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 놈만 산다”…공공기관의 지독한 ‘인텔’ 사랑

입력 2019.04.12 (17:53) 수정 2019.04.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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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공공 PC조달시장은 연간 컴퓨터 판매량의 1/10 넘는 큰 시장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컴퓨터(PC)는 475만 대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 가운데 50만 대 정도를 삽니다. 전체 판매량의 10분의 1이 넘을 만큼 많이 삽니다. 큰 손입니다. 게다가 공공조달시장은 PC납품 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돈 떼일 일은 거의 없습니다. 돈도 제때 줍니다.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일도 없습니다. 중요한 고객이지요. 공공기관이 아무리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제시하고, 깐깐한 사후 서비스를 요청해도 많은 업체가 납품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이들이 '큰손'인 데다 '우량고객'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대한민국에서 '큰손'이고 '우량고객'이면 '갑'이 됩니다. 갑은 보통 '갑질'을 합니다. 그런데 이 '갑'들에게 유독 목이 뻣뻣한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공공조달시장의 PC의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 즉 CPU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회사, 인텔(Intel)입니다. 많이 산다고 가격 깎아주지 않고, 큰 고객이라고 제품을 우선 공급해주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은 사실상 인텔 만의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확보한 지난해 '공공기관 PC 사업 데이터'를 보면 전체 43만 3천 대의 PC 가운데 43만 대가 인텔의 CPU를 썼습니다. 99.5%, 공공기관 컴퓨터는 인텔 CPU만 쓴다고 봐도 좋습니다. 독점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시장이 대한민국에 더 있을까요?


가성비 좋은 대안 제품 있지만 인텔에만 의존

그런데 사실 컴퓨터 CPU 시장은 독점시장이 아닙니다. 인텔에 대항하는 꽤 유력한 기업이 있습니다. AMD입니다. 인텔이 가장 강력한 CPU 기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AMD의 시장점유율도 2~30% 정도 됩니다. PC 용품 전문 가격비교 사이트에 들어가 오늘(4월 12일) 기준 인기 CPU 랭킹을 살펴봤습니다. 1, 2위가 AMD 제품입니다. 라이젠5 2600(피나클 릿지) 제품과 라이젠3 2200G 제품입니다. 10위권에도 AMD 제품은 4개입니다. AMD의 인기, 나쁘지 않습니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입니다. 용산 전자상가에 가서 컴퓨터 구매자 이창호 씨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인텔 CPU에 비해서 AMD의 CPU가 몇만 원정도 더 싸다고 해서 저도 가성비적인 컴퓨터를 맞추려고 그렇게 AMD를 골랐는데, 써보니까 인텔에 비해서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만족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최다 사용 인텔 CPU, 유사 성능 AMD CPU로 바꾸면 연 300억 절감 가능

그래서 얼마나 싼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역시 지난해 '공공기관 PC 사업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된 CPU는 인텔의 i5-6500 프로세서입니다. 43만 대 가운데, 27만 대 이상이 이 CPU를 사용했습니다.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입니다. 오늘 가격, 27만 4,500원(카드 결제 가능 가격, 배송비 제외, 국내 1위 PC 용품 가격비교 사이트 기준)입니다. 유사한 AMD 프로세서를 찾아봤습니다. AMD의 라이젠5 2400G입니다. 15만 천890원(동일기준)입니다. 12만 원 이상 저렴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등 혹은 이상의 성능이라고 평가하는데 45% 싼 겁니다. 27만 대니까 단순 계산으로도 300억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공공기관 입찰에 AMD는 사실상 배제되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정의당의 협조를 얻어 각 기관의 입찰문서를 살펴봤습니다. 보통 공공 입찰은 규정상 문서에 특정 부품이나 제품명을 기재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성을 위해섭니다. 필요 제원(성능)만 기재하게 해놨습니다. 사실상의 수의계약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대부분 '인텔'이나 i5같이 인텔 제품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게 기재했습니다. 고유명사를 쓰지 않은 입찰사양서도 자세히 세부 스펙을 보면 제품명만 뺐을 뿐, 인텔 제품 사양을 그대로 긁어온 것에 불과했습니다. 아래 그래픽을 한 번 보시죠. 입찰에 참가하는 한 업체는 이 입찰서류들을 확인해보더니 "입찰서의 사양만 보면 안다, 이렇게 기재한 것은 인텔을 넣으라는 것. AMD는 안 받겠다는 의미다"라고 말합니다.


