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끝나기도 전에 정의당 '데스노트' 오른 최초 후보자
이미선 헌법재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어제(11일) 오후 5시 38분,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을 찾아 현안 브리핑을 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이미선 후보자의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헌법재판관은 다양한 국민들의 생각을 포용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시대의 거울인데 그 규모나 특성상 납득하기 힘든 투자 행태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의당이 '안된다', '부적절하다'고 지목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낙마의 비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최근엔 최동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정의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 반드시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가 꽤 신빙성 있는 속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바로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첫 후보자라는 겁니다.
초고속으로 '데스노트' 오른 이유는?…"'남편 탓' 해명"
이 후보자가 이렇게 초고속으로 정의당 데스노트에 오른 이유를 취재해봤습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미선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봤는데, 해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납득이 안가더라"면서 "의혹을 더 키우는 모습을 보고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서 '데스노트' 성명을 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인사청문위원들로부터 주식 문제로 추궁을 받을 때, 이 후보자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배우자가 주로 해서 자신은 잘 모른다", "배우자에게 물었더니 이러저러하다고 한다"였는데 이런 모습이 더 큰 실망감을 줬다는 겁니다.
정의당의 다른 관계자의 말도 비슷했습니다. "배우자가 이미선 후보자의 동의를 받아 이 후보자 명의로 투자를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수억 원이나 되는 돈을 그것도 단타로 매매한다는 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였겠느냐", "헌법재판관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순히 불법 여부보다도 더 엄정한 잣대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서 헌법재판관 적합" vs "무늬만 비주류"
이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자신이 왜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는 점을 꼽으며 "비주류로 볼 요소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서울 법대 출신, 60대 남성이 주류입니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복잡다단한 사회 현안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 헌법재판관인 만큼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인 이 후보자가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격자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야당 법사위원은 '이 후보자가 평균적인 지방대 출신들이 겪는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지방대를 나왔다고 하지만 20년 이상을 판사로 살아왔고, 배우자는 연봉 5억 원이 넘는 로펌 변호사 아니냐면서 "무늬만 비주류 아니냐"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자신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적 소수 약자를 대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후보자로 지명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는 낙태죄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최저임금제, 5·18 폄훼에 대해서 답변을 유보했습니다. 구체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는데, 민주평화당 법사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이러한 사안에 모두 답변을 유보하면, 납득이 되냐며 기회주의적인 답변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 가능하지만…"자진 사퇴해줬으면"
이 후보자는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후보자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야 4당이 한목소리로 부적격이라고 얘기하고, 여당 일각에서조차 고개를 젓는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 임명은 의회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으름장까지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여론에 밀려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도 청와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입니다. 이 후보자는 청와대가 제시한 7대 인사 배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고, 주식 매입과 거래 과정에서 불법도 드러나지 않아 지명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데 이어 이 후보자까지 낙마하게 되면 인사 검증 책임론은 더 큰 파도가 되어 청와대를 덮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가 이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로 복잡한 속내를 비치기도 했습니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이번에도 적중할까요.
이미선 헌법재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어제(11일) 오후 5시 38분,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을 찾아 현안 브리핑을 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이미선 후보자의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헌법재판관은 다양한 국민들의 생각을 포용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시대의 거울인데 그 규모나 특성상 납득하기 힘든 투자 행태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의당이 '안된다', '부적절하다'고 지목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낙마의 비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최근엔 최동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정의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 반드시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가 꽤 신빙성 있는 속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바로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첫 후보자라는 겁니다.
초고속으로 '데스노트' 오른 이유는?…"'남편 탓' 해명"
이 후보자가 이렇게 초고속으로 정의당 데스노트에 오른 이유를 취재해봤습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미선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봤는데, 해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납득이 안가더라"면서 "의혹을 더 키우는 모습을 보고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서 '데스노트' 성명을 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인사청문위원들로부터 주식 문제로 추궁을 받을 때, 이 후보자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배우자가 주로 해서 자신은 잘 모른다", "배우자에게 물었더니 이러저러하다고 한다"였는데 이런 모습이 더 큰 실망감을 줬다는 겁니다.
