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김문수 “北엔 산불에 탈 나무 없다”…사실일까?

입력 2019.04.07 (19:23) 수정 2019.04.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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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새벽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총력 대응을 주문하면서 "산불이 북으로 계속 번질 경우 북한 측과 협의해 진화 작업을 하라"고 밝혔습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페이스북 캡처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에 대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 산에는 산불에 탈 나무가 없다"면서 "북한에서는 가스ㆍ기름ㆍ전기ㆍ연탄 모두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산이든 들이든 땔감을 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휴전선 일대에도 산불이 간혹 나지만, 풀이나 덤불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일까요? 북한 산림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과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① "북한 산엔 산불에 탈 나무가 없다" (*대체로 사실*)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이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북한의 주요 산악지역 11곳을 분석했는데, 전체 산지에서 황폐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1999년 18%에서 2008년 31.6%, 2014년 32.1%로 점점 높아졌습니다. 김경민 산림청 산림과학원 연구원은 "적은 비에도 강이 범람해 농경지가 침수되고, 사람들이 다시 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베는 끊임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 민둥산의 모습북한 함경북도 남양시 민둥산의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5년부터 '산림조성 10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10년 안에 모든 산을 보물산, 황금산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에도 태풍 '라이언록'이 민둥산 지역에 큰 피해를 줘 주민 500여 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못했습니다. 북한 산에는 전체 삼림의 3분의 1가량이 황폐지여서 탈 나무가 남측에 비해 적은 건 사실입니다.


② "휴전선 일대에도 산불이 간혹 나지만, 풀이나 덤불 정도" (*사실 아님*)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군은 아직도 잔가지를 주워서 아궁이로 불을 땐다고 합니다. 산림 황폐화로 나무가 적지만, 그나마 있는 잔가지로 불을 내고 재를 밭에 뿌려서 농사를 짓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군에서 자체적으로 밭을 일구고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만들어진 불티가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작은 불티가 비무장지대를 타고 남측으로 내려올 수 있는 겁니다.

2005년 낙산사 화재2005년 낙산사 화재

이때는 큰 산불로 이어집니다. 지난달 일주일 동안 이어졌던 경기도 연천 산불도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산불로 인한 피해는 400헥타르 이상이었습니다. 2005년 낙산사를 불태운 산불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헬기 투입을 집중하느라, 낙산사가 있는 양양쪽으로 불이 커졌습니다. 때문에 산불이 나도 '풀이나 덤불 정도'에 그칠 거라던 김 전 지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③ 전문가들 "산불 확산 방지 위해 북측과 협의할 필요 있어"

산불과 관련해 북측과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북한 산불과 관련해 다음의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첫째는 북한 비무장지대의 수종입니다. 서 위원에 따르면 북한 쪽 DMZ에는 소나무가 많다고 합니다. 이번 대형 산불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도 소나무였습니다. 소나무는 기름 성분이 많아 불에 오래 잘 타고, 솔방울에 불이 붙은 채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경우가 많아 산불에 취약합니다. 특히 강원도 화천과 양구, 인제 주변에 소나무가 많습니다.

DMZ 내 산림DMZ 내 산림

또 북한과 인접한 지역엔 산림청 산림항공관리소가 없어서 산불의 골든타임인 30분 이내에 화재를 제압하기 힘듭니다. 초기 대응이 늦다 보니 화재가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럴 경우 최전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의 안전도 위협받게 됩니다. 이 때문에 DMZ를 중심으로 산불이 날 경우를 대비해서 북측과 사전에 협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공동 대책을 수립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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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7 19:23:45
    • 수정2019-04-07 20:19:58
    팩트체크K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새벽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총력 대응을 주문하면서 "산불이 북으로 계속 번질 경우 북한 측과 협의해 진화 작업을 하라"고 밝혔습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에 대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 산에는 산불에 탈 나무가 없다"면서 "북한에서는 가스ㆍ기름ㆍ전기ㆍ연탄 모두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산이든 들이든 땔감을 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휴전선 일대에도 산불이 간혹 나지만, 풀이나 덤불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일까요? 북한 산림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과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① "북한 산엔 산불에 탈 나무가 없다" (*대체로 사실*)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이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북한의 주요 산악지역 11곳을 분석했는데, 전체 산지에서 황폐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1999년 18%에서 2008년 31.6%, 2014년 32.1%로 점점 높아졌습니다. 김경민 산림청 산림과학원 연구원은 "적은 비에도 강이 범람해 농경지가 침수되고, 사람들이 다시 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베는 끊임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 민둥산의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5년부터 '산림조성 10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10년 안에 모든 산을 보물산, 황금산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에도 태풍 '라이언록'이 민둥산 지역에 큰 피해를 줘 주민 500여 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못했습니다. 북한 산에는 전체 삼림의 3분의 1가량이 황폐지여서 탈 나무가 남측에 비해 적은 건 사실입니다.


② "휴전선 일대에도 산불이 간혹 나지만, 풀이나 덤불 정도" (*사실 아님*)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군은 아직도 잔가지를 주워서 아궁이로 불을 땐다고 합니다. 산림 황폐화로 나무가 적지만, 그나마 있는 잔가지로 불을 내고 재를 밭에 뿌려서 농사를 짓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군에서 자체적으로 밭을 일구고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만들어진 불티가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작은 불티가 비무장지대를 타고 남측으로 내려올 수 있는 겁니다.

2005년 낙산사 화재
이때는 큰 산불로 이어집니다. 지난달 일주일 동안 이어졌던 경기도 연천 산불도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산불로 인한 피해는 400헥타르 이상이었습니다. 2005년 낙산사를 불태운 산불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헬기 투입을 집중하느라, 낙산사가 있는 양양쪽으로 불이 커졌습니다. 때문에 산불이 나도 '풀이나 덤불 정도'에 그칠 거라던 김 전 지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③ 전문가들 "산불 확산 방지 위해 북측과 협의할 필요 있어"

산불과 관련해 북측과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북한 산불과 관련해 다음의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첫째는 북한 비무장지대의 수종입니다. 서 위원에 따르면 북한 쪽 DMZ에는 소나무가 많다고 합니다. 이번 대형 산불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도 소나무였습니다. 소나무는 기름 성분이 많아 불에 오래 잘 타고, 솔방울에 불이 붙은 채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경우가 많아 산불에 취약합니다. 특히 강원도 화천과 양구, 인제 주변에 소나무가 많습니다.

DMZ 내 산림
또 북한과 인접한 지역엔 산림청 산림항공관리소가 없어서 산불의 골든타임인 30분 이내에 화재를 제압하기 힘듭니다. 초기 대응이 늦다 보니 화재가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럴 경우 최전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의 안전도 위협받게 됩니다. 이 때문에 DMZ를 중심으로 산불이 날 경우를 대비해서 북측과 사전에 협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공동 대책을 수립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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