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美 “중국 제압해 북한 떼어낸다”…임박한 ‘비핵화 결전’의 시간

입력 2019.04.11 (07:04) 수정 2019.04.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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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시각 내일 새벽,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정상회담을 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는 연일 '일괄타결' 또는 '빅딜'이라는 목표와 함께, 목표 달성까지 제재완화는 없다는 '선 비핵화·후 제재완화' 원칙을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오늘 북한 최고 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포기를 선언하기를 기대한다. 그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겠다"고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 간 '톱다운' 채널을 만든 뒤, 무역전쟁으로 중국을 제압하고는 하노이 회담에서 '노딜'을 택한 트럼프 대통령. 대북제재 전열을 정비하고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까지 강화하면서 웃는 얼굴로 계속 손을 내미는 그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확실한 답'을 내놔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미중 대결이라는 거친 파고 속에서 북미 간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 문 대통령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인다.

■ 문 대통령 방미 날 ‘최대압박’ 재확인한 미국…‘절충’ 가능할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어제 문 대통령의 출국을 몇시간 앞둔 시간에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과의 협상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최대 경제적 압박은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폼페이오 장관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폼페이오 장관

소위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향한 우리의 외교적 노력은 가장 성공적이고 우리는 그 목표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면서 "목표 달성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우리의 외교적 활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5일 CBS 인터뷰에 이어 '궁극적 목표 달성 때까지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이며, 한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최종 목표가 'FFVD'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는 또 중국과 이란, 러시아와 함께 북한을 미국이 직면한 위협으로 거론하면서 북한의 '재래식 수단의 위험 감소'를 위한 노력도 분명히 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노이 회담 당시 핵무기는 물론 다른 대량살상 무기까지 미국에 넘기라고 한 이른바 '리비아식' 빅딜 요구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미가 우선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인 합의'를 하고 이후 '단계적 접근'을 통해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가늠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을 어느 정도까지 고수할 지다.

■ “‘비핵화 협상 재개’·‘한미동맹 강화’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폼페이오 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한국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요청에 미국은 '노'라고 할거냐?'는 질문에 사실상 "노"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에 대한 검증 가능한 조치를 할 때까지 경제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필요성에 대한 주장을 펴다가 최근 누그러뜨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핵 외교의 다음 단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얻지 못한다면 김 위원장에 대한 견인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하노이 회담 결렬이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됐다"면서 "이제는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선박 정보 사이트인 ‘베셀 파인더’에 표시된 루니스의 정보선박 정보 사이트인 ‘베셀 파인더’에 표시된 루니스의 정보

최근 미국 조야에서 한미 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하노이 회담 이후 대북 제재에 난 구멍을 정비하는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북한의 석탄·정제유 불법 옮겨싣기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명단을 발표하면서 '루니스(LUNIS)'라는 이름의 한국 선적 선박을 포함시켰다. 대북 제재 이행에 한국 정부도 공조하라는 '경고'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백악관은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면서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역내 평화·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며 "문 대통령의 방문이 동맹과 우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한미 조야의 우려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 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등 양국 간 공조 방안에 대한 보도 심도 있는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우리 측은 '단계적 접근'보다는 비핵화의 큰 그림이 될 '포괄적인 합의'에 대한 미국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단계적 보상'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비핵화 약속을 북한이 취하게끔 견인하는 것도 우리 정부의 역할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 갈수록 선명해지는 미국의 ‘중국-북한 분리 작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원칙'을 강조하는 미국이지만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만큼은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확고해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3차 정상회담이 열리길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면서 또 빼놓지 않은 레퍼토리가 있다. 북한의 조치가 미국의 요구에 부응할 경우 경제적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약속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어제 청문회에서도 "북한 주민의 더 밝은 미래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걸기는 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전부터 미국이 누차 강조해온 경제적 보상 약속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 편에 서라'는 말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하노이 회담의 뒷얘기를 공개하면서도 '김 위원장과 여전히 좋은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는 '무역전쟁'·'일대일로 차단' 등을 통해 세계 패권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면서도 김 위원장을 향해서는 유화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 “중국은 전체주의적 적(敵)”…심상치 않은 미국의 움직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그 제휴사인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말, '냉전이 돌아왔다: 배넌은 '공격적인 전체주의적 적'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 위원회의 부활을 돕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동시에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을 포함한 거물급 전직 미국 정부 관리들과 워싱턴의 정책 고문단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냉전 시대에 구성됐던 기구를 부활시켰다는 내용이다.

