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도 끝나기 전에 ‘정의당 데스노트’에…신기록 세운 이미선

입력 2019.04.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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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끝나기도 전에 정의당 '데스노트' 오른 최초 후보자

이미선 헌법재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어제(11일) 오후 5시 38분,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을 찾아 현안 브리핑을 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이미선 후보자의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헌법재판관은 다양한 국민들의 생각을 포용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시대의 거울인데 그 규모나 특성상 납득하기 힘든 투자 행태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의당이 '안된다', '부적절하다'고 지목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낙마의 비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최근엔 최동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정의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 반드시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가 꽤 신빙성 있는 속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바로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첫 후보자라는 겁니다.


초고속으로 '데스노트' 오른 이유는?…"'남편 탓' 해명"

이 후보자가 이렇게 초고속으로 정의당 데스노트에 오른 이유를 취재해봤습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미선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봤는데, 해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납득이 안가더라"면서 "의혹을 더 키우는 모습을 보고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서 '데스노트' 성명을 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인사청문위원들로부터 주식 문제로 추궁을 받을 때, 이 후보자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배우자가 주로 해서 자신은 잘 모른다", "배우자에게 물었더니 이러저러하다고 한다"였는데 이런 모습이 더 큰 실망감을 줬다는 겁니다.

정의당의 다른 관계자의 말도 비슷했습니다. "배우자가 이미선 후보자의 동의를 받아 이 후보자 명의로 투자를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수억 원이나 되는 돈을 그것도 단타로 매매한다는 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였겠느냐", "헌법재판관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순히 불법 여부보다도 더 엄정한 잣대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서 헌법재판관 적합" vs "무늬만 비주류"

이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자신이 왜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는 점을 꼽으며 "비주류로 볼 요소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서울 법대 출신, 60대 남성이 주류입니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복잡다단한 사회 현안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 헌법재판관인 만큼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인 이 후보자가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격자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야당 법사위원은 '이 후보자가 평균적인 지방대 출신들이 겪는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지방대를 나왔다고 하지만 20년 이상을 판사로 살아왔고, 배우자는 연봉 5억 원이 넘는 로펌 변호사 아니냐면서 "무늬만 비주류 아니냐"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자신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적 소수 약자를 대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후보자로 지명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는 낙태죄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최저임금제, 5·18 폄훼에 대해서 답변을 유보했습니다. 구체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는데, 민주평화당 법사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이러한 사안에 모두 답변을 유보하면, 납득이 되냐며 기회주의적인 답변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 가능하지만…"자진 사퇴해줬으면"

이 후보자는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후보자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야 4당이 한목소리로 부적격이라고 얘기하고, 여당 일각에서조차 고개를 젓는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 임명은 의회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으름장까지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여론에 밀려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도 청와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입니다. 이 후보자는 청와대가 제시한 7대 인사 배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고, 주식 매입과 거래 과정에서 불법도 드러나지 않아 지명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데 이어 이 후보자까지 낙마하게 되면 인사 검증 책임론은 더 큰 파도가 되어 청와대를 덮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가 이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로 복잡한 속내를 비치기도 했습니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이번에도 적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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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문회도 끝나기 전에 ‘정의당 데스노트’에…신기록 세운 이미선
    • 입력 2019-04-11 18:07:41
    취재K
청문회 끝나기도 전에 정의당 '데스노트' 오른 최초 후보자

이미선 헌법재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어제(11일) 오후 5시 38분,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을 찾아 현안 브리핑을 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이미선 후보자의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헌법재판관은 다양한 국민들의 생각을 포용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시대의 거울인데 그 규모나 특성상 납득하기 힘든 투자 행태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의당이 '안된다', '부적절하다'고 지목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낙마의 비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최근엔 최동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정의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 반드시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가 꽤 신빙성 있는 속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바로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첫 후보자라는 겁니다.


초고속으로 '데스노트' 오른 이유는?…"'남편 탓' 해명"

이 후보자가 이렇게 초고속으로 정의당 데스노트에 오른 이유를 취재해봤습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미선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봤는데, 해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납득이 안가더라"면서 "의혹을 더 키우는 모습을 보고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서 '데스노트' 성명을 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인사청문위원들로부터 주식 문제로 추궁을 받을 때, 이 후보자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배우자가 주로 해서 자신은 잘 모른다", "배우자에게 물었더니 이러저러하다고 한다"였는데 이런 모습이 더 큰 실망감을 줬다는 겁니다.

정의당의 다른 관계자의 말도 비슷했습니다. "배우자가 이미선 후보자의 동의를 받아 이 후보자 명의로 투자를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수억 원이나 되는 돈을 그것도 단타로 매매한다는 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였겠느냐", "헌법재판관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순히 불법 여부보다도 더 엄정한 잣대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서 헌법재판관 적합" vs "무늬만 비주류"

이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자신이 왜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는 점을 꼽으며 "비주류로 볼 요소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서울 법대 출신, 60대 남성이 주류입니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복잡다단한 사회 현안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 헌법재판관인 만큼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인 이 후보자가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격자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야당 법사위원은 '이 후보자가 평균적인 지방대 출신들이 겪는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지방대를 나왔다고 하지만 20년 이상을 판사로 살아왔고, 배우자는 연봉 5억 원이 넘는 로펌 변호사 아니냐면서 "무늬만 비주류 아니냐"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자신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적 소수 약자를 대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후보자로 지명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는 낙태죄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최저임금제, 5·18 폄훼에 대해서 답변을 유보했습니다. 구체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는데, 민주평화당 법사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이러한 사안에 모두 답변을 유보하면, 납득이 되냐며 기회주의적인 답변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 가능하지만…"자진 사퇴해줬으면"

이 후보자는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후보자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야 4당이 한목소리로 부적격이라고 얘기하고, 여당 일각에서조차 고개를 젓는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 임명은 의회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으름장까지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여론에 밀려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도 청와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입니다. 이 후보자는 청와대가 제시한 7대 인사 배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고, 주식 매입과 거래 과정에서 불법도 드러나지 않아 지명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데 이어 이 후보자까지 낙마하게 되면 인사 검증 책임론은 더 큰 파도가 되어 청와대를 덮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가 이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로 복잡한 속내를 비치기도 했습니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이번에도 적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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