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확대]⑤ 중소기업 임금 적은 이유는 따로 있다

입력 2019.04.09 (10:16) 수정 2019.05.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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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외환위기는 우리 국민들의 삶에 일대 변화를 가져다줬다. 우리는 그저 위기를 극복했을 뿐 위기 이후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한참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다. 외환위기는 고용조정을 일상화하게 만들었다. 이는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벌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동했는데, 고용조정을 통해서 회사에 남는 인력은 높은 보상을 줬고, 대신 일단 조정돼서 나간 사람들 중 상당수는 한 직장에서 뿌리를 내리기가 힘들었다. 이 시기부터 비정규직이 늘어났고, 대기업의 외주화가 확대됐다.

특히 대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통하거나 하청기업에게 낮은 단가로 제품을 받도록 하면서 하청기업, 중소기업들은 해당 기업 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을 강제하게 됐다. 대기업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하도급 기업들에게 단가인하를 직접적 혹은 우회적 방법으로 강제하면서 불공정 거래를 일삼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 중소기업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원청기업으로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면서 중소기업에 비용요인을 전가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으면 큰 매출물량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고마워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수익면에서 충분치 못한 납품단가에 대한 압박이 컸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는데도 납품단가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게 중소기업인들에게는 가장 큰 고통이었다. 들어오는 수익에 제한이 많다 보니 경쟁력을 키울 수 없는 것이다.


■ 중소기업 노동생산성은 왜 낮아졌는가?

지난해 10월 OECD는 '한국 중소기업과 기업가 정신에 활력 불어넣기'란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노동자 1명당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대기업 노동자의 생산성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 노동자의 생산성은 32.5%에 그쳤으며,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낮은 생산성에 해당한다. 선진국의 경우 중소기업 노동자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50~60% 선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격차가 너무 크다.


특히 이런 생산성 격차는 임금격차를 가속화시키는데, 생산성 격차의 원인이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제조업 수출 주도 성장모델에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를 수출 주도로 급속도로 성장시키며 정부가 대기업 위주로 지원하면서 양극화와 불평등을 가져왔고 중소기업이 성장할 기회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성에 차이가 나면 중소기업은 그만큼 부가가치가 작을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부가가치 배분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대기업을 크게 앞지른다. 부가가치 중 노동자에게 지급한 인건비 비중은 중소기업이 65.6%로 대기업 42.6%를 크게 앞지르는 데다, 2000년 61.6%에서 4%p 늘어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부가가치 대비 인건비 비중 격차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그나마 작은 부가가치 가운데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를 빼고 나면 기업으로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 등에 쓸 돈이 적어진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 중소기업은 납품 단가 협상력에서 대기업에 밀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인건비 비중은 왜 낮은 것일까?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지난해 한 보고서에서 대기업의 인건비 비중이 낮은 이유로 ①대기업이 갖고 있는 기계장치나 장비, 건물 등 유형고정자산 비중이 높은 데다 ②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의 인력을 많이 활용하는 점, ③그리고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과의 납품 단가 협상력이 우월해진 점을 들고 있다.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낮추지 않으면 계약을 따내기 어려운 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 대기업 내부비축 여유자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야 한다

한국은행은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기업의 내부비축 여유자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가야하고, 두 주체 간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납품단가 연동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상대적으로 짧은 근속연수가 소득격차의 한 원인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 박진우 행정통계과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소득격차는 근속기간 차이 때문”이라며 “중소기업 노동자의 경우 폐업에 의해 회사를 그만두거나 잦은 이직 때문에 근속기간이 짧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기준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각각 7.2년, 2.6년으로, 4.6년의 차이를 보였다. 근속기간이 길어야 평균 연봉이 늘어나지만 잦은 이직으로 가뜩이나 낮은 초봉에서 그나마 월급이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이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이직이라기보다는 그만큼 중소기업의 고용안정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투트랙의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노 연구위원은 "결국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생산성이 떨어져서 급여지급 여력도 적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도록 지원하고, 그에 따른 성과는 중소기업이 노동자와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또 대기업 역시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협력근로자 임금, 복지향상 등에 쓰이도록 해 하도급기업과 공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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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격차 확대]⑤ 중소기업 임금 적은 이유는 따로 있다
    • 입력 2019-04-09 10:16:40
    • 수정2019-05-29 17:53:20
    취재K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우리 국민들의 삶에 일대 변화를 가져다줬다. 우리는 그저 위기를 극복했을 뿐 위기 이후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한참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다. 외환위기는 고용조정을 일상화하게 만들었다. 이는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벌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동했는데, 고용조정을 통해서 회사에 남는 인력은 높은 보상을 줬고, 대신 일단 조정돼서 나간 사람들 중 상당수는 한 직장에서 뿌리를 내리기가 힘들었다. 이 시기부터 비정규직이 늘어났고, 대기업의 외주화가 확대됐다.