정의당의 다른 관계자의 말도 비슷했습니다. "배우자가 이미선 후보자의 동의를 받아 이 후보자 명의로 투자를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수억 원이나 되는 돈을 그것도 단타로 매매한다는 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였겠느냐", "헌법재판관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순히 불법 여부보다도 더 엄정한 잣대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서 헌법재판관 적합" vs "무늬만 비주류"
이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자신이 왜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는 점을 꼽으며 "비주류로 볼 요소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서울 법대 출신, 60대 남성이 주류입니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복잡다단한 사회 현안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 헌법재판관인 만큼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인 이 후보자가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격자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야당 법사위원은 '이 후보자가 평균적인 지방대 출신들이 겪는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지방대를 나왔다고 하지만 20년 이상을 판사로 살아왔고, 배우자는 연봉 5억 원이 넘는 로펌 변호사 아니냐면서 "무늬만 비주류 아니냐"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자신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적 소수 약자를 대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후보자로 지명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는 낙태죄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최저임금제, 5·18 폄훼에 대해서 답변을 유보했습니다. 구체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는데, 민주평화당 법사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이러한 사안에 모두 답변을 유보하면, 납득이 되냐며 기회주의적인 답변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 가능하지만…"자진 사퇴해줬으면"
이 후보자는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후보자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야 4당이 한목소리로 부적격이라고 얘기하고, 여당 일각에서조차 고개를 젓는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 임명은 의회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으름장까지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여론에 밀려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도 청와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입니다. 이 후보자는 청와대가 제시한 7대 인사 배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고, 주식 매입과 거래 과정에서 불법도 드러나지 않아 지명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데 이어 이 후보자까지 낙마하게 되면 인사 검증 책임론은 더 큰 파도가 되어 청와대를 덮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가 이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로 복잡한 속내를 비치기도 했습니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이번에도 적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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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문회도 끝나기 전에 ‘정의당 데스노트’에…신기록 세운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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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11 18:07:41
청문회 끝나기도 전에 정의당 '데스노트' 오른 최초 후보자
이미선 헌법재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어제(11일) 오후 5시 38분,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을 찾아 현안 브리핑을 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이미선 후보자의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헌법재판관은 다양한 국민들의 생각을 포용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시대의 거울인데 그 규모나 특성상 납득하기 힘든 투자 행태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의당이 '안된다', '부적절하다'고 지목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낙마의 비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최근엔 최동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정의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 반드시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가 꽤 신빙성 있는 속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바로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첫 후보자라는 겁니다.
초고속으로 '데스노트' 오른 이유는?…"'남편 탓' 해명"
이 후보자가 이렇게 초고속으로 정의당 데스노트에 오른 이유를 취재해봤습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미선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봤는데, 해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납득이 안가더라"면서 "의혹을 더 키우는 모습을 보고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서 '데스노트' 성명을 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인사청문위원들로부터 주식 문제로 추궁을 받을 때, 이 후보자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배우자가 주로 해서 자신은 잘 모른다", "배우자에게 물었더니 이러저러하다고 한다"였는데 이런 모습이 더 큰 실망감을 줬다는 겁니다.
