으로부터 자유 진영을 차별화하는' 차원에서 이 동맹의 중요성에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나토는 분명 한물간 동맹인지도 모른다. 나토의 창설 이유였던 '구소련'은 이제 존재하지도 않고, 현재의 러시아는 구소련에 필적할 만한 힘도 구소련에 필적할 만한 팽창적 대결도 추구하고 있지 않다.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위협이란 대서양의 나토 회원국들에게 매력적인 명분이 아니다. 미국이든 또는 나토의 회원국들이든 균열을 방조하고 명분을 공유해나가지 못한다면 70년 역사의 나토라도 깨지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와 같은 수준의 동맹은, 냉전시대 종식 30여년의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지구에서는 다시 결성되기 어렵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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