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하룻밤 새 삶 터전 잃고 망연자실…불타 버린 마을 가 보니

입력 2019.04.08 (08:35) 수정 2019.04.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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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저희가 계속 뉴스를 통해 전해드리고 있지만, 이번 강원지역 산불로 축구장 700개가 넘는 면적의 산림이 불타고 3백 가구에 육박하는 주택이 전소됐습니다.

5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이제 복구작업이 속도를 내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왜 그런지 지금부터 현장으로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강원도 고성 산불이 시작된 곳에서 가까운 원암리 마을입니다.

마을에 다다르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마을을 드나드는 119소방차들.

멀리 전남에서 달려온 소방차도 보입니다.

비교적 진화가 일찍 끝난 곳이지만, 여전히 마을 여기저기에선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화마에 검게 그을린 텅 빈 집들.

주민들이 떠난 마을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하루 전만 해도 그저 평화롭기만 했던 산골마을은, 순식간에 불어 닥친 산불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김동섭/강원도 고성군 : "저쪽 산에서 올라오면서 불길이 벌겋게 올라오더라고. 그러면서 불똥이 사방에 (튀어서) 어떻게 할 수도 없었어. 완전히 불바다야 불바다. 이런 주먹만 한 게 와서 떨어졌고. 불이 붙는 거야 사방에."]

태풍급 바람까지 불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을 피해 마을을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김동섭/강원도 고성군 : "불을 뚫고 나갔어요. 숨도 못 쉬겠던데 뭐. 연기 때문에 사방이 자욱해서 잘 안 보였어요. 겨우 정신 차리고 (차를) 몰았어요."]

차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돌아온 집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검게 그을린 벽, 살림살이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잿더미로 변해버렸고, 유리창은 성한게 없습니다.

생계도 막막한데요, 1년 농사를 준비하는 창고도 불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김동섭/강원도 고성군 : "(창고 안이)주르륵 녹았잖아. 쇠가 주르륵 다 녹았잖아. 감자 농사, 옥수수 농사, 고추 농사, 그리고 벼농사 (짓는데) 뭘 가지고 해요. 비료도 다 탔는데, 농기계도 안에 있는 거 싹 타버리고."]

이웃에 사는 동생 집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데요,

마당에 세워 둔 놓은 차량은 그대로 불에타 앙상한 뼈대만 남았습니다.

[김광섭/강원도 고성군 : "이것 보세요. 이런데 무슨 의욕이 생기겠으며 뭐 어떻게 방법이 없네요. 차도 이거 큰 애가 사줬는데 얼마 타보지도 못하고…."]

속초시 장천마을은 주택 20여 채가 전소됐습니다. 무섭게 휘몰아친 산불.

그날의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습니다.

[윤명숙/강원도 속초시 : "산으로 불이 내려왔어. 그냥 홀딱 아주 싹 타버렸잖아. 어휴 참 기가 막히지. 여기만 오면 벌벌 떨려."]

소중한 보금자리를 한순간 잃어버린 지금, 언제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윤명숙/강원도 속초시 : "아유 이게 언제 집이 돼서 여기 들어오나. 올가을에는 들어오려나. 아이고 참…."]

이 마을 토박이 최영길 어르신. 아내와 함께 간신히 대피했지만, 집과 창고, 손때 묻은 농기계들이 모두 불에 타 버렸습니다.

[최영길/강원도 속초시 : "내가 여기서 태어나서 여태껏 살았는데 75년을 살았어. 소중한 거 여기 뭐 다 있었지."]

[김순이/강원도 속초시 : "제일 아까운 것은 사진. 애들 사진도 있고, 손주들 사진도 있고. 그게 다 없어져서 그게 아쉽죠."]

마을회관에서 지내며 한숨을 돌리고 나니 이제는 한해 농사가 걱정입니다.

[최영길/강원도 속초시 : "내가 다 농사짓죠. 저 할멈하고 둘이서. 올해 농사지으려고 볍씨 소독해놨는데, 이게 아마 (예정대로) 했으면 오늘쯤 볍씨를 뿌렸을 거예요. 상자에다가. 농민이라는 게 저 보리 한 톨을 보고 1년을 고생하는 거예요. 재가 됐으니 참 마음 아프지."]

고성, 속초에 산불이 난 그날. 강릉의 한 야산에서도 산불이 났죠.

자정이 다된 시간,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번져갔는데요,

이 모습은 인근 중학교의 CCTV화면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학교 안까지 날아든 불티 때문에 음악실 창문이 일부 깨지고 에어콘 실외기가 불에 타기도 했습니다.

자칫 교실 안까지 불길이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교직원들의 발 빠른 대처로 큰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정인/강릉 옥계중학교 교직원 : "그때는 불이 여기까지 왔었어요. 불길이 금방 온 거예요. 아주 순식간에. 난간에 불이 붙으면 이제 교실 전체에 붙을까봐 못 붙게 계속 (물을) 뿌리고…."]

강릉 산불은 발화지점에서 12킬로미터 떨어진 동해시까지 번졌습니다. 이 구간에 있는 동해고속도로 양방향 휴게소 2곳은 산불 피해로 임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산불의 큰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인 동해 망상의 캠핑장 일대 상황은 어떨까요?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이맘때면 늘 캠핑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이곳은 80여개 객실 중 절반이 넘는 50개 객실이 소실됐습니다.

