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술?’ 민주 “가짜뉴스와 전쟁”…한국 “해명하면 될 일”

입력 2019.04.12 (17:13) 수정 2019.04.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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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의 시작은 익명의 페이스북

화재 발생 다음 날인 5일 오후 5시 53분. 한 페이스북에 '문재인의 강원도 대화재 막장 대처 총정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저녁 7시경 : 문재인 건배 후 언론인들과 술 마시기 시작."

이 페이스북 이용자는 산불이 발생하고 5시간이 지나 문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 나타난 것은 술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특이점은 글 말미에 '참조 기사' 링크를 적어놨다는 겁니다. 마치 게시글이 기사에 근거한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확인해보니 문 대통령이 언론사 관계자들과 술을 마셨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의 날 행사에 갔다가 오후 6시 37분 행사장에서 나왔습니다. 술을 마셨다고 한 시각보다 20분 전쯤 행사를 마친 겁니다.


그러나 일부 극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산불 음주 의혹'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한 유튜브 채널 진행자는 사실과 의견 사이를 줄타기하며, 취재를 통해 의혹을 확인한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역시 제시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 "(문 대통령이) 샴페인을 먹어서 숙취 때문이 아니냐. 물론 많이 먹었는지 적게 먹었는지 모르지만 일단 어쨌든 늦었기 때문에 저희가 그런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국회로 번진 '산불 음모론'

이후 이른바 '산불 음모론'에 정치권도 합류했습니다.

지난 9일, 국회에선 산불 이후 첫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산불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극우 유튜브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청와대가 해명을 내놔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과거를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을 초 단위로 알리라고 난리를 치던 사람들이"라는 언급도 나왔습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 "세월호 침몰 당시에 대처하고 이 정부의 대처가 무엇이 다른가. 결과적으로 사고가 확대되지 않았으면 괜찮은 것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많은 국민이 뭐 지병설이다, 숙취 의혹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 "우리가 가짜뉴스나 전달하는 사람들이냐고. 정말 이거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렇잖아요. 대통령도 잘못할 수 있죠. 아니 언론사 사주들하고 모처럼 저녁 했는데 약주 한잔 하실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 보면 조금 해이해질 수도 있는 거고."

익명의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음모론이 국회 공식 회의 석상에서 질의의 초점이 된 겁니다.

민주 "정치권이 악용" VS 한국 "재갈 물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내 들며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은 산불 관련 허위조작정보를 최초 게시한 사람과 유포자 등 7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여기엔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인 김순례 의원도 포함됐습니다.

민주당이 고발에 나선 것은 음모론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허위조작정보대책특위는 "일부 정치인들이 면책특권에 기대 허위조작 정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거나 회의가 종료된 후 발언을 SNS에 올리는 등의 행위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민경욱 대변인은 "모든 것을 가짜뉴스로 몰아 입막음 하려는 청와대의 태도는 매우 독단적"이라며, "대통령은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지 말고 명쾌히 해명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국민들이 큰 걸 원하시는 게 아니"라면서 다섯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대별로 밝히면 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법적 조치뿐 아니라 가짜뉴스 유포를 막는 법안도 제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4월 이른바 가짜뉴스방지법을 냈는데, 언론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이 됐던 만큼 수정된 안을 다시 낼 계획입니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당은 가짜뉴스로 판명된 것은 이미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가짜뉴스 규제는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보수 채널을 억누르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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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에 술?’ 민주 “가짜뉴스와 전쟁”…한국 “해명하면 될 일”
    • 입력 2019-04-12 17:13:53
    • 수정2019-04-12 17:14:25
    취재K
음모론의 시작은 익명의 페이스북 화재 발생 다음 날인 5일 오후 5시 53분. 한 페이스북에 '문재인의 강원도 대화재 막장 대처 총정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저녁 7시경 : 문재인 건배 후 언론인들과 술 마시기 시작." 이 페이스북 이용자는 산불이 발생하고 5시간이 지나 문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 나타난 것은 술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특이점은 글 말미에 '참조 기사' 링크를 적어놨다는 겁니다. 마치 게시글이 기사에 근거한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확인해보니 문 대통령이 언론사 관계자들과 술을 마셨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의 날 행사에 갔다가 오후 6시 37분 행사장에서 나왔습니다. 술을 마셨다고 한 시각보다 20분 전쯤 행사를 마친 겁니다. 그러나 일부 극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산불 음주 의혹'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한 유튜브 채널 진행자는 사실과 의견 사이를 줄타기하며, 취재를 통해 의혹을 확인한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역시 제시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 "(문 대통령이) 샴페인을 먹어서 숙취 때문이 아니냐. 물론 많이 먹었는지 적게 먹었는지 모르지만 일단 어쨌든 늦었기 때문에 저희가 그런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국회로 번진 '산불 음모론' 이후 이른바 '산불 음모론'에 정치권도 합류했습니다. 지난 9일, 국회에선 산불 이후 첫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산불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극우 유튜브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청와대가 해명을 내놔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과거를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을 초 단위로 알리라고 난리를 치던 사람들이"라는 언급도 나왔습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 "세월호 침몰 당시에 대처하고 이 정부의 대처가 무엇이 다른가. 결과적으로 사고가 확대되지 않았으면 괜찮은 것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많은 국민이 뭐 지병설이다, 숙취 의혹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 "우리가 가짜뉴스나 전달하는 사람들이냐고. 정말 이거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렇잖아요. 대통령도 잘못할 수 있죠. 아니 언론사 사주들하고 모처럼 저녁 했는데 약주 한잔 하실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 보면 조금 해이해질 수도 있는 거고." 익명의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음모론이 국회 공식 회의 석상에서 질의의 초점이 된 겁니다. 민주 "정치권이 악용" VS 한국 "재갈 물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내 들며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은 산불 관련 허위조작정보를 최초 게시한 사람과 유포자 등 7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여기엔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인 김순례 의원도 포함됐습니다. 민주당이 고발에 나선 것은 음모론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허위조작정보대책특위는 "일부 정치인들이 면책특권에 기대 허위조작 정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거나 회의가 종료된 후 발언을 SNS에 올리는 등의 행위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민경욱 대변인은 "모든 것을 가짜뉴스로 몰아 입막음 하려는 청와대의 태도는 매우 독단적"이라며, "대통령은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지 말고 명쾌히 해명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국민들이 큰 걸 원하시는 게 아니"라면서 다섯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대별로 밝히면 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법적 조치뿐 아니라 가짜뉴스 유포를 막는 법안도 제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4월 이른바 가짜뉴스방지법을 냈는데, 언론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이 됐던 만큼 수정된 안을 다시 낼 계획입니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당은 가짜뉴스로 판명된 것은 이미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가짜뉴스 규제는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보수 채널을 억누르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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