아예 입찰부터 사실상 경쟁의 가능성을 차단해놓은 겁니다. 우월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갑질' 대신 자발적 '을'이 되기를 자처했다니... 우리 공공기관들이 너무 착해서 그런 걸까요? 그 속을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정부가 일 처리 이렇게 하지 말라고 이미 지적했단 사실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중앙정부부처 전체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교육청 등에 2014년 보낸 공문을 보면 "CPU의 규격을 특정 회사 제품만으로 한정하여 발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입찰 계약 집행기준>을 들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잘못된 예를 구체적으로 듭니다. 아래 그래픽을 보시죠. 지난해 수많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잘못된 예와 같은 표기를 했습니다.


잘된 예도 들었습니다. 두 회사 제품을 함께 적는 방식입니다. CPU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회사별 세부 성능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병기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겠지요.

'허락받지 않은' 인텔 사랑이 지속되는 이유는?

이미 5년 전에 기재부가 이렇게 친절히 설명해줬는데도, 왜 정부-공공기관들은 이렇게도 지독하게 '인텔'만 사랑(?)하는 것일까요? 직접 물어봤습니다. 일부 합리적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과대학이나 공과대학의 경우 높은 사양의 컴퓨터들을 연결해 사용하기도 하고 서버와 통신하는 경우도 잦은데, 서버와 연결되는 컴퓨터의 경우 서버와 다른 회사의 CPU를 쓰면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잘 몰라서'라는 경우도 있었고, '회사들이 AMD 제품을 넣지 않아서'라는 선후가 바뀐 답도 있었습니다. 일부는 '친환경 인증' 같은 인증을 가진 업체들은 AMD를 취급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답도 내놨는데요, 이 역시 어느 정도는 앞뒤가 뒤바뀐 해명입니다.


대부분은 'AMD의 성능이나 호환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설득력이 좀 떨어집니다. AMD 측은 한 지방자치단체가 이같이 해명을 해서 '샘플 컴퓨터를 줄 테니 테스트를 해보라'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합니다.

경제학에선 독점은 사회적 후생을 떨어뜨린다고 말합니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얻는 이익의 합이 자유경쟁일 때 가장 크고, 독점일 때 가장 낮다는 것이지요. 특히 소비자의 만족도가 극히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자가 가격을 높이고 서비스의 질은 낮추기 쉽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텔은 시장 지배적 공급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지배'적'이란 말에도 사실 어폐가 있습니다. 그냥 '지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인텔이 시장의 수급을 조정했을 때, 경찰청은 납품받기로 했던 만 5천 대의 컴퓨터를 받지 못했습니다. 입찰을 따냈던 업체가 '시장의 인텔 CPU 가격이 너무 높아진 데다 수량도 부족해서 납품을 못 하겠다'고 두 손을 들어버린 겁니다.


