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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말뚝테러’ 일본인 7년째 불출석…그 뒤엔 日 정부
입력 2019.04.08 (11:00) 수정 2019.04.08 (11:01) 취재후
소녀상 '말뚝 테러' 하고도 당당한 日 극우 인사
잇단 혐한 행위에 日 정부는 '전략적 무관심'
[취재후] ‘말뚝테러’ 일본인 7년째 불출석…그 뒤엔 日 정부
#1 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쓰인 말뚝으로 테러.
#2 2012년 9월, 일본 가나가와시에 있는 윤봉길 의사의 순국기념비에 '독도는 일본 땅', '윤봉길은 테러리스트'라고 쓰인 말뚝으로 테러.
#3 2013년 5월, 자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제26단독 앞으로 길이 1m가량의 나무 말뚝을 소포로 발송
#4 2015년 5월,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과 경기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쉼터 나눔의집에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다리 잘린 소녀상 모형을 소포로 발송.

모두 일본 극우 정치인 스즈키 노부유키가 벌인 만행입니다. 스즈키는 이 같은 혐한 활동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 등을 모욕한 혐의로 지난 2012년 한국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2013년 9월 첫 공판부터 지난 3일 열린 16번째 공판까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스즈키가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재판부는 또다시 내년 3월 25일로 공판을 미뤘습니다. 재판부는 "위안부 사건과 같이 인간 존엄성을 부정하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반인도적 범죄 행위나 이를 사실상 옹호함으로써 참혹한 비극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범죄 행위의 형사 처벌에 관해서는 국경이 없다"며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무부 역시 지난해 9월 일본 정부에 스즈키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난 2002년, 재판이나 형의 집행을 위해 자국의 영역 안에서 발견되고 상대국에 의해 청구되는 자를 인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조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우리 측의 요청을 받고도 "검토중"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설사 일본 정부가 검토를 마쳐도 스즈키가 정치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스즈키를 강제로 우리 법정에 세울 방법이 없습니다. 설사 우리 법원이 피고인 스즈키 없이 재판을 진행해 선고하더라도, 일본 측이 받아들여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처벌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우리 땅에서도 혐한 범죄 잇따라 … 日 정부는 방조

우리 땅에서 벌어진 일본인의 혐한 범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50대 일본인이 서울 중구 지하보도에 있는 위안부 작품을 훼손했다가 입건됐고, 2017년엔 60대 일본인 남성이 천안 국립망향 동산에서 일제 강제노역과 조선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는 내용이 담긴 '사죄비'를 '위령비'로 바꿨다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축구 한일전에서 일본인 응원단이 관중석 한가운데 욱일승천기를 걸어 논란이 된 적도 있습니다.

극우 일본인들이 이처럼 우리 땅에서 마음 놓고 활개 칠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스즈키의 사례에서 보듯 일본 정부가 '전략적 무관심'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1명과 유족 등이 "막대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입었다"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2년이 넘게 소송 서류 접수를 거부했습니다. 한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이 시작되려면 일본 법원에 소장이 전달돼야 하는데 이를 받지 않은 겁니다. 최근 우리 법원이 공시송달 방식으로 재판을 시작하기로 하기로 했지만, 그 사이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5명이 숨졌습니다.

