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브라질 새정부 100일 동안 무슨 일이…경제 낙관론 ‘흔들’

입력 2019.04.10 (08:04) 수정 2019.04.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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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브라질 광산 댐 붕괴 순간

금속 노조원 출신의 룰라 전 대통령과 브라질 최초 여성 대통령을 지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등으로 대변되는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 집권 14년을 끝내고 극우성향으로 알려진 보우소나루 신임 대통령이 당선될 때 브라질 국민들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치권의 부패와 불안한 치안 등 고질적인 브라질의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했다. 그 기대감은 경제 회복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잇단 인재에 따른 인명피해가 이어져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재정 건전화를 위한 연금개혁 등의 개혁 과제가 난항을 겪으면서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흔들리고 있다. 10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았다.2천년대 초반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로 불리며 빠른 경제 성장이 주목을 받았던 브라질의 재도약은 다시 올 수 있을까?

브루마징유시 상징물 앞에 놓인 추모물브루마징유시 상징물 앞에 놓인 추모물

【브루마징유 광산 댐 붕괴...300여 명 사망·실종】

신 정부 출범 한달도 안돼 브라질 중부 미나스 제라이스주의 브루마징유시에 있는 철광석 광산 댐이 붕괴했다. 댐 안에 있던 광산 중금속 폐기물과 진흙이 마을과 강을 덮치면서 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붕괴 현장에는 사고 두달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망자 가족 뿐 아니라 실종자 가족들의 상처는 깊게 남아 있다. 세계적 철강 업체인 발리가 관리해 온 광산 댐의 붕괴는 관리 부재의 인재로 밝혀지면서 업체와 주 정부는 물론 연방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댐이 붕괴하면서 하류 파라오페바 강의 300여 킬로미터는 중금속에 오염돼 강 유역 주민 10만 가구가 식수난을 겪고 있다. 더욱이 발리가 운영했던 인근의 다른 광산 댐이 붕괴해 15명이 숨지고 강이 오염되는 피해를 겪은 지 3년도 채 안돼 또 댐이 붕괴하면서 정부의 안전 불감증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총격 사건 조사중인 경찰총격 사건 조사중인 경찰

【군, 일가족 탄 차량에 80여 발 총격...치안 군 투입 논란】

지난 7일,일요일 세계적 관광도시인 리우 데 자네이루시 도로에 총성이 잇따랐다. 치안 확보를 위해 투입된 군 병력이 순찰을 돌다 일가족이 탄 승용차에 무려 80여 발의 총격을 가한 것이다. 이 총격으로 운전자인 51살의 음악인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함께 타고 있던 장인과 차에 탄 가족을 도우려던 시민 한 명이 총상을 입었다. 운전자의 아내는 군인들이 아무런 경고도 없이 무차별로 차에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군인들이 이 승용차를 범죄 차량으로 오인해 총을 쏜 것으로 파악했다.

리우시에는 1년여 전 테메르 전 대통령이 군 병력을 투입해 범죄 조직 소탕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도 치안을 위한 군 병력 투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취임한 지 얼마안 된 1월 초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에서 주도인 포르탈레자를 비롯해 15개 시의 은행과 공공건물 등에 대한 범죄조직의 공격이 이어지자 정부는 군 병력을 투입하기도 했다. 경찰력으로도 치안이 확보되지 않자 군 투입이라는 극한 처방을 했지만 총격전 과정에 시민들이 유탄에 맞는 사고가 이어지고 소탕작전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군 투입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군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으로 치안을 위해 투입된 군부대의 철수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전 교육장관 (브라질 UOL 제공)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전 교육장관 (브라질 UOL 제공)

【취임 100일도 안돼 교육장관 경질...'한국 교육' 재강조】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의 교육정책을 추진해 온 히카르두 벨레즈 교육장관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안돼 전격 경질됐다. 정부 각료의 이른 첫 경질에 브라질 정계와 언론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브라질 언론들은 정부 안팎에서 벨레즈 전 장관의 추진 정책에 대한 논란과 비난이 이어진데다 부처 장악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논란이 된 정책 가운데 하나는 역사 교과서에 1964년 일어난 군부 쿠데타에 대한 내용을 개정하려던 것이었다. 벨레즈 전 장관은 개정된 교과서에는 쿠데타 이후 수립된 군사정부에 대해 사실상 민주적 체계를 갖춘 정부로 설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정부가 3월 31일 쿠데타 발발을 기념하는 기념식을 열어 인권단체의 반발을 부른데 이어 교과서 개정 방침은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반발과 논란속에 벨레즈 전 장관은 정책 추진력을 상실해 대통령으로부터 경질당했다.