경찰청은 결국 그 컴퓨터를 올해로 미뤄 추가 구매에 나섭니다. 물론. 경찰청은 이번에도 인텔만 입찰 가능한 조건을 다시 내걸었습니다. 게다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공공에 조달되는 인텔 CPU 가격은 시장가격보다 비쌉니다. 서비스나 원활한 공급 등을 내세우지만,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과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스스로 자처한 독점의 비효율 속에서, 편의적인 입찰 관행의 비효율 속에서 세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해법은 간단합니다. 경쟁을 도입하는 겁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제2의 CPU 회사가 공공조달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원칙대로 공정한 입찰을 진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저희는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9] “인텔 컴퓨터만 사겠다”…입찰 ‘관행’ 때문에 세금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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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2 17:53:11
    • 수정2019-04-12 22: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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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공공 PC조달시장은 연간 컴퓨터 판매량의 1/10 넘는 큰 시장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컴퓨터(PC)는 475만 대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 가운데 50만 대 정도를 삽니다. 전체 판매량의 10분의 1이 넘을 만큼 많이 삽니다. 큰 손입니다. 게다가 공공조달시장은 PC납품 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돈 떼일 일은 거의 없습니다. 돈도 제때 줍니다.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일도 없습니다. 중요한 고객이지요. 공공기관이 아무리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제시하고, 깐깐한 사후 서비스를 요청해도 많은 업체가 납품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이들이 '큰손'인 데다 '우량고객'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대한민국에서 '큰손'이고 '우량고객'이면 '갑'이 됩니다. 갑은 보통 '갑질'을 합니다. 그런데 이 '갑'들에게 유독 목이 뻣뻣한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공공조달시장의 PC의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 즉 CPU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회사, 인텔(Intel)입니다. 많이 산다고 가격 깎아주지 않고, 큰 고객이라고 제품을 우선 공급해주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은 사실상 인텔 만의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확보한 지난해 '공공기관 PC 사업 데이터'를 보면 전체 43만 3천 대의 PC 가운데 43만 대가 인텔의 CPU를 썼습니다. 99.5%, 공공기관 컴퓨터는 인텔 CPU만 쓴다고 봐도 좋습니다. 독점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시장이 대한민국에 더 있을까요?


가성비 좋은 대안 제품 있지만 인텔에만 의존

그런데 사실 컴퓨터 CPU 시장은 독점시장이 아닙니다. 인텔에 대항하는 꽤 유력한 기업이 있습니다. AMD입니다. 인텔이 가장 강력한 CPU 기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AMD의 시장점유율도 2~30% 정도 됩니다. PC 용품 전문 가격비교 사이트에 들어가 오늘(4월 12일) 기준 인기 CPU 랭킹을 살펴봤습니다. 1, 2위가 AMD 제품입니다. 라이젠5 2600(피나클 릿지) 제품과 라이젠3 2200G 제품입니다. 10위권에도 AMD 제품은 4개입니다. AMD의 인기, 나쁘지 않습니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입니다. 용산 전자상가에 가서 컴퓨터 구매자 이창호 씨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인텔 CPU에 비해서 AMD의 CPU가 몇만 원정도 더 싸다고 해서 저도 가성비적인 컴퓨터를 맞추려고 그렇게 AMD를 골랐는데, 써보니까 인텔에 비해서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만족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최다 사용 인텔 CPU, 유사 성능 AMD CPU로 바꾸면 연 300억 절감 가능

그래서 얼마나 싼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역시 지난해 '공공기관 PC 사업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된 CPU는 인텔의 i5-6500 프로세서입니다. 43만 대 가운데, 27만 대 이상이 이 CPU를 사용했습니다.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입니다. 오늘 가격, 27만 4,500원(카드 결제 가능 가격, 배송비 제외, 국내 1위 PC 용품 가격비교 사이트 기준)입니다. 유사한 AMD 프로세서를 찾아봤습니다. AMD의 라이젠5 2400G입니다. 15만 천890원(동일기준)입니다. 12만 원 이상 저렴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등 혹은 이상의 성능이라고 평가하는데 45% 싼 겁니다. 27만 대니까 단순 계산으로도 300억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공공기관 입찰에 AMD는 사실상 배제되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정의당의 협조를 얻어 각 기관의 입찰문서를 살펴봤습니다. 보통 공공 입찰은 규정상 문서에 특정 부품이나 제품명을 기재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성을 위해섭니다. 필요 제원(성능)만 기재하게 해놨습니다. 사실상의 수의계약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대부분 '인텔'이나 i5같이 인텔 제품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게 기재했습니다. 고유명사를 쓰지 않은 입찰사양서도 자세히 세부 스펙을 보면 제품명만 뺐을 뿐, 인텔 제품 사양을 그대로 긁어온 것에 불과했습니다. 아래 그래픽을 한 번 보시죠. 입찰에 참가하는 한 업체는 이 입찰서류들을 확인해보더니 "입찰서의 사양만 보면 안다, 이렇게 기재한 것은 인텔을 넣으라는 것. AMD는 안 받겠다는 의미다"라고 말합니다.


