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이대로 사라지나?

입력 2019.04.10 (09:02) 수정 2019.04.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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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공룡 발자국 7천700여 개, 세계 최대…“양과 질에서 압도적”
현장 출입 통제…촬영 방해까지…왜?
개발이냐, 보존이냐…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 운명은?

전 세계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가장 많이 나오는 지층이 어디일까요? 바로 우리나라에 있는 ‘진주층’과 ‘진동층’입니다. 경남 남해와 진주, 경북 고령 등지에 있는 ‘진주층’에서는 천1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 공룡과 익룡 발자국 화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9천만 년 전 지층인 ‘진동층’은 경남 마산과 고성 등에서 발견되는데, ‘공룡 엑스포’로 유명한 경남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이 대표적입니다.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된 상족암은 1982년 학술조사에서 2,000여 개가 넘는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세계 3대 공룡 유적지로 인정받았습니다.

경남 진주 혁신도시 조성 현장에서는 백악기 ‘진주층’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익룡 발자국이 발견돼 익룡 박물관이 세워지기도 했는데요, 이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1㎝) 소형 육식공룡 랩터 공룡 발자국 화석,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개구리 발자국 화석,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마뱀 발자국 화석 등 공룡 발자국과 다양한 포유류 발자국 화석 등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습니다.

공룡 발자국 7천700 개, 세계 최대... 양과 질에서 압도적

경남 진주 정촌 뿌리산업단지 조성 공사장경남 진주 정촌 뿌리산업단지 조성 공사장

그런데 최근, 이를 뛰어넘는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가 발견됐습니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 뿌리산업단지 조성공사장입니다. 지난해부터 발굴 조사를 하던 이곳 ‘진주층’에서는 발바닥의 무늬(지문)까지 선명한 초식공룡과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대량으로 발굴되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는데요. 지층을 걷어낼수록 끝도 없이 많은 발자국이 발견됐습니다. 이 지역의 공룡 발자국 개수는 7,716개로 보고됐습니다. 현재까지 세계 최대 공룡발자국 밀집지는 볼리비아 수끄레 지역 깔 오르꼬 공원(약 5,000개)인데요, 진주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개수만 해도 이를 넘기 때문에,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분명하고, 지층을 걷어내며 내려갈수록 앞으로도 더 많은 양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큽니다.

현장을 둘러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임현수 교수는 “한국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이 나오는데, 해당 지역은 양적으로 세계 최대일 뿐 아니라, 굉장히 선명하게 발자국이 찍혀 있어 보존상태가 좋다”며 학술적으로 연구가치가 크기 때문에 현장 보존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시공사 측, 출입 통제... 촬영 방해까지... 왜?

뿌리산업단지 시행사 직원들이 취재진의 촬영을 가로막고 있다.뿌리산업단지 시행사 직원들이 취재진의 촬영을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대규모 화석이 발견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에서 이곳을 현장 보존하지 않고, 복제와 발굴(이전)만 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추가로 많은 양의 발자국 화석이 나오면서 보존 가치가 커지자, 문화재청에서는 지난 2월 현장 조사에 이어, 지난 4일에는 문화재 전문가 검토회의를 현장에서 열었는데요.

당일, 문화재 전문가 검토회의를 취재하려던 취재진을 뿌리산업단지 시공사 측에서 막아섰습니다. 지난 2월 문화재청 현장 조사 당시에도 취재진 출입을 불허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취재진이 공사장 안에 출입하려던 것이 아니라, 공사현장 밖에서 현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촬영했을 뿐인데도 카메라를 막아서고 몸싸움을 하며 촬영을 방해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시민들을 대표해 현장을 찾은 진주 시의원까지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시공사에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년 3월 준공 예정인 진주 뿌리산업단지는 현재까지 91필지 가운데 8필지, 8%밖에 분양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같이 저조한 분양률 때문에 입주대상 업종 완화까지 검토하는 어려움 속에, 해당 지역에서 세계적인 화석 밀집지가 나왔으니 산단 조성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뿌리산업단지 시행사는 진주시가 40%나 출자를 한 SPC(특수목적법인)입니다. 그런데 진주시조차도 해당 지역의 학술적 가치나 문화재청의 일정 등을 쉬쉬하고 관련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문화재청에서도 해당 구역이 지층이 갈라지는 현상이 있어 현장 보존이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는가 하면, 언론 인터뷰도 거절하는 형편입니다. 모두들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가 자칫 전국적인 이슈가 될까봐 우려하는 모양새지요.

