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입력 2019.04.10 (20:37) 수정 2019.04.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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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계의 주요 이슈를 짚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오늘의 픽은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입니다.

사진 속의 남성,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입니다.

1921년 생, 우리 나이로는 99살인데요.

올해 초 교통사고를 내면서 영국에서 '고령자 운전 금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 모습입니다.

도로를 가로 지른 검은 바퀴 자국과 앞 유리창이 깨진 채 옆으로 넘어진 검은 자동차.

사고가 난 곳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이 사는 왕실 별장 인근이었습니다.

영국 경찰은 필립공이 다친 곳은 없었지만, 상대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 2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필립공은 2년 전에 고령을 이유로 왕실 업무에선 은퇴했지만, 운전대는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BBC는 전했는데요.

사고 이틀 만에 또 운전대를 잡아 영국 내에서 고령자 운전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영국국민 : "매일 운전하면서 비틀거리는 많은 고령 운전자들을 봅니다. 필립공도 나이가 꽤 있으니 운전을 그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윌리엄/영국 운전자단체 대변인 : "오히려 고령 운전자 대다수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운전을 제어하는데 꽤 능숙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각종 감각이 떨어지니 운전을 그만 하는게 맞다.

고령이라고 운전을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그런 논란인 것 같네요.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65세 이상 인구가 30%가 넘는 세계적인 고령화 국가 일본의 사례가 있습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령자 운전 사고의 원인은 가속 페달과 제동 페달을 밟을 때를 착각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화면을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넘어 인도로 돌진합니다.

보행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이 사고의 운전자는 90세 여성입니다.

주차된 차량들과 담벼락을 연이어 들이받은 이 사고의 운전자는 85세 남성이었습니다.

때문에 일본에선 가속 페달을 제동 페달로 착각해 잘못 밟았을 때 이를 제어해주는 자동 멈춤 장치까지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96세의 고령 운전자가 오르막길에서 전속력으로 후진해 30대 여성을 숨지게 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경찰에서 당황해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오르막길이니까 직진 상태인 줄 알고 가속 페달을 밟은 거죠.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았으니까 후진이 빨라진거죠."]

[앵커]

아무래도 80~90대 운전자라면 신체 반응 능력이 떨어질 것도 같은데요.

제도적으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은 곳은 있나요?

[기자]

네, 일본에선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가 10년 새 2배가 늘었고요.

우리나라도 2013년 만7천500여 건에서 2017년 2만 6천700여 건으로 50% 이상 늘었습니다.

때문에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을 점점 강화하는 추세인데요.

영국에서는 만 7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만료되고, 이후 3년마다 면허증을 갱신해야 합니다.

일본은 만 75세 이상일 경우 3년마다 '인지 기능검사'를 받아야 면허 갱신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기존 5년에서 일본과 동일하게 3년으로 고령자 면허 갱신 기간을 줄였습니다.

[앵커]

최근에 국내 보도를 보니까 지자체들이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권유하던데요.

외국에도 그런 제도가 있나요?

[기자]

네, 일본에선 20년 전부터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운전 면허 소지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307만 명 정도입니다.

일본은 10살 더 높은 75세로 잡았는데요.

무려 540만 명입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매년 고령자들의 운전면허 반납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는데요.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면허를 자진반납한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30만 명에 육박해 1998년 제도 도입 이후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3년 이후 재작년까지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한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7천 명 정도로 나타났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지자체들의 홍보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앵커]

그렇지만 또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을 포기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 같네요.

정책적으로 사고를 줄일 방안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크게 두 가지 방안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국가에서 고령 운전자를 보호해주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겁니다.

일본 지자체는 차량용 블랙박스를 이용해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에 나섰습니다.

70세 이상 운전자가 경찰서에서 블랙박스를 빌려 운전을 하고, 2주 뒤에 경찰관이 영상을 분석해 개별적으로 지도를 해줍니다.

또 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위해 도로 조명을 늘리고 도로 표지판 크기도 20% 정도 확대했습니다.

고령 운전자를 뜻하는 실버 마크를 차량에 부착하고, 이 차량에 위협 운전을 가하면 우리 돈 500만 원 상당의 벌금을 내는 제도도 시행 중입니다.

고령화 대비에 앞선 싱가포르에서는 자율주행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율주행차가 노년층만을 위한 건 아니지만, 싱가포르의 경우는 제한 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로 정하는 등 노인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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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 입력 2019-04-10 20:44:28
    • 수정2019-04-10 20:57:42
    글로벌24
[앵커]

전세계의 주요 이슈를 짚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오늘의 픽은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입니다.