아예 입찰부터 사실상 경쟁의 가능성을 차단해놓은 겁니다. 우월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갑질' 대신 자발적 '을'이 되기를 자처했다니... 우리 공공기관들이 너무 착해서 그런 걸까요? 그 속을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정부가 일 처리 이렇게 하지 말라고 이미 지적했단 사실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중앙정부부처 전체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교육청 등에 2014년 보낸 공문을 보면 "CPU의 규격을 특정 회사 제품만으로 한정하여 발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입찰 계약 집행기준>을 들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잘못된 예를 구체적으로 듭니다. 아래 그래픽을 보시죠. 지난해 수많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잘못된 예와 같은 표기를 했습니다.


잘된 예도 들었습니다. 두 회사 제품을 함께 적는 방식입니다. CPU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회사별 세부 성능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병기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겠지요.

'허락받지 않은' 인텔 사랑이 지속되는 이유는?

이미 5년 전에 기재부가 이렇게 친절히 설명해줬는데도, 왜 정부-공공기관들은 이렇게도 지독하게 '인텔'만 사랑(?)하는 것일까요? 직접 물어봤습니다. 일부 합리적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과대학이나 공과대학의 경우 높은 사양의 컴퓨터들을 연결해 사용하기도 하고 서버와 통신하는 경우도 잦은데, 서버와 연결되는 컴퓨터의 경우 서버와 다른 회사의 CPU를 쓰면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잘 몰라서'라는 경우도 있었고, '회사들이 AMD 제품을 넣지 않아서'라는 선후가 바뀐 답도 있었습니다. 일부는 '친환경 인증' 같은 인증을 가진 업체들은 AMD를 취급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답도 내놨는데요, 이 역시 어느 정도는 앞뒤가 뒤바뀐 해명입니다.


대부분은 'AMD의 성능이나 호환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설득력이 좀 떨어집니다. AMD 측은 한 지방자치단체가 이같이 해명을 해서 '샘플 컴퓨터를 줄 테니 테스트를 해보라'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합니다.

경제학에선 독점은 사회적 후생을 떨어뜨린다고 말합니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얻는 이익의 합이 자유경쟁일 때 가장 크고, 독점일 때 가장 낮다는 것이지요. 특히 소비자의 만족도가 극히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자가 가격을 높이고 서비스의 질은 낮추기 쉽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텔은 시장 지배적 공급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지배'적'이란 말에도 사실 어폐가 있습니다. 그냥 '지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인텔이 시장의 수급을 조정했을 때, 경찰청은 납품받기로 했던 만 5천 대의 컴퓨터를 받지 못했습니다. 입찰을 따냈던 업체가 '시장의 인텔 CPU 가격이 너무 높아진 데다 수량도 부족해서 납품을 못 하겠다'고 두 손을 들어버린 겁니다.


경찰청은 결국 그 컴퓨터를 올해로 미뤄 추가 구매에 나섭니다. 물론. 경찰청은 이번에도 인텔만 입찰 가능한 조건을 다시 내걸었습니다. 게다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공공에 조달되는 인텔 CPU 가격은 시장가격보다 비쌉니다. 서비스나 원활한 공급 등을 내세우지만,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과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스스로 자처한 독점의 비효율 속에서, 편의적인 입찰 관행의 비효율 속에서 세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해법은 간단합니다. 경쟁을 도입하는 겁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제2의 CPU 회사가 공공조달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원칙대로 공정한 입찰을 진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저희는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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