새정부 취임 100일을 맞는 10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경제학자인 신임 교육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대선전 2018년 한국을 함께 다녀온 전문가다"라고 언급하며 한국의 발전상을 배우자는 뜻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언급해왔던 교육 개혁에 대한 전 장관의 미진함과 실망감을 반영한 것이다. 신임 장관에게 'Carta Branca(백지수표)'를 준다며 교육에 관한 정책 전반에 대해 전권을 위임했다.


【'보우소나루 효과'는 어디에?】

브라질에 진출해 있는 200여 개 한국 기업은 요즘 고심이 크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에 영향을 받아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어도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헤알화 환율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 당시 달러당 3.6 헤알대에서 현재는 3.8 헤알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헤알화 가치가 그만큼 추락한 것이다. 기업체들은 3.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친시장 정책을 표방한 신정부가 개혁 정책 시동으로 경제의 순기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전히 불안한 치안에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추진중인 연금개혁안이 의회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금융시장의 반응은 헤알화의 추락을 부른 것이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가 보우소나루 정부 취임 100일을 맞아 국정수행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를 물은 결과, 긍정적이 32%, 보통이 33%, 부정적이 30%로 나왔다. 역대 정부의 100일 평가와 비교하면 최악이다. 경제에 대한 낙관론도 주춤거리고 있다.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취임 직전 65%에서 50%로 하락했고, 더 나빠질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은 9%에서 18%로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올해 브라질 성장률을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춘 2.1%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IMF는 공공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한 공공지출 축소와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브릭스(BRICS)의 첫글자 B를 장식하며 성장의 선두 주자로 주목받던 브라질, 좌나 우의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경제부국을 이뤄내겠다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갈 길이 평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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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0 08:04:21
    • 수정2019-04-10 09:29:26
    특파원 리포트
  지난 1월 브라질 광산 댐 붕괴 순간

금속 노조원 출신의 룰라 전 대통령과 브라질 최초 여성 대통령을 지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등으로 대변되는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 집권 14년을 끝내고 극우성향으로 알려진 보우소나루 신임 대통령이 당선될 때 브라질 국민들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치권의 부패와 불안한 치안 등 고질적인 브라질의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했다. 그 기대감은 경제 회복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잇단 인재에 따른 인명피해가 이어져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재정 건전화를 위한 연금개혁 등의 개혁 과제가 난항을 겪으면서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흔들리고 있다. 10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았다.2천년대 초반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로 불리며 빠른 경제 성장이 주목을 받았던 브라질의 재도약은 다시 올 수 있을까?

브루마징유시 상징물 앞에 놓인 추모물
【브루마징유 광산 댐 붕괴...300여 명 사망·실종】

신 정부 출범 한달도 안돼 브라질 중부 미나스 제라이스주의 브루마징유시에 있는 철광석 광산 댐이 붕괴했다. 댐 안에 있던 광산 중금속 폐기물과 진흙이 마을과 강을 덮치면서 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붕괴 현장에는 사고 두달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망자 가족 뿐 아니라 실종자 가족들의 상처는 깊게 남아 있다. 세계적 철강 업체인 발리가 관리해 온 광산 댐의 붕괴는 관리 부재의 인재로 밝혀지면서 업체와 주 정부는 물론 연방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댐이 붕괴하면서 하류 파라오페바 강의 300여 킬로미터는 중금속에 오염돼 강 유역 주민 10만 가구가 식수난을 겪고 있다. 더욱이 발리가 운영했던 인근의 다른 광산 댐이 붕괴해 15명이 숨지고 강이 오염되는 피해를 겪은 지 3년도 채 안돼 또 댐이 붕괴하면서 정부의 안전 불감증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총격 사건 조사중인 경찰
【군, 일가족 탄 차량에 80여 발 총격...치안 군 투입 논란】

