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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베트남 전쟁이 끝났다고요?…베트남전 지뢰 피해자들
입력 2019.04.10 (09:02) 수정 2019.04.10 (15:09) 특파원 리포트
베트남전쟁 이후 지뢰·불발탄 10만 명 사상
베트남 국토 19% 지뢰 오염...국제 지원 호소
지뢰 피해자 화가 레츠엉 장 씨 "피해 관심 필요"
지뢰 제거와 위험물 인지 교육 병행되어야
[특파원리포트] 베트남 전쟁이 끝났다고요?…베트남전 지뢰 피해자들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중부 꽝빈성은 베트남 전쟁의 격전지였습니다. 라오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퐁냐께방 산은 전쟁 당시 베트남 길목이 막히면 군수물자를 들여오는 길이었습니다. 남과 북으로 나뉘었던 베트남이 하나로 통일되며 1975년 전쟁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전쟁 이후에도 베트남에서는 10만 명의 사람들이 지뢰, 불발탄 때문에 다치거나 숨졌습니다.

9살 때 지뢰 사고를 당한 화가 레 츠엉 장(40)씨9살 때 지뢰 사고를 당한 화가 레 츠엉 장(40)씨

'쌀로 그리는 고향'…. 지뢰 피해자 베트남 화가 레 츠엉 장

지뢰 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레 츠엉 장(40)씨는 화가입니다. 오래 볶을수록 진한 갈색이 나는 쌀로 그림을 그립니다. 각기 다른 색의 쌀을 한 톨, 한 톨 붙이고 코팅을 해 그림 한 폭을 완성합니다.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접한 '쌀그림'(Rice Painting Art)을 배운 그는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예술전'(Asian Art Exhibition)에도 참여했습니다.

장 씨는 9살 때 집 앞에서 기르던 송아지를 돌보다가 지뢰 사고를 당했습니다. 파편이 척추에 박혔지만 가난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성장기 계속 뼈가 자라면서 고통이 극심해졌고, 목에서 골반까지 뼈가 점점 빳빳하게 굳었습니다. 현재 사고 후유증으로 등을 전혀 구부릴 수 없는 장 씨는 편히 눕거나 걷는 것도 불편합니다.

레 츠엉 장 ‘고향 가는 길’레 츠엉 장 ‘고향 가는 길’

그나마 서 있는 자세가 가장 편하다는 장 씨는 서서 그림을 만듭니다. 똑같이 그려도 그림마다 색깔이 다른 장 씨의 작품 가운데 가장 아끼는 것은 '고향 가는 길'입니다. 지뢰 위험으로 지금은 통제된 고향 마을에서 맘껏 뛰어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았습니다.

여러 차례 쌀을 말리고 볶고를 반복하고, 꼬박 사나흘 동안 서서 작업해야 그림 한 폭이 완성됩니다. 장 씨는 자신의 작품을 지뢰 사고를 당한 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림이 좀 더 유명해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야 자신과 같은 베트남 지뢰 피해자들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뢰 사고로 팔을 다친 호앙 반 르우(55) 씨 지뢰 사고로 팔을 다친 호앙 반 르우(55) 씨

"지뢰인지 모르고 공놀이 하다가 폭발"... 지뢰 교육 필요

레 츠엉 장 씨의 이웃 호앙 반 르우(55)씨는 지뢰가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르우 씨는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사고를 당했습니다. 둥그런 물체가 지뢰인지 모르고, 함께 발로 차고 놀다가 폭발한 것입니다. 르우 씨는 사고 때문에 오른팔을 잃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1975년 이후, 지뢰와 불발탄 때문에 최소 4만 명이 숨졌습니다. 다친 사람은 6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피해자들도 많아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탐또아 성당은 1965년 폭격으로 훼손돼 종탑만 남아 있다.탐또아 성당은 1965년 폭격으로 훼손돼 종탑만 남아 있다.

종탑만 남은 '탐또아 성당'... 참혹한 전쟁의 기억들

꽝빈 성 동허이 마을 길목에 있는 '탐또아 성당'은 종탑만 남아있습니다. 19세기 세워진 성당은 1965년 미국 항공기 폭격으로 본당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하늘에서 비처럼 포탄이 쏟아졌다는 당시 전쟁을 견딘 성당 벽에는 수백 알의 총알 자국이 선명합니다. 성당 옆 공원에서 만난 마을 주민 27살 레 테 프헝 씨는 전쟁이 끝나고 태어났습니다. 그는 "몸을 피하려고 만든 구덩이나 동굴에도 폭탄이 떨어져 마을 사람이 숨졌다고 들었다"며 "탐 또아 성당을 볼 때면 그때 당시 얼마나 참혹했는지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 군인들이 지뢰 탐지를 하고 있다.베트남 군인들이 지뢰 탐지를 하고 있다.