사진 속의 남성,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입니다.

1921년 생, 우리 나이로는 99살인데요.

올해 초 교통사고를 내면서 영국에서 '고령자 운전 금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 모습입니다.

도로를 가로 지른 검은 바퀴 자국과 앞 유리창이 깨진 채 옆으로 넘어진 검은 자동차.

사고가 난 곳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이 사는 왕실 별장 인근이었습니다.

영국 경찰은 필립공이 다친 곳은 없었지만, 상대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 2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필립공은 2년 전에 고령을 이유로 왕실 업무에선 은퇴했지만, 운전대는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BBC는 전했는데요.

사고 이틀 만에 또 운전대를 잡아 영국 내에서 고령자 운전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영국국민 : "매일 운전하면서 비틀거리는 많은 고령 운전자들을 봅니다. 필립공도 나이가 꽤 있으니 운전을 그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윌리엄/영국 운전자단체 대변인 : "오히려 고령 운전자 대다수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운전을 제어하는데 꽤 능숙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각종 감각이 떨어지니 운전을 그만 하는게 맞다.

고령이라고 운전을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그런 논란인 것 같네요.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65세 이상 인구가 30%가 넘는 세계적인 고령화 국가 일본의 사례가 있습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령자 운전 사고의 원인은 가속 페달과 제동 페달을 밟을 때를 착각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화면을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넘어 인도로 돌진합니다.

보행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이 사고의 운전자는 90세 여성입니다.

주차된 차량들과 담벼락을 연이어 들이받은 이 사고의 운전자는 85세 남성이었습니다.

때문에 일본에선 가속 페달을 제동 페달로 착각해 잘못 밟았을 때 이를 제어해주는 자동 멈춤 장치까지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96세의 고령 운전자가 오르막길에서 전속력으로 후진해 30대 여성을 숨지게 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경찰에서 당황해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오르막길이니까 직진 상태인 줄 알고 가속 페달을 밟은 거죠.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았으니까 후진이 빨라진거죠."]

[앵커]

아무래도 80~90대 운전자라면 신체 반응 능력이 떨어질 것도 같은데요.

제도적으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은 곳은 있나요?

[기자]

네, 일본에선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가 10년 새 2배가 늘었고요.

우리나라도 2013년 만7천500여 건에서 2017년 2만 6천700여 건으로 50% 이상 늘었습니다.

때문에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을 점점 강화하는 추세인데요.

영국에서는 만 7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만료되고, 이후 3년마다 면허증을 갱신해야 합니다.

일본은 만 75세 이상일 경우 3년마다 '인지 기능검사'를 받아야 면허 갱신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기존 5년에서 일본과 동일하게 3년으로 고령자 면허 갱신 기간을 줄였습니다.

[앵커]

최근에 국내 보도를 보니까 지자체들이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권유하던데요.

외국에도 그런 제도가 있나요?

[기자]

네, 일본에선 20년 전부터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운전 면허 소지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307만 명 정도입니다.

일본은 10살 더 높은 75세로 잡았는데요.

무려 540만 명입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매년 고령자들의 운전면허 반납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는데요.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면허를 자진반납한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30만 명에 육박해 1998년 제도 도입 이후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3년 이후 재작년까지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한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7천 명 정도로 나타났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지자체들의 홍보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앵커]

그렇지만 또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을 포기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 같네요.

정책적으로 사고를 줄일 방안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크게 두 가지 방안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국가에서 고령 운전자를 보호해주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겁니다.

일본 지자체는 차량용 블랙박스를 이용해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에 나섰습니다.

70세 이상 운전자가 경찰서에서 블랙박스를 빌려 운전을 하고, 2주 뒤에 경찰관이 영상을 분석해 개별적으로 지도를 해줍니다.

또 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위해 도로 조명을 늘리고 도로 표지판 크기도 20% 정도 확대했습니다.

고령 운전자를 뜻하는 실버 마크를 차량에 부착하고, 이 차량에 위협 운전을 가하면 우리 돈 500만 원 상당의 벌금을 내는 제도도 시행 중입니다.

고령화 대비에 앞선 싱가포르에서는 자율주행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율주행차가 노년층만을 위한 건 아니지만, 싱가포르의 경우는 제한 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로 정하는 등 노인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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