일본 전범 기업들의 기조도 비슷합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에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피해자 측은 "갈등만 계속하기보단 조정을 열어 재판을 원만히 치르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미쓰비시 중공업은 "화해나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거부했습니다. 최대한 재판을 지연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사죄나 반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 "책임 인정 않는 日 정부에 2차 3차 피해 계속"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원로 정치인을 만나 "한일은 신뢰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정부에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세상,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 없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 그 속에서 자라난 일본 국민에 의해 2차 3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위안부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극우 일본인의 망언이 이어질 때마다 또다시 상처를 입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자신들의 범죄를 지우려고 하면서 망동을 이어가는 한 양국 사이에 진정한 신뢰는 싹틀 수 없을 것입니다.
  • [취재후] ‘말뚝테러’ 일본인 7년째 불출석…그 뒤엔 日 정부
    • 입력 2019.04.08 (11:00)
    • 수정 2019.04.08 (11:01)
    취재후
소녀상 '말뚝 테러' 하고도 당당한 日 극우 인사
잇단 혐한 행위에 日 정부는 '전략적 무관심'
[취재후] ‘말뚝테러’ 일본인 7년째 불출석…그 뒤엔 日 정부
#1 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쓰인 말뚝으로 테러.
#2 2012년 9월, 일본 가나가와시에 있는 윤봉길 의사의 순국기념비에 '독도는 일본 땅', '윤봉길은 테러리스트'라고 쓰인 말뚝으로 테러.
#3 2013년 5월, 자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제26단독 앞으로 길이 1m가량의 나무 말뚝을 소포로 발송
#4 2015년 5월,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과 경기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쉼터 나눔의집에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다리 잘린 소녀상 모형을 소포로 발송.

모두 일본 극우 정치인 스즈키 노부유키가 벌인 만행입니다. 스즈키는 이 같은 혐한 활동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 등을 모욕한 혐의로 지난 2012년 한국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2013년 9월 첫 공판부터 지난 3일 열린 16번째 공판까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스즈키가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재판부는 또다시 내년 3월 25일로 공판을 미뤘습니다. 재판부는 "위안부 사건과 같이 인간 존엄성을 부정하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반인도적 범죄 행위나 이를 사실상 옹호함으로써 참혹한 비극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범죄 행위의 형사 처벌에 관해서는 국경이 없다"며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무부 역시 지난해 9월 일본 정부에 스즈키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난 2002년, 재판이나 형의 집행을 위해 자국의 영역 안에서 발견되고 상대국에 의해 청구되는 자를 인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조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우리 측의 요청을 받고도 "검토중"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설사 일본 정부가 검토를 마쳐도 스즈키가 정치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스즈키를 강제로 우리 법정에 세울 방법이 없습니다. 설사 우리 법원이 피고인 스즈키 없이 재판을 진행해 선고하더라도, 일본 측이 받아들여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처벌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우리 땅에서도 혐한 범죄 잇따라 … 日 정부는 방조

우리 땅에서 벌어진 일본인의 혐한 범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50대 일본인이 서울 중구 지하보도에 있는 위안부 작품을 훼손했다가 입건됐고, 2017년엔 60대 일본인 남성이 천안 국립망향 동산에서 일제 강제노역과 조선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는 내용이 담긴 '사죄비'를 '위령비'로 바꿨다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축구 한일전에서 일본인 응원단이 관중석 한가운데 욱일승천기를 걸어 논란이 된 적도 있습니다.

극우 일본인들이 이처럼 우리 땅에서 마음 놓고 활개 칠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스즈키의 사례에서 보듯 일본 정부가 '전략적 무관심'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1명과 유족 등이 "막대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입었다"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2년이 넘게 소송 서류 접수를 거부했습니다. 한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이 시작되려면 일본 법원에 소장이 전달돼야 하는데 이를 받지 않은 겁니다. 최근 우리 법원이 공시송달 방식으로 재판을 시작하기로 하기로 했지만, 그 사이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5명이 숨졌습니다.

일본 전범 기업들의 기조도 비슷합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에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피해자 측은 "갈등만 계속하기보단 조정을 열어 재판을 원만히 치르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미쓰비시 중공업은 "화해나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거부했습니다. 최대한 재판을 지연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사죄나 반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 "책임 인정 않는 日 정부에 2차 3차 피해 계속"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원로 정치인을 만나 "한일은 신뢰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정부에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세상,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 없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 그 속에서 자라난 일본 국민에 의해 2차 3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위안부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극우 일본인의 망언이 이어질 때마다 또다시 상처를 입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자신들의 범죄를 지우려고 하면서 망동을 이어가는 한 양국 사이에 진정한 신뢰는 싹틀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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