개발이냐, 보존이냐…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 운명은?

지난 9일, 진주시 시민단체 역사진주시민 모임 등이 ‘공룡발자국 화석 보존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9일, 진주시 시민단체 역사진주시민 모임 등이 ‘공룡발자국 화석 보존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화재청과 진주시, 뿌리산단 시공사 등이 모두 쉬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는 이대로 영영 사라지게 될까요?

지난 4일 열린 전문가 검토회의 이후, 문화재청은 앞으로 해당 지역의 보존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회의를 열고, 마지막으로 문화재 위원회 회의까지 3단계를 거쳐 화석 밀집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됩니다.

지역에서는 공룡 발자국 화석지가 그대로 원형 보존되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는데요. 역사진주시민모임 등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공룡발자국 화석지 원형보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9일)을 열고 현장 보존을 촉구했습니다. 역사진주시민모임 김중섭 대표(경상대 교수)는 “당장은 공장 몇 개를 덜 분양하게 되면서 손실이 생기겠지만, 그 손실액과 세계 최대 공룡발자국 발견 지역을 보전하면서 얻어갈 가치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냐”며, "공룡엑스포를 통해 입장객 152만 명(2016년 기준)을 유치한 경남 고성과 우항리 공룡박물관을 가진 전남 해남에 못지않은 공룡 도시 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임현수 교수는 “전체 지역을 보존할 수 없더라도 작은 지역이라도 남겨놓는 것이 맞다. 현장에 있어야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있고 의미 있고 중요한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서, 세계적인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의 운명은 어떻게 결론이 날까요? 현장 보존이 아닌 일부 복제와 발굴(이전)로 결론이 날 경우, 세계 최대 규모 공룡 화석 산지는 9월까지 발굴조사를 마치고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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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대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이대로 사라지나?
    • 입력 2019-04-10 09:02:04
    • 수정2019-04-10 09:12:11
    취재K
공룡 발자국 7천700여 개, 세계 최대…“양과 질에서 압도적”<br />현장 출입 통제…촬영 방해까지…왜?<br />개발이냐, 보존이냐…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 운명은?
전 세계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가장 많이 나오는 지층이 어디일까요? 바로 우리나라에 있는 ‘진주층’과 ‘진동층’입니다. 경남 남해와 진주, 경북 고령 등지에 있는 ‘진주층’에서는 천1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 공룡과 익룡 발자국 화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9천만 년 전 지층인 ‘진동층’은 경남 마산과 고성 등에서 발견되는데, ‘공룡 엑스포’로 유명한 경남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이 대표적입니다.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된 상족암은 1982년 학술조사에서 2,000여 개가 넘는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세계 3대 공룡 유적지로 인정받았습니다.

경남 진주 혁신도시 조성 현장에서는 백악기 ‘진주층’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익룡 발자국이 발견돼 익룡 박물관이 세워지기도 했는데요, 이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1㎝) 소형 육식공룡 랩터 공룡 발자국 화석,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개구리 발자국 화석,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마뱀 발자국 화석 등 공룡 발자국과 다양한 포유류 발자국 화석 등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습니다.

공룡 발자국 7천700 개, 세계 최대... 양과 질에서 압도적

경남 진주 정촌 뿌리산업단지 조성 공사장
그런데 최근, 이를 뛰어넘는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가 발견됐습니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 뿌리산업단지 조성공사장입니다. 지난해부터 발굴 조사를 하던 이곳 ‘진주층’에서는 발바닥의 무늬(지문)까지 선명한 초식공룡과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대량으로 발굴되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는데요. 지층을 걷어낼수록 끝도 없이 많은 발자국이 발견됐습니다. 이 지역의 공룡 발자국 개수는 7,716개로 보고됐습니다. 현재까지 세계 최대 공룡발자국 밀집지는 볼리비아 수끄레 지역 깔 오르꼬 공원(약 5,000개)인데요, 진주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개수만 해도 이를 넘기 때문에,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분명하고, 지층을 걷어내며 내려갈수록 앞으로도 더 많은 양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큽니다.

