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바꿔, 말아?”…“아직은 아리송” 5G 휴대폰

입력 2019.04.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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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게 구체적으로 제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한 시민이 "5G 서비스가 어떻게 생활을 바꿀 것 같은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답변입니다. 사방에서 '5G'라며 광고를 하지만, 그 정체는 두루뭉술합니다.

'5G(Generation·세대)'는 말 그대로 다섯 번째 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입니다. 현재 많이들 쓰는 LTE의 경우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로 2011년에 시작됐죠. 이통사들은 LTE보다 5G가 20배는 빠르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5G 휴대전화로 바꾸면 정말 생활이 편리해지는 걸까요? 반나절 동안 지인의 갤럭시 S10 5G 모델을 빌려 직접 사용해봤습니다.


■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5G는 잠시 넣어두세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하루 대부분을 밖에서 보냅니다. 특히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은 오롯이 자신만의 스마트폰 생활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서울 강남역 거리에서는 원활히 잡히던 5G 신호는 강남역 지하상가로 들어선 지 1분도 안 돼 LTE 신호로 바뀌었습니다. 지하철 타는 곳으로 한 층 더 내려가서도 역시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5G 신호가 LTE로 전환되는 이유는 바로 기지국이 아직 안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5G 신호가 닿지 않는 곳에서는 5G 휴대폰이 LTE 신호를 대신 잡아 사용합니다. 5G 신호는 주파수의 특성상 곧게 뻗어 나가는 '직진성'이 강합니다.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는 대신 튕겨 나와, 지하에서는 아직 5G를 체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강남 거리나 도로 위는 지하철보다 사정이 나았습니다. 지하가 아닌 덕분일까요. LTE 신호와 5G 신호를 '왔다 갔다'하기는 했지만, 지하철보다 5G 신호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유튜브로 스트리밍 방송을 재생했을 때, LTE와 5G 휴대폰의 속도 차이를 체감하긴 어려웠습니다. 두 휴대폰 모두 지연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카페나 회사에선? 실내에선 더 '아리송'

이동 시간에만 휴대폰을 쓰는 건 아니죠. 한가한 시간이나 업무 시간에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실내에서는 어떨까? 강남역 주변 상가 1층에 있는 상가로 들어와 봤습니다.

카페 입구 근처에서 5G 신호는 무리 없이 잡혔습니다. 그러나 카페 안 곳곳을 돌아다니자, 5G 신호가 LTE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특히 입구에 떨어진 카페 안쪽으로 이동하니 5G 신호는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5G 신호가 잘 잡히는 테이블에 앉아 몇 가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먼저 HD 영화 한 편을 동시에 내려받아 봤습니다. 확실히 5G가 빠르긴 빨랐습니다.

이통사의 광고처럼 '20배'는 아니었지만, 5G가 '4.5배' 정도 빨랐습니다. 5G 휴대폰이 2.53GB 용량을 다 받았을 때, LTE 휴대폰은 겨우 518MB 정도의 다운로드를 끝냈습니다. 평소 대용량 영화나 파일을 휴대폰으로 내려받는 소비자라면 매력을 느낄만합니다.

이번엔 야구 하이라이트 영상을 즉석에서 재생해봤습니다. 요즘 영상은 스트리밍* 방식으로 많이들 보니, 스트리밍 속도도 소비자에겐 중요하죠.
(*스트리밍: 실제로 영상이 플레이 되는 분량만큼 실시간으로 조금씩 전송하는 것)

그런데 LTE는 재생이 잘 됐지만, 5G는 어쩐 일인지 영상조차 뜨지 않았습니다. 5G 휴대전화에서는 로딩 표시만 1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겨우 재생된 영상도 선수들의 움직임이 뭉개져서 보일 정도로 저화질이었습니다. 영화 다운로드 속도로 높아졌던 5G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휴대폰으로 '끊임없고, 선명하게' 스트리밍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개인적으로 제일 기대했었기 때문입니다.


KBS 안에서는 5G 신호가 아예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직 KBS에 5G 중계기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지하와 실내 등에서 5G 신호가 잡히는 곳이 많지 않아 5G 전용 휴대전화로 바꾸더라도 '5G 생활'을 곧바로 체험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기지국 확충 전에는 '확연한 차이' 느끼긴 어려워"

'혹시 5G가 안 되는 곳만 찾아다녔나' 싶어서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은 정부청사와 회사, 상업시설 등이 모여있어 통신사들이 5G 기지국을 가장 촘촘하게 설치한 곳 중 하나입니다.

확실히 5G 신호가 끊김 없고 원활했습니다. 영화 다운로드 속도도 실내보다 더 빨랐습니다. LTE로 130MB를 받는 동안, 5G는 2.53GB 영화 다운로드를 완료했습니다. 이통사들이 홍보하던 '20배' 속도에 가까웠습니다. 야구 하이라이트 영상도 문제없이 곧바로 재생됐습니다.


물론 광화문에서도 지하로 들어가자 5G 신호는 LTE로 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경험한 5G 서비스의 속도는 5G의 미래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기지국이 전국적으로 확충되면 아마 LTE 때와 같은 그런 폭발적인 성장도 예상됩니다.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라서 더 많은 기지국이 깔려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 되지 않은 상태거든요. 직진성이 강해서 기지국에 가까이 가면 연결이 되지만 기지국에서 멀어지거나 어디 장애물에 맞으면 연결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장병준 교수는 '기지국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아직은 5G를 전국에서 느끼긴 어렵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만 기지국이 설치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5G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는 LTE 속도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5G 상용화 시작'이라는 문구 하나만 믿고 5G 서비스를 전국 곳곳에서 원활하게 사용할 거라는 기대는 한동안 접어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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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서 바꿔, 말아?”…“아직은 아리송” 5G 휴대폰
    • 입력 2019-04-11 09:01:03
    취재K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게 구체적으로 제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한 시민이 "5G 서비스가 어떻게 생활을 바꿀 것 같은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답변입니다. 사방에서 '5G'라며 광고를 하지만, 그 정체는 두루뭉술합니다.