베트남 전역 19% 지뢰 오염…. 국제사회 지원이 필요

전문가들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항공기로 투하한 폭탄, 지뢰 등이 모두 1,500만 톤에 달한다고 추정합니다. 이 가운데 여전히 80만 톤가량의 불발탄이 땅속에 묻혀 있습니다. 베트남국방부는 이 가운데 3.2%만 제거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체 베트남 면적의 18.82%가 여전히 지뢰, 불발탄에 오염되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내년까지 2천만 달러 예산을 투입해 유엔개발계획(UNDP), 베트남 지뢰 제거센터(VNMAC)와 함께 불발탄, 지뢰 제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김진오 소장은 "지뢰 탐지 제거 작업은 나무를 베고, 사람이 직접 탐지기로 현장을 찾아내야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위험한지 아직 모를 뿐"...끝나지 않은 전쟁 고통

베트남 당국이 관리하는 지뢰, 불발탄 분포 현황에 대한 자료를 아직 미비합니다. 하지만 지뢰는 지역 사회 발전에 큰 장애 요인이자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레 민 응안 꽝민성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토지를 활용하고, 경제적으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안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응옌 츠엉 친 꽝빈성 보차익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또한 "오래 생활하던 터전을 떠날 수 없는 주민들은 지뢰 위험이 있는 마을에서 밭을 경작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마을을 위주로 제거 작업을 먼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우리 정부는 꽝빈성에 지뢰 탐지기 200개를 추가 지원했습니다. 김도현 주베트남 한국 대사는 "베트남과 한국은 모두 전쟁을 겪었고, 지속적으로 이후 발전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베트남 전쟁은 44년 전, 끝났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마을 땅 아래 묻힌 지뢰 찌꺼기들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쟁의 파편들이 안전하게 제거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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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0 (09:02)
    • 수정 2019.04.10 (15:09)
    특파원 리포트
베트남전쟁 이후 지뢰·불발탄 10만 명 사상
베트남 국토 19% 지뢰 오염...국제 지원 호소
지뢰 피해자 화가 레츠엉 장 씨 "피해 관심 필요"
지뢰 제거와 위험물 인지 교육 병행되어야
[특파원리포트] 베트남 전쟁이 끝났다고요?…베트남전 지뢰 피해자들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중부 꽝빈성은 베트남 전쟁의 격전지였습니다. 라오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퐁냐께방 산은 전쟁 당시 베트남 길목이 막히면 군수물자를 들여오는 길이었습니다. 남과 북으로 나뉘었던 베트남이 하나로 통일되며 1975년 전쟁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전쟁 이후에도 베트남에서는 10만 명의 사람들이 지뢰, 불발탄 때문에 다치거나 숨졌습니다.

9살 때 지뢰 사고를 당한 화가 레 츠엉 장(40)씨9살 때 지뢰 사고를 당한 화가 레 츠엉 장(40)씨

'쌀로 그리는 고향'…. 지뢰 피해자 베트남 화가 레 츠엉 장

지뢰 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레 츠엉 장(40)씨는 화가입니다. 오래 볶을수록 진한 갈색이 나는 쌀로 그림을 그립니다. 각기 다른 색의 쌀을 한 톨, 한 톨 붙이고 코팅을 해 그림 한 폭을 완성합니다.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접한 '쌀그림'(Rice Painting Art)을 배운 그는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예술전'(Asian Art Exhibition)에도 참여했습니다.

장 씨는 9살 때 집 앞에서 기르던 송아지를 돌보다가 지뢰 사고를 당했습니다. 파편이 척추에 박혔지만 가난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성장기 계속 뼈가 자라면서 고통이 극심해졌고, 목에서 골반까지 뼈가 점점 빳빳하게 굳었습니다. 현재 사고 후유증으로 등을 전혀 구부릴 수 없는 장 씨는 편히 눕거나 걷는 것도 불편합니다.