기구의 명칭은 '현존 위협 중국에 대한 위원회(The 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 China, CPDC)로 알려졌다. 두 매체는 "CPDC가 1950년대 초,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처음 설치됐던 '현존 위협에 대한 위원회(The 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 CPD)가 부활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CPD는 1976년 냉전 시대에도 소비에트 연방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내 강경파에 의해 다시 구성됐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의 ‘CPDC 소개’ 기사폴리티코의 ‘CPDC 소개’ 기사

'중국'을 겨냥해 다시 부활한 위원회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공산국가인 중국은 미국과 자유에 대한 실존적이고 이념적인 위협을 상징하며 이런 위협을 물리치는 데 필요한 정책과 우선순위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회가 중국에 대한 일련의 전국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가 되기 훨씬 오래전부터 '중국이 현존하는 미국의 가장 큰 적'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공론화하겠다는 위원회 구성 취지를 설명한 것이다.

두 매체는 특히, 이 기구가 중국을 "공격적인 전체주의적 적(an aggressive totalitarian foe)"으로 규정한데 주목했다. 서방세계에서 '전체주의(totalitarian)'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보다 비판 수위가 훨씬 강력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얼마나 심각한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내년 대선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싸움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뮬러 특검보고서 공개로 힘을 얻은 그가 미중 무역전쟁의 합의 시점을 효과 극대화를 위해 대선 직전까지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년 동안 지속돼온 북미 간 '대화 무드'는 요동치는 미중 관계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우리는 현대사에서 미중 관계가 한반도 정세의 중대 변수가 됐던 경험을 겪어왔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패권 도전과 '중국 제압'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미국의 전략이 충돌하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우리 정부가 끝까지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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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는 연일 '일괄타결' 또는 '빅딜'이라는 목표와 함께, 목표 달성까지 제재완화는 없다는 '선 비핵화·후 제재완화' 원칙을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오늘 북한 최고 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포기를 선언하기를 기대한다. 그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겠다"고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 간 '톱다운' 채널을 만든 뒤, 무역전쟁으로 중국을 제압하고는 하노이 회담에서 '노딜'을 택한 트럼프 대통령. 대북제재 전열을 정비하고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까지 강화하면서 웃는 얼굴로 계속 손을 내미는 그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확실한 답'을 내놔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미중 대결이라는 거친 파고 속에서 북미 간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 문 대통령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인다.

■ 문 대통령 방미 날 ‘최대압박’ 재확인한 미국…‘절충’ 가능할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어제 문 대통령의 출국을 몇시간 앞둔 시간에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과의 협상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최대 경제적 압박은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폼페이오 장관
소위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향한 우리의 외교적 노력은 가장 성공적이고 우리는 그 목표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면서 "목표 달성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우리의 외교적 활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5일 CBS 인터뷰에 이어 '궁극적 목표 달성 때까지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이며, 한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최종 목표가 'FFVD'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는 또 중국과 이란, 러시아와 함께 북한을 미국이 직면한 위협으로 거론하면서 북한의 '재래식 수단의 위험 감소'를 위한 노력도 분명히 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노이 회담 당시 핵무기는 물론 다른 대량살상 무기까지 미국에 넘기라고 한 이른바 '리비아식' 빅딜 요구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미가 우선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인 합의'를 하고 이후 '단계적 접근'을 통해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가늠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을 어느 정도까지 고수할 지다.