지난 7일,일요일 세계적 관광도시인 리우 데 자네이루시 도로에 총성이 잇따랐다. 치안 확보를 위해 투입된 군 병력이 순찰을 돌다 일가족이 탄 승용차에 무려 80여 발의 총격을 가한 것이다. 이 총격으로 운전자인 51살의 음악인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함께 타고 있던 장인과 차에 탄 가족을 도우려던 시민 한 명이 총상을 입었다. 운전자의 아내는 군인들이 아무런 경고도 없이 무차별로 차에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군인들이 이 승용차를 범죄 차량으로 오인해 총을 쏜 것으로 파악했다.

리우시에는 1년여 전 테메르 전 대통령이 군 병력을 투입해 범죄 조직 소탕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도 치안을 위한 군 병력 투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취임한 지 얼마안 된 1월 초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에서 주도인 포르탈레자를 비롯해 15개 시의 은행과 공공건물 등에 대한 범죄조직의 공격이 이어지자 정부는 군 병력을 투입하기도 했다. 경찰력으로도 치안이 확보되지 않자 군 투입이라는 극한 처방을 했지만 총격전 과정에 시민들이 유탄에 맞는 사고가 이어지고 소탕작전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군 투입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군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으로 치안을 위해 투입된 군부대의 철수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전 교육장관 (브라질 UOL 제공)
【취임 100일도 안돼 교육장관 경질...'한국 교육' 재강조】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의 교육정책을 추진해 온 히카르두 벨레즈 교육장관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안돼 전격 경질됐다. 정부 각료의 이른 첫 경질에 브라질 정계와 언론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브라질 언론들은 정부 안팎에서 벨레즈 전 장관의 추진 정책에 대한 논란과 비난이 이어진데다 부처 장악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논란이 된 정책 가운데 하나는 역사 교과서에 1964년 일어난 군부 쿠데타에 대한 내용을 개정하려던 것이었다. 벨레즈 전 장관은 개정된 교과서에는 쿠데타 이후 수립된 군사정부에 대해 사실상 민주적 체계를 갖춘 정부로 설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정부가 3월 31일 쿠데타 발발을 기념하는 기념식을 열어 인권단체의 반발을 부른데 이어 교과서 개정 방침은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반발과 논란속에 벨레즈 전 장관은 정책 추진력을 상실해 대통령으로부터 경질당했다.

새정부 취임 100일을 맞는 10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경제학자인 신임 교육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대선전 2018년 한국을 함께 다녀온 전문가다"라고 언급하며 한국의 발전상을 배우자는 뜻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언급해왔던 교육 개혁에 대한 전 장관의 미진함과 실망감을 반영한 것이다. 신임 장관에게 'Carta Branca(백지수표)'를 준다며 교육에 관한 정책 전반에 대해 전권을 위임했다.


【'보우소나루 효과'는 어디에?】

브라질에 진출해 있는 200여 개 한국 기업은 요즘 고심이 크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에 영향을 받아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어도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헤알화 환율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 당시 달러당 3.6 헤알대에서 현재는 3.8 헤알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헤알화 가치가 그만큼 추락한 것이다. 기업체들은 3.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친시장 정책을 표방한 신정부가 개혁 정책 시동으로 경제의 순기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전히 불안한 치안에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추진중인 연금개혁안이 의회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금융시장의 반응은 헤알화의 추락을 부른 것이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가 보우소나루 정부 취임 100일을 맞아 국정수행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를 물은 결과, 긍정적이 32%, 보통이 33%, 부정적이 30%로 나왔다. 역대 정부의 100일 평가와 비교하면 최악이다. 경제에 대한 낙관론도 주춤거리고 있다.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취임 직전 65%에서 50%로 하락했고, 더 나빠질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은 9%에서 18%로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올해 브라질 성장률을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춘 2.1%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IMF는 공공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한 공공지출 축소와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브릭스(BRICS)의 첫글자 B를 장식하며 성장의 선두 주자로 주목받던 브라질, 좌나 우의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경제부국을 이뤄내겠다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갈 길이 평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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