지난 주말동안 강원지역 5개 시·군을 공포로 몰아넣은 산불은 사실상 모두 진화됐는데요.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화마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응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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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하룻밤 새 삶 터전 잃고 망연자실…불타 버린 마을 가 보니
    • 입력 2019-04-08 08:42:40
    • 수정2019-04-08 09: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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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계속 뉴스를 통해 전해드리고 있지만, 이번 강원지역 산불로 축구장 700개가 넘는 면적의 산림이 불타고 3백 가구에 육박하는 주택이 전소됐습니다.

5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이제 복구작업이 속도를 내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왜 그런지 지금부터 현장으로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강원도 고성 산불이 시작된 곳에서 가까운 원암리 마을입니다.

마을에 다다르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마을을 드나드는 119소방차들.

멀리 전남에서 달려온 소방차도 보입니다.

비교적 진화가 일찍 끝난 곳이지만, 여전히 마을 여기저기에선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화마에 검게 그을린 텅 빈 집들.

주민들이 떠난 마을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하루 전만 해도 그저 평화롭기만 했던 산골마을은, 순식간에 불어 닥친 산불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김동섭/강원도 고성군 : "저쪽 산에서 올라오면서 불길이 벌겋게 올라오더라고. 그러면서 불똥이 사방에 (튀어서) 어떻게 할 수도 없었어. 완전히 불바다야 불바다. 이런 주먹만 한 게 와서 떨어졌고. 불이 붙는 거야 사방에."]

태풍급 바람까지 불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을 피해 마을을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김동섭/강원도 고성군 : "불을 뚫고 나갔어요. 숨도 못 쉬겠던데 뭐. 연기 때문에 사방이 자욱해서 잘 안 보였어요. 겨우 정신 차리고 (차를) 몰았어요."]

차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돌아온 집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검게 그을린 벽, 살림살이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잿더미로 변해버렸고, 유리창은 성한게 없습니다.

생계도 막막한데요, 1년 농사를 준비하는 창고도 불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김동섭/강원도 고성군 : "(창고 안이)주르륵 녹았잖아. 쇠가 주르륵 다 녹았잖아. 감자 농사, 옥수수 농사, 고추 농사, 그리고 벼농사 (짓는데) 뭘 가지고 해요. 비료도 다 탔는데, 농기계도 안에 있는 거 싹 타버리고."]

이웃에 사는 동생 집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데요,

마당에 세워 둔 놓은 차량은 그대로 불에타 앙상한 뼈대만 남았습니다.

[김광섭/강원도 고성군 : "이것 보세요. 이런데 무슨 의욕이 생기겠으며 뭐 어떻게 방법이 없네요. 차도 이거 큰 애가 사줬는데 얼마 타보지도 못하고…."]

속초시 장천마을은 주택 20여 채가 전소됐습니다. 무섭게 휘몰아친 산불.

그날의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습니다.

[윤명숙/강원도 속초시 : "산으로 불이 내려왔어. 그냥 홀딱 아주 싹 타버렸잖아. 어휴 참 기가 막히지. 여기만 오면 벌벌 떨려."]

소중한 보금자리를 한순간 잃어버린 지금, 언제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윤명숙/강원도 속초시 : "아유 이게 언제 집이 돼서 여기 들어오나. 올가을에는 들어오려나. 아이고 참…."]

이 마을 토박이 최영길 어르신. 아내와 함께 간신히 대피했지만, 집과 창고, 손때 묻은 농기계들이 모두 불에 타 버렸습니다.

[최영길/강원도 속초시 : "내가 여기서 태어나서 여태껏 살았는데 75년을 살았어. 소중한 거 여기 뭐 다 있었지."]

[김순이/강원도 속초시 : "제일 아까운 것은 사진. 애들 사진도 있고, 손주들 사진도 있고. 그게 다 없어져서 그게 아쉽죠."]

마을회관에서 지내며 한숨을 돌리고 나니 이제는 한해 농사가 걱정입니다.

[최영길/강원도 속초시 : "내가 다 농사짓죠. 저 할멈하고 둘이서. 올해 농사지으려고 볍씨 소독해놨는데, 이게 아마 (예정대로) 했으면 오늘쯤 볍씨를 뿌렸을 거예요. 상자에다가. 농민이라는 게 저 보리 한 톨을 보고 1년을 고생하는 거예요. 재가 됐으니 참 마음 아프지."]

고성, 속초에 산불이 난 그날. 강릉의 한 야산에서도 산불이 났죠.

자정이 다된 시간,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번져갔는데요,

이 모습은 인근 중학교의 CCTV화면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학교 안까지 날아든 불티 때문에 음악실 창문이 일부 깨지고 에어콘 실외기가 불에 타기도 했습니다.

자칫 교실 안까지 불길이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교직원들의 발 빠른 대처로 큰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정인/강릉 옥계중학교 교직원 : "그때는 불이 여기까지 왔었어요. 불길이 금방 온 거예요. 아주 순식간에. 난간에 불이 붙으면 이제 교실 전체에 붙을까봐 못 붙게 계속 (물을) 뿌리고…."]

강릉 산불은 발화지점에서 12킬로미터 떨어진 동해시까지 번졌습니다. 이 구간에 있는 동해고속도로 양방향 휴게소 2곳은 산불 피해로 임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산불의 큰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인 동해 망상의 캠핑장 일대 상황은 어떨까요?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이맘때면 늘 캠핑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이곳은 80여개 객실 중 절반이 넘는 50개 객실이 소실됐습니다.

지난 주말동안 강원지역 5개 시·군을 공포로 몰아넣은 산불은 사실상 모두 진화됐는데요.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화마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응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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