■ “‘비핵화 협상 재개’·‘한미동맹 강화’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폼페이오 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한국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요청에 미국은 '노'라고 할거냐?'는 질문에 사실상 "노"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에 대한 검증 가능한 조치를 할 때까지 경제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필요성에 대한 주장을 펴다가 최근 누그러뜨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핵 외교의 다음 단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얻지 못한다면 김 위원장에 대한 견인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하노이 회담 결렬이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됐다"면서 "이제는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선박 정보 사이트인 ‘베셀 파인더’에 표시된 루니스의 정보
최근 미국 조야에서 한미 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하노이 회담 이후 대북 제재에 난 구멍을 정비하는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북한의 석탄·정제유 불법 옮겨싣기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명단을 발표하면서 '루니스(LUNIS)'라는 이름의 한국 선적 선박을 포함시켰다. 대북 제재 이행에 한국 정부도 공조하라는 '경고'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백악관은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면서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역내 평화·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며 "문 대통령의 방문이 동맹과 우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한미 조야의 우려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 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등 양국 간 공조 방안에 대한 보도 심도 있는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우리 측은 '단계적 접근'보다는 비핵화의 큰 그림이 될 '포괄적인 합의'에 대한 미국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단계적 보상'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비핵화 약속을 북한이 취하게끔 견인하는 것도 우리 정부의 역할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 갈수록 선명해지는 미국의 ‘중국-북한 분리 작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원칙'을 강조하는 미국이지만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만큼은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확고해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3차 정상회담이 열리길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면서 또 빼놓지 않은 레퍼토리가 있다. 북한의 조치가 미국의 요구에 부응할 경우 경제적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약속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어제 청문회에서도 "북한 주민의 더 밝은 미래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걸기는 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전부터 미국이 누차 강조해온 경제적 보상 약속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 편에 서라'는 말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하노이 회담의 뒷얘기를 공개하면서도 '김 위원장과 여전히 좋은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는 '무역전쟁'·'일대일로 차단' 등을 통해 세계 패권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면서도 김 위원장을 향해서는 유화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 “중국은 전체주의적 적(敵)”…심상치 않은 미국의 움직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그 제휴사인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말, '냉전이 돌아왔다: 배넌은 '공격적인 전체주의적 적'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 위원회의 부활을 돕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동시에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을 포함한 거물급 전직 미국 정부 관리들과 워싱턴의 정책 고문단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냉전 시대에 구성됐던 기구를 부활시켰다는 내용이다.

기구의 명칭은 '현존 위협 중국에 대한 위원회(The 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 China, CPDC)로 알려졌다. 두 매체는 "CPDC가 1950년대 초,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처음 설치됐던 '현존 위협에 대한 위원회(The 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 CPD)가 부활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CPD는 1976년 냉전 시대에도 소비에트 연방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내 강경파에 의해 다시 구성됐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의 ‘CPDC 소개’ 기사
'중국'을 겨냥해 다시 부활한 위원회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공산국가인 중국은 미국과 자유에 대한 실존적이고 이념적인 위협을 상징하며 이런 위협을 물리치는 데 필요한 정책과 우선순위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회가 중국에 대한 일련의 전국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가 되기 훨씬 오래전부터 '중국이 현존하는 미국의 가장 큰 적'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공론화하겠다는 위원회 구성 취지를 설명한 것이다.

두 매체는 특히, 이 기구가 중국을 "공격적인 전체주의적 적(an aggressive totalitarian foe)"으로 규정한데 주목했다. 서방세계에서 '전체주의(totalitarian)'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보다 비판 수위가 훨씬 강력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얼마나 심각한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내년 대선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싸움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뮬러 특검보고서 공개로 힘을 얻은 그가 미중 무역전쟁의 합의 시점을 효과 극대화를 위해 대선 직전까지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년 동안 지속돼온 북미 간 '대화 무드'는 요동치는 미중 관계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우리는 현대사에서 미중 관계가 한반도 정세의 중대 변수가 됐던 경험을 겪어왔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패권 도전과 '중국 제압'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미국의 전략이 충돌하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우리 정부가 끝까지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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