특히 대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통하거나 하청기업에게 낮은 단가로 제품을 받도록 하면서 하청기업, 중소기업들은 해당 기업 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을 강제하게 됐다. 대기업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하도급 기업들에게 단가인하를 직접적 혹은 우회적 방법으로 강제하면서 불공정 거래를 일삼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 중소기업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원청기업으로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면서 중소기업에 비용요인을 전가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으면 큰 매출물량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고마워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수익면에서 충분치 못한 납품단가에 대한 압박이 컸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는데도 납품단가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게 중소기업인들에게는 가장 큰 고통이었다. 들어오는 수익에 제한이 많다 보니 경쟁력을 키울 수 없는 것이다.


■ 중소기업 노동생산성은 왜 낮아졌는가?

지난해 10월 OECD는 '한국 중소기업과 기업가 정신에 활력 불어넣기'란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노동자 1명당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대기업 노동자의 생산성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 노동자의 생산성은 32.5%에 그쳤으며,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낮은 생산성에 해당한다. 선진국의 경우 중소기업 노동자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50~60% 선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격차가 너무 크다.


특히 이런 생산성 격차는 임금격차를 가속화시키는데, 생산성 격차의 원인이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제조업 수출 주도 성장모델에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를 수출 주도로 급속도로 성장시키며 정부가 대기업 위주로 지원하면서 양극화와 불평등을 가져왔고 중소기업이 성장할 기회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성에 차이가 나면 중소기업은 그만큼 부가가치가 작을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부가가치 배분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대기업을 크게 앞지른다. 부가가치 중 노동자에게 지급한 인건비 비중은 중소기업이 65.6%로 대기업 42.6%를 크게 앞지르는 데다, 2000년 61.6%에서 4%p 늘어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부가가치 대비 인건비 비중 격차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그나마 작은 부가가치 가운데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를 빼고 나면 기업으로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 등에 쓸 돈이 적어진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 중소기업은 납품 단가 협상력에서 대기업에 밀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인건비 비중은 왜 낮은 것일까?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지난해 한 보고서에서 대기업의 인건비 비중이 낮은 이유로 ①대기업이 갖고 있는 기계장치나 장비, 건물 등 유형고정자산 비중이 높은 데다 ②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의 인력을 많이 활용하는 점, ③그리고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과의 납품 단가 협상력이 우월해진 점을 들고 있다.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낮추지 않으면 계약을 따내기 어려운 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 대기업 내부비축 여유자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야 한다

한국은행은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기업의 내부비축 여유자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가야하고, 두 주체 간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납품단가 연동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상대적으로 짧은 근속연수가 소득격차의 한 원인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 박진우 행정통계과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소득격차는 근속기간 차이 때문”이라며 “중소기업 노동자의 경우 폐업에 의해 회사를 그만두거나 잦은 이직 때문에 근속기간이 짧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기준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각각 7.2년, 2.6년으로, 4.6년의 차이를 보였다. 근속기간이 길어야 평균 연봉이 늘어나지만 잦은 이직으로 가뜩이나 낮은 초봉에서 그나마 월급이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이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이직이라기보다는 그만큼 중소기업의 고용안정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투트랙의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노 연구위원은 "결국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생산성이 떨어져서 급여지급 여력도 적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도록 지원하고, 그에 따른 성과는 중소기업이 노동자와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또 대기업 역시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협력근로자 임금, 복지향상 등에 쓰이도록 해 하도급기업과 공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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