레 츠엉 장 ‘고향 가는 길’레 츠엉 장 ‘고향 가는 길’

그나마 서 있는 자세가 가장 편하다는 장 씨는 서서 그림을 만듭니다. 똑같이 그려도 그림마다 색깔이 다른 장 씨의 작품 가운데 가장 아끼는 것은 '고향 가는 길'입니다. 지뢰 위험으로 지금은 통제된 고향 마을에서 맘껏 뛰어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았습니다.

여러 차례 쌀을 말리고 볶고를 반복하고, 꼬박 사나흘 동안 서서 작업해야 그림 한 폭이 완성됩니다. 장 씨는 자신의 작품을 지뢰 사고를 당한 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림이 좀 더 유명해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야 자신과 같은 베트남 지뢰 피해자들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뢰 사고로 팔을 다친 호앙 반 르우(55) 씨 지뢰 사고로 팔을 다친 호앙 반 르우(55) 씨

"지뢰인지 모르고 공놀이 하다가 폭발"... 지뢰 교육 필요

레 츠엉 장 씨의 이웃 호앙 반 르우(55)씨는 지뢰가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르우 씨는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사고를 당했습니다. 둥그런 물체가 지뢰인지 모르고, 함께 발로 차고 놀다가 폭발한 것입니다. 르우 씨는 사고 때문에 오른팔을 잃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1975년 이후, 지뢰와 불발탄 때문에 최소 4만 명이 숨졌습니다. 다친 사람은 6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피해자들도 많아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탐또아 성당은 1965년 폭격으로 훼손돼 종탑만 남아 있다.탐또아 성당은 1965년 폭격으로 훼손돼 종탑만 남아 있다.

종탑만 남은 '탐또아 성당'... 참혹한 전쟁의 기억들

꽝빈 성 동허이 마을 길목에 있는 '탐또아 성당'은 종탑만 남아있습니다. 19세기 세워진 성당은 1965년 미국 항공기 폭격으로 본당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하늘에서 비처럼 포탄이 쏟아졌다는 당시 전쟁을 견딘 성당 벽에는 수백 알의 총알 자국이 선명합니다. 성당 옆 공원에서 만난 마을 주민 27살 레 테 프헝 씨는 전쟁이 끝나고 태어났습니다. 그는 "몸을 피하려고 만든 구덩이나 동굴에도 폭탄이 떨어져 마을 사람이 숨졌다고 들었다"며 "탐 또아 성당을 볼 때면 그때 당시 얼마나 참혹했는지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 군인들이 지뢰 탐지를 하고 있다.베트남 군인들이 지뢰 탐지를 하고 있다.

베트남 전역 19% 지뢰 오염…. 국제사회 지원이 필요

전문가들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항공기로 투하한 폭탄, 지뢰 등이 모두 1,500만 톤에 달한다고 추정합니다. 이 가운데 여전히 80만 톤가량의 불발탄이 땅속에 묻혀 있습니다. 베트남국방부는 이 가운데 3.2%만 제거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체 베트남 면적의 18.82%가 여전히 지뢰, 불발탄에 오염되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내년까지 2천만 달러 예산을 투입해 유엔개발계획(UNDP), 베트남 지뢰 제거센터(VNMAC)와 함께 불발탄, 지뢰 제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김진오 소장은 "지뢰 탐지 제거 작업은 나무를 베고, 사람이 직접 탐지기로 현장을 찾아내야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위험한지 아직 모를 뿐"...끝나지 않은 전쟁 고통

베트남 당국이 관리하는 지뢰, 불발탄 분포 현황에 대한 자료를 아직 미비합니다. 하지만 지뢰는 지역 사회 발전에 큰 장애 요인이자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레 민 응안 꽝민성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토지를 활용하고, 경제적으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안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응옌 츠엉 친 꽝빈성 보차익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또한 "오래 생활하던 터전을 떠날 수 없는 주민들은 지뢰 위험이 있는 마을에서 밭을 경작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마을을 위주로 제거 작업을 먼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우리 정부는 꽝빈성에 지뢰 탐지기 200개를 추가 지원했습니다. 김도현 주베트남 한국 대사는 "베트남과 한국은 모두 전쟁을 겪었고, 지속적으로 이후 발전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베트남 전쟁은 44년 전, 끝났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마을 땅 아래 묻힌 지뢰 찌꺼기들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쟁의 파편들이 안전하게 제거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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