현장을 둘러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임현수 교수는 “한국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이 나오는데, 해당 지역은 양적으로 세계 최대일 뿐 아니라, 굉장히 선명하게 발자국이 찍혀 있어 보존상태가 좋다”며 학술적으로 연구가치가 크기 때문에 현장 보존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시공사 측, 출입 통제... 촬영 방해까지... 왜?

뿌리산업단지 시행사 직원들이 취재진의 촬영을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대규모 화석이 발견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에서 이곳을 현장 보존하지 않고, 복제와 발굴(이전)만 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추가로 많은 양의 발자국 화석이 나오면서 보존 가치가 커지자, 문화재청에서는 지난 2월 현장 조사에 이어, 지난 4일에는 문화재 전문가 검토회의를 현장에서 열었는데요.

당일, 문화재 전문가 검토회의를 취재하려던 취재진을 뿌리산업단지 시공사 측에서 막아섰습니다. 지난 2월 문화재청 현장 조사 당시에도 취재진 출입을 불허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취재진이 공사장 안에 출입하려던 것이 아니라, 공사현장 밖에서 현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촬영했을 뿐인데도 카메라를 막아서고 몸싸움을 하며 촬영을 방해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시민들을 대표해 현장을 찾은 진주 시의원까지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시공사에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년 3월 준공 예정인 진주 뿌리산업단지는 현재까지 91필지 가운데 8필지, 8%밖에 분양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같이 저조한 분양률 때문에 입주대상 업종 완화까지 검토하는 어려움 속에, 해당 지역에서 세계적인 화석 밀집지가 나왔으니 산단 조성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뿌리산업단지 시행사는 진주시가 40%나 출자를 한 SPC(특수목적법인)입니다. 그런데 진주시조차도 해당 지역의 학술적 가치나 문화재청의 일정 등을 쉬쉬하고 관련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문화재청에서도 해당 구역이 지층이 갈라지는 현상이 있어 현장 보존이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는가 하면, 언론 인터뷰도 거절하는 형편입니다. 모두들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가 자칫 전국적인 이슈가 될까봐 우려하는 모양새지요.

개발이냐, 보존이냐…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 운명은?

지난 9일, 진주시 시민단체 역사진주시민 모임 등이 ‘공룡발자국 화석 보존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화재청과 진주시, 뿌리산단 시공사 등이 모두 쉬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는 이대로 영영 사라지게 될까요?

지난 4일 열린 전문가 검토회의 이후, 문화재청은 앞으로 해당 지역의 보존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회의를 열고, 마지막으로 문화재 위원회 회의까지 3단계를 거쳐 화석 밀집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됩니다.

지역에서는 공룡 발자국 화석지가 그대로 원형 보존되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는데요. 역사진주시민모임 등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공룡발자국 화석지 원형보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9일)을 열고 현장 보존을 촉구했습니다. 역사진주시민모임 김중섭 대표(경상대 교수)는 “당장은 공장 몇 개를 덜 분양하게 되면서 손실이 생기겠지만, 그 손실액과 세계 최대 공룡발자국 발견 지역을 보전하면서 얻어갈 가치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냐”며, "공룡엑스포를 통해 입장객 152만 명(2016년 기준)을 유치한 경남 고성과 우항리 공룡박물관을 가진 전남 해남에 못지않은 공룡 도시 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임현수 교수는 “전체 지역을 보존할 수 없더라도 작은 지역이라도 남겨놓는 것이 맞다. 현장에 있어야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있고 의미 있고 중요한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서, 세계적인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의 운명은 어떻게 결론이 날까요? 현장 보존이 아닌 일부 복제와 발굴(이전)로 결론이 날 경우, 세계 최대 규모 공룡 화석 산지는 9월까지 발굴조사를 마치고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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