'5G(Generation·세대)'는 말 그대로 다섯 번째 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입니다. 현재 많이들 쓰는 LTE의 경우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로 2011년에 시작됐죠. 이통사들은 LTE보다 5G가 20배는 빠르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5G 휴대전화로 바꾸면 정말 생활이 편리해지는 걸까요? 반나절 동안 지인의 갤럭시 S10 5G 모델을 빌려 직접 사용해봤습니다.


■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5G는 잠시 넣어두세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하루 대부분을 밖에서 보냅니다. 특히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은 오롯이 자신만의 스마트폰 생활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서울 강남역 거리에서는 원활히 잡히던 5G 신호는 강남역 지하상가로 들어선 지 1분도 안 돼 LTE 신호로 바뀌었습니다. 지하철 타는 곳으로 한 층 더 내려가서도 역시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5G 신호가 LTE로 전환되는 이유는 바로 기지국이 아직 안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5G 신호가 닿지 않는 곳에서는 5G 휴대폰이 LTE 신호를 대신 잡아 사용합니다. 5G 신호는 주파수의 특성상 곧게 뻗어 나가는 '직진성'이 강합니다.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는 대신 튕겨 나와, 지하에서는 아직 5G를 체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강남 거리나 도로 위는 지하철보다 사정이 나았습니다. 지하가 아닌 덕분일까요. LTE 신호와 5G 신호를 '왔다 갔다'하기는 했지만, 지하철보다 5G 신호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유튜브로 스트리밍 방송을 재생했을 때, LTE와 5G 휴대폰의 속도 차이를 체감하긴 어려웠습니다. 두 휴대폰 모두 지연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카페나 회사에선? 실내에선 더 '아리송'

이동 시간에만 휴대폰을 쓰는 건 아니죠. 한가한 시간이나 업무 시간에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실내에서는 어떨까? 강남역 주변 상가 1층에 있는 상가로 들어와 봤습니다.

카페 입구 근처에서 5G 신호는 무리 없이 잡혔습니다. 그러나 카페 안 곳곳을 돌아다니자, 5G 신호가 LTE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특히 입구에 떨어진 카페 안쪽으로 이동하니 5G 신호는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5G 신호가 잘 잡히는 테이블에 앉아 몇 가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먼저 HD 영화 한 편을 동시에 내려받아 봤습니다. 확실히 5G가 빠르긴 빨랐습니다.

이통사의 광고처럼 '20배'는 아니었지만, 5G가 '4.5배' 정도 빨랐습니다. 5G 휴대폰이 2.53GB 용량을 다 받았을 때, LTE 휴대폰은 겨우 518MB 정도의 다운로드를 끝냈습니다. 평소 대용량 영화나 파일을 휴대폰으로 내려받는 소비자라면 매력을 느낄만합니다.

이번엔 야구 하이라이트 영상을 즉석에서 재생해봤습니다. 요즘 영상은 스트리밍* 방식으로 많이들 보니, 스트리밍 속도도 소비자에겐 중요하죠.
(*스트리밍: 실제로 영상이 플레이 되는 분량만큼 실시간으로 조금씩 전송하는 것)

그런데 LTE는 재생이 잘 됐지만, 5G는 어쩐 일인지 영상조차 뜨지 않았습니다. 5G 휴대전화에서는 로딩 표시만 1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겨우 재생된 영상도 선수들의 움직임이 뭉개져서 보일 정도로 저화질이었습니다. 영화 다운로드 속도로 높아졌던 5G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휴대폰으로 '끊임없고, 선명하게' 스트리밍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개인적으로 제일 기대했었기 때문입니다.


KBS 안에서는 5G 신호가 아예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직 KBS에 5G 중계기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지하와 실내 등에서 5G 신호가 잡히는 곳이 많지 않아 5G 전용 휴대전화로 바꾸더라도 '5G 생활'을 곧바로 체험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기지국 확충 전에는 '확연한 차이' 느끼긴 어려워"

'혹시 5G가 안 되는 곳만 찾아다녔나' 싶어서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은 정부청사와 회사, 상업시설 등이 모여있어 통신사들이 5G 기지국을 가장 촘촘하게 설치한 곳 중 하나입니다.

확실히 5G 신호가 끊김 없고 원활했습니다. 영화 다운로드 속도도 실내보다 더 빨랐습니다. LTE로 130MB를 받는 동안, 5G는 2.53GB 영화 다운로드를 완료했습니다. 이통사들이 홍보하던 '20배' 속도에 가까웠습니다. 야구 하이라이트 영상도 문제없이 곧바로 재생됐습니다.


물론 광화문에서도 지하로 들어가자 5G 신호는 LTE로 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경험한 5G 서비스의 속도는 5G의 미래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기지국이 전국적으로 확충되면 아마 LTE 때와 같은 그런 폭발적인 성장도 예상됩니다.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라서 더 많은 기지국이 깔려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 되지 않은 상태거든요. 직진성이 강해서 기지국에 가까이 가면 연결이 되지만 기지국에서 멀어지거나 어디 장애물에 맞으면 연결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장병준 교수는 '기지국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아직은 5G를 전국에서 느끼긴 어렵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만 기지국이 설치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5G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는 LTE 속도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5G 상용화 시작'이라는 문구 하나만 믿고 5G 서비스를 전국 곳곳에서 원활하게 사용할 거라는 기대는 한동안 접어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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