정의당의 다른 관계자의 말도 비슷했습니다. "배우자가 이미선 후보자의 동의를 받아 이 후보자 명의로 투자를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수억 원이나 되는 돈을 그것도 단타로 매매한다는 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였겠느냐", "헌법재판관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순히 불법 여부보다도 더 엄정한 잣대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서 헌법재판관 적합" vs "무늬만 비주류"
이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자신이 왜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는 점을 꼽으며 "비주류로 볼 요소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서울 법대 출신, 60대 남성이 주류입니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복잡다단한 사회 현안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 헌법재판관인 만큼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인 이 후보자가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격자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야당 법사위원은 '이 후보자가 평균적인 지방대 출신들이 겪는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지방대를 나왔다고 하지만 20년 이상을 판사로 살아왔고, 배우자는 연봉 5억 원이 넘는 로펌 변호사 아니냐면서 "무늬만 비주류 아니냐"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자신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적 소수 약자를 대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후보자로 지명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는 낙태죄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최저임금제, 5·18 폄훼에 대해서 답변을 유보했습니다. 구체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는데, 민주평화당 법사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이러한 사안에 모두 답변을 유보하면, 납득이 되냐며 기회주의적인 답변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 가능하지만…"자진 사퇴해줬으면"
이 후보자는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후보자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야 4당이 한목소리로 부적격이라고 얘기하고, 여당 일각에서조차 고개를 젓는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 임명은 의회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으름장까지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여론에 밀려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도 청와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입니다. 이 후보자는 청와대가 제시한 7대 인사 배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고, 주식 매입과 거래 과정에서 불법도 드러나지 않아 지명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데 이어 이 후보자까지 낙마하게 되면 인사 검증 책임론은 더 큰 파도가 되어 청와대를 덮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가 이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로 복잡한 속내를 비치기도 했습니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이번에도 적중할까요.
이미선 헌법재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어제(11일) 오후 5시 38분,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을 찾아 현안 브리핑을 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이미선 후보자의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헌법재판관은 다양한 국민들의 생각을 포용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시대의 거울인데 그 규모나 특성상 납득하기 힘든 투자 행태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의당이 '안된다', '부적절하다'고 지목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낙마의 비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최근엔 최동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정의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 반드시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가 꽤 신빙성 있는 속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바로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첫 후보자라는 겁니다.
초고속으로 '데스노트' 오른 이유는?…"'남편 탓' 해명"
이 후보자가 이렇게 초고속으로 정의당 데스노트에 오른 이유를 취재해봤습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미선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봤는데, 해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납득이 안가더라"면서 "의혹을 더 키우는 모습을 보고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서 '데스노트' 성명을 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인사청문위원들로부터 주식 문제로 추궁을 받을 때, 이 후보자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배우자가 주로 해서 자신은 잘 모른다", "배우자에게 물었더니 이러저러하다고 한다"였는데 이런 모습이 더 큰 실망감을 줬다는 겁니다.
정의당의 다른 관계자의 말도 비슷했습니다. "배우자가 이미선 후보자의 동의를 받아 이 후보자 명의로 투자를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수억 원이나 되는 돈을 그것도 단타로 매매한다는 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였겠느냐", "헌법재판관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순히 불법 여부보다도 더 엄정한 잣대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서 헌법재판관 적합" vs "무늬만 비주류"
이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자신이 왜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는 점을 꼽으며 "비주류로 볼 요소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서울 법대 출신, 60대 남성이 주류입니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복잡다단한 사회 현안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 헌법재판관인 만큼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인 이 후보자가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격자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야당 법사위원은 '이 후보자가 평균적인 지방대 출신들이 겪는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지방대를 나왔다고 하지만 20년 이상을 판사로 살아왔고, 배우자는 연봉 5억 원이 넘는 로펌 변호사 아니냐면서 "무늬만 비주류 아니냐"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자신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적 소수 약자를 대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후보자로 지명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는 낙태죄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최저임금제, 5·18 폄훼에 대해서 답변을 유보했습니다. 구체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는데, 민주평화당 법사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이러한 사안에 모두 답변을 유보하면, 납득이 되냐며 기회주의적인 답변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 가능하지만…"자진 사퇴해줬으면"
이 후보자는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후보자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야 4당이 한목소리로 부적격이라고 얘기하고, 여당 일각에서조차 고개를 젓는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 임명은 의회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으름장까지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여론에 밀려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도 청와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입니다. 이 후보자는 청와대가 제시한 7대 인사 배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고, 주식 매입과 거래 과정에서 불법도 드러나지 않아 지명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데 이어 이 후보자까지 낙마하게 되면 인사 검증 책임론은 더 큰 파도가 되어 청와대를 덮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가 이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로 복잡한 속내를 비치기도 했습니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이번에도 적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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